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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1/14 04:34:33
Name kama
Subject [짧은 글]그 후......- 박용욱 편
그래도 벌린 일을 수습하기 위해 역시나 슬그머니 잠입에 성공한 kama입니다. 한 번 쓰기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겠죠. 시작이 있는 곳에 끝이 있다니.....아, 이건 아닌가? 어쨌든 저번의 강민 편에 이은 박용욱 편입니다. 우째......역시나 제목과는 달리 깁니다ㅡㅡ;;;; 주의하시길^^; 역시나 태클은 환영이고 미력한 글,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기다리는 이 하나 없을 history of starcraft의 경우(ㅜㅡ) 자료 수집 등으로 글 쓰는데 생각외로 오래걸려서 휴가 때 마무리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휘리릭~




  그 후......- 박용욱 편


  남자는 살며시 눈을 떴다. 어둠에 익숙해져 있던 그의 눈동자가 서서히 붉으스름한 빛에 적응해가자 회관안의 모습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이한 것은 없었다. 약간은 썰렁하다 싶을 정도의 실내장식, 처음에 그의 눈을 강하게 자극했던 불빛도 사실 실내를 보이기 위한 최소한의 횃불들이었을 뿐이었다. 다만 그럼에도 꽤 넓은 규모의 방이 좁아보이는 것은 남자의 앞에 앉아있는 여러 사람들 뿐일 것이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그저 편안하면서도 자세를 갖추고 앉아있는 사람들일 뿐이지만 그들의 이름을 듣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리라.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새삼스럽지만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무림의 세계를 알지 못했던 자신이 이 세계에 뛰어드는 것을 말렸던 사람이 어디 한둘이었던가. 하지만 자신은 결국 이 세계의 매혹에 빠졌고 결국 맨손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 남자를 만났다. 운명이라고 할까, 아니면 사람의 의지가 만들어낸 기회라고 할까나. 남자의 이름은 박서(璞瑞). 황제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무림계를 제패하다시피 했던 인물이었다. 그 역시 침체기에 있던 자신을 추스리고 더 강해져야한다는 의지를 가진체 당시 최고의 문파였던 아이예수(牙以禮樹)를 버리고 홀로 낭인의 삶을 살던 시기. 그와 만나 자신이 배웠던 무공심리학을 세상에 떨치기로 각오한 자신은 무림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재야의 고수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재야에선 사기라고마저 불리며 이름을 떨치던 가추(可秋), 과거 여러 대회에서 모습을 보였지만 재능을 인정받지 못했던 저구리( 低丘李) , 과거 최고의 명성을 떨쳤던 내래인(內來因)의 후계자로 주목을 모으고 있던 내래인보우(內來因保雨)와 같은 고수들. 하지만 그럼에도 신문파 오리온(晤璃蘊)은 황제 박서의 문파라는 소리를 계속해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큰 맘먹고 이미 무림계에 적지않은 명성을 떨치고 있는 두 명의 고수, 아이예수의 소공자였던 계이오예수(計以烏禮樹)와 무림계를 양분했던 또 하나의 명문이었던 일광(一光)의 강담(江談)이 좌우호법을 맡은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예측하듯, 그런 세상의 시선을 변하기 시작했다. 예보(藝寶) 문파대항전에서 보여줬던 가추의 대활약, 그리고 아이예수 분열 이후 유아독존의 길을 걸으리라 예상되었던 명문 일광과의 결전 후 승리. 박서만의 문파가 아닌 각자 모두 일당백의 무공을 가지 초고수들이라는 것을 세상에 떨친 계기였다. 그리고 이제 지금, 모든 무림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모든 무공대회의 정점에 서있는 온개임내(溫憩林乃)무림대회에서 그가 우승을 했던 것이다. 남자, 문파 오리온의 장문인 준(俊)은 앞에 앉아있는 사람 중 가운데 앉아있는 자를 바라보았다. 그 무공의 강력함으로 인해 악마라고까지 불리운 남자, 강담이었다.

  "강담아."
  "네, 장문인."
  "너의 무공이 아무리 땅을 울리고 하늘을 가른다 해도 한 사람의 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명심해라. 무공의 강함은 세월의 변덕에 변할 수 있는 것이고, 최고의 칭호 역시 떨어지는 낙엽처럼 묻힐 수 있음을 깨달아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 자만은 모든 사람의 적이며 가장 위험한 독이다. 방심은 천하제일군이 세살 꼬마에게 무릎을 꿇게 하는 이유이며 명성에 취하는 것은 술에 취하는 것보다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여라."
  "네, 그리 하겠습니다."
  "강담아."
  "네, 장문인."
  "......"

  약간의 공백. 강담을 비롯한 모든 오리온의 무림인들이 장문인에게 주목했다. 그 중 제일호법에 부장문을 맡고 있는 박서만이 장문인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있음을 깨달았다. 그리로 말을 잇는 준의 목소리가 살며시 떨렸다.

  "강담아......축하한다."

  결국 장문인은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강담은 그런 장문인의 눈물에 감동한체 살며시 일어나 절을 올렸다. 바닥에 엎드린 그의 눈 역시 장문인과 다를바 없다는 것을 이번에는 박서만이 아닌 다른 이들도 알 수 있었다. 숙연해진 분위기. 순간, 내래인보우가 일어나 소리를 외쳤다.

  "자, 이 좋은 날 이대로 있을수는 없겠죠! 상을 올려라!"

  그 날 밤, 문파 오리온은 축하와 기쁨의 열기로 가득 차버렸다. 그 순간에만은 모든 이들이 웃고 떠드는데 아낌을 베풀지 않았다.


  그리고 한바탕 소란이 끝난 시간. 밤은 이미 깊어 새벽의 경지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술과 기쁨에 취해 방 한 구석에 누워있던 계이오예수는 누군가가 일어난 자신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음냐, 누구지.....술과 잠에 취해있던 두 눈을 살며시 뜨자 희미하게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저 모습은......강담이었다. 흠, 어디가는 것일까나......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뭐, 뒷간이나 가려는 것이겠지. 그런 생각을 마치고 다시 그는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강담은 더욱 멀리 떨어진 곳까지 홀로 걸어갔다. 그리고 발을 멈춘 것은 오리온의 근처에 있는 늪새밭이었다. 새벽바람을 맞으며 늪새 저편의 어둠을 바라보고 있는 강담의 눈에 술이나 잠의 기운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평상시때보다 더욱 또렷하고 맑은 기운이 얽혀있을 뿐이었다. 서있는 자세에도 어떤 위압감과 강한 기세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저 편, 강담의 시선에 자리를 잡고 있는 어떤 누군가도 마찬가지였다.

  "오래 기다렸나?"
  "아니, 이렇게 나와준 것도 고맙지, 뭐."
  "내가 안나왔으면 어떻게 했을려고?"
  "뭐, 굳이 널 만날려고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새벽 공기가 맑으니 산책하기는 그만이 아닌가."

   그 대답에 강담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산책이라......문파 오리온과 문파 일광 사이의 거리가 몇 리나 되더라......축치법인 발업질업(發業疾業)을 써도 몇 시진이 걸리는 거리가 아니던가.

  "하여튼 우연이든 필연이든 만났으니 술이나 한 잔 할까?"
  "친구, 무림인이 어찌 술로만 친분을 나눌 것인가."

  저편에 서있던 남자, 강담의 고향친구이자 소중한 동지인 일광의 대호법 리치(利致)가 서서히 거리를 좁히며 걸어왔다. 그리고 그것을 기다리기라도 했듯이 강담도 그에 발맞춰 앞으로 나아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는 강담의 몸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리치, 같은 고향에서 올라와 무림을 재패했던 인물. 한때 같은 문파에 속하기도 했던 둘은 그토록 절친하였던 친구가 아닌가. 먼저 이름을 떨친 것은 자신이었다. 과거 온개임내 4인의 위치에 오르며 무적이라 불리던 황제 박서를 이긴 적도 있지 않았는가. 하지만 결국 박서에게 무릎을 꿇고 벽안법사(壁眼法士) 그르르르에게 진 이후, 자신은 과거시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잠시 무림계를 떠났었다. 그리고 1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무림계로 돌와왔을 때, 리치는 박서에게 승리하고 영웅이란 칭호를 얻으며 전 무림계의 위에 올라섰던 것이다. 얼마나 부러웠던지......질투심마저 느꼈다. 그리고 그 것이 결국 자신이 일광을 떠나 이곳으로 오게한 영향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후에도 둘은 절친한 친구였고, 좋은 훈련 상대였다. 녀석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신이 지금 녀석과 동급에 올라설 수 있었을까. 답변은 하나뿐이었다.

  "이봐, 한 번 우승을 했다고 기고만장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직은 경력이 다르다고, 경력이!"
  "헤, 이제 한 물간 녀석이 큰소리 치기냐! 너 같은 놈은 10분이면 충분하다! 1~0~분~!"

  두 명의 무림인, 두 명의 남자, 두 명의 친구는 서로 미소를 지으며 권을 교차시켰다. 그렇게, 그렇게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P.s) 원래 두 부산사나이들의 대화는 진~한 부산사투리로 써볼려고 했으나 충북 청주 출신인 저로선 엄두가 안나더군요ㅡㅡ; 둘이 표준말을 써도 이상하다 생각하지는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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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1/14 11:02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곧 있을 엠겜무림대회 黃과 可秋의 이야기까지 보고싶다고 하면 욕심이겠죠? 헤헤헤;
history of starcraft는 늦깎이 게임팬인 저에게 좋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3부 기다리고 있는 사람 있다는거, 잊지 마시구요-3-
남은 군 생활 알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_^
물빛노을
03/11/14 12:47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강도경 선수도 출연시켜주셨으면 더욱 감사했을 텐데ㅡㅜ
03/11/14 14:14
수정 아이콘
긴 시간을 표현하기위해서 몇십각이란 표현보다는 몇시진이 조금 더 어울릴것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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