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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5/23 22:53:44
Name Around30
Subject 스타크래프트를 추억하며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습니다."
(2가 있다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라는 고유명사는 원래 지금의 1이라고 불리우는 그 게임의 소유였습죠)


(이번 스타리그 오프닝이 좋다길래 스타리그 아직 시청도 못했는데 한번 찾아 들어봤습니다.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전 올해 스물아홉, 말그대로 서른즈음에가 공감이 되는 84년생 남자입니다.
작년 초부터 취업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한 1년 넘게 스타판을 꽤 떠나 지냈고,
리그를 보는 횟수도 줄어들었는데*(그래도 김택용 선수대 이영호 선수의 저번 프로리그 결승은 챙겨봤습니다.)
일에 바뻐 전혀 신경 못쓰는 사이에, 스타크래프트1 프로리그가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끝이라는,(거의 그렇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말도 안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저부터가 10대 후반 - 20대 초반에 스타에 쏟아붓던 제 열정과는 많이 떨어진 관심이었기에, 일견 이해는 갑니다만,
새로운 인구의 유입이 없다보니.. 어쩔수없이 받아들여야하는 시대의 흐름이려나요?

그래도 전 너무나 아쉽습니다.
제 나이때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 중학교 2학년때 스타크래프트가 나왔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즈음해서 피씨방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또 그 피시방들에 참 많이도 갔었습니다.

당시 피시방 1시간 요금이 2천원이었습니다 이천원..
십수년이 흘러서, 물가는 다 올랐는데, 피시방 요금은 오히려 반값이 되버렸네요.
뻘소리고, 아무튼 그 당시 2천원이 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친구들과 스타를 하러 피시방에 자꾸 갔었습니다.
학원 친구들과 무한맵 4;4 초반 10분 노러쉬를 했는데도, 왜 그렇게 재밌던지요.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때는 스타를 좀 멀리하긴 했지만...
대학와서 다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전 스타에 중독됏고
그 후론 거의 일대일에 집중하긴했지만 점점 그 전략성을 깨닫고
이때부터 스타리그를 집중적으로 보았던것 같습니다.
임요환에 열광하고 그 후에 서지훈에 열광하고.
그러다 제 누린 손빠르기와 멀티태스킹에 한계를 느끼고(무엇보다 테란으로 제 친한 친구놈을 이길수 없겠다는 판단하에)
프로토스로 종족 변경을 한 후론
강민의 꿈에 열광하고, 김택용의 가히 혁명과도 같은 플레이에에 열광하며 이제껏 스타를 즐겨왔습니다.

뭐 제 스타 인생을 서술해도 아무 의미없는 이야기겠지만...
아무튼 제 10대 후반 20대 초중반을 함께한 게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사실 전 스타말고 제대로 해 본 게임이 거의 없습니다.
위닝도 즐기지않았고, 리니지, 와우등등 해본적 조차 없습니다.
요즘 이슈가 되는 디아블로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해볼 엄두조차 못내봤습니다.

그렇다고 스꼴이라 부르지는 말아주세요.
스타2 나왔을때는 운좋게, 대학교 4학년 회사 내정을 받아둔 상태라 맘놓고 스타2를 한두달 즐길수 있었고,
마스터 리그가 없던 시절 다이아1000위 남짓까지 가본 사람이랍니다.

아무튼.. 제 개인 신변 이야기가 길어져서 죄송합니다만...
스타리그가 정확히 말하면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전 정말 아쉬움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전 스타크래프트는 바둑, 장기와 같은 게임처럼. 아니 축구, 야구와 같은 스포츠처럼 영원할줄 알았거든요.
2000년대 중반즈음해서 임요환  을 비롯한 4대천왕이 한풀 꺽였을때도
신4대천왕이 등장하며, 그리고 현 택뱅리쌍이 등장하며..

스타 곧 망한다는 사람들이 가끔 공격하더라도,
"뭐라했냐. 그 이야기는 몇년전부터 계속 되온 만년 떡밥이다!" 라고 받아치는게 가능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받아치고 싶어도.
그러고 싶은데.
모두가 인정합니다.
그래 스타크래프트는 이제 끝물이야.
아무도 부정하지 못해.
스타2가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야.
그리고 (제가 존경하는 사람 써내라면 늘 임요환 선수를 써내곤 했는데)
이제 존경해 마지않던 그 프로게이머들도 어느새 스타2 전향을 위해
자신들이 높이 들어올렸던 트로피도 내려놓은채, 아마츄어들과 똑같이. 원점부터 스타2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거겠죠.
컴퓨터 게임이란 그런거겠죠.
시리즈가 나오면 어쩔수없이 변화에 맞춰 바뀔수 밖에 없는 운명인거겠죠.

그런데 사실 스타크래프트만은 그러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축구, 야구가 부러워요. 축구2, 야구2는 없잖아요..

이렇게 현실을 애써 부정하고 싶은 저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프로리그는 이번이 마지막이고 스타리그도 곧 얼마 남지않았구나..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 10대 20대 대부분을 차지했던
제 인생의 유일한 게임이었던.
그 스타크래프트가
이제 안녕을 고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구나 하고요.

김택용 선수가 팀리퀴드 인터뷰 때 이런말을 했더라고요.
술 한잔하고 스타크래프트1을 할지도 모르겠다고..

저 역시 그렇습니다.
제나이 40이 되고 50이 되더라도 피시방에 스타1은 남아주었으면 해요.
술한잔 마시고 가볍게 한판 할수 있도록
그리고 스타를 기억하는 여러분들도. 배틀넷에 가끔은 접속해 주시길 바래요.
제가 가볍게 한게임 뛸수 있도록. 컴터와의 대전은 쓸쓸하잖아요.

이상 어라운드 30이.
술김에 스타를 회상하며, 보내기 싫은 마음에
횡설수설 했습니다.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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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23 23:03
수정 아이콘
아쉽지만 저도 야구처럼 영원히 갈 줄 알았습니다.

헌데 게임이라는 것은 후속작이 나오는 거고..

후속작따라 가야죠 뭐.
12/05/23 23:04
수정 아이콘
슬프네요 ㅠ
바둑처럼 되길 꿈꿨는데.
토어사이드
12/05/24 00:18
수정 아이콘
바둑처럼 오래 가길 바랬다라고 하면 어디선가 나이브한 생각이라며 바락바락 달려들겠죠
뭐 어쨋든 아쉽습니다;
12/05/23 23:05
수정 아이콘
노래 좋네요
앞으로 이 노래를 들으면 스타리그가 생각날거 같습니다
Around30
12/05/23 23:16
수정 아이콘
BIFROST님 댓글을 보고 아이디를 보니...네오비프로스트 맵이 떠올르네요. 한시대를 나름 풍미했던 그맵.
12/05/23 23:05
수정 아이콘
프로토스 광팬으로써 이영호 선수를 정말 싫어하지만, 만약 이번이 마지막 스타리그라면 정말 마지막 스타리그라면
이영호 선수가 우승함으로써 마침표를 찍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그러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영호 선수! 꼭 우승하세요! 두번하세요. ㅠㅜ
12/05/23 23:17
수정 아이콘
스폰서만 있어서 대회가 계속 개최되면 죽을때까지 봐줄 자신 있는데 ㅠㅠ
안타깝네요
꼬미량
12/05/23 23:18
수정 아이콘
이젠 정말 끝이라는 말이 실감이 갑니다

정말 뭐라 할수 없는 기분이네요

이런 비슷한 글을 볼때마다 울컥해지네요

정작 주위에선 이런 기분을 공유해줄 사람도 없고요

그깟 게임리그 하나 없어지는거 뭘...

적어도 스타리그는 그깟 게임리그가 아닌 바둑같은 지적 스포츠가 될줄알았는데

안타깝네요

이번 결승은 경기수준을 떠나 무조건 오프를 뛰어야겠습니다

마치 오래사겼던 여자친구를 보내는 심정같네요
이노리노
12/05/23 23:29
수정 아이콘
저는 처음에 스타를 접한게 MBC게임이었어요.
이후에도 온게임넷을 접하기는 어려웠고,
MSL에 익숙하게 됐죠...

그리고 추억하는 건 KCM, 김동준, 이승원...하.
우선 김동준 해설.
패럴러라인즈 해설은 여전히 귀에 생생하네요.
사실 그 해설은 해설로서 정확도는 떨어진 편이죠.
스타게이트 짓고 템플러 아카이브 짓는 건 아비터 가는거고 리콜이다!
그런데 김동준 해설은 이거 뭐하는거죠???라는 멘트로 저와 같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만들었어요.
같이 호흡하고 흥분하고 감동하는 그런 기분이더라구요.
이외에도 우주최강해설이라는 별명이 붙은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 참 좋았습니다!!!

이승원해설은 노력파라고 생각합니다.
게이머로서의 경력도 얕을뿐더러 초창기 해설 모습 보면, 이도저도 아닌 모습이죠.
게이머도 방송인도 아닌 모습. 근데 이후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금도 빛을 발하시고 계시죠. 멋있습니다.

김철민캐스터는 암투병이후 복귀하실 때,
그 감동이 제일 크네요...저 아마 그 떄 직관가서 들었을 거에요.
그냥 멋있으세요. 최고의 캐스터입니다. 어느 스포츠 분야를 막론하고서요.

스타리그를 추억하다보니, 저에겐 MSL이 크게 다가왔고 MSL의 3분 조합을 떠 올려서 추억글을 쓰게 됐습니다.
스타리그뿐이 아니라 MSL도 모두들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주니테란
12/05/23 23:29
수정 아이콘
마조작 사건 터지고나서 이판은 영원할수없구나 그때느꼈죠..
Daybreak
12/05/23 23:34
수정 아이콘
2년여전부터 스타를 하지않았고 1년여전부터는 방송도 안 봤었습니다.
그러는동안 이런게임 저런게임 참 많이 해봤네요.
스타는 이제 제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글을읽다보니 마음이 참 저리네요.
마치 예전 헤어진 여자친구가 너무나 힘들어한다는 소식을 건너건너 들은것 처럼요.
괜시리 술한잔이 생각납니다.
최강라이온즈
12/05/23 23:56
수정 아이콘
어제 1년만에 스타1 접속해봤습니다. 아무도 없겠지 생각했었는데
3:3 방 파자마자 10초도 안되서 계속해서 풀방이 되는거보고 정말 벌써 15년이 넘은 이게임이
아직도 사람들을 붙잡아 두고 있다는게 놀랍더라고요
다반향초
12/05/24 00:00
수정 아이콘
너무나도 공감합니다 ...
저도 학창시절 취미 쓰라고 그러면 스타크래프트라고 자신있게 썼고 존경하는 사람 쓰라고 그러면 임요환 이라고 자신있게
쓸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아쉬운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건 이제 스타1이든 스타2든 그 때의 열정만큼은 안나오겠지만
관심가져주고 응원해주는 수밖에요...
겜알못
12/05/24 00:02
수정 아이콘
슬픕니다.
스타2도 재밌고 열심히 배워보려 하고 있지만 아쉬운건 정말 아쉽네요.
진짜 술 마시고 몇 판 해야 할 듯요.
Rorschach
12/05/24 00:03
수정 아이콘
4:4 아이스헌터 10분 노러시를 하면서 제가 고등학교 동아리 선배에게 배웠던 빌드가 7파일론 - 150되면 포지 - 300되면 2캐논. 그리고 게이트..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죽어도 이해못할 빌드죠 ^^;
그럼에도 그게 그렇게도 재미있었네요.

iTV에서 하는 스타 방송만을 알다가 2002년 가을쯤 되어서야 온게임넷을 알았습니다. 저와 동갑인 박정석 선수의 우승과 함께 스타리그를 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팬이네요.

다음이나 네이버 "스포츠" 탭에 기사가 나온 것이 그렇게 기뻤을 만큼 이 판의 성장과 같이 해 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끝나는 분위기가 매우 아쉽습니다. 저 또한 바둑처럼 오래가길 바랐지만 그렇게 될 수는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어제 늦은 밤이 되어서야 오프닝과 MV를 접했습니다. 임요환 선수가 나올 때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더니 박정석, 홍진호 선수 까지 나오니 울컥하는 기분이 들며 한동안 슬퍼졌습니다. 이제 정말 떠나보내는구나... 라는 실감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어차피 보내야할 것이라면 프로리그는 지난 시즌 전에, 스타리그도 이번 시즌 시작 전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 아니라 "마지막" 리그라 확실히 규정하고 시작을 해 화려하게 떠나보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많이 아쉽고... 뭐 그렇네요...
4월3일
12/05/24 00:29
수정 아이콘
제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은 강민입니다. 변할 것 같지 않아요. 누가 보면 그깟 게임 하는 사람이 뭐가 존경스럽냐 하겠지만, 적어도 제 인생에 가장 큰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 해준 사람입니다. 스타크래프트! 이제는 스타크래프트 '1' 이 돼버렸지만 그 속에 있는 제 추억이 너무나 소중해 버릴 수가 없네요. 사랑합니다. 이 스타판을 위해 앞장서서 노력해준분들과 묵묵히 뒤에서 지켜본 모든 사람들을요. 잊지 않을게요.
그럭저럭하루
12/05/24 01:08
수정 아이콘
전 사실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되면서 이런날이 올걸 예상했습니다.
제가 좀 현실적이여서요..
하지만 막상 이런시간이 다가오니 뭔가 씁쓸하네요.
다른게임에서는 느껴보지못한 그런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스1이 역사와 전통이 있었다는 이야기겠죠.
스타1은 E-스포츠의 아버지죠.. e-스포츠 역사에 길이남을 게임이 될겁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1 개인리그 스폰이 안잡힌다는건 핑계인거같습니다.
케스파 온게임넷 어쩌면 스2로 갈아탈려고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된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12/05/24 01:32
수정 아이콘
전 반대로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지금 상황도 좋습니다.. 다만 조작같은 안좋은 일 이후로 하락세를 탄 뒤에 어쩔수 없이 스2로 넘어가는 듯해서 그게 좀 아쉽네요.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스2로 넘어갔음 했는데...

우리가 느꼈던 스1을 지금 중고생들이 스2로 느끼고 즐길 수 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몇번이나 아쉬운건 케스파나 온게임넷이나 정말 오래전부터 스2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쭉 준비하다가 지금 딱 스2로 넘어갔었으면.. 좀더 좋게 보내줄텐데요..
드랍쉽도 잡는 질럿
12/05/24 08:12
수정 아이콘
스1 끝을 운운하는 상황도 슬프고, 스2랑 병행 때문에 말년이 망가지는 모습 같아서 더 우울하고...(스2가 나쁜 건 아니지만...)
밑바닥부터 시작해 화려하게 비상했던 것처럼 마무리도 멋지게 산화했으면 하는 마지막 바람입니다...

아니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계~~~속 되던지 ㅠㅠ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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