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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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3/19 12:15:18
Name letsbe0
Subject 스타크래프트와 글쓰기

  pgr을 안 지는 꽤 오래 되었으나 눈팅족으로만 만족하고 있었는데 가끔 제가 좋아하는 주제가 다뤄진 글을 볼 때마다 정말 가슴이 끓어오르더군요. 나도 리플을 달고 싶다구~~! ^^;
  결국 두 달 전 회원가입을 신청하고 (그 전에 왜 안 했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구요 -_-;) 두 달을 정말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학기 초라 이것저것 어수선하게 바쁜데도 pgr에서 글을 읽다 보면 두 달이란 기간이 왜 그리도 긴지.. 허허.
  오늘에야 글쓰기 권한이 생긴 것을 확인하고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 그리고 나서 첫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생각하고 있던 차에 pgr만의 고유 문화라 할 수 있는 글쓰기에 대해 써보고 싶어서 write 버튼을 누르게 됐습니다. (스타 관련은 제가 내공이 부족한지라 좋은 글을 못 쓸 것 같아서 말이죠. 이 소심함이란..)
  잡담은 이 정도로 끝내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요즘 인터넷 문화가 엄청나게 발전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익명성의 그늘에서 남들을 농락하는 리플 문화라든지, 다수의 횡포, 저작권 침해 등등... 그에 못지 않게 한글의 황폐화라는 아주 심각한 부작용까지 동반하게 되죠. 외계어의 출현, 맞춤법 맞지 않는 글의 범람 같은 경우가 일례라 할 수 있겠네요. 사실 저도 이런 글을 쓰기에는 자격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이런 주제로 글을 쓸 수 있는 게시판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 한글을 사랑하는 한 청년의 중얼거림이구나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네요.
  위에 언급한 인터넷 문화에 반하여 pgr은 참 독특한 곳입니다. 그러한 독특함에 이끌려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곳인 데 반하여 상당한 압박감이 존재한다는 것도 다수의 분들이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절대로 불평은 아닙니다 ^^;) 그렇다면 그 압박감을 떨쳐내고 글쓰기를 잘 하려면 과연 어찌해야 할까요? 그냥은 별로 와닿지 않을 테니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해서 몇 가지들을 나열해 볼까 합니다. 요즘의 교육 과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능을 앞두신 분들이라면 언어 영역 관련해서도 약간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1. 독서 - 고수들의 리플레이 관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독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에 비해 독서량은 참 부끄러운 수준입니다만 ㅠ_ㅠ
  보통 스타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저를 포함하여 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있는 주제죠. 일단 어느 정도의 수준을 벗어나서 일명 '고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단순히 많이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게이머를 포함한 고수들의 리플레이를 잘 관찰하게 되면 '아, 부대 지정은 이렇게 하는구나', '어엇, 이런 빌드도 써먹을 수 있겠군' 등등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죠. 요즘 유행하는 경향도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 많은 분들이 실제로 이렇게 하고 계실 거구요. 물론 나다라거나 우브 등의 초인들(...) 것만 보게 되면 눈만 높아지게 되는 부작용도 우려됩니다만은...;
  독서라고 해서 학교에서 추천하는 양서를 읽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일단 책으로 출판되어 나온 것이라면 그 주제에 관련한 작가의 시각과 필체, 많은 표현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글쓰기 외의 다른 여러 가지 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일반 소설책이나 수필집 등으로도 그러한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귀여니 류의 인터넷 소설은 어뷰저이므로 무효입니다 -_-)

  2. 직접 많이 써보자 - 배틀넷에서의 수련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겠네요. (하긴 이 글 자체가 그러니 원.. -_-;;) 많이 하다 보면 실력이 느는 것은 당연지사겠죠? 일기 같은 형식도 좋고, 어떤 인터넷 게시판이라도 상관 없을 겁니다. 단, 아무 생각 없이 휘갈기는 것 말고, 어떤 주제로 쓸지, 글의 흐름은 어떻게 진행될지를 생각하면서 써야겠죠. 스타를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하지는 않잖아요? ^^; 어떤 빌드를 쓸 것인지, 상대방은 어떻게 진행시키고 있는지, 어떤 컨트롤을 해줄 것인지 등등 순간순간마다 너무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이런 것들이 그때그때의 승률을 보장해 주지는 못하지만(잘 알고 있으면서도 집착하게 되는 딜레마.. ㅠ_ㅠ) 분명 알게 모르게 실력은 조금씩 늘고 있을 겁니다.

3. 퇴고 - 자신의 리플레이

  자신이 화려하게 이긴 경기는 많은 분들이 리플레이로 저장하고 두고두고 감상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 그런데 지금 쓸려는 것은 그것보다는 진 경기나 이겼더라도 피튀기는 혈전 등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그런 경기는 나중에 보면서 안타까운 장면도 있을 거고 울화통이 터지는 장면들도 있겠죠. 하지만 그걸 보면서 냉정하게 '아, 이 때는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왜 미니맵을 못봤을까?', '정찰을 꾸준히 했어야지 ㅠ_ㅠ(자책)' 등등 자기반성을 한다면 그러한 행동들은 결국 그 다음 경기의 밑거름이 될 겁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 쓰더라도 삼천포로 빠지거나 적절하지 못한 표현을 쓰는 경우도 의외로 꽤 자주 발생합니다. 때로는 읽어보면서 더 좋은 말이 생각나는 경우도 많구요. 나중에 edit를 누르는 것보다는 write를 누르기 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것이 힘도 덜 들고 ^^; 더 경제적인 글쓰기라 할 수 있겠네요.

4. 그 외

  맞춤법 같은 경우는 스타에 비유한다면 마이크로 컨트롤 정도랄까요. 대체로 경기에서 아주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물론 그런 경우도 꽤 자주 발생합니다만 -_-;) 많은 유저분들이 무시 못하고 신경쓰게 되는 것이 이 마이크로 컨트롤입니다. 일단 신경을 쓰게 되면 경기 내용이 상당히 깔끔해지고 효율적이 됩니다. 더 화려해지구요. 글도 일단은 내용이 더 중요하겠지만 맞춤법이 맞는 깔끔한 글일 경우에 그 내용이 더 신뢰도가 있고 공감이 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 외에.. 표절이나 도용 등의 문제는 맵핵에 해당되려나요? ^^;

  사실 쓰면서 너무 당연한 소리고 진부한 내용이라 쓸까 말까 많이 망설이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반 인터넷 문화와는 동떨어진, 시대에 역행한다고도 할 수 있구요. 하지만 그래도 기본이 중요하고 특히 인터넷에 익숙한 요즘 학생들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할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주의 환기 차원에서라도 올려 봅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야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만 그냥 공감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만족할 만한 첫 글이 될 것 같습니다.


  p.s) 요즘 p.s 유행에 영향을 받아.. ^^; 임요환 선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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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19 12:21
수정 아이콘
저 같은 경우는 수없이 edit를 누루죠....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놈의 오타와 철자는 editor에서 보면 왜이리 안 보이는지....

아참!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공공의마사지
04/03/19 12:33
수정 아이콘
저도 글을 잘은 못쓰지만 많이 쓰려고 노력합니다.
논증적글쓰기보다는 감상적글쓰기가 호응도가 높더군요 그래서 저는 감상적글쓰기를 주로 씁니다.
가끔 감상적글쓰기를 논쟁쪽으로 몰고 가시는분들이 있긴하지만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 오늘도 두눈을 감고 제 글을 클릭해봅니다. (아직도 겁나요 ...)
59분59초
04/03/19 12:56
수정 아이콘
흥미있는 비교네요.
어줍잖지만 제가 하나 더 덧붙이자면 남들의 평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할 것.
게임으로 치면 실전경험을 많이 쌓자 정도? 쉽게 말해서 많이 깨져봐야 한다는 거죠.
비판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특히 어린분들)은 그런것에 맘 상해하시는 걸종종 보는데요.
오히려 고마워해야할 일입니다.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비판과 지적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글빨은 늘게 마련입니다.
또 무관심으로 지나치는 것보다야 낫잖아요? 감정싸움이 아닌 의견의 교환이라면 백번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감상적인 글 보다 논리나 비판, 분석적인 글을 더 좋아하는데 피지알은 왠지 감상적인 글이 환영받는 느낌이더군요.
뭐 개인 성향은 다 다른 법이니까.
첫글 축하드리며 글쓴이의 정성이 느껴지는 좋은글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께요^^
Secert Garden
04/03/19 13:38
수정 아이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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