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MSI 그룹스테이지가 끝나기 전, 좀 생각해둔 게 있는데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사실 LCS가 이렇게 엉망진창인 적은 한두번이 아닙니다만, 이번에는 진짜 엉망이네요. 일단 유럽부터 파보죠.

G2는 2016년부터 유럽의 암흑군주라 할만 하겠습니다만...국제대회만 나가면 암흑'군주'는 커녕 암흑병사도 못됐죠.

국내에서는 이런팀이 왜 해외대회만 나갔다 하면 이리 작살이 날까요?

제가 보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퍽즈, 그리고 유럽 LCS 팀들이 하는 인게임 운영의 막장성이죠.

퍽즈는 LCS 데뷔시즌인 2016 스프링, 신인상을 받으면서 그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그놈의 독선적인 성격때문에 팀을 아예 흔들어놨죠. 일단 성격적인 면을 제외하면 퍽즈의 실력은 좋습니다. 하지만 페이커처럼 독보적이냐? 그러진 않습니다.

유럽에서 1티어 미드라이너인 만큼 퍽즈는 개인기량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G2는 라인전이 끝난 이후에는 아예 팀 컬러가 이상해집니다. 라인전은 정말 잘하는데, 운영페이즈에만 들어가면 이상해지는 거죠.

강력한 라인전, 그리고 최소한의 손해를 보고 한타로 뒤집고 굳혀버리는 SKT 스타일도 아니고, 초반 라인전 우세를 눈덩이처럼 굴려버리면서 물방울 하나까지 쥐어짜서 말려죽여버리는 KT 스타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초중반 불리함을 딛고 최소한의 공간을 주면서 최대한의 시간을 벌어 자신들이 강할때만 싸우고 불리한 싸움을 회피하는 삼성 스타일도 아니죠. 그리고 이 세팀의 공통점은 불리한 상황에도 주요지점에 대한 시야 확보를 포기하지 않고 그 시야 기반을 바탕으로 상대의 오브젝트 획득을 저지하거나 최대한 방해해 역전의 기회를 노린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G2는 뭔가 이상해집니다. 무상으로 포탑을 비롯한 용 같은거 내줍니다. 시야도 내줘버리고, 퍽즈는 이런 상황에서 안전하지 않는 길로 스킬도 안던져보고 들어가서 끊깁니다. 또 비슷한 상황에서 또 끊깁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유럽의 운영특성이 2015 시즌 이후로 엄청나게 퇴보했다는 점입니다. G2가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 최대한 드러누워버리면, 다른 팀들은 아무것도 못합니다. 정글러인 트릭은 일단 최대한 용이든 뭐든 오브젝트를 취하고, 퍽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라인을 정리해갑니다. 그리고 바텀듀오인 지븐, 미시는 CS를 지븐에게 꾸역꾸역 먹여가며 템을 쌓아나가죠. 근데 이렇게 드러눕는데 유럽팀들은 이걸 못깹니다. 왜냐구요? 트릭이나 지븐은 워낙에 유럽에서도 포지셔닝이면 포지셔닝, 어그로 플레이 같은걸 엄청나게 수준급으로 하거든요.

이게 국제전으로 가버리면, 특히 한국처럼 운영단계에서 드러눕는걸 못하게 하거나 시야장악이나 오브젝트 관리가 칼같은 팀을 만나면 몽땅 다 내줘야합니다. 이번 IEM 월드챔피언쉽에서 만난 FW처럼 초반 교전을 걸고 그 교전으로 굴려버리거나 자기네들보다 한타 더 잘하는 팀 만나면 그냥 박살납니다. 즉 G2의 전략은 딱 하나, 유리하던 불리하던 일단 드러눕고 봅니다. 침대축구도 아닌 침대롤을 하는거죠. 이는 진에어의 늪롤과는 다릅니다. 진에어의 늪롤과 비슷할것 같지만 진에어 늪롤은 오브젝트를 준만큼 다른데서 챙겨가고, 그 챙겨간 오브젝트를 바탕으로 전장에서 진득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어느샌가 진창에 온 몸이 빨려가다가 질식하는 방식인 반면, G2의 침대롤은 그냥 드러눕고 니가 뭘하던 우리가 유리하면 싸우겠다는 겁니다. 이러면 한국팀들은 얼씨구나 하고 G2의 정글 시야 다 장악해버리고 포탑은 포탑대로, 용은 용대로, 바론은 바론대로 챙겨갑니다. 스틸이요? 스틸도 한두번이지 스틸 못하면 그대로 져야합니다.

개인 기량 측면은 한국에 뒤지지 않을수도 있지만 운영단계부터 삐끗하는데, 한타 아무리 잘해봤자 뭐합니까. 그래서 국제전만 나가면 이렇게 조지는 거죠.

그리고 TSM의 경우 야생거북이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는데, 정말 그 욕은 스벤스케렌에게 가야한다고 봅니다. 이미 터틀은 2016 서머 이후 폼이 확 떨어진게 보일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스벤스케렌은 정말 웃긴게, 불리하던 유리하던 그레이브즈를 잡던 렉사이를 잡던 리신을 잡던 아이번을 잡던 무조건 적 정글 들어갑니다. 그나마 북미에선 터틀을 제외하고 각 라인이 센 편이어서 이런 짓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았지만 당장 국제대회 나오니 바로 조졌죠. 현 MSI 팀들 중에서 스벤스케렌이 개인 기량으로 비벼볼만한 정글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피넛을 제외하고도 트릭, 레비, 카사, 콘디 등은 스벤스케렌 이상의 기량을 가진 정글러죠. 그러다보니 라인도 안보고 일단 침입하고 보는 플레이나 그냥 바로 뛰어드는 플레이를 하다보니 이걸로 역스노우볼 굴러가고, 이걸 막으려고 아이번 주니 아이번은 라인개입능력이 떨어져서 필수적으로 적 정글 침입해야하고, 상대가 나를 못잡지만 그 사이에 터지는 라인은 곡소리 나긴 하는데 개입도 안되는 악순환의 연속이죠. 당장 스벤스케렌이 북미에 진출한 이후 단 한번도 북체정 소리를 듣지 못했죠. 2016시즌은 레인오버에게, 2017 스프링 스플릿은 리라에게 북체정을 뺏겼고, 심지어 리라는 승강전 끌려간 팀의 정글러였습니다.

일단 서머 스플릿에서 원딜은 덥립이 주전일 확률이 99%라고 봅니다. 미드 비역슨은 그렇다치더라도 패기좋게 "NA LCS 한국인 탑라이너들은 과평가 되어있다"고 말했던 하운쳐 역시 적응이 끝난 한국인 탑라이너들에게 어떻게 대응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스벤스케렌은 자기가 제대로 할줄 아는 리신이 1티어로 오른 현재 상태에서도 리라 같은 정글러 외에도 새로 떠오르는 아카디안이나 컨트랙츠에게 밀릴 가능성이 높은데, 이럴 경우 TSM은 이번 MSI에서처럼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