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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7/18 16:25:59
Name 쎌라비
Subject [LOL]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졌다... 결국 또 지고 말았다. 머리가 반쯤 멍해진 상태로 전적 검색 사이트에 내 아이디를 입력해본다. 패배를 뜻하는 붉은색 배경의 향연이다.승리를 뜻하는 푸른색 배경은 찾기 힘들다. 최근전적 5승 15패. 전적창을 드르륵 드르륵 내려본다.

  내린화면에도 가득한 붉은색 배경. 천천히 한번 패배를 세어본다. 40전 12승 28패.. 계산하면 30프로의 승률이다. 지금 한화도 30프로는 넘는 승률인데...무엇이 문제인걸까?? 승격전 승패승패패의 여파일까?


승격전 네번째 게임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두배 이상으로 벌어진 킬데스 스코어, 여유로운 아군 팀원의 파밍상태, 설령 상대가 바론을 두르고 오더라도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었다. 아예 입도 뻥긋 못하게 도륙을 내 버릴수도 있었다.

게임 중반 미드 타워를 끼고 수성하고 있는 상대를 힘으로 눌러서 제압하고 미드 억제기를 밀고 귀환하려는 찰나 운명과도 같이 바론에 핑이 찍혔다.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누군지 기억나더라도 그를 원망할 수는 없다. 핑을 찍은건 그이지만 캐릭터를 움직인건 나였기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그때는 정말이지 내가 냉정하지 못했다. 위험한 타이밍에 바론핑을 찍는 우리팀에게 "저 노스마요" 라는 훌륭한 대처법이 있음을 앎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기적의 바론 오더. 누가 만든지 몰라도 정말 멋진 말이다. 가끔 바론 오더는 기적이 될 수 있다. 우리팀이건 혹은 상대방이건 말이다. 그 바론 오더는 결국 상대방에게는 도하의 기적이 우리팀에게는 도하의 비극이 되었다.


나는 여기서 한번 더 기회가 있었다. 그때 굳이 바로 큐를 돌릴 필요는 없었다. 맛있지도 않은 커피를 벌컥벌컥 마셔가며 맥없이 얼음을 씹어가며 달랜 속타는 마음을 조금은 쉬게 할 필요가 있었다.

마음이 채 정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게임은 꽤나 유리했다. 네번째 게임보다도 훨씬. 이번엔 정말 확실한거야? 네 확실합니다. 생포임박 입니다. 손 안에 다 들어왔습니다. 그렇다. 상대는 2억제기가 날아간 상태였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 정비 후 그대로 게임을 끝내기만 하면 됐다.

이즈리얼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그렇게 만든것은 나인지도 모른다. 이즈리얼의 무빙을 칭찬하며 그를 교만에 빠져들게 한건 바로 나였다.우리팀이 귀환을 위해 뒤로 빠지고 있는 가운데 이즈리얼이 급작스레 유턴을 시전했다. 그리고 상대 본진쪽으로 다가가며 신비한 화살을 쏘며 적들을 도발한다. "천천히 한번 들어와봐" 얼어붙은 건틀렛을 장착한 이즈리얼과 유령무희를 장착한 베인은 허세수치가 100증가한다는 그 말이 사실이었다.

모성이란 그런 것일까? 이미 늦었음을 직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팀 나미는 이즈리얼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만다.어머니 내 어머니 사랑하는 내 어머니 나미 마저 죽게할 순 없어.  끈끈한 정때문에 의리때문에 우리팀은 도미노 무너지듯이 하나하나 쓰러져갔고 다이렉트로 넥서스까지 밀리고 만다. 그리고 채팅창에 도배되는 이걸 나진이??? ...


그 이후는 일사천리, 우후죽순, 파죽지세였다. 적 더블킬 적 뜨리플킬이 캔디처럼 내 귓가를 간지럽히기 시작한다. 어? 또 졌네 하하 강등됐구나. 언젠가는 이기겠지 다시 돌려볼까? 그 언젠가는 오지 않았다. 달아오른 머리를 진정시키며 그동안 플레이 한 게임을 복기해본다.

어디선가 들은대로 게임을 크게 네가지로 분류해본다. 내가 잘하건 못하건 상관없이 이길 게임, 내가 잘해서 이긴 게임, 내가 아무리 잘했어도 어쩔수 없는 게임, 내가 잘했다면 이길수 있었던 게임 그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게임은 내가 잘했다면 이길 수 있었던 게임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잘했다면 이길 수 있는 게임은 머리에 떠오르지 않고 내가 잘하건 못하건 상관없이 질 게임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복싱을 3개월 배운 185남친이 최민호를 이길 수 없듯이 게임을 하다보면 절대 이길수 없는 게임이 꼭 있기 마련이다. 잊어야 한다.


불타오르던 랭겜에 대한 의지를 잠시 접어두고 머릿속을 정리해본다. 공명이 기산을 몇번 갔던가?? 이제서야 고작 한번일 뿐이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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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18 16:54
수정 아이콘
플래갈때 생각나는군요 2승1패상태서 킬스코어압도적으로 차이나고 오브젝트도다따고타워도6개차이였는데 우리팀 잘큰아칼리가 계속 1대5패기부리다가 야금야금 상대리븐이크고 그렇게스무스하게 지고나서 5경기지고떨어지고 멘탈나가서골4까지강등당했던기억이납니다 그러고도5번더실패하고 7번째에승급했죠 그오는동안 계속아칼리판이생각나더군요 그판만이겼으면 200판넘게더할필요가없었는데하면서..글쓴분도계속의지갖고하시면저처럼 몇번째든올라가실겁니다 다만 제가이상황이였으면 다시안할거같네요 전 이때너무고통을받아서..
14/07/18 16:57
수정 아이콘
회한에 잠겨 적은 글이시겠지만...?!
읽는 내내 얼굴에 웃음이 감돌게 되는건 어쩔수 없네요.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얼른 승급해내시길 기원합니다. 진심으로.
JustDoIt
14/07/18 17:10
수정 아이콘
이런거 볼때마다 전 플레승급전 3승0패 깔끔하게 끝낸게 정말 행운인것같아요. 물론 골드승급전은 4수할떄 암걸릴뻔했지만요...

승급해내시길 ..필력에 마음의 추천드리네요.
무무반자르반
14/07/18 18:13
수정 아이콘
저도 승급전 운은 정말 좋았던거 같아요

각종 승급전은 거의 1방에 했고

최대 재수였으니...
Gorekawa
14/07/18 19:46
수정 아이콘
호오..
14/07/18 20:14
수정 아이콘
넥서스 체력 300남기고 우리팀 5명이서 상대 우물앞에서 춤추면서 단체 다이브 했다가 게임 진 경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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