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일단 제가 쓰는 리뷰에서는 최대한 경기의 핵심 장면만 짚고 넘어가보려고 합니다(사실 이렇게만 해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제가 정글이 주포지션이라서, 상체 쪽을 볼 때는 좀 낫지만 밴픽, 팀 단위 운영, 바텀 상성을 보는데는 뒤떨어집니다.
모자란 점이 있으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경기.
SKT의 밴은 간단합니다. 탑에서 게임 통째로 쥐흔들지 못하고, 미드에서 사리기만 해도 자기 역할 다하는 챔프만 없으면 이길 수 있다.
KSV의 답은, 우리 탑미드가 밴픽으로 견제받긴 했지만 미드-봇 후반 OP 챔프만 자르면 우리가 후반에 이긴다- 입니다.
SKT 카이사 - KSV 케이틀린 올라프 - SKT 갈리오 트런들 - KSV 카르마 픽에서 양팀의 의중이 뚜렷해지는데,
SKT는 좋은 챔프를 싹쓸어가고, KSV는 챔프폭의 문제상 좋은 챔프를 못가져가는 대신 미드 정글이 초반을 책임지고 원딜이 후반을 책임지겠다고 선언합니다.
다만 SKT쪽 챔프들의 후반 포텐셜도 엄청나기 때문에 케이틀린 혼자 캐리하긴 어려운 상황에서, KSV는 탑 갱플로 후반전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하고, 탑에 힘싣기 위해 블라디 라이즈를 밴해줍니다.
SKT는 변수차단을 위해 모르가나 탐켄치를 잘라준 다음 탑 카시오페아를 픽하는데, 리그 경기에서 탑 카시오페아로 패배한 경기 때문에 사람들은 의아해했으나, 그 때와는 다르게 SKT가 미드 주도권도 있고, 상대 탑은 오른->갱플로 바뀌었고, KSV는 초반이 강한 팀은 아니어서 좋은 픽이었습니다.
경기 시작 후 올라프의 힘을 이용해 KSV가 약간 득점을 하고 있었지만, 트할이 지속적인 견제로 경험치 차이를 벌려놓은 걸 활용해 2번의 솔로킬을 따냅니다. 최상위권 팀간의 경기라면 여기서 그대로 스노우볼 굴러가면서 끝났다-고 쓰면 되겠습니다만..
에포트가 각 재본다고 우왕좌왕하다가 죽고, 에포트가 죽고나서 페이커도 시원하게 던지고, 이에 질세라 큐베도 던져주고, 에포트가 다시 던지면서 스노우볼링이 늦춰지고 KSV도 불리하긴 해도 후반 역전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알리스타가 위쪽에서 이니시-갈리오가 아래쪽 에서 3인 도발 후 존야로 어그로 분산 으로 에포트-페이커가 속죄의 이니시를 하고,
갈리오한테 카르마 케이틀린의 스킬이 빠진 사이 뱅의 카이사가 파고들어서 브라움 탈진을 카이사 E로 흡수하고 브라움 W 범위를 점멸로 벗어나면서 1경기를 SKT가 가져갑니다.
2경기.
1경기 트할의 탑 카시오페아 때문에 KSV가 갱플랭크를 뽑아놓고 후반까지 드러눕기는 어려워진 상황에서, KSV는 라이즈-스카너로 초반 주도권 잡고 라이즈-탐켄치-스카너가 맵을 장악한 다음 후반 룰러 캐리를 질리언-탐켄치의 어그로 핑퐁으로 돕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합니다.
SKT는 스웨인/카이사 같은 초슈퍼OP챔프가 없는 상황에서는 트런들로 정글이 무사히 정글 돌 수 있게 해주면서 나머지 챔프들은 밸런스를 갖추며 무난하게 갑니다.
KSV의 조합은 이론상 강하긴 한데, 16 롤챔스 스프링 당시 세계 최고의 미드-서폿이 2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던 SKT에서 한 번 빛을 보긴 했지만
당시에나 지금이나 너무나도 어려운 조합이었고, 아무래도 삐걱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SKT는 탑갱을 성공하고 KSV의 미드갱은 무위로 돌아가면서 KSV가 주도권을 잃고 끌려다닙니다. 무난한 스노우볼을 막기 위해 스카너가 어거지로 이니시를 걸어보지만 정말 어거지였고 갈리오가 4인도발로 맞받아치면서 게임이 터지고 SKT의 일방적인 공세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후 20분 동안 룰러가 작년 세체원 포스를 내뿜으면서 1인 군단으로써 SKT의 모든 공격을 튕겨내고 지연시키고 물고 늘어지고,
결국 40분대에 진입하자 '극후반' '룰러가 다루는' '케이틀린' 캐리력 떄문에 초조해진 SKT는 윗 언덕 시야장악이 덜 된 상황에서 바론을 치기 시작합니다.
바론체력이 5000대일 때 라이즈의 궁극기가 트런들 W와 스카너 패시브에 가려진 상태에서 시야를 보여주고 있었고
이걸 통해 와드 없이도 바론체력이 2000으로 깎이는 걸 본 엠비션이 바론을 스틸하고,
이어서 장로를 가져가자 SKT의 승산이 희박해졌고, KSV가 정비하기 전 마지막 한타를 시도하지만 갈리오가 스카너에 제압당하면서 2경기를 KSV가 역전해냈습니다.
3경기.
SKT는 컨디션이 좋지 않던 에포트 대신 울프로 서포터를 교체합니다.
SKT가 레드 진영을 선택하는데, 케이틀린의 후반 버텨내는 능력은 지형상 레드 진영에서 극대화되지만 블루진영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KSV는 상대가 잘하는 픽을 빼앗는 픽을 하고, SKT는 우리 챔프폭은 그거보다는 넓다는 걸 보여주는 픽을 가져가는 와중에
KSV의 4,5픽 때 미드 룰루를 고민하는데, 아무리 미드에서 서포팅형 챔프로 버티는 게 팀 전술이라고 해도 룰루는 티어가 너무 낮아서..
결국 탈리야로 정면 승부를 택합니다.
초반에 KSV는 탑 카시오페아를 후벼파려고 작정을 하고 덤벼들었고, SKT도 맞서 싸우면서 5:5를 유지합니다.
서로 결정적인 한 방을 노리고 있던 시점에서 자크-갈리오-라칸의 이니시에이팅이 정확하게 들어가면서 SKT가 다시 한 번 주도권을 잡는데,
1, 2세트와는 달리 이번 SKT의 조합은 스노우볼 굴리는 데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자갈 + 이즈 라칸이 있었습니다. 반면 KSV는 케이틀린이 빠졌고요. 결국 무난히 스노우볼이 구르면서 SKT가 3세트를 승리하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합니다.
총평.
SKT는 예상외로 트할이 큐베를 시종일관 괴롭히면서 초반 주도권을 용이하게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카이사, 트런들 등 8.6버전에서 좋은 픽들을 잘 다루기도 했고요.
다만 스노우볼을 굴리는 데 있어서 페이커와 에포트의 눈에 띄는 실수가 잦았고, 눈에 띄지는 않는 곳에서도 전반적으로 압박이 헐거웠습니다.
KSV는 크라운이 현재 대세 챔프로 정면 승부가 어려운 걸 감안해서 다양한 픽을 준비했지만 8.6버전 메타가 도와주질 않았습니다.
다양한 픽을 준비했는데도 정작 최강 OP 카드인 스웨인-카이사를 블루 진영에서 둘 다 밴해야했던 점은 아쉬웠고,
그래도 룰러가 1-2세트에 보여준 엄청난 경기력과 2세트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는 향후 KSV에게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