EDG Ray ㅡ 기대치 대비 대활약 2위
올해, LPL에서 중체탑이 누군지 묻는다면 선수 관계자 팬 모두 십중팔구는 JDG의 Zoom을 꼽을겁니다. 그 Zoom은 여태까지 LPL 전설의 중체탑 라인이 대부분 그랬듯이 (플랑드르...) 롤드컵에 나오지 못했지만, Zoom을 꺾고 대신 나온 Ray는 그래도 LPL산 탑솔러의 가치를 훌륭히 보여줬습니다.
빅토르를 역으로 솔킬내는 쉔도 인상깊었지만, Ray의 활약에서 중요한 점은 이 선수가 보통 올해 국제대회에서 해외 탑솔러의 미덕이라고 불리는 우르곳, 뽀삐, 오른등의 챔을 롤드컵에서나마 거의 완벽하게 다뤘다는 부분입니다. LCK에서 우르곳 뽀삐를 못 쓴 이유는 숙련도가 낮아서지 '한국인이라서' 는 절대 아니라는것을 보여준 산 증인이라고 봐야죠.
특히 Ray가 계속해서 평가가 낮아지던 이유가 메카닉은 좋은데 '탱챔을 못 써서' 였던걸 생각하면, 누구나 연습한다고 잘하게 되는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연습하면 탱쳄 숙련도도 올라간다는것을 증명하기도 합니다.
100 Thieves Anda ㅡ 기대치 대비 대활약 1위
2승 4패따리 정글러에게 무슨 기대치 대비 대활약을... 이라기엔 매치업 상대도 안 좋았고, 닝 브록사를 상대했음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잘해줬고, 무엇보다 한섭 챌린저도르를 수상하기전에는 정말 기대치가 엄청나게 낮아져 있었다는걸 생각하면, 역시나 놀라운 활약이었습니다. 썸데이를 제외한 팀 전원이 헤롱헤롱하고 심지어 마지막 경기엔 그 썸데이마저도 맛이가서 휘청휘청했는데 탈리야로 멋지게 게임을 캐리했죠.
특히 이번 롤드컵팀 북미 선수 최초 챌린저도르도 저는 상당히 의미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현 솔랭 메타 자체가 육식 정글챔을 잘하는 정글러가 점수를 올리기 쉬운 환경임을 감안하면, 점점 공격적인 챔프가 늘어가는 롤 정글판의 메타를 고려시 적어도 LCS NA에서는 충분히 더 잘할만한 포텐셜이 있는 선수임은 분명해보입니다.
리바이도 현 메타에 잘 어울리는 선수라고 생각하는데, 부디 리바이와 교통정리 잘해서 내년에는 자국리그에서도 사람다운... 아니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EDG Scout ㅡ 기량, 활약 대비 아쉬운 결과
승강전 고군분투로 사실상 자력으로 팀을 롤드컵에 올린 스카웃이었지만, 그의 활약은 결국 8강따리 까지였습니다. 공격적인 픽을 잘하는 선수고, 실제로 잘 다뤄서 멋진 경기도 만들어내고 전력이 더 강한팀을 상대로 업셋도 해냈지만, 결국 4승 2패 조2위 / 1:3 패배 8강따리라는 초라한 기록덕에 스카웃은 LPL을 보지 않는 유저들에겐 여전히 '페이커 서브, 라이즈 잘하는 선수' 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쉬운점은, 아이보이가 작년같지 않다는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을 EDG가 생각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갈리오 픽을 자꾸 사용했다는데 있습니다. KT의 8강처럼 아예 상대 미드가 못 이길 정도의 상대라 가자미 픽만 한게 아니라, 공격적인 픽으로 세트나 승리를 잘만 가져오다가도 이상한데서 갈리오를 뽑고, 실제로 결과도 그렇게 좋지 못했죠.
어차피 프나틱을 이길 정도의 전력은 아니었지만, 좀 더 화려하게 타오르다 꺼질 수 있지 않았을까요? 올해 LPL 에서 도인비와 함께 루키에 이은 2인자 자리를 열심히 다퉜고, 실제로 승강전 이후엔 그 자리를 확고히 굳히는 모양새였는데, 내년에는 좀 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 스카웃이 보여준 기량은 지즈커 퍽즈 라인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고 봤는데, 성적도, 주목도도 모두 이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점이 좀 안타깝습니다.
VIT Attila ㅡ 야수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안정감
바이탈리티의 반쯤 미친것같은 꿀잼 밴픽과 경기 운영이 3승 3패라는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틸라의 안정감에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원래도 올해 잘할때나 못할때나 안정감만은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롤드컵에서 팀이 보여준 광기에 휩쓸리지 않고 최대한 덜 죽고, 많이 줏어먹고, 열심히 딜을 하는 그의 모습은 이전 S급 유럽산 원딜들이 보여줬던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올 한해 바텀라인의 지배자였던 우지와 밍이 '아웃라이어가 되어 게임을 지배한다면 다르다' 는 것을 끝까지 증명하지 못한 지금, 결국 이번 월드컵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는 레클리스도 아틸라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게임 플레이 성향을 보여준다는것을 봤을때, 결국 이번 버전에서 좋은 원딜이 되기 위한 최고의 덕목은 화려함이 아닌 안정감이 아닐까 합니다.
G2 Wadid ㅡ 만능형 서포터의 자질이 보인다.
서포터 포지션 대격변 이후, 좋은 서폿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것을 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존과 달리 서포터 자리는 정말 아무 챔이나 다 가는 자리가 되어버렸거든요. AD 캐리는 어쨌든 본인이 선택한 챔의 메카닉에 따라 딜만 잘 넣으면 되지만, 서포터의 경우 잔나를 뽑았을때 요구하는 플레이와 레오나를 뽑았을때 요구하는 플레이는 아예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단순한 챔프폭과는 별개로요. 물론 정글 탑 미드도 마찬가지로 이니시에이터 딜러 탱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고는 하지만, 서포터만큼 극단적으로 역할이 변하는 경우는 그렇게 자주 오는 메타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올해 이그나나 고릴라처럼 메타, 팀 성향에 따라 폼이 개판이 되는 선수들이 나오는거죠.
올해 롤드컵에서는 보조 딜링형 / 견제형 서포터들은 거의 쓰이지 않게 되었고, 먼저 들어가는 서포터와 아군을 지키는 서포터 두 부류와, 그 둘을 다 적절히 해낼 수 있는 브라움이 메타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올해 롤드컵에서의 와디드는 거의 한정된 챔프를 사용했지만, 이 세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탐켄치로는 아군을 잘 보호하고 라인 지원을 잘 다녔고, 알리 라칸으로는 용감히 진입각을 잘 보고 팀원들이 활약할 판을 만들어줬으며, 브라움으로는 그 둘 모두를 괜찮게 수행했거든요. 라인전도 잘했구요.
그래봐야 다 탱챔인데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하기엔, 올해 LCK만 봐도 탐켄치등의 보호픽을 오래 잘 쓴 선수가 라칸으로 맛이 간 이니시를 보여주거나 (고릴라, 코장) 혹은 그 반대로 공격적인 픽에 중독되어 서포터로서의 본분을 전혀 해내지 못하는 모습 (이그나, 에포트) 을 보였던것을 생각하면, 올해 와디드가 보여준 모습은 국내 많은 팀이 탐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밸런스가 잘 잡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