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06/05 17:34:00 |
Name |
혈향_血香★ |
Subject |
[잡담]편견을 버려요.... |
얼마 전, 이곳에서 '시각장애인이 스타크래프트를 한다'라는 기사를 보았을 때 저는
솔직히 잘 믿기지 않았습니다.
상하좌우로 클릭을 해봐서 미네랄이 있는 곳을 알아낸다던가, 드래그로 일꾼이 있는
곳을 알아낸다던가 하는 것 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정찰은 어떻게 하는지, 건물은 어떻게 짓는지, 병력은 어떻게 생산하는지, 방어는
어떻게 하는지, 러쉬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쳐 가는 데에 그 기사는 점점 제 머릿속에서 잊혀져갔습니다.
몇 시간 전 잠시 외할머니댁에 심부름을 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산을 깎아 만든 동네인지라 경사는 어찌나 높은지 춘하추동을 막론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발을 크게 헛디디면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심조심 다니던 그런
동네였습니다.
거기다 어찌나 더운지 땀을 뻘뻘 흘리며 후들거리는 다리로 높은 계단을 거의 기어
올라가듯이(정말입니다....-_-;;) 힘겹게 오르던 중이었습니다.
"Right away Sir~"
어디선가 우리의 명랑한(가끔 코도 한번씩 파주는...-_-)SCV군의 소리가 들려왔습
니다.
"환청인가?-_-;"
그 동네는 워낙 고령자분들이 90%이상 거주하고 계시는 동네이기 때문에 저는 뭘
잘못 들었나... 하고 걷던 길을 계속 걸어갔습니다.
"@#$%&(필자는 이 부분을 아직까지 못알아듣고 있습니다-_-;) more mineral~"
목소리만 아리따운 백혈병 여인네(;)의 목소리. 더 이상 환청이라고 간주할 수 없었
던 저는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소리가 나는 곳은 다름아닌 옆에 있는 모 맹아원이었습니다.
몇 명의 남자아이들이 스피커 소리를 엄청 크게 올려놓고 서로 하겠다며 한참 서로
토닥거리는 중이었습니다(경사가 너무 높아서 건물 안이 빤히 들여다보였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하시나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선생님은 코빼기도 안보이니거니와 그
때는 선생님들이 다른 곳에 계시는 시간이었습니다.(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알고 있었습니다.)
'그 기사가 정말이었구나....'
저는 약간의 신비함을 느끼며 계속 가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곧 다른 곳에 생각이 미치자 저는 아까 했던 생각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
습니다.
아무리 '장애인의 사회 평등화'를 말하며 그런 류의 운동에도 몇 번 동참했었고, 장
애인연대를 지지하던 저였지만 머릿 속 뿌리 깊이 박혀버린 편견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저의 오빠도 사실은 2급 정신장애인입니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오빠를 보며 '무슨 컴퓨터야...'하지만 보고 있자면 영
단어 게임을(중·고등학교급의) 능숙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장애인이 게임을 한대!'라고 하면 더 이상 신기해하거나 놀라워하지 않을
거라고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게임이 정상인만의 특권은 아닙니다.
지금 우리 사는 세상에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탈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세상인데, 게임할 권리마저 주지 않다거나 게임하는 그들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
보면 결국 그들의 인권을 더욱더 무시하는 결과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앞으로 배틀넷에서 그들과 함께 멋진 한게임을 펼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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