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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6/04 15:47:02 |
Name |
몽땅패하는랜 |
Subject |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한다는 것은? |
저는 프로게이머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다만, 프로게이머가 된다는 것은, 어느 한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상당한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일테지만요).
지금 프로게이머로 우리들의 사랑을 받는 임요환, 홍진호, 조정현 선수. 그리고 서서히 관심을 집중시키는 강민, 이재훈, 김현진 선수(혹 빠진 선수가 있다고 너무 노여워하지는 마시기를……).
그들은 우리가 모르는 시간에(그들이 방송리그에 나와 알려지기 전에) 많은 희생을 겪어야 했을 것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친구와의 즐거운 시간을, 피곤한 몸을 쉬게 할 수면 시간 등을 줄여가면서 하루 왼종일 어두컴컴한 피씨방 한 구석에서 스타를 연습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의 눈에 띄어 프로게이머가 되고, 승패가 쌓이면서 스타팬들의 시선을 끌게 되고, 인기를 얻게 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일 것입니다.
비록 프로게이머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하고, 때문에 고생에 비해 이렇다 할 보람이나 보수 없이 어려운 생활을 이어나가야 하는 많은 무명선수들이 있을 것입니다.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곳 피지알에서 열악한 프로게이머들의 환경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더군요,(특히 정일훈 캐스터의ꡒ더이상 프로게이머를 주유소 아르바이트 생으로 만나는 것을 보기 싫습니다ꡓ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얼마전 한 지역민방의 스타관련 방송에서 크다면 크고 사소하다면 사소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같은 팀 소속의, 그것도 잠시 현역을 떠났다가 돌아온 노장 프로게이머와 방송리그 애청자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신진 프로게이머의 경기.
경기가 끝나고 많은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어떤 분은 분노마저 느꼈다고 표현할 정도로 상대에 대한 배려나, 기본적으로 프로게이머가 가져야 할 경기의식 같은 것이 없다고 많은 분들이 비판했습니다(비난이 아닙니다)
다행히 이곳 피지알에서도 이야기가 되었지만 다른 게시판의 경우에 비교하면 너무도 점잖고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앞날이 긴 선수이니 다음을 지켜보자는 신중한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의견들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그 경기 중에 그 선수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 선수 역시 자신도 지금 많은 스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들처럼 되겠다는 일념으로 많은 시간을 스타에 매달렸을 것입니다. 당연히, 다른 많은 것들을 희생해야 했겠지요. 그리고 거의 무명인 상태에서(다만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처음이나 다름없는 방송 경기. 상대는 같은 팀의 대선배격인 선수였고 심지어 해설석에도 같은 팀의 동료가 앉아 있는 상황. 아마 그 선수는 꼭 이기고 싶었을 것입니다.(승부욕이 없는 프로게이머가 있을 리가 없겠지요), 그래서 그는 이기는 방법만을 계속 생각했을 것이고 어쩌면 그 때문에 시야가 좁아지고 사고가 단순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때문에 모험보다는 안전위주로 경기를 운영해나갔을 것이고 되도록이면 상대에게 반격의 빌미를 주기 싫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경기는 이겼습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고 이겼다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었을 것입니다.(다만 한 경기의 승리로 그친다 해도 말입니다)
그런데 경기 후 여기저기서 그를 비판하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어? 왜 이러지. 나는 다만 지기 싫어서 그랬을 뿐인데.... 그는 당황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돌아온 숙소에서 그를 맞이하는 팀원들의 얼굴에도 불편함이 어려 있을수도 있습니다. 왜들 그러지? 그는 아마 자신이 했던 경기내용을 곰곰 되씹어 보았을 것입니다. 그는 그런 다음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 이런 저런 연유로 내가 스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실망시켰구나. 그리고 오랜만에 돌아온 선배게이머에게 자칫 큰 마음의 상처를 줄 뻔 했구나 . 아, 다음부턴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오늘의 실망스런 결과를 다시는 얻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아니, 왜들 이러지? 나는 다만 이기기 위해서 내 딴에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갔을 뿐이야. 그런데 뭐 비매너라고? 프로게이머의 본분을 망각했다고? 아니, 이렇게 비판하는 사람들은 나만큼이나 시간을 버리고 고생을 해봤을까? 정말 너무하네...”
물론 좁디좁은 저만의 시각으로 본 것입니다. 그 선수가 경기후에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제가 이렇게 이제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잠잠해진 이야기를 뒷북으로 하는 이유는 다만 한 가지입니다.
그 선수가 이기고자 했던 것은, 그리고 승리한 선수에게는 견디기 힘들만큼 쏟아졌을 비판도 너무 박쥐적인 이야기지만(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단 한 가지 이유일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하니까.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하기에 그는 열심히 컴퓨터로, 그리고 베넷으로 경기를 했을 것이고 어느 틈엔가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단순한 오락이 아닌 자신이 세상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수단이 된 것입니다.
오로지 승자만이 말을 하는 프로의 세계.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승리를 위해서는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라도 넘기겠다, 라는 극단론적인 마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그 선수 역시 대부분의 프로게이머가 그렇듯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청년입니다.
진다는 것의 쓰라림보다는 승리의 달콤함을 더욱 찾아다닐 나이라는 것입니다. 이기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한다. 경기에 나설때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그 선수의 경기를 비판하는 많은 분들의 심정도 조금은 이해가 갈 듯 싶습니다.(초보가 너무 건방진 발언을 하는 것 같습니다만.....)
스타 경기를 관전하는 분들은 프로게이머의 현란한 손놀림과 유닛 컨트롤, 그리고 기상천외한 전략이나 가공할 역전극을 이끌어내는 그들의 뚝심에 감탄하면서, 발매 5년이 넘도록 무궁무진한 전략과 전술이 계속 쏟아져나오는 스타의 다양함에 감탄하는 분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깨끗한 승리를, 진정한 실력 대 실력으로 빚어내는 승패의 드라마에 열광하는 분들에게 어쩌면 그 경기는 너무도 실망스럽고 화를 돋우는 경기였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저런 식으로 경기하는 것이 프로게이머라구? 저건 말도 안 돼. 저건 승패를 떠나서 상대선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상대에게 떳떳하게 GG를 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지.
아마도 그것은 스타크래프트 경기가, 특히 프로게이머간의 경기는 서로의 최선을 다해서 떳떳하게 얻어내는 승리야말로 최고의 승리라는 우리들의 믿음이 있기 때문이겠죠,
대부분의 프로게이머에게 스타는 어쩌면 생애 처음으로 찾아온 첫사랑일수도 있습니다. 첫사랑이라는 것은 언제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첫사랑의 대상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때문에 자신의 형편은 생각하지도 않고 값비싼 것으로 상대에게 환심을 사려하고 무리를 해서라도 자신의 곁에 두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그 선수는 자신이 스타를 사랑하는 방법이, 그리고 그 사랑을 얻기위한 하나의 상징이 승리였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이기고 싶다(바꿔 말하면 어떻게든 그(그녀)와 좋은 사랑을 하고 싶다)라는 것이 당시 경기에 임하는 그의 태도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그 선수에 대해 비판하는 여러분들도 비판의 전제에는 스타를 향한 사랑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함부로 단정짓는 것은 위험하니까 이해하시겠죠^^;;;).
내가 아는 스타크래프트 경기는, 프로게이머의 경기는 이런 식이 아니다. 서로 최선을 다하는 진검의 승부가 아름다운 것이지. 저런 식으로 모양 사납게 승리하는 것은 오히려 스타를, 프로게이머들의 치열한 승부를 욕되게 하는 일이다.
아마도 그 선수를 비판하는 분들의 마음에는 이러한 의식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선수를 옹호하고자 뒤늦은 반론을 제기하는 것도 아니고, 지난 일을 새삼스레 들추어내어 게시판을 어지럽히자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피지알과 스타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일반인들과(표현이 이상하지만 제 표현력의 한계로 말미암아) 프로게이머들 모두에게는 “우리는 스타를 사랑”한다는 의식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표현 수단은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프로게이머들에게는 승리라는 열매를 얻기위한 상상못할 노력이 사랑의 표현일 것이고, 일반관중들에게는 수준을 짐작할 수 없는 프로게이머들의 절묘한 솜씨에 감탄하고 경기를 분석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게이머를 응원하는 것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다만, 어느 때에는 그러한 사랑의 표현이 때로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고백이 아닌, 집착과 분노의 감정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승리에 집착한 나머지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여준 프로게이머의 지나친 집착이나 그러한 경기에 분노한 나머지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혹독한 비판.
사랑한다는 것은 혼자만이 즐겨워서는 안된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사랑에는 언제나 자신의 즐거움 못지않게 대상을 향한 배려가 항상 요구됩니다. 다행스럽게 피지알은 이러한 완성된 사랑을 위해 노력하려는 움직임이 있기에 감히 이런 글을 올리게 됩니다.
아직 프로게이머들은 일반개념으로 볼 때 젊다못해 어리기까지 한 불안정한 연령층이 대부분입니다. 사회의 신고식을 아주 혹독하게 치르는 과정이라고 할까요. 어떤 면에서는 그들은 완성된 부분보다는 채워야 할 부분이 많을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은 프로게이머들이 만들어내는 승부의 마당에 관중으로 참여해서 같이 감탄하고 같이 기뻐하고 슬퍼해주는 우리들의 몫도 매우 클 것입니다. 다만 그들을 너무 우리들의 기준에 얽매어 굳어지게 만들기 보다는 가능성과 미래가 아직 창창한 그들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따끔한 질책의 말보다는(물론 필요한 것입니다만 정도 이상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조용한 격려와 박수가 아직은 젊다못해 어린 프로게이머들에겐 성장을 위한 좋은 비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써놓고보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쓴 건지 모르겠군요(아~~허접의 비애 ㅠ.ㅠ)
-결코 어떤 비난이나 논쟁거리를 만들자는 목적으로 쓴 글은 아닙니다. 그냥 뭘 모르는 초보가 나름대로의 생각을 털어놓은 것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김창선 해설위원의 생년이 75년생으로 되어 있는데 사실입니까?
전 그동안 김창선 해설위원을 형님이라고 생각했는데(전 71년 생입니다 ㅠ.ㅠ) 사실이라면 정말 충격입니다.(TV화면이 사람 나이들어 보이게 하는 건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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