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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6/09 19:17:39
Name 해원
Subject 듀얼토너먼트 그 곳에서
어릴 때 별을 보면서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야 내가 나중에 별 하나 발견하면 니 이름 붙여줄께"
유치합니다 -_-+ 민정이b0523별... 켁..(꼴에 또 본 건 있습니다)

다음에 내가 법칙 하나 발견하면
멋없게 뉴턴의 법칙이니 훅의 법칙이니 그렇게 짓지 말고
레몬의 법칙 에메랄드 법칙 -_-; 이렇게 이름을 짓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커서도 헛소리는 계속 됩니다
과외하는 녀석에게 공통화학을 가르칠 때 였습니다
주기율표에 대해 설명하면서
" 야 니가 여기서 새로운 원소 하나 추가하면 너 바로 카이스트 갈 수 있어"
(그녀석은 -_-+ 유난히 카이스트를 좋아했습니다. 나머지 대학은 다 싫어하더군요)
" 웃 싸부 - 절 그렇게 불렀습니다 -_-+- 그러면 이름 뭐라고 짓죠?"
" 오호~ 뭐라고 짓지? 유리늄이라고 지을까? "
" 와아 좋다 좋아 싸부 유리늄이라고 지어요.. 음 그러면 나 카이스트 가는거에요?"
" 냐하하하 너 그거 발견하고 나 모른 척 하지 마라.. 그리고 또 하나 발견하면 횰늄이라고 지어라 꼭..."
(참고삼아 말하자면 그녀석과 저는 핑클의 성유리양을 참 좋아했었지요 -_-+
그리고 효리양도... 좋아했었습니다 -_-;; )

고3병 중에 하나
한여름 흐느적거리는 대낮
한산한 버스 맨 뒷자리에 여고생 한 명이 벽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습니다
어렴풋이 잠이 듭니다
'아 어떡하지 공부 하나도 못했는데 ㅠ_ㅠ 수능은 봐야하고
악 하나도 모르겠다 ㅠ_ㅠ 난 망했군'
그렇게 모든 문제를 찍고 나와버렸습니다 --;
그런데 갑자기 성적발표날
학교에 취재진들이 몰려들더니 그녀를 향해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 어떻게 하면 수능 만점을 받을 수 있죠?"
" 평소 어떻게 공부했었죠?"
" 그 비결을 알고 싶은데요.."
밀려드는 취재진에게 그녀는 살포시 미소를 띄우며 말합니다
" 그냥 교과서보고 예습복습 열심히 하고 수업시간에 충실했을뿐입니다 ^^ "
그때쯤이면 그녀의 입가에는 흥건히 -_+ 체액이 고입니다
옆에서 보면 가관입니다
씨익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가 이내 현실을 깨닫고 ㅜ_ㅜ 눈꼬리가 한없이 내려옵니다

마냥 꿈꾸는 세계는 참 즐겁습니다
재미있었고 살만한 세상이고 정말 동화 속 세상입니다
늘 내가 주인공이고 결국엔 나는 시련을 극복한(?) 챔피언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가끔은 공상을 합니다

하지만
내가 주인공이 아닐 때
세상은 나를 주목하지 않고 있음을 깨달을 때
내가 꿈꿔온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다시 상상의 나래를 펴기가 힘듭니다
회색빛 칙칙한 현실이 아무리 눈비벼봐도 무지개빛 환상속 세계가 아닙니다


듀얼토너먼트
많은 선수들이 꿈꿨겠지요

피나는 연습 끝에 잠시 취하는 휴식동안
스타리그 16강에 들어있는
스타리거 xxx인 자신을 꿈꿨을 겁니다
스타리거가 되어 조지명식에서 인터뷰하는 자신을 그려봤을테고
누구를 뽑을까라는 행복한 고민을 할 자신도 상상해 봤을 겁니다

4명중 2명은 탈락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탈락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전에 어떤 감독이 그러더군요
승리를 생각하며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지 패배를 염두에 두고 경기를 하지는 않는다고

꿈같은 세상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 나의 이런 고생이
가끔은 머리 터질 것 같은 이 생활이
그 고비를 넘고서 내 손가락으로 그려낸 V자 하나로
보상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달립니다(전태규 선수가 생각나네요 ^^;)

사람들은 냉정하게도
'음 누가 떨어지겠군'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외면을 하든 '아직 뭘 잘 모르는군'이라며 무시하든
자신의 V를 생각하며 매진합니다

가끔 눈을 뜨면
현실은 너무 차갑고 냉혹한 것임을 느낍니다

듀얼토너먼트
어떤 사람들은 듀얼토너먼트가 제일 재밌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 무정한 사람들! "
(ㅎㅎㅎ; 헛소립니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진하다고 하던가요
냉정한 결과만큼 그 가치는 더 높아지는 것인가요
승과 패가 하늘 땅차이라
마지막 정재호선수가 흘리는 땀을 보며
마냥 조명탓만 할 수는 없더군요

지난 듀얼토너먼트에서 한웅렬 선수의 게임이 생각이 납니다
조병호선수와 아방가르드2에서 게임인 걸로 기억됩니다만
처절했던 게임을 꼽는다면 손가락안에 꼽힐 것입니다
조병호선수도 그랬고 한웅렬 선수도 그랬지만
저렇게 긴 시간동안 치열하고 처절한 게임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
제가 pd라면 스타리그 진출권을 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좀 오반가요 -_-;)
승자인 한웅렬선수가 네오비프로스트에서 박상익선수에게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아쉬움이 더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웅렬 선수는 그 현실을 정말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계속 듀얼토너먼트는 이어집니다
그 날 마다 2명은 기뻐서 비명을 지르고
2명은 비명을 지를 힘조차 없이 터덜터덜 발길을 돌릴지 모릅니다

그 승부의 명확한 갈림길에서
선수들은 하늘을 바라보고 달리고 있습니다

별을 바라보고 걷다가 구덩이에 빠진 탈레스
별을 바라보 선수들은 달리고 있습니다
(멍하니 걷던 탈레스와는 다르군요^^;)

위에 적힌 망상(?)들과 다른
탈레스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멀디 먼 이상과는 다른

언젠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을 꾸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

그런 그들을 보며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승자에게는 박수를
패자에게는 위로를...

이 것 뿐입니다


p.s. 꿈이란 허무한 구름같은 것이 아닙니다
꿈은 마약과 같이 현실에서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기특한 것입니다
눈 뜨면 다시 그 상처가 쓰리지만 허무함만이 남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다시 눈을 떴을 때 일어날 힘을 주는 대단한 존재입니다

모두가 화이팅 하시기를...

p.s.' 위에 망상들을 늘어놓은 까닭은 아마 제가 프로게이머가 되었으면
맨날 음.. 우승 소감 말할 때 누구 이름 말해줘야하나.. 훗...
이런 생각이나 할 것 같아서.. 끄적여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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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6/09 19:29
수정 아이콘
'승리천국, 패배지옥' 지난 주 듀얼의 5차전이 끝나고 전태규 선수가 브이자를 손으로 표하며 깜찍한 미소를 짓고 있는 동안, 맞은 편에서 출산하는 임산부를 방불케할만큼 땀에 젖어있던 정재호 선수의 모습이 좀체 머리를 떠나지 않는군요.
03/06/09 19:35
수정 아이콘
좀 더 다른관점에서 보면 듀얼토너먼트라는 방송대회(?)조차 나오지 못하는 게이머들도 있습니다. 모두들 똑같이 땀흘리고 노력합니다. 패자가 되어 한없는 아쉬움이 남겠지만 그것마저도 부러워 할 사람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물빛노을
03/06/09 20:27
수정 아이콘
와...멋진 글입니다. 해원님의 글을 볼때면 정말 감탄스럽습니다^^
03/06/09 20:43
수정 아이콘
남자라면 질럿~~~ 프로토스 팬으로서 듀얼토너먼트에서 프토유저들의 승리가 통괘했지만, 정재호 선수의 얼굴을 보는 순간 너무나 안타깝더군요. 땀과, 아쉬움으로 가득찬 정재호 선수를 보니 저까지도 가슴 한구석이 멍해지더군요. 스타 보면서 그렇게 맘 아픔적은 처음이였습니다.
음흐흐~
03/06/09 21:07
수정 아이콘
아 자취하시고 졸업반에 결혼을 준비하신다는 그분이군요..멋진글이군요~
03/06/09 23:25
수정 아이콘
해원님의 글을 보며 혼자 끄덕끄덕....듀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댓글을 쓰다가, Omega님의 글을 본순간.... 모두 지워버리고 말았네요. 어찌해야 좋을지....듀얼에서 탈락한 선수가 안타까웠다가, 또 그 자리 마저 동경하는 선수들을 생각하니 또다른 안타까움이 밀려오고......아무래도 제가 내공을 더 쌓아햐 할듯 합니다...
03/06/09 23:26
수정 아이콘
역시 내공이 부족하니 오타까지...쌓아야...ㅡ.ㅠ 으흑...
03/06/09 23:29
수정 아이콘
칭찬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_+; 감동이에요... ㅡㅜ 물빛노을님 참 글 잘 쓰시던데 -_-;; 글 좀 써주세요... 닉네임이 너무 낭만적이라서 닉네임을 볼 때마다 미소년을 떠올립니다(?) ㅇ_ㅇ .. 음흐흐~님 -_-+ 저 결혼준비 안합니다 저 아직 앞날이 창창한 소녀! 입니다 -0-vVwhite님 제 글에는 늘 오타가 하나 이상있습니다 -_-+ 늘! 말입니다 ㅠ_ㅠ 퇴고의 보람이 없습니다
전에 아는 동생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코카콜라 온게임넷 결승 5차전을보고 있었습니다. " 아~ 500만원짜리 게임이었는데..." 라고 말을 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강도경선수는 1500만원짜리 게임을 ㅠ_ㅠ 놓쳤었죠... 윽.. 마음이 아픕니다.듀얼토너먼트도 그러하지만 결승전때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미 전세가 기울었지만 Gg를 선언하지 못하는 그 선수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 아 Gg치지마.. 치지말란 말이야 ㅠ_ㅠ' 란 생각을 합니다... (이에 대한 좋은 글이 있었는데.. 게임의 승패 그 사회화에 대한 글이었는데... -0-;; 어떻게 검색을 해야하는지) 오메가님 댓글을 보니 저도 -_-+ 할 말을 잃었습니다.....
물빛노을
03/06/09 23:34
수정 아이콘
허헉;; 칭찬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닉네임을 칭찬해주시니 새삼자부심이 생기네요^^(그런데, 얼굴은 최악-_-입니다;;) 그런데, 소녀?!셨습니까?;; 남자분으로 알고 있었는데요-_-;; 문체가 여자분같긴 했는데, '여자친구' 뭐 이런 내용을 해원님 글 중에서 본 것 같습니다만-_-;; 잘못봤나;;
GuiSin_TerraN
03/06/10 00:38
수정 아이콘
그자리 조차 부러워 하는선수들이있다....
플게이머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
03/06/10 02:42
수정 아이콘
저도 해원님 글에 원츄-_-)=b
피자조아
03/06/10 02:48
수정 아이콘
토스가 올라가서 기쁘면서도.. 저도 어느 분과 같이 정재호 선수의 땀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안전제일
03/06/10 03:37
수정 아이콘
듀얼은 참 미안하게 만드는 경기들입니다.
괜히 혼자 보고있다가 미안해서 끝까지 보지 못할때가 있을정도로..
가끔 본선리그를 보다가 이런소릴 할때도 있죠.'듀얼에서 하는것 처럼만 하란말야!'^^;;열심히 하는건 알고있지만요.
그자리에서 떨어진, 그자리에도 가지 못한 많은 선수들이 그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서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바꾸어 나갈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할말은 한가지죠. '응원하고있습니다'라고.
03/06/10 05:32
수정 아이콘
늘 느끼는 거지만, 해원님 글은 참 따뜻하구요.. 정말 공감이 가는 좋은 글이네요.. ^^ 선수들이 그런 자리에 서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리는지가 마음으로 느껴집니다.. 그런만큼 정말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경기에 대해서, 정말 무심한 한마디로 경기가 재미없다는 식의 게시판 글을 볼때면, 마치 제 일처럼 힘이 쭉 빠질 때가 가끔 있네요.. 만약 선수들이 그런 글을 본다면 저보다 더하겠지만요... 요즘처럼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된 시대에, 정말 한 경기를 위해 더 많은 땀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우리는 좀더 많은 박수를 보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03/06/10 11:09
수정 아이콘
해원님, 글 참 잘 쓰시네요. ^^ 무엇보다도 글에서 사람 냄새가 나서 좋네요. 글만 보고 처음엔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으로 생각했는데 저보다 두 살이나 어리시더군요. ^^;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즐겨 보기 시작한지 벌써 몇년이 되었지만, 매경기마다 이기고 웃음 짓는 선수 뒤엔 반대로 지고 고개 숙인 선수가 있다는게 안타깝더군요. 그래도 승부를 내기 위한 경기이니 어쩔수가 없고.. 최선을 다하는만큼 다들 잘 됐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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