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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1/04 14:45
수능을 본 것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라 이젠 정말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언듯유재석 님의 글을 보며 그 때가 떠오르는군요...딱 모의고사 만큼의 점수를 받았던지라 결과에 관한 특별한 감상은 없었지만, 끝나고 나서의 기분은 참으로 묘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모쪼록 수험생 여러분 건승하시길 빌겠습니다. 그리고 행여나 내일 저녁 결과가 원했던 것에 못미치더라도 인생의 한 국면에서의 작은 실패로 여겼으면 합니다. 러커드랍 한 번 실패했다고 경기를 지는건 아니니까요... 물론 어려운 이야기라는 건 알지만 스무살이라는 나이는 그 가능성만으로도 무척이나 희망찬 나이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수험생 여러분이 굳이 위와 같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결과를 얻으시길...^^
03/11/04 14:51
시험이 끝나고 나오는데... 만감이 교차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그 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수능점수나 대학 선택에 대해 수없이 후회해왔네요ㅡ.ㅜ
지금은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수능시험이 끝나던 날, 그 날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던 그 때.... 수험생 여러분들.. 내일은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겁니다. 소중히 간직하세요^^
03/11/04 14:53
음 벌써 몇년전이네요.
담장을 맞댄 중학교에서 시험을 보게 되어 너무 좋았죠. 기숙사에서 전날밤 어떻게 잠이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잘 잤습니다. 그리고는 후배들이 큰 소리로 노래까지 불러주며 무슨 파병용사 행군하듯 씩씩하게 교실로 들어가던 길이 생각나네요. 도시락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기만 했습니다-_- 아. 젠장 늘 추운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교실은 낯설어 더 추웠습니다. 제 옆자리의 녀석은 세상에 전국 100등 안으로 빨리 풀어제낄 자신이 있는 나보다도 문제를 빨리 풀고 엎어져 자버리다니. -_- 선생님들이 겁주던 "야. 한번만 보여줘. 니 인생 두번 살거냐" 사태는 생기지 않았지만. 의외의 복병 - 도시락 까먹으며 수리영역 맞춰보는 놈들의 러쉬 - 에 다소 흔들렸던 기억도 납니다. 그놈들 요즘도 보는데 좀 맞아야 됩니다. 맞춰본게 전부 안틀렸기에 망정이지-_- 3년동안 사회 과목은 소설책으로 때운 터라 사탐은 뭐 즐거운 교양쌓기로 생각해버린 태연한 학생이, 고사장 앞에 어둑어둑한 길에 나오신 부모님과 할머니를 홀대합니다. "뭘, 대단한 일이라고 이런데 나와서까지 고생이에요!" 그때 괜한 소리 때문에 성적표 날아올 때까지 집에서 밥 제대로 못먹었습니다. -_- 나름대로는 손을 호호 불면서 제 걱정하는게 못마땅했던 건데. 걱정이라니. 내가 어련히 잘 하려구!!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괜히 알고 계시기를 바라는데 말이죠. 그날은 추웠습니다. 가채점 하는 여학생들은 연신 눈물을 흘려댔고, 한 명은 먼 곳으로 사출 (기숙사라서-_-) 을 해버렸습니다. 친구놈은 그냥 이불 덮어쓰고 잠들어버렸고. 전 그냥 할 일이 없어서 멍 했던 생각만 납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참 재미있게 놀았었는데, 제 기억에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자유였습니다. 그날 저녁은. 그날 저녁이 돌아 온다면. 전 무얼 할까요. 그렇게 된다면 할 일 잘 적어가야 하겠습니다. 모든 수험생 여러분. 잘 치르세요. 소문이 좀 과장된 귀신의 집입니다. 눈만 잘 뜨고 있으면 별로 무섭지도 않고 길도 잃어버리지 않고 친구들에게 뒤쳐지지도 않고 잘 치러낼 수 있어요. 화이팅~.
03/11/04 15:17
수능. 정말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보는 그 순간은 시험지 속으로 빨려들것 처럼 말이죠 ^^;; 그리고 그날 저녁때에는 시험결과를 모르시고 계신 (모르셨기에 망정이죠 ^^;) 어머님의 저녁식탁이 절 기다리고 있었죠 아마 제 생에 최고의 식탁이 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만....흣흣흣 ^_^ 그날....씩씩하게 혼자 시험보고 돌아오던길.... 그 허탈함이란.... 처음 생각해 본 것 같습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시험을 치뤘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으로부터 한없는 위안을 받았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수험생 여러분....끝까지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화이팅입니다!
03/11/04 16:02
작년, 아침부터 쌀쌀한 날씨에 첫 언어영역 문제지를 나눠주던 그 선생님의 모습이 저승사자의 모습처럼 보여졌습니다. 참 그 기분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문제지를 받고 문제지를 훑어보는데 아는 지문은 달랑 1개이고, 결국 자괴감이 감돌았습니다. 끝나기 1분전 60문제 중에서 11문제를 찍어야 하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면서 마킹을 하고 시간이 없어 수험표 뒤에 답도 적지 못했던 그 첫 언어영역 시간이 떠오릅니다.
수학에서도 두번째 카운터를 맞은 후, 점심을 먹는데 보온병에 들어있는 그 맛있고 향기나는 음식이 내 목으로 넘어갈 때는 모래알이 넘어가는 듯이 느껴졌을까요. 아침일찍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그 사랑의 점심밥을 넘기기에는 제가 너무 보잘 것이 없다고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모래알같은 밥을 억지로 먹고 혼자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던 점심시간 또한 저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 문득, 최선을 다해보자 라는 생각이 제 머리를 스친것은 아마도 기도하고 계시는 어머님의 간절한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세번째 수탐2영역에서는 모의고사에서도 받지 못한 최고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드디어 찾은 자신감. 하지만 이것이 또 화근이 되어버려 자신있었던 외국어영역에서 많은 실수를 하게 되었지요. 평소보다 5분가량 빨리 풀고 마킹까지 끝내고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었는데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5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인지 몰랐습니다. 초등학교1학년때부터 지금의 고3까지의 생활이 머리속에 한편의 영화처럼 스쳐지나가고 그 속에서 많은 추억들을 끄집어 내었지요. 이윽고 울리는 마침의 종소리와 함께, 제작년과 비슷한 난이도의 작년 수능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무말 없이 받아주시던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참 감사했습니다. 추운 날씨 속에서 아침에 나눠주던 그 조그마한 손난로처럼 저에겐 제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게 나를 지탱해준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잊지못할 하루. 수험생 여러분들도 똑같은 마음을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어려우면 남도 어렵고, 내가 쉬우면 남도 쉽기 때문에 자만과 후회는 하지 마시고 결과에 만족하시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그렇듯 수능의 마지막 종소리는 이때까지의 인생을 마치는 종소리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의 종소리로 들려지시기를 기원합니다. 수능 후 3~4달 동안 놀아버리고 허무함을 느끼시지 마시고 계획 세우시고 자유로운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시기를 권장드립니다. 아무쪼록 건승하십시요. 박 터트리십시요^^
03/11/04 16:31
전 학력고사 세대랍니다.^^ 그땐 12월인가 시험이 있었죠...역시나 무지 추웠습니다. 시험전날 기차타고 서울 올라와서 시험칠 대학교 주변을(선지원 후시험이었거든요) 어슬렁거리던 기억이 나네요.. 할일이 없어서 전자오락실에 갔었습니다. 그때만큼 오락이 재미없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그냥 옛날생각이 좀 나서 주절거려 봤습니다... 수험생 여러분들도 지금 순간이 추억이 될날이 있을겁니다. 모두 마지막까지 힘내시고요, 홧팅입니다요.^^
03/11/04 16:45
스타하다 날밤까고 들어간 아침,
그렇게도 말많던 언어영역, 듣기평가를 모두 찍어보내고(너 미쳤지?-_-) 쉬는시간... 순간 밀려오는 후회, '아, 내가 미쳤지...' 그때부터 초싸이어인(?)의 집중력으로 문제를 풀기시작했습니다. 오죽하면 2교시 부터는 틀린문제 5문제-_-;; 마지막 4교시엔 신들린듯한 집중력으로 만점을 일구어냈으나....... 농부도 아닌데 언어영역이라는 들판을 완전히 갈아엎은덕에-_-;;;;;;;;;;;;;;제길........ 일찍 주무세요. 그게 보약입니다. 다른거 다~필요없습니다.(개콘버젼)
03/11/04 17:33
수능 보시는 분들 대박나시길 바랍니다..
저희형도 이번에 수능 보는데 어떻게 될란가 모르겠네요 하지만 금년 수능은 슬프답니다 ㅜㅜ 주위에 있는 학교는 다쉬는데 우리학교만 수능날 학교 나와요 ㅜㅜ
03/11/04 17:49
수능 끝나고 거의 1년을 방황했었습니다. 재수는 안 했지만, 나름대로 실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었지요. 6년이 되가지만 아직까지도 부모님이랑 같이 뉴스 보다 수능에 관한 뉴스가 나오면 가슴이 뜨끔합니다. 부모님 눈치도 보여서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운 기억이긴 하지만.. 가슴아플 정도는 아닌거 같네요. 만약 내가 고3때 공부를 너무 안 해서 그랬더라면 후회가 막심했겠지만, 전 저 나름의 최선을 다 했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날 운이 안 좋았던거라구 위안삼죠. -_-; 최고조로 어렵던 '97수능 방식으로 공부하다 갑자기 쉬워진 '98수능을 치뤘던지라 친구들의 수능 성적은 정말 뒤죽박죽이었습니다. 그때는 저보다 공부 못 했던 친구가 나보다 성적 잘 나온거 보면 정말 억울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별로 신경 안 쓰여요. 그 친구들 만나도 즐겁게 고등학교 때 얘기, 수능 얘기 하면서 놉니다. 수능 이후로 전 "사람 팔자는 다 정해져있다." 쪽으로 가치관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살면서 후회될 일은 만들기 싫어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 이렇게 생각하면서 사는게 제 팔자라고 생각하구요..하하 억지스럽죠? -_-;; 물론 내일 수능에서 기대치 않은 대박이 나는 친구도 있을테고, 예상치 못한 졸전을 펼칠 친구도 있을 겁니다. 사람 인생..정말 모릅니다. 그날 하루의 결과로 모든 게 결정됐다고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대학 잘 들어가도 가면 또 첩첩산중이라더군요 -_-; 하지만 지금까지 노력한 시간을 생각하면 내일 시험 잘 보고 싶으시겠죠? 건투를 빕니다. 웃는 얼굴로 시험장에서 나오셨으면 좋겠네요. ^^
03/11/05 09:22
저도 작년에 수능 보고 나와서 울었죠... 원래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연락해서 놀러갈 생각이었는데 애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로 연락을 안 했습니다. 조용히 집에 들어가서 7시 20분에 EBS의 채점방송을 봤습니다. 수시 2학기에 붙은 상태여서 2등급만 나오면 됐습니다. 하지만 성적이 2등급과 3등급을 왔다갔다했으니ㅡㅡa 한편으론 편하지만 만약 그거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절망입니다. 가장 재미없는 하루의 자유.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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