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지금은 롤, 똥, 그리고 정치키배를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피지알은 본디 스1 덕질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수행된 한 인구학적 조사(?)에 의하면 피지알의 주연령층은 20대 중후반~30대 중후반인 것 같습니다.
(
https://pgr21.net/?b=8&n=62508)
한마디로 여기 계신 분들 거의 대부분은 2010년 승부조작 사건 때문에 어이도 털렸고 복장도 터졌습니다.
따라서 그 사건이 어떤 경위로 터져서 어떻게 끝났는지는 뭐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지만
아직까지 이 사건 조작러들이 법적으로 어떻게 처단됬는지를 다룬 글은 찾아볼 수가 없었기에 심심풀이 겸으로 한줄 써봅니다.
(제가 과문한 탓인지 다른 커뮤니티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결국은 스덕이었다는 검사가 작성한 공소장이 유일한듯한?)
아래의 글은 브로커, 마재윤, 원종서, 기타 일반인 등 8인을 피고인으로 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고합767 판결을 참조하여
글쓴이의 부족한 견문을 이리저리 덧붙여 쓰여진 글입니다.
참고로 위 사건은 피고인 중 일반인 1인만이 항소했으나 빛의 속도로 기각당한 뒤 상고기간 도과로 종결되었던 바 있습니다.
1. 승부조작죄?
형사법의 일반법인 형법에 의하면
다른 사람을 속여서 이득을 취하면 사기이고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면서 배신적 행위를 해서 이득을 취하면 배임이고
도박은 정의 자체로 그냥 범죄입니다.
그런데 형법을 아무리 뒤져도 '승부조작죄' 같은건 없습니다.
다른 법률을 찾아보면 승부조작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경우가 없진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민체육진흥법은 이런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제14조의3(선수 등의 금지행위)]
① 전문체육에 해당하는 운동경기의 선수·감독·코치·심판 및 경기단체의 임직원은 운동경기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전문체육에 해당하는 운동경기의 선수·감독·코치·심판 및 경기단체의 임직원은 운동경기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요구 또는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국민체육진흥법 적용대상이 되는 '체육'이란
"신체 활동을 통하여 건전한 신체와 정신을 기르고 여가를 선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음...대규모 교전중 드라군 한부대를 무빙으로 당겨서 탱크한테 싹 녹는게 '신체 활동'이라 보긴 어렵겠죠?
그외 그런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고 보이는 건 마사회법, 전통소싸움법 정도가 보일 뿐입니다.
한마디로 승부조작행위를 범죄로 포섭하는 뭔가 다른 길이 필요합니다.
2.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형법 314조는 위계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합니다.
이 규정은 특히 시험부정, 입시부정, 채용부정 사건 관련해서 굉장히 자주 적용됩니다.
(특이한 사례로는 통진당 경선 조작사건이 있습니다. 그 사건도 위계 업무방해로 처리됬습니다.)
그리고 업무의 공정성, 적정성을 방해하는 정도로도 성립하기 때문에
반드시 어떤 구체적인 피해의 결과를 야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소위 '위험범'이라고 합니다.)
승부조작행위를 업무방해로 구성할 때 피해자 즉 업무주체가 누가 되는지 문제되는데
이 사건에서 검사는 조작 경기가 누구 주관 하에 있는 대회인지를 기준으로 봤습니다.
이에 OSL의 경우는 온게임넷, MSL의 경우 MBC게임, 프로리그의 경우 KeSPA가 피해자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참고로 KeSPA는 법적으로는 민법상 사단법인입니다.)
여러모로 이 사건 조작행위는 업무방해를 구성한다고 보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입니다.
업무방해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이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대부분 약식기소되어 벌금형으로 처벌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그리 무거운 범죄는 아닙니다.
3. 승부조작 대가로 금품수령&제공
가. 배임수재&배임증재
하지만 이 사건 프로게이머들은 조작 대가로 금품을 수령했는데 이 부분은 별도의 범죄를 구성합니다.
형법 357조 1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이익을 취득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소위 '배임수재죄'라는 범죄로서 뇌물죄의 사인 버전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이때 재물, 이득을 제공한 자는 형법 357조 2항에 따라 배임증재죄로 처벌합니다.
배임수재는 '타인 사무처리자로서의 지위'가 있는 자에게 성립하는 것이고
이러한 지위는 법률, 계약, 사무관리, 관습, 신의칙 등에 의해 성립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프로게이머가 소속구단과의 계약 상 '신의와 성실로 선수생활을 수행할 의무'가 있었고
승부조작 대가로 금품을 수령한 행위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배임수재죄는 자기가 사무를 관리해주는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칠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형법 356조 2항의 '배임죄'와 구분됩니다.)
따라서 승부조작 행위 및 금품수령 행위로 소속구단이 직접 손해를 본 것이 없더라도 배임수재는 성립합니다.
다만 배임수재죄가 재산죄에 해당하므로 사무 내용도 재산적 사무여야 하는건 아닌가 하는 의문은 있습니다.
(보통 형법 교과서엔 배임수재의 사무가 배임의 사무와 같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헌데 최근 대법원은 전국화물차운송연합회 사건에서 연합회 회장선거에서
"선거권 내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도 배임수재죄의 사무라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2009도5618)
선거권이나 의결권 행사가 재산적 사무라 보긴 어려우니 이 판시에 의하면 비재산적 사무라도 배임수재죄의 사무가 될 수 있는 셈입니다.
배임수재가 배임죄보단 뇌물죄와 더 친하다는 관점에서 저런 식의 처리가 합당한 점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법원이 배임죄를 구성하는 '사무'의 범위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무엇보다 배임이 단순한 민사 채무불이행을 형벌로 다스리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공무원만큼이나 청렴성이 필요한 사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처벌되는 금융기관 임직원들, 부정청탁금지법 적용을 받게 될 언론인들)
이런 상충된 요구를 조화시키려면 배임수재의 사무가 배임의 사무보다는 범위가 넓다고 해석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승부조작 제의를 받고 금품을 수령한 프로게이머(이 사건 연루 게이머 거의 대부분)는 배임수재죄,
금품을 제공한 브로커(프로게이머 중에선 마재윤, 원종서 포함)는 배임증재죄로 처벌됩니다.
참고로 형법은 배임수재죄에 관하여 필요적 몰수, 추징을 규정하고 있으므로(원칙은 임의적, 즉 법원이 재량껏 결정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금품을 받은 게이머에 대해선 무조건 추징 선고도 해야 합니다.
나. 뇌물죄
병역법에 의거 현역병으로 징집된 자는 국가공무원법 2조 2항 2호의 특정직 공무원인 '군인'으로서
국가공무원법의 특별법인 군인사법 2조 1호의 '병'에 해당합니다.
현역병은 공무원으로서 사고를 쳐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국가가 배상의무를 지는 등 공무원 신분을 가지며
한마디로 형법 129조~132조에 규정된 뇌물관련죄의 주체인 공무원에도 해당합니다.
그리하여 공군 본부 중앙전산소 산하 공군에이스에 소속되어 있던 김성기는 공무원으로서
이 사람이 직무 관련으로 뇌물을 받은 행위는 형법 129조의 단순수뢰죄에 해당하고
뇌물을 받은 다음에 직무상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은 형법 131조의 수뢰후부정처사죄에 해당합니다.
형법 129조는 5년 이하의 징역, 131조는 1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이 사건에서 가장 법정형이 높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범죄를 저지른 브로커는 경합범 가중을 받고 죄질도 나쁘므로 더 강하게 처단될 가능성이 높지만)
공무원 김성기에게 금품을 제공한 브로커, 마재윤, 원종서 형법 133조에 의거 증뢰죄로 처단됩니다.
증뢰죄의 형량은 배임증재죄와 대동소이한데 비해
수뢰, 수뢰후부정처사의 형량은 업무방해와 비교가 안되게 높고(무엇보다 약식절차로 처리할 수가 없습니다)
또 군인 신분에 따라 군검찰 및 군사법원 관할로 처벌된 점에서 김성기가 상대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김성기에 대한 선고형은 알 수 없지만 아마 집행유예로 끝났던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 경위로 군생활도 무난히 마쳤다는 것 같군요.
3. 승부조작 후 배팅행위
가. 상습도박
현재 인터넷에 횡행하는 스포츠 관련 배팅사이트는 대부분 불법으로
상습성이 인정되지 않는 단순도박은 1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아주 가볍게 처벌되지만
주로 계좌이체내역 등에 의해 상습성이 인정되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법정형이 높아집니다.
이 사건에서 브로커, 프로게이머와 함께 일반인이 몇명 잡혀온 걸 아실텐데 이 사람들은 도박범으로 걸렸습니다.
다만 말이 그렇단 것이지 이 경우도 실제로 집유나 징역까지 가는 일이 많진 않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에서 배팅을 한 자들(브로커, 프로게이머, 일반인 모두)이 승부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조작을 알고 배팅을 한 것이 범죄를 구성하는지가 문제됩니다.
나. 업무방해?
형법 상 공무집행방해는 '적법한 공무집행'일 것을 엄격하게 요구하지만(대표적으로 위법한 체포에 저항하면 무죄입니다.)
형법 상 업무방해는 업무가 위법한 점이 있어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사회적 업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보호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박은 한국법 상 가장 대표적인 '반사회적 법률행위'입니다.
한마디로 불법 배팅사이트 운영자를 속여서 배팅사이트의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참고로 이 사람들은 형법상 도박장개설죄에 해당합니다.)
업무방해가 되진 않을 것입니다.
다. 사기
이 사건에서 검사는 승부조작을 해놓고 배팅을 해서 배당금을 수령한 행위가 사기를 구성한다고 봤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생각해볼만한 점들이 많습니다.
(1) 누가 피해자?
이 부분은 특히 기소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가령 강간죄로 기소하면서 '피고인은 2015년 어느날 성명불상의 여성을 불상의 장소에서 폭행하고 1회 간음하였다'
뭐 이딴 식으로 공소장을 작성했다면 부적법한 기소로서 공소기각 판결을 면치 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종래 법원은 사기죄로 기소하는 경우 피해자, 피해금액이 특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해왔습니다.
(어디사는 누구인지까지 특정되진 않아도 됩니다.)
이 부분의 난점은 재판 중에 꽤 쟁점이 됬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누가 사기 피해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두가지 견해를 내놓습니다.
1) 다른 배팅꾼들(주위적 공소사실)
2) 배팅사이트 운영자(예비적 공소사실)
그런데 배팅꾼들은 인원수가 너무 많기도 하고 수사기관이 이들을 특정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 사람들이 대체 얼마의 피해액을 봤다고 봐야 하는지도 난감합니다.
한마디로 이 사람들을 피해자로 적시하는 하는 때는 공소사실 구성에 난점이 많습니다.
그에 비해 배팅사이트 운영자를 피해자라고 특정하는 경우
이들도 수사기관이 도박장개설죄로 잡아들이기 전에는 어디사는 누구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지급해준 배당금이 피해액이라는 부분은 명백한 이상 피해자당 피해금원은 깔끔하게 특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서 법원은 배팅꾼을 피해자로 특정한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하고
배팅사이트 운영진을 피해자로 특정한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로 인정합니다.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므로 주위적 공소사실의 공소기각은 주문으로 설시하지 않았습니다.
(2) 도박쟁이를 속인 것도 사기?
바로 위에서 도박장 운영자를 방해한 건 업무방해가 안된다고 해놓고서
도박장 운영자를 속인게 사기가 된다는 전개에 의아해하셨을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종래 법원은 성매매를 해놓고 화대를 면탈하거나, 도박장에서 돈을 빌리고 안갚는 행위를 사기죄로 처단하면서
사기죄의 객체인 이익은 반드시 법적 보호를 받는 이익일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형법학계의 절대적 통설도 형법은 민사법로부터 독자성을 갖는다는 이유로 이러한 해석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재밌게도 같은 사안에서 횡령은 무죄가 됩니다. 이 때는 소유권 귀속을 민법에 따라 판단해야 맞다는게 근거가 됩니다. 흠..)
그런 관점에서 이 사건 배팅사이트들이 불법도박장이긴 해도 사기 피해자가 될 수가 있습니다.
한편 이 사건 배팅행위는 도박이면서, 승부조작을 알면서 배팅을 한 것은 사기라고 구성하는 경우
이 사건 피고인들의 행위는 전체적으로 보면 소위 '사기도박'에 해당합니다.
종래 법원이 이 경우는 사기만 성립하고 도박은 따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점에서(2010도9330)
엄밀한 의미에선 승부조작이 이뤄진 특정 경기에 대한 배팅 부분은 무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사건 피고인들은 모두 몇달 이상 수십회에 걸쳐 상습적인 배팅행위를 했고
그것들이 포괄하여 1죄를 구성한다고 보는 이상은 저 부분 배팅이 빠지든 말든은 하등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3) 승부조작=기망행위?
사기는 사람을 속여서 이득을 취하는 범죄이고
이때 속는 사람은 이득을 주는 사람 본인일 수도 있고, 제3자일 수도 있습니다.
전자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기범죄 대부분이라면
후자의 대표격으로는 허위증거로 법원을 속여서 승소판결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을 보면 검사는 사기의 피해자인 배팅사이트 운영자가 '속은 사람'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경우 정확히 피고인들의 어떤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일단 12마당을 할거라고 알려주고 8배럭을 하게 하는 등의 승부조작행위 자체가 여기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사기죄의 기망은 '재산상 거래관계' 관련으로 타인을 착오에 빠뜨리는 행위인데
프로게이머가 경기를 하는 자체로 베팅사이트와 무슨 거래를 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사안은 실질적으로는 일종의 보험사기와 유사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남편이 아내를 죽여서 보험금을 타먹을 생각으로 보험에 가입하고 실제로 아내를 죽인 뒤 보험금을 청구해서 수령하는 경우
보험에 가입하는 행위까지는 사기의 착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보험금 편취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행위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2013도7494 판결 참조.)
보험금을 청구한 시점에서 사기의 착수가 있는 것이고 보험금을 수령한 시점에 기수가 됩니다.
즉 보험금을 청구한 시점에서 들통나면 사기 미수, 보험금을 수령하고 나서 들통나면 사기가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관계에서 보험가입자의 기망행위는 소위 '부작위 기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가입자가 피보험자를 죽일 작정인 것을 알았다면 보험사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배팅사이트 운영자는 배팅대상 경기 자체가 조작될 걸 알았다면 배팅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4. 결론
승부조작이 못된 짓이라는 데는 아무도 이견을 제기하지 못하겠지만
막상 E스포츠 승부조작을 직접 처단하는 형벌규정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어떤 법조를 적용해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관해 난점이 많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래도 대체로 보면 검사의 법적용이 깔끔하게 이뤄졌고 법원도 공소장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 양형에 관해선 종전에 게임게시판에 글이 올라온 바 있었는데(
https://pgr21.net/?b=6&n=43372)
본문에서도 간간히 언급했지만 죄들이 각각으로 놓고 보면 그렇게 중형을 줄 수가 없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재산범죄는 피해액이 중요한데 다들 아시다시피 이 사건 범죄들은 돈이 오고간 액수가 빈촐한 편이었습니다.
그런 경위로 프로게이머들은 대부분 약식명령을 고지받는 선에서 끝났고
주범들도 죄명은 화려한데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선에서 끝난 것입니다.
한편 과거 스1 팬들 사이에선 특히 마재윤과 관련해서
단순 브로커 행위가 승부조작을 실제로 실행한 것보다 덜 나쁜 것인지에 관한 논란이 있었는데
적어도 법적으로 보면 배임증재, 증뢰 혐의가 추가로 붙는 브로커 쪽이 훨씬 심각한 범죄였던건 명백합니다.
오히려 실제로 승부조작을 하고 배팅 몇번 한 선수들은 그냥 경미한 벌금+추징금 정도를 내는 상황이었고요.
김성기가 죄질은 훨씬 경미하지만 군인신분이었던 관계로 주범들 못지 않은 엄한 처단을 당했을 것이고요.
그렇다고 스1 팬들이 조작러들의 승부조작행위에 대해 분노한 그 핵심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승부조작 사건의 진정한 핵심은 푼돈 얼마를 어떻게 챙겼고 하는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타리그라는 한낱 오락질을 '인생의 축소판' 쯤으로 진지하게 몰입했던 사람들의 열정을 다 헛짓거리로 만들었던 데 있으니 말입니다.
* kimbilly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6-01-01 12:16)
* 관리사유 : 게시판 용도에 맞지 않아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