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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3/15 00:43:54 |
Name |
GGoMaTerran |
Subject |
[ 편지 ] 새로운 하루를 만들어 주시는 아버지께 .. |
새로운 하루가 시작됨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은 다시 활기찬 하루를 시작합니다 .. 학교나 직장 등의 목적지를 가지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행복한 하루를 꿈꾸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난 뒤 , 어두운 저녁이 되어 다시 고단했던 하루를 정리하며 침대에 몸을 눕히며 다시 시작될 하루를 위해 잠을 청할 때 , 아버지께서는 그때에서야 하루의 문을 여십니다 ..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부터 아버지께서는 청소부로 일하셨습니다 .. 제가 어렸을 적에는 자전거방을 운영하시면서 배웠던 기술들과 열정을 쏟아 부으셨지만 , 갑작스럽게 어머니께서 쓰러지셔서 병원비 등을 마련하시느라 자전거방을 그만두신 후 청소부를 하시게 되었습니다 .. 물론 , 어렸을 적에는 아버지께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크게 마음에 두고 있지도 않았고 어쩌면 직업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에 무관심했다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이 될 것 같습니다 ..
그러나 ,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부터 아버지께서는 저녁에 일을 하러 나가시게 되었고 처음에는 낮과 밤이 바뀌어버린 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 하셔서인지 어머니와 잦은 말다툼도 하셨고 어쩌면 그때의 아버지 모습을 보면서 저는 괜히 아버지가 괜히 어머니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 어머니께서는 아버지께서 일을 하러 나가신 이후부터 혼자서 주무시며 베개를 아버지삼아 아버지께서 추운 밤에 일하실 때에도 마음으로나마 따듯하게 옆에 있고 싶다고 저에게 말씀하신 적이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 그래서 괜히 아버지께서 어머니의 마음을 몰라준다며 혼자서 불평을 해 봤지만 그것은 혼자만의 외침에 불과했습니다 .. 저는 아버지를 상당히 어려워하는 마음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 어머니 앞에서는 상당히 말을 잘 하지만 아버지 앞에서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느낌과 기운 같은 것이 느껴져서인지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 그저 형식적인 대화만 할 뿐 .. ' 밥 먹었나 ? ' ' 네 ' ' 힘든 일은 없나 ? ' ' 없어요 '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간단한 대화들로 지금 생각해 보니 몇년동안 지내온 것 같습니다 .. 이제와서 이런 말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끄럽지만 아버지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 어머니에게처럼 아버지에게도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고 ,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 아들에게 강한 모습만을 보여주시려 하는 아버지에게 섣불리 다가설 수 없는 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
몇년 전 , 저는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 보았습니다 .. 조용히 제 방문을 열더니 천천히 들어오시던 아버지께서는 저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혼잣말을 하셨습니다 .. 당시 저도 잠결이었던지라 확실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 아버지의 목소리에 흔들림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아버지께서 울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한번도 약한 모습을 보여주신 적이 없었던 아버지였기에 , 아버지도 눈물이 계시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 그리고 그때 아버지께 잘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다짐했지만 그 다짐을 아직까지 한번도 제대로 지켜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 마음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없다는 것 .. 부모님께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처럼 행동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 물론 제가 못나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 저의 행동의지가 약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 하지만 , 하지만 .. 그 다짐은 다짐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
올해 설날 연휴가 끝난 뒤 , 아버지를 도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 밤 10 시부터 시작되었던 일은 새벽 6 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 저는 그날 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린다고 해 놓고서는 겨우 3 시간 일을 하고 난 뒤에 차 안에서 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 정작 힘든 일은 새벽녘에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 동네에서 모아온 쓰레기들을 한군데에 모아서 분리를 하고 쓰레기 처리장으로 운반하는 작업만 해도 몇시간이 걸리는지 모릅니다 .. 아버지를 비롯해서 몇십분이 같이 일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 그렇게 해가 떠오를 무렵 일을 마치신 아버지는 저를 보고 이렇게 말을 하셨습니다 .. ' 그래도 오늘 우리 아들 덕분에 일찍 일이 끝났다 , 니 때문에 한 두시간 정도는 일찍 끝마친 것 같네 .. 고맙다 .. ' ' 아버지는 , 한 일도 없는데요 뭘 .. ' ' 그래도 니가 있으니까 든든하고 좋던데 뭘 .. ' 솔직히 그 날 제가 한 일은 없었습니다 .. 그냥 아버지를 도와서 분리수거를 약간 한 것 뿐인데도 아버지께서 그렇게 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니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 이렇게 힘든 일을 매일 하시는데 저는 그저 아버지가 집에서 나서실 때 ' 다녀오세요 ' 한마디만 하고 방에 들어와 컴퓨터를 했던 기억이 나서 말입니다 .. 비록 하루밖에 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리지 못 했지만 저는 그 날 아버지와 약속을 한가지 했습니다 .. ' 힘들다 ' 라는 말을 서로에게 하지 않기로 말입니다 .. ' 힘들다 ' 라는 생각을 가지기 전에 가족을 생각하고 가족이 있기에 ' 행복하다 ' 라는 생각을 먼저 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 그리고 저는 아직도 이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 이 세상에서 저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아껴줄 수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 , 예전에 비해서 저의 키가 많이 자라났기에 어머니와 아버지 앞에서 키가 많이 컸다고 이제 아버지와 어머니보다도 더 키가 크다며 혼자 신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 그때 어머니께서는 ' 그럼 당연히 이제 니가 키가 더 커야지 .. ' 라고 하셨고 , 아버지께서는 ' 키만 크다고 좋은게 아니야 .. '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 당시에 저는 그런 아버지의 말에 대해서 상당히 불만을 가졌었습니다 .. 키가 크면 좋을 텐데 왜 아버지는 좋은게 아니라고 하시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 하지만 지금 와서 저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감히 짐작해 보면 아버지께서는 눈으로만 보이는 키만 커지는 것이 아닌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야된다고 말하고 싶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언제나 저에게 신문과 뉴스를 많이 보며 안목을 키워야 된다고 말하셨던 아버지이시였기에 말입니다 .. 그리고 한가지 더 , 아버지의 키가 저보다 작아지신 이유는 힘든 삶의 무게가 아버지의 어깨에 얹어져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합니다 .. 어머니와 아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시지 않으려고 모든 것을 짊어지시는 아버지이시니까 말입니다 .. 아버지 , 이제 더 이상 어렵고 힘든 일을 가슴 속에 숨겨두시지 말고 , 아들과 함께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해 주세요 .. 저 이제 아버지와 함께 마주보고 앉아 소주를 한잔 할 수도 있는 나이가 됐으니까 말입니다 .. 20 년동안 아버지와 아들에게 해 보고 싶었던 말들을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합니다 ..
오늘도 아버지께서는 저녁에 일을 하러 가셨습니다 .. 그리고 저는 내일 잠에서 깬 후 대학교를 가기 위해 길을 나설 때 깨끗해져 있는 거리를 보면서 아버지의 얼굴을 생각할 것입니다 .. 내가 걷고 있는 이 거리는 어제저녁 아버지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져 있는 거리일 테니 말입니다 .. 비록 낮과 밤이 바뀌어 생활을 하시면서 시력도 많이 나빠지셨지만 그리고 계속되는 힘든 일로 파스를 붙이시고 다니시지만 , 제게 있어 아버지는 태양이며 거대한 산임을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저에게는 커다란 힘이 되고 용기가 되니까 말입니다 ..
가슴 속에서만 항상 말했던 그 말 .. 비록 눈앞에서 하지는 못 하지만 이 글을 빌어서라도 말하고 싶습니다 ..
' 아버지 .. 아버지 .. 영원히 .. '
' 사랑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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