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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1/16 06:18:49 |
Name |
피터피터 |
Subject |
비수의 사용법... |
혁명가...
혁명을 완수하고 독재자를 몰아낸 혁명가가 정점의 위치에서 자기정체성을 잃어버리면 그 순간 혁명가는 또 다른 독재가가 되기 싶죠.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항상 자기 자신이 괴물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여야 하는 것처럼, 혁명가는 자기자신이 지나친 독선과 오만으로 변화와 도전을 거부하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번 개막전 김택용의 경기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김택용의 저그전이 가지는 약점을 다시금 확인하게된 느낌입니다. 비수류의 약점... 김택용 저그전의 약점 그것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극강의 피지컬에 의한 반작용 정도로 정리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F1 레이싱 카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경주용 차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만큼 컨트롤하기 어려운 차이기에, 일반인은 F1 레이싱 카를 몰고 트랙을 도는 것보다는 그냥 일반적인 자동차를 타고 트랙을 도는 것이 더 좋은 타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김택용의 저그전은 F1 레이싱 카만큼이나 확실히 화려하고 현란하지만, 그대신 엄청난 피지컬과 멀티태스킹의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즉 안정성은 일반적인 플토들의 저그전보다 항상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고도의 리스크를 떠안은 절대적인 현란함... 조일장의 경기에서도 이미 나타났지만 김택용의 피지컬이 아무리 다른 선수보다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차원의 문제입니다. 즉 피지컬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에 비수류의 시전은 음주상태에서 스포츠카를 모는 것 만큼이난 위험한 도박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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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용이 가진 절대적인 피지컬은 그의 아이디인 비수와 너무나 어울리는 이미지입니다. 날이 날카롭게 선 비수... 이 비수를 김택용 선수는 저그전에서 매우 현란하게 휘둘러왔습니다. 마치 비수 손잡이에 또 다른 긴 줄을 매달아서 자유자재로 던지고, 옭아매고, 교란하고, 베어내는 이미지가 그동안 김택용이 보여준 저그전의 비수류와 비슷한 이미지가 될 것입니다.
자신보다 덩치가 크고 느린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비수에 줄을 매달아 현란하게 휘두르는 것은 좋은 전술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상대가 커다란 철방패를 들고 자신을 방어하고자 한다면 비수를 그렇게 휘두르는 것은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될 수 있음을 김택용 선수도 아마 이번 개막전을 통해 느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히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날에 비수를 평소와 같이 줄에 매달아 휘두르면 날카로운 비수에 자기자신이 오히려 깊게 베일 수 있다는 것을 아마 실감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김택용의 저그전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기에 최종전에서 김명운 선수와 저그전을 치룰때에는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플저전의 큰 그림이 있었습니다.
최종전은 2인용 맵... 그렇다는 것은 땅따먹기 전쟁을 할때 힘위주의 운영을 하는 플토가 저그를 상대로 반땅싸움을 가져가서 최종적으로는 조합으로 저그를 눌러 이길수 있는 전장이었습니다. 늦게 먹어도 조합과 화력을 가진 플토가 천천히 저그를 압박해서 최종적으로 반반을 가르는 반땅싸움을 가져가서 결국에는 조합된 화력으로 저그를 찍어누를 수 있는 맵. 이 맵에서 저는 김택용선수가 이영호 선수처럼 초반은 지키면서 테크를 타고 후반은 화력으로 상대를 슬금슬금 밀어붙이는 운영을 보여주기를 기대했었습니다.
왜 날카로운 비수로 상대를 반드시 견제해야 하는 것일까? 3-4인용 맵이라면 저그가 확장을 늘려가는 속도와 범위를 플토가 커버할 수 없기에 반드시 어느정도의 견제를 해주어야 하지만, 2인용 맵이라면 플토가 천천히 멀티를 늘려가더라도 저그는 결국에는 플토의 본진방향으로 멀티를 늘려갈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게 됩니다. 즉 플토가 지키면서 차분하게 조합된 병력을 만들어가고 그 조합된 병력을 바탕으로 하나씩, 하나씩 멀티를 늘려가는 플레이를 하면 저그는 그런 플토의 움직임에 스스로 압박감을 느껴서 드랍이든, 물량공세든 퍼부울수 밖에 없는 순간이 오겠죠. 그런 저그를 절대적인 피지컬을 가진 김택용선수가 커세어와 리버, 템플러를 이용해 방어하고자 마음먹는다면... 저그가 김택용의 수비망을 뚫을수 있을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큰 그림이 궁금했고 또 보고 싶었습니다.
김택용은 피지컬이라는 날카로운 비수를 반드시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정신없이 휘두르는데 사용해야 하는 걸까? 상대가 나보다 오히려 날렵하고 대신 힘은 부족하다면 비수로 상대를 베기위해 이리저리 휘두르는것은 효과적인 전술이 아닙니다. 그런 상대를 비수로 상대하려면 상대를 잡아서 자기밑에 찍어누르고 비수로 상대의 목줄을 서서히 찔러들어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술이겠죠. 상대와 두손을 서로 맞잡고 비수를 1미리씩 1미리씩 힘으로 찍어눌러들어가는 위압감... 느리지만 압도적인 공포... 제가 오늘 최종전에서 보고 싶었던 김택용의 저그전은 그런것이었습니다.
반드시 상대를 교란해야 한다는 압박감... 먼저 찔러들어가야 한다는 그 고정관념... 김택용 선수의 최종전은 뭐가 그렇게 급했던 걸까요? 공격이 아닌 수비의 개념을 깔고 유닛을 조합했다면 온리 질럿 위주의 유닛조합은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허무하게 모아둔 커세어를 잃지도 않았을거라고 느껴집니다. 방어를 바탕으로 힘위주의 유닛을 조합하고 천천히 앞으로 밀고 들어오는 테란의 무서움을, 그 압박감을 이영호를 통해 김택용선수가 느껴보았다면... 그 압박감을 자신이 플토 유닛의 조합을 통해 저그에게도 그대로 선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오늘은 많이 드네요.
다음에는 2인용맵에서 무리한 비수류를 사용하기보다.. 더욱 견고하고 묵직한 힘위주의 또다른 저그전을 볼수 있게 되기를 개인적으로 기대해봅니다. 자신의 피지컬을 반드시 공격을 위해서 사용해야한다는 그 강박관념은 조금 털어버릴 수 있기를, 그리고 방어를 통해서도 자신의 피지컬은 빛날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P.S : 개인적으로 본좌라는 타이틀에 김택용선수가 너무 연연해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모든 역사를 통털어봐도 역사의 최종적인 승자는 단순한 강자보다는 오히려 패배를 유연하게 받아들여서 자신을 단련해 나갈 수 있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었습니다. 항우와 유방을 보아도 그렇고 도요토미를 보아도 그렇고... 결국 본좌를 천하통일에 놓고 비유하자면 단순히 이기는 것에 능숙한 사람이라고 보기보다는 자신의 실패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새롭게 한발을 내딛을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본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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