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12/09 20:47:29
Name Zealot
Subject [Zealot] 다른 방면으로 이 세상을 본다면
제가 다녔던 대학에서 저는 정치학을 들었습니다.
대학에는 지루한 교수님도 있지만 재미있는 교수님도 있기 마련이죠.
오후 5시넘어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안쓰러우신지 농담도 자주 하시는 정치학 교수님. 남학우 들에게는 인기도 참 좋습니다.
물론 여학우한테는 인기가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2시간짜리 수업이라 중간에 쉬는 시간도 있습니다.
1시간 하고 약 5분정도 휴식시간을 주곤 합니다. 그때 볼일도 보고 음료수도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곤 하지요. 저도 그날은 목이 타는 바람에 음료수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뽑는 도중 교수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2개를 뽑았습니다.

마침 감기가 걸리셔서 목이 안 좋으신 교수님을 위해서 비타민이 있는 주스를 자판기에서 뽑았습니다. 그리고 괜히 다른 학생들에게 교수님에게 아부 떤다 하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최대한 빨리 교실로 들어가 아주 빠르게 책상 위에 놓았습니다.

제빨리 음료수를 놓고 자리에 앉으니 음료수를 거꾸로 놓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난감했지만 어쩔수 없었습니다. 저번 시간에는 한 학생이 음료수를 책상위에 나두신걸 보고서 고맙다는 한마디 해주셨죠.

그 학생이 누구냐고 물으셨지만 그 학생은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찌 되었던 간에 시간이 흘러 교수님은 오시게 되었고 수업을 계속 진행하셨습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계속 수업만 진행하실뿐 저의 음료수에 대한 관심은 눈꼽 만큼도 없으셨습니다.
물론 그러한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그래도 알아주시면 제 기분이 좋아질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거의 끝날때쯤 교수님은,

'나한테 이거 갖다준 학생이 누군가?'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웅성웅성 거리고 학생들은 제각기 얼굴을 처다보았습니다. 교수님은 '이거 갖다준 사람 말 안하면 오늘 수업 끝마치지 않는다 '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할수 없이 , 마지 못해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은 '왜 학생은 거꾸로 음료수를 갖다 놓았지?' 라고 물으셨습니다.
참으로 당황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풀어갈수 있을까?
하지만 저는 저만의 '센스' 를 발휘하며 재빨리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생들은 '와' 하는 소리와 함께 박수를 쳤습니다.

'교수님이 그냥 따 드시면 흔들지 않으실것 아니에요? 그래서 거꾸로 놓으면 밑에 쌓인 오랜지 액이 섞일수 있다는 생각으로 반대로 놓았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교수님은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이야기를 하십니다.

' 이 학생이 정말 이런 생각을 갖고 이런 말을 한걸까요?'

학생들은 순간 웃음이 터지고 저는 순간 민망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은 잠시뒤 말을 이으셨습니다.

'농담입니다 여러분. 어떠한 이유로 이렇게 나두었던, 그것이 진심이건 아니건 간에 이 학생처럼 이 세상을 다른 방면으로 본다면 여러분은 틀림없이 크게 성공하실수 있을 것 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다른 방면으로 세상을 바라보십시요. 틀림없이 비딱하게만 보던 시선도, 안 좋게만 보아오던 사람들, 혹은 친구들이 다르게 보일 것 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한 방향으로만 보지 마십시요.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경기에서 졌다고 타 선수를 비난하고 헐 뜯는 것이 아닌, 다른 방면으로 타 선수를 보고 또 인정한다면 한 선수의 팬으로서 손색이 없는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재 발견할 수 있을 것 입니다.

다른 방면으로 본다면 이 세상은 참으로 아름 답습니다.

                                      - Zealot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디어트
05/12/09 20:53
수정 아이콘
zealot 님 임기응변도 임기응변이지만 교수님 센스도 대단하네요;;
아케미
05/12/09 21:03
수정 아이콘
Zealot님도 그 교수님도 정말 센스 만점이신데요^^
카이레스
05/12/09 21:0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보고 갑니다. 두 분 다 센스가 좋으시네요^^
05/12/09 21:51
수정 아이콘
순간 순간의 머리 싸움 >_</ 교수님도 나름대로 지지않으시려고 움찔 했을듯..
두분다 센스 -_-)b
05/12/09 22:10
수정 아이콘
멋진 글입니다~ ^^
renewall
05/12/09 22:33
수정 아이콘
글쓴이도, 교수님도 참 멋진분이군요 ^^;;
renewall
05/12/09 22:34
수정 아이콘
요즘 pgr게시판에 논쟁글이 많아 식상해 하던차에, 이런 상큼한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My name is J
05/12/09 22:40
수정 아이콘
정말 상큼한데요.^_^
센스가 좋으십니다. 잘읽었어요.^_^
05/12/19 09:3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9253 무적의 SKT T1 [31] 라이포겐4662 05/12/16 4662 0
19252 띨띨한 남자가 본 황우석 박사와 엠비시 피디 [22] 글장4190 05/12/16 4190 0
19251 오늘 킹콩 봅니다_피터잭슨에 대한 느낌(솔로부대원환영) [16] [NC]...TesTER4012 05/12/16 4012 0
19250 수능 성적표를 받고.. [31] Ryoma~*4155 05/12/16 4155 0
19249 프로토스의 결정병기!!! 이제 천년의 봉인을 풀 시간입니다. [26] 스톰 샤~워4521 05/12/16 4521 0
19247 최연성 선수!! 드디어 4강 이군요, 축하합니다! [24] 치터테란3964 05/12/16 3964 0
19239 기말고사가 끝나갑니다..그리고..CPA [14] 매드노바4125 05/12/16 4125 0
19237 황우석과 나 - 한명의 공학도로서 [24] minegirl4877 05/12/16 4877 0
19236 그저 하나의 스캔들일 뿐..(양해를 구하고 글을 올립니다) [14] Ms. Anscombe4159 05/12/16 4159 0
19234 황우석 교수님 관련 글이 거짓일 경우 나라가 미쳐 돌아갔던 잘못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겁니까? [67] jjune5676 05/12/16 5676 0
19233 이제는 지지하고 자시고가 아닙니다. 참내.. [24] 스팀먹은마린3891 05/12/16 3891 0
19232 황박사 논의 중에 간과되고 있는 점과 내가 정말로 속상한 이유 [21] Dr.faust4825 05/12/16 4825 0
19229 12/04일에 투표게시판에 올라간 황우석교수에대한 투표및 기타 [15] Epilogue4082 05/12/16 4082 0
19228 황우석 교수, 그리고 우리. [12] 제로스의꿈4962 05/12/16 4962 0
19227 [펌]오늘은 한국 과학계 잔칫날!! [31] SBOB3967 05/12/16 3967 0
19225 황우석 교수님 연구원이 쓴 글이라고 합니다,... [34] OOv5651 05/12/16 5651 0
19224 PGR21에서 황우석 교수님 연구 논문가지고 토론 하시는 분들께 [128] NZEND4179 05/12/15 4179 0
19223 슬픔과 고통을 딛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15] 산적3224 05/12/15 3224 0
19222 자...... 오늘 MSL의 열기는 잠시 잡어두고...... 내일도 초특급 대박 경기가 열리게 됩니다~!! [22] SKY924376 05/12/15 4376 0
19221 직접 본것도 믿을 수가 없는데 어찌 남의 입에서 나온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78] 무한초보3982 05/12/15 3982 0
19220 별볼일없는 공학도로서.. 그냥 한마디 씁니다 [20] Mr.머3756 05/12/15 3756 0
19219 강민, 박정석...무척 아쉽습니다. [15] 김호철4618 05/12/15 4618 0
19218 황우석 교수님... 감사합니다.. [63] 홍정석7961 05/12/15 796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