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을 알게된 건 올해 초였고, 그때 바로 가입신청해서 정식 회원이 된 지는 약 5개월쯤 되가네요.
PGR 여러분들의 게임에 대한 애착이 많이 느껴지는 곳이라 자주 찾게 됩니다.
실은 PGR에 소라카 정글 이야기를 쓰려고 마음먹었었는데 이런저런 일이 생기면서 막상 글을 쓰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오늘 프리시즌 패치가 되면서 이제 '시즌 3 소라카'를 완전하게 떠나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애잔함이 들었습니다.
1. 소라카를 만나다.
LOL을 맨 처음 시작했을땐 잘 몰라서 친구들이 서폿만 시켰습니다.
그때 매력을 느낀 것이 힐을 가진 챔피언이었는데, 처음 했던 것이 '알리스타'였습니다.
특히 알리스타의 Q W를 이용한 한타지배는 저레벨 구간에서 더욱 위용을 발휘했습니다.
무엇보다 광역힐! 미니언까지 힐되는 매력에 반한 저는 진급 스펠 + 힐 선마를 통해 라인을 빠르게 푸쉬하는 전략을 애용했고, 당연하게도 그 전략은 레벨이 올라갈수록 먹히질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소나'를 발견했습니다. 탄성이 나왔습니다. 공격/회복/이동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는 스킬셋을 보자 '이건 딱 나를 위한 캐릭터다!'라고 생각하며 한참을 소나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힐 주는 맛이 참 좋았는데, 욕심이 들더군요. 힐은 좋은데 너무 쥐꼬리만하다..
저는 또다시 다른 챔프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소라카',,,
스킬셋을 살펴보았습니다. 힐도 주고 마나도 주더라?? 꿩도 주고 알도 주네??
'이것이야말로 나를 위한 캐릭터다!'
그 생각은 맞아떨어졌습니다. 소라카는 공/수 전환이 활발하면서도 힐량이 높아 변수를 많이 만들어냈지요.
무엇보다 힐을 쓰는 맛이 여타 다른챔피언보다 월등히 뛰어났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소라카의 매력에 푹 빠져 항상 소라카만 플레이하는 유저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랭크를 시작했을때, 소라카만 주로 해서 랭크상승을 이루었고 결국 시즌2 1850점 - 플레티넘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실은 금장만 달아도 꽤 높다는 평가를 받던 시절이었는데 플레티넘까지 달성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즌 2를 소라카와 함께 마무리하게 됩니다.
2. 소라카로 천상계를 가보다.
시즌 3의 프리시즌 또한 소라카와 함께 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땐 소라카로만 2063점을 달성해서 의기양양해있던 시절이기도 했었습니다.
당시 큐를 돌리면 프로게이머들과 잡혀서 매 게임마다 흥미진진하고 행복하게 플레이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순간은 매드라이프와 봇라인 설때였습니다. 그때 제가 고집해서 서폿을 갔었습니다. 무려 매라선수 앞에서요..)
그것도 소라카 + 천리안/회복 스펠이라는 조합으로요. 당시 천상계에선 경악할 만한 일이었지요.
그렇게 2000점을 찍고나서 조금씩 떨어지다가 1900점대 후반이라는 점수로 시즌 3 프리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유명한 소라카 유저 '토끼인간' '아젤키버' 님들과 함께 랭크에 등록되기도 하면서 스스로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정식 시즌 3가 시작하면 반드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 마음먹었습니다.
3. 소라카로 지옥을 맛보다.
시즌 3가 시작하고 제 꿈은 무너졌습니다.
이상한 티어제가 도입되더니, 그놈의 승급전이 항상 발을 묶었습니다.
플레티넘 티어로 시작했는데, 다이아로 올라가는 승급전을 뚫지 못해서 몇달을 끙끙댔습니다.
승승장구하다가도 막상 승급전만 되면 귀신같이 지고마는 마법..
그러다가 결국 잘하는 동생과의 승급전 듀오를 통해 다이아를 뚫게 되었습니다.
한 번 다이아를 뚫고나니 거짓말처럼 올리기 쉬워지더라구요. 다이아 2까지 갔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죠. 다이아 1 승급전.. 을 절대 못뚫겠더랍니다.
실력이 모자란 것도 있었고, 소라카 서폿의 한계성도 어렴풋이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몇 번의 승급전을 떨어지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소라카가 아니고선 안되는 건가?'
'소라카를 빼고 시체라면, 나는 롤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좋지않은 생각들이 저를 엄습해왔고, 결국 저는 당시 잘 쓰이지 않던 나미를 주구장창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다이아 5까지 떨어졌습니다.. 물론 이것은 나미가 나쁜게 아니라 제 손이 나쁜 탓이었습니다.
실은 다이아 4쯤에서 사태를 깨닫고 다시 소라카만 하기 시작했습니다만, 이미 연패로 망가진 MMR을 복구하긴 힘들었습니다.
이때 많이 방황했습니다. 티어는 떨어지고 그로 인한 자신감 급감, 그리되자 멘탈 등 성격적인 부분도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롤 클라이언트를 몇 번이나 지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갈증이 해결되지 않더군요.
의미없이 큐를 돌리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지고, 지고, 지고.. 가끔 이기기도 하지만, 지는 날이 더욱 많던 시절이었습니다.
4. 소라카로 정글을 시도해보다.
아무래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게 소라카 서폿의 한계인가..'
열심히해서 봇 라인전을 이기더라도 다른 라인이 무너지면 그 경기는 그냥 따라집니다.
소라카를 하다보면 좌측 챔피언 체력창을 자주 주시하게 되는데, 초반 3~4분 라인전 단계에서 힐을 주고 싶었던 적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내가 저기 있었으면 저거 사는건데..' 자주 그런 생각이 들자 '힐 로밍'을 생각해서 자주 움직이곤 했으나 탑까지 가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생각을 전환했습니다. '소라카가 아니라 서폿의 한계가 아닐까?'라구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정글'이라면, 모든 라이너에게 힐을 주며 안죽을 수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때부터 저의 정글링은 시작되었습니다.
당연히, 정글은 거의 해보지도 않았고 템트리도 몰랐으며 무엇보다 소라카 정글이라는 것 자체가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트롤픽이란 취급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시뮬레이션 했던것보다 실전은 많이 어려워서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템트리, 룬/특성 연구, 운영방법 그 모든 것이 기존 서폿라인과는 완전하게 달랐습니다.
패배를 거듭하며 연구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지려구요.
그 와중에 제 MMR은 바닥을 치고 있었습니다. 점수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이기면 3점, 지면 21점.
정말로 7연승했는데 1패하니 0점이 되었습니다. 실은 그걸 두번정도 경험해봤습니다. 멘탈나가더라구요, 진짜.
그래도 예전 다이아 5에 갓 떨어졌을때만큼 절망적이진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재미있었으니까요.
컴컴한 정글 부쉬를 헤쳐나가며 정글링하는 것 마냥 소라카로 정글을 돈다는 것 자체는 매번 게임을 흥미진진하게 해주었습니다.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저 정글러를 이길 수 있을까? 아군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여러가지 요소들 덕분이지요.
MMR은 바닥이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 즐거웠던 나날이었습니다.
(당시 다이아5가 골드 1이랑 큐가 잡히면 어느정도인지 짐작하실 겁니다.)
5. 소라카 정글로 다이아 1을 찍다.
제 노력은 헛되지 않았는지, 조금씩 나은 정글링과 운영방법을 알게되면서 승률이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겪어보지 못했던 정글러다보니 상대 정글러가 특이한 운영방식에 대처를 못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틈을 노려 최대한 스노우볼을 굴리는 형식으로 게임을 많이 진행했고 실제로 그것들이 효과를 본 것이지요.
그렇게 다이아 4 승급전을 뚫었을 때에는 정말 기뻤습니다. 그동안 몇백판을 하며 뒹군것들이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다이아 4 승급전을 뚫자 거짓말처럼 MMR이 복구되었고, 그 이후로 계속해서 소라카 정글로 다이아 승급전을 뚫어나갔습니다.
오히려 다이아 유저들은 소라카 정글을 신기해하며 많이 독려해주더라구요. 신나서 더 열심히 했었습니다.
결국 8월 6일... 시즌 3가 시작되고 그렇게 염원하고 염원했던 다이아 1을 찍게됩니다.
그렇게 친추창 가득 요청이 왔던 것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행복했죠. 그동안 모든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염원이었던 소라카 정글 공략을 작성하기에 이릅니다.
(인벤공략 링크 - http://lol.inven.co.kr/dataninfo/champion/manualToolView.php?idx=74866)
공략을 쓰면서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묘한 흥분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분야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기분? 그런 것들이 묘한 느낌을 가져다주더군요.
공략이 완성되고나자, 많은 분들에게 좀 더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페이스북에도 올라가는 등 여러가지 화제를 낳기도 했었죠.
그리고 저 또한 공략에 쓴 표현대로 게임을 하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달간 꿈 같은 생활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6. 유튜브, 블로그, 방송 활동을 시작하다.
기존 elemable이란 아이디에서 '감동힐'이란 한글 아이디로 바꾸고 난 뒤, 더욱 많은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에서 간간히 올리던 영상도 좀더 활발하게 올리게 되었고, 네이버 블로그 활동도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다음팟 게임방송을 통해 더욱 생생히 소라카 플레이를 보여드리기 위한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소라카 인식 개선' 및 '정글 소라카 홍보'의 두가지 색깔 모두 띄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아쉽게도 프로레벨에서는 소라카가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챔프 성능의 한계임은 물론 활용방안의 한계일거라고 추측되는데요.
이런식으로 어떤 챔프든 다양한 활용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특히 소라카는 더욱 더 그런 인식이 팽배하죠. 그렇기에 더욱 의욕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게임만 하는게 아니라 이런식으로 기존의 결과물들을 가공해서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더라구요.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많은 힘을 얻고 있습니다.
7. 시즌 4를 대비하다.
소라카는 시즌 4에 많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챔프 자체의 성능도 리메이크되고 또한 게임 자체의 시스템도 많이 변하기 때문에 그 종합적인 것을 모두 적용받게 되지요.
그렇기에 두렵기도 하면서 기대되기도 하는 것이 이번 시즌 4입니다.
정글은 계속 할 수 있을까? 소라카는 완전히 쓰이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저런 걱정속에, 저는 시즌 3 초창기의 기분으로 돌아가 다시 쌓아나갈 생각입니다.
처음 정글 소라카를 돌았을 때의 그 설레임처럼 말이죠..
지금의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성과를 내서 소라카를 알리고 싶습니다.
음.. 쓰다보니 이래저래 길어졌네요. 물론 더욱 더 많은 썰들이 있긴 합니다만! 간추리자면 제 스토리는 이정도로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시즌 4도 성과를 내서 PGR에서 또다시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