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11/11 05:37:18 |
Name |
이길성 |
Subject |
[잡담]결승전에서 |
pgr에 계신 분들 대부분 지금쯤이면 이틀 전에 벌어진 온게임넷 결승전을 보셨을 겁니다. 저도 물론 결승전을 보았습니다. 월요일에 시험이 있는 관계로 직접 잠실 야구장에는 가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이번 결승전은 플플전의 진수를 정말 유감없이 보여주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번 결승전에 대해 여러가지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두 선수가 만들어낸 플플전 최고의 명승부, 전용준 님의 매끄럽고도 유쾌한 진행, 엄재경님의 관록의 해설, 김도형님의 예리한 지적과 S급의 유머 실력이 합쳐져 이 우려를 한방에 날려버렸습니다. 언제나 온게임넷을 응원하고 있는 저로서는 너무도 기쁜 하루였습니다. 또 제가 응원하던 선수가 우승까지 해 더욱 겹경사가 된 것이지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쓴 것은 결승전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와 동류의 글들은 이 글 밑으로 숱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그럼 어떠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일까요? 문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결승전 때 어느 학생분들이 자신의 학교 이름을 카드로 만들어와 공중파에 잡혔습니다. oo oo고 였죠. 어느 학교 일까요?
네~네~
집중해서 잘 보셨군요!
바로 대구 경신고 였습니다. 제가 몇 년전에 졸업한 학교입니다.
아마도 수능이 끝나고 온게임넷을 보러 올라온 학생들이겠지요. 전 그 장면에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어 잊고 살았던 고등학교 이름을 새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생활은 지금 제게 잊혀지지 않을 추억 덩어리로 남아 있습니다. 능력은 없지만 반을 꾸려가는 자리에서 여러 친구들과 티격태격하며 조금씩 쌓아간 정이 지금도 저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지금은 곁에 없는 친구들이 훨씬 많습니다. 군대와 대학으로 뿔뿔이 흩어진 탓이지요. 같은 학교 안에서도 거의 못보고 지내니 다른 친구들이야 오죽 하겠습니까. 경기를 보면서 친했던 녀석들,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습니다. 신경도 못쓰고 산지 너무 오래된 것은 아닌지 후회도 해보았습니다.
결승전을 보면서 잠시 이런저런 감상에 빠져보았습니다. 우스꽝스런, 치기 어린 후배 녀석들의 작은 행동이 저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 것이지요. 고등학교 생활이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아직 대학 입시를 위해 열심히 달려가시는 후배 분들, 혹은 훌쩍 뛰어 넘어 과거를 돌아보는 선배분들 모두 학창시절의 소중함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친구의 소중함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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