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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9/09 11:44:58
Name Song1
Subject [기타] 다시 한 번 '용준이형'을 떠나 보내며
저는 게임이나 스포츠 그 자체도 좋아했지만 중계와 중계진에 대한 애정 또한 그에 못지않습니다. 스포츠를 현장에서 보는 것과 중계로 보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현재 상황을 맛깔나게 설명해주는 중계진이 없다는 점이죠. 해당 종목을 몇 번 접하지 못한 사람에겐 선생님이, 잔뼈가 굵은 사람에겐 같이 중계를 보는 친구가 되어줘야 하는 직업이 중계진일 겁니다. 좋은 목소리톤, 비교적 정확한 발음. 순간순간 떠올려야 하는 유희와 말장난의 명언의 향연까지. 이렇게 어려운 직업이 또 있을까요.

소위 '스1 장례식'이라고 불리던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유년의 기억이 공식적으로 폐지되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더 이상 '에쓰씨브이' '드랍' '캐리어'따위의 용어를 엄전김의 목소리로 듣지 못한다는 사실이 저에겐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추한 표정을 짓고 코를 연신 들여마셔 가며 울던 저의 모습과 전용준 캐스터의 모습은 사뭇 달랐습니다. 언제나 그의 중계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고별사는 품격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저분도 스타크래프트의 종언을 여러 번 상상해 본 게 아니었을까.

게임 중계란 산업은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어른의 사정으로 리그가 열리고 닫히는 건 다반사요, 게임의 인기가 떨어지면 그 또한 리그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큰 이슈라고 해도, 야구나 축구 리그가 없어지진 않잖아요. 게임 리그는 시시각각 변하니까요. 그렇게 전캐가 중계한 게임은 스타에서 배그까지 몇십 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중계하는 종목이 많아지다 보니 크고 작은 논란이 생겼고, 그를 싫어하는 분들도 많아진 걸로 기억합니다. 인터넷을 떼 놓을 수 없는 게임 매체의 특성상 온라인 피드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활발하게 오가게 됩니다. 제가 전캐를 좋아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는, 이분이 논란을 어설프게 비껴가는 걸 못봐서에요.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고, 노력으로 해결될 부분이면 어떻게든 고쳐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반해 버렸습니다. 롤챔스 중계중에 소나 플레이한 얘기를 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한 때는 '소리만 지른다'라고 비난받던 캐스터가 이렇게 E스포츠의 산 증인이 된 배경에는 바로 이 노력이 큰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분을 보면 뭐든지 잘하는데, 컴퓨터 게임도 잘하고 나랑 눈높이를 맞춰 놀아주는 것도 잘하는 우리 형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제 맘대로 용준이형이라고 부릅니다. 직접 뵌 적은 몇 번 없고, 이야기도 제대로 나눠본 적이 없지만.. 뭐.

이 형을 이렇게 대책없이 떠나보내는건 처음인것 같아 속이 많이 쓰립니다. 스타리그가 마무리될때는 스2가 있었고, 그 후에는 LCK가 있었는데. 지금은 뭐 하나 예정된게 없네요. OGN이라는 방송사가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시점인지라 거취 문제에 많이 신경이 쓰입니다. 불안해 하는 팬들의 마음을 이용하기 위해 OGN에선 또 한번 '전용준의 눈물' 카드를 써 먹었는데, 의도가 어떻든간에 그 눈물을 보는 자체가 많이 속상하더라고요.

좋든 싫든 잠시 작별의 시간입니다. 롤드컵이 끝나면 리그가 완전히 라이엇 체제로 바뀔거고, 잡음 또한 엄청날거라고 생각됩니다. OGN과의 관계나 여러 어른의 사정에 의해 쉽지 않을 거란건 알고 있지만, 뻔히 예정되어 있는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전용준 캐스터가 중심을 잡아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큰 무대에서 50대의 형을 다시 만날 그 날을 기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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及時雨
18/09/09 11:51
수정 아이콘
일단 PSS도 있고...
전용준 캐스터 정도 되는 분이라면 어디서든 분명히 다시 뵐 수 있을거라서 큰 걱정은 안되네요.
MBC 게임 망할 때 중계진들 다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결국 이 업계에서 계속 얼굴 보고 목소리 듣는 걸 보면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계속 풀려나갈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용준좌에게는 평창우선생도 있고 크크크
18/09/09 11:53
수정 아이콘
어떻게든 게임판은 지속될거고 용준좌야 검증된 원톱이니 어디서든 볼 수 있을겁니다. 다만 그 무대가 클동과 함께하는 LOL 리그였으면 하는 바람은 있네요.
及時雨
18/09/09 12:06
수정 아이콘
지금 TV 트니까 블레이드 앤 소울 리그 중계도 하고 계시네요.
역시 어디서든 좋은 모습으로 계속 뵐 수 있을 거 같아요.
18/09/09 12:09
수정 아이콘
네. 블소 배그 중계 등으로 바쁘신건 알고 있지만, 항상 가장 큰 중계를 도맡아서 하셨던 분이기에 아쉬운 마음에 써 봤습니다 :)
초코궁디
18/09/09 12:21
수정 아이콘
게임캐스터지 스1 롤 캐스터는 아니니까요... 대부분의 시청자 입장에는 스1 롤 중계가 사라지면서 두 번 이별하는 기분이 들겠지만, 전캐 입장에서는 여태까지 수많은 게임리그들을 중계하면서 그 게임들이 끝날때마다 수많은 이별을 해왔겠죠...그러니 이 다음에도 어디선가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티모대위
18/09/09 12:33
수정 아이콘
올드 e스포츠팬들은 지금 다들 아재가 되었는데, 그들에게마저도 '형님'으로 남아있는 게임계의 몇 안되는 분이시죠.
위르겐클롭
18/09/09 12:54
수정 아이콘
물론 용준좌야 OGN에 남아서 어느게임이나 할수 있긴하지만 메인스트림에서 못보는게 아쉽죠. OGN이 롤중계를 안하는건 상관없는데 용준좌 중계로 결승을 못보는게 너무 아쉽고...
레가르
18/09/09 12:56
수정 아이콘
용준좌가 근데 OGN소속인가요? 용준좌도 프리아닌가요? 프리면 롤챔스 끝난게 아니니 계속 이어가시겠죠
파란무테
18/09/09 13:34
수정 아이콘
프리 맞습니다.
근데 관계가 좀 더 각별하긴해요.
18/09/09 13:23
수정 아이콘
근데 정해진게 있나요? 다들 벌써부터 이러는게 뭔가 아셔서 그러는건가
18/09/09 13:35
수정 아이콘
기사가 나올때 까지는 모릅니다. 나온 썰로 예상 하는 거지요.
18/09/09 15:01
수정 아이콘
요즘 게임을 안봐서 첨 듣는 이야긴데 가슴이 갑자기 먹먹해 지내요...
엄옹도 캐리형도 안보이는데..용준좌 만큼은 항상 그자리에 있어 줬으면 좋겠네요..
미카엘
18/09/09 16:29
수정 아이콘
김캐리는........
18/09/09 16:47
수정 아이콘
스타판 끝날때 김캐리 눈물흘릴땐 참 짠했었는데
구름과자
18/09/09 18:11
수정 아이콘
부디 용준형님이 롤판에서 오래오래 해먹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오프닝 세레모니같이 전율돋는 퍼포먼스는 전세계에서 용준형님이 유일 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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