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12/06/24 02:50:17
Name The xian
Subject 이윤열 선수 은퇴 소식을 접하고.....
- 본업 외에 가외로 2주간의 원고 마감(작업이 2주가 아니라 마감이 2주입니다.)을 겪은 다음 심신이 걸레쪽처럼 지친 상태에서 좀 벗어나려나 싶던 때에. 이윤열 선수의 은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몸은 회복되었는데. 멘탈은 무너졌습니다.

겉으로는 일도 하고 게임도 하고 취미도 즐기고 있지만, 먹먹합니다. 잔실수도 많아졌습니다. 쉬워졌다는 디아블로 3에서 예전보다 더 죽는 건 예삿일이고. 업데이트 준비를 위해 만지던 개발 파일의 수치는 안드로메다를 달려가고, 제가 쓴 서브 스토리들은 분명히 제가 쓴 건 맞는데 맥락도 개연성도 없이 안드로메다를 달려갑니다. 그거 통째로 뜯어고치고 메꾸느라 배 이상의 시간이 들었습니다.


- 이윤열 선수의 은퇴 소식을 계기로 다른 한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중계권 사태, FA, 조작, 저작권 분쟁, 죽음을 먹는 자의 만행 등등. 여러 사건들로 인해 e스포츠나 e스포츠 관련 인물에 대한 팬심이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생각이 틀렸더군요.

감정과 이성이 양립하는 게 사람의 본질인데. 그런 제가 감정을 배제하고 무언가를 본다고 이 게시판 등에서 공공연히 말했으니......
부끄럽습니다. 제가 교만했습니다.


- 이윤열 선수의 은퇴를 전후하여, 은퇴 자체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에서 보도하면서도 은퇴 기사를 실은 언론사 중 이윤열 선수가 이룬 업적이나 위업 같은 것을 별도로 소개해 주는 등의, 다른 스포츠에서 레전드 선수들의 은퇴에 으레 따라오는 행동을 하는 언론사가 거의 없는 것이 참으로 유감스럽습니다. 뭐 보통의 언론사야 그럴 수 있다 쳐도 e스포츠 전문 언론사를 자처하는 곳들이 그 지경인 것은 내심 괘씸하기까지 하더군요.

비전 선포식까지 하고 스타2도 도입한 마당에 이윤열 선수를 상금 사냥꾼이나 배신자 취급해서 그런 대우를 하는 것이야 아닐 테고, 명색이 e스포츠를 전문적으로 담당하시는 분들께서 전설적 선수의 은퇴를 지켜보면서 추억할 사실과 쓸 말이 그렇게도 없으셨나 싶습니다.


- 이윤열 선수가 거둔 지난 10년간의 업적을 되돌아 보면 볼수록 저는 '임팩트'라는 말이 e스포츠에서 그 동안 양날의 검이 되어 왔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스포츠에서 여러 가지 이슈와 스토리라인(?)을 만든 키워드이기도 하지만 그 반면에 제대로 대우받아야 하는 기록을 깔보고 무시하는 당위성(?)을 제공하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윤열 선수는 '임팩트'의 수혜자이기도 하지만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이윤열 선수의 대표적 성과 중 하나인 그랜드슬램만 해도, 저는 그것이 과연 온전히 인정받은 시기가 얼마나 있었나 모르겠습니다.

초창기에는 임요환 선수 팬들에 의해 집중포화를 맞았고, GhemTV 스타리그에 대한 흠집내기, 방송사 사정으로 연기된 결승전 시기, 그리고 올드게이머들의 성과를 말할 때마다 잊을 만 하면 나오는 상향평준화 이야기 등이 엄연한 기록을 깎아내리기 위해 애쓰는 광경을 여러 차례 봐 왔지요. 그 광경들 중 무시할 건 무시하고 참을 건 참기도 했지만 잘 아시다시피 저는 비판도 하고 화도 많이 냈습니다. 저는 기록보다 임팩트가 대우받는 것은 스포츠라기보다는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런 시각을 유지할 듯 합니다.


- 원래 은퇴 경기로 마련한 것은 아니겠지만 어쩌다 보니 사실상 이윤열 선수 은퇴 경기의 의미를 가지게 된 레전드 매치가 7월 3일 열립니다. '가야 하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못 가겠네'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 날은 제가 담당하는 게임의 대규모 업데이트일입니다. 업데이트만 있으면 모르지만 다른 일도 같이 껴 있기에 회사에서 그 날 안에 집에 올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 팬심으로야 늘 오프라인 경기를 보고 싶어하고 늘 만나고 싶어했지만, 제가 이윤열 선수의 오프라인 경기를 간 적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없는 듯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어쩌면 이윤열 선수의 은퇴 경기에 가지 못하는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이야 거의 모두 잠든 밤에 이윤열 선수를 호젓한 분위기 속에서 추억하며 이런 글을 쓸 수 있지만 만일 실제로 이윤열 선수를 만나게 되면 다시 이윤열 선수의 경기를 볼 수 없는 안타까움과, 그 동안 프로게이머로 있어 줘서 감사하다는 고마움, 그 외 여러 가지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이 복받쳐 분명히 눈물을 흘릴 것 같으니까요. 새로운 시작을 향해 달려가는 이윤열 선수에게 보이지 않는 조력자가 되어 주지는 못할망정. 개인적인 아쉬움과 감정만으로 굳이 눈물을 뿌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 지금도 조금은. 눈물이 나는군요. 하아...... 이게 며칠째인지. 이 기분 또한 지나가겠지요. 뭐. 이윤열 선수의 기억이야 영원히 남을 것이고......


- The xian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6/24 02:56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의 오랜 팬으로서 the xian님이 쓰시는 갖가지 이윤열 선수 관련 글을 볼 때마다 늘 반가웠는데 오늘은 반가움보다 울컥함이 앞서네요.
스타본지7년
12/06/24 03:07
수정 아이콘
라이트팬인데도... 뭔가 기분이 영... 뒤숭숭합니다..
rechtmacht
12/06/24 03:21
수정 아이콘
기록깎아내리기... 뭐 올드들에겐 예외가 없지만 이윤열에겐 정말 집요하고 지독했죠 지금도 진행형이고.
12/06/24 03:37
수정 아이콘
다른 곳에서라도 더 멋진 이윤열 선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12/06/24 10:28
수정 아이콘
이사를 가서 온게임넷이 나오게 되어 처음 틀었을 때 보게된게 이윤열 선수와 조용호 선수의 파나소닉배 결승전이었죠.
그 때 이후로 팬이되어 이윤열 선수 경기는 다 챙겨보고 했었는데 은퇴를 한다니 시원섭섭하긴 하네요.
그래도 선수 생활 와중에도 대학생활도 성실하게 하고 어딜가서 뭘 하든 성공할 사람이라고 믿기에 오히려 지금 은퇴하고
군복무 이후 새로운 일을 찾는 것도 본인에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10대 20대에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해 누구보다 멋지고 화려하게 보낸 이윤열 선수에게
존경에 박수를 보내고 싶고 이런 선수의 팬이었던 게 참 행복했었습니다.
건강하게 군복무 잘 하시고 돌아오길 바랍니다.
자유수호애국연대
12/06/24 13:41
수정 아이콘
Xian님 같은 팬이 있으니 이윤열 선수로서는 참 다행이지 않을까요.
일단은 온겜이든 곰티비든 조만간 성대한 은퇴식을 치뤄주기를,
그리고 2년 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 이윤열 선수를 기대해봅니다.

현재 곰플레이어틀면 상단 테마 메뉴에 은퇴특집으로 이윤열 선수 GSL경기들을 한 목록으로 분류해놨더군요.
괜찮은 시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걸로 그치지 않고 별도의 은퇴행사 역시 곰티비에서 치뤄줬으면 좋겠습니다.
자유수호애국연대
12/06/24 13:43
수정 아이콘
그리고 일부 언론 및 케스파의 그간 행태에 대해 지금이라도 선수 본인이 사과를 요구했으면 하네요.
The xian
12/06/24 18:01
수정 아이콘
기대가 안 됩니다. 이윤열 선수가 그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것 같지도 않고, 과거 e스포츠계가 갈라져 싸우도록 만든 원인을 제공한 그 자들이 사과는 고사하고 공개적으로 잘못을 인정할 만한 집단이어야 말이죠. 지금 스타2를 다루면서 많이 바꾸겠다고 하는데 그나마 바꾼 태도가 '앞으로 잘할테니(?) 과거는 잊어주십시오' 식이니...
RegretsRoad
12/06/24 16:30
수정 아이콘
sigh.. [m]
12/06/24 16:47
수정 아이콘
홍진호가 은퇴할 때는 울었고, 박정석이 은퇴할 때는 은퇴식에 찾아갔습니다.
이번에는... 그냥 가슴이 휑하네요.
솔직히 앞의 두 명은 어느 정도 예상도 하고 있었고 마음 속으로 준비도 하고 있었는데, 이윤열 선수는 정말 아직도 은퇴한 게 믿어지지가 않네요.
Love.of.Tears.
12/06/25 10:47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이윤열 선수...
고생하셨습니다. 시안님...
맘이 아픕니다. 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7575 LOL Battle Royal 나진 e-mFire Shield vs TPA #2 [179] 키토5603 12/06/25 5603 0
47574 LOL Battle Royal 나진 e-mFire Shield vs TPA #1 [319] The_Blues5723 12/06/25 5723 0
47573 레인보우 견제의 마술사 김성제 선수 은퇴..(ps질문) [22] 삼성전자홧팅6583 12/06/25 6583 0
47572 디아블로3 환불 신청 안내(스타크래프트2 30일 무료 이용권 증정 안내 포함) [38] 삭제됨6133 12/06/25 6133 0
47571 NC 소프트의 게임에 대해서 적대적인 이유가 뭘까요? [128] Nair7097 12/06/25 7097 0
47570 SK planet StarCraft II Proleague Season 2 - 2R 1주차, 삼성전자 vs STX #1 [188] SKY925451 12/06/25 5451 0
47569 LOL의 성공을 보며 한때 와우저로써 드는 생각 [32] Tad6302 12/06/25 6302 0
47568 디아3를 통해 본 블리자드의 오만함과 방만함 [46] Scout6756 12/06/25 6756 0
47567 지난 12일간의 게임순위 변동 그래프 [36] Nair6102 12/06/25 6102 0
47566 디아블로3를 하는 이유 [116] Kainian7819 12/06/25 7819 0
47565 제가 생각하는 디아3의 인기도 하락 원인 (부제 LOL 찬양) [163] 다음세기6458 12/06/25 6458 0
47564 22일나온 타임머신 확팩 신들과왕 해봤어요 [12] 삭제됨4147 12/06/25 4147 0
47563 [디아3] 한달여 만에 권좌에서 내려온 대악마 [56] 태랑ap7842 12/06/25 7842 1
47562 [LOL] 21킬 vs 55킬 [14] 12있는6532 12/06/25 6532 0
47561 e-Stars Seoul 2012 - LOL 대학 챌린지 대회, 참가 접수 시작 [6] kimbilly4314 12/06/25 4314 0
47560 진심으로 프로리그 2라운드가 끝남과 동시에 스2 전면전환을 바랍니다. [20] airmoo6607 12/06/24 6607 3
47559 SK planet StarCraft II Proleague Season 2 - 2R 1주차, KT vs CJ #2 [138] SKY925933 12/06/24 5933 0
47558 SK planet StarCraft II Proleague Season 2 - 2R 1주차, KT vs CJ #1 [318] SKY925942 12/06/24 5942 0
47557 [블&소] NPC 캐릭터가 아쉽긴 합니다. [63] 슈퍼엘프7759 12/06/24 7759 0
47556 [블&소] 캐릭터가지고 까는건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요. [86] Kainian7332 12/06/24 7332 0
47555 SK planet StarCraft II Proleague Season 2 - 2R 1주차, 8게임단 vs SKT #1 [192] SKY925261 12/06/24 5261 0
47554 [블&소] 오픈 베타 4일차 리뷰 [53] 태랑ap7887 12/06/24 7887 2
47553 이윤열 선수 은퇴 소식을 접하고..... [12] The xian6383 12/06/24 638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