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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11/02 21:46:00 |
Name |
Quantizer |
Subject |
게임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게이머를 좋아합니다. |
원래 어릴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습니다. 어릴 때 몇년 일본에서 살았던지라 닌텐도훼미리콤퓨타-_-가 초창기부터 있어서 국민학교 때 맨날 집에서 그거 붙잡고 놀았지요. 그때 게임용량 아시지 않습니까. 2M...엄청난 기대작!!하면서 나오는 작품들은 4M였나? -_-a 암튼 -_-;; 게임팩 하나 동네겜가게 들고가서 5천원 주고 다른 걸로 교환해오면 하루종일 붙잡고 막판 깨고 뿌듯해하며 잠에 들곤 했었습니다. 국민학교때까지 부모님이 주신 모든 제 생일선물, 크리스마스 선물은 모두 게임팩이었습니다. -_-;;; 오히려 국민학교때는 오락실을 많이 갔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오락실에 질나쁜-_-오빠들이 많았기 때문에 엄마가 혼자 보내주지 않아서 항상 언니나 사촌동생들과 갔었지요.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공부에 방해된다고 부모님이 컴퓨터나 콘솔게임기로부터 차단해버리는 바람에-_- 겜을 안 했습니다. 저도 굳이 몰래 하지도 않았구요.(어릴때 부모님 말씀을 참 잘 들었었습니다. 퍽 -_-; ) 게다가 여중여고를 다니다보니 친구들도 게임에 거의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판치던 때도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같이 즐기지 않으면 혼자 즐기기는 힘든 때였습니다. 성격이 그닥 외곬적이지도 않아서 친구들이 같이 안 놀아주면 혼자는 못 놉니다 ^^;; 고3때 공부하기 지겨워하는 친구들 데리고 오랜만에 오락실 데리고 가서 하우드 오브 데드 시켜놓고 전 1945 2나 철권을 즐기던 탈선;;시절이 있긴 했네요..;; 그냥 고등학교나 빨리 졸업하기만 기다렸더랬죠.
스타크래프트를 안건 98년이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1학기때였죠.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바로 플스를 샀었고, 집 컴퓨터도 그당시 가장 최신형의 컴퓨터 펜티엄2 233-_-;이었고 그당시 최고의 게임용 3D가속기 Voodoo3D-_-를 장착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저희 집은 게임의 메카였죠.(물론 남자친구들-_-; 아직까지도 제 주위에 게임을 좋아하는 여자애들은 서넛 뿐이 안됩니다.) 하루는 친구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진~짜 잼있다고 용산 끌고 가서 사라고 떼쓰는 바람에 샀었죠. 몇년동안 겜을 안 했던지라 레드얼럿이나 워크래프트류의 게임을 몰라서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지만, 집에서 밤새 혼자 싱글 플레이로 시나리오 깨면서 놀았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시나리오는 안 해봤다던 시절이었죠. 전 오히려 멀티플레이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아직 초고속 인터넷 같은 서비스가 없어서 모뎀플레이만 했었는데 전화 오면 끊기는 것도 싫고, 일단 그때만 해도 다른 사람이랑 1:1로 경쟁하면서 게임한다는게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 저에겐 참 어색하더군요. 암튼..싱글 몇번 혼자 깨다가, 같이 겜을 즐기던 친구들도 스타를 안 하고 해서 시들해졌더랩니다. 제 친구들은 스타보다는..디아블로나 포트리스, 라그나로크 이런 겜을 더 좋아하는 편이어서..저도 참 징하게 많이 했더랬죠 -_-; 전 게임을 좋아하지만 매니아님들처럼 심도깊게 연구하며 즐기기보다는 두루두루 좋아하면서 콜렉팅을 즐기는 사이비 매니아입니다. -_-;;
케이블티비를 보던터라 투니버스 리그부터 스타리그는 죽 봐왔었습니다. 최진우 선수가 우승하던..그 경기석과 복장이 요상하던 투니버스배..;; 지금와서 말씀드리기 좀 죄송스럽지만 엄재경님이나 김도형님도 참..어색했었죠..;; 전 그 시절 대학교의 이름을 걸고 나왔던 김창선님도 기억합니다(먼산) 난 혼자 싱글하면서 별에별 삽질하던 스타를 종족의 상성, 유닛의 상성을 이용해서 거참 희한하고 요상하게 겜하는 선수들이 놀랍더군요. 혼자서는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던 마법의 쓰임도 경기를 보면서 많이 배웠구요.
이제까지 스타리그 봐오면서 어려움(?)도 많이 겪었습니다. 일단 친구들이 스타는 알아도 스타리그는 전혀 모르니 얘기해도 재미도 없고 -_-; 가족들이 제가 게임하고 좋아하는건 알았지만 티비 붙들고 맨날 게임경기 보고 있는건 정말 싫어하시더군요 -_-;; 안방이나 마루에서 티비 보다가 쫓겨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ㅠ.ㅠ 이유야 시끄럽다는 것이었지만 역시 봐도 이해가 안되니 재미가 없어서 그러셨겠지요..;; 그래서 vod 돈내고 본지 오래됐습니다. -_-;
그렇게 오래동안 스타리그를 봐왔지만서도, 지역적으로 삼성동에서 10~20분 정도 뿐이 걸리지 않는 곳에 살지만서도, 그동안 삼성동 가서 직접 경기 본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 많은 곳을 안 좋아하거든요. 서서 보기도 힘들 것 같구. 혼자 가서 보기도 재미없을 것 같구 말이죠..; (<- 역시 혼자는 못 놉니다 -_-;) 직접 경기 본건 프리챌배 결승이 저희학교에서 했던지라 수업 끝나고 그경기 구경 간적은 있었더랬죠. 하지만 제 (나름의-_-;) 주종 테란의 경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감동~ㅠ.ㅠ까지는 없었구요 쿨럭.
이때까지는 그냥 스타리그 경기 자체를 좋아했었습니다. 제 주종-_- 테란이 죽을 쓰던 시절이라 (겜큐라는 사이트는 제가 몰라서 김대건 선수의 활약상은 전혀 몰랐습니다. 아쉬울 따름 ㅠ.ㅠ) 특별히 응원하던 선수는 없었고, 그냥 스타 그 자체의 재미로만 즐겼었죠. 테란을 유린하던 저그..;; 그 시절 유난히 저그는 갈색, 빨간색이 많았던거처럼 기억되네요.. 갈색 저그, 빨간 저그.. 아직까지도 미워합니다. -_-;)
하지만 제가 게이머 자체에 관심을 가진건 역시 임요환 선수의 (온게임넷에서의) 화려한 등장 ;; 그 약하디 약해보이던 테란으로 그당시 최강, 어떻게든 뭘하던 이길것 같던, 기욤패트리선수를 라스트1.07에서 완승하던 임요환선수. 언빌리버블이었죠. '뭐 저런 녀석이 다 있지?' 싶으면서도 지금 게임계를 여기까지 키워준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준수한 외모로 프로게임계의 선수들의 외모력 향상-_-;에도 공헌을 하지 않았나 싶네요. 아름다움에 감동받고 추구하는 인간으로서 좋은 현상이지요. -_-; (얼마전 야심만만토크에서 나왔던 항목이었죠. "여자친구가 감동스러울때는?" -> "예쁘면 항상 감동이다." 네 동감합니다. 이쁘고 잘생긴 여자남자분들은 언제나 감동입니다.;;) 실력도 상향평준화, 외모도 상향평준화. 이 얼마나 아름다운 프로게임계입니까. 넝담이구요 쿨럭 ;;
스타를 직접 많이 하게 된 계기는 대학원 진학이었는데, 대학원 연구실에 개인당 컴퓨터가 있지 않겠습니까..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여흥이 스타더군요 -_-; 다들 제가 맨처음 간대니까 '이 여학생을 스타를 어떻게 가르치나..'하면서 난감해하시던데, 저 스타할 줄 안대니까 다들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_-; 주로 헌터 팀플을 많이 하는데, 처음엔 테란을 고집하다 헌터 특성상 같은 팀원 도와주기가 힘들어서(연구실 사람들 대부분이 프로토스 유저입니다. 쳇 -_-) 뒤늦게 프토를 배워 요즘은 팀플할 때 프로토스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제 영원한 마음의 고향은 테란..(이 때 테란의 BGM이 깔린다.) -_-;
요근래 토요일마다 삼성동을 갑니다. 본격적으로 스타리그 보러 삼성동을 가기 시작한건 프리미어리그가 시작하면서였던 것 같네요. 드디어 같이 게임 구경 갈 후배녀석이 생겼거든요 -_-; (<- 역시 혼자 못 놉니다.) 어제는 후배녀석이 프로리그 자리를 맡아주어서 한빛, GO 쪽 선수석 바로 옆 맨 앞자리에 앉았었습니다. 메가웹에서 처음으로 앉아서 구경을 해 본거라죠. 제 자리와 경기석과의 사이 공간도 꽤 비어있어서 아 자리 넓다~ 하면서 좋아했는데..제 착각이더군요. 경기할때쯤 되니 우루루 어린 학생들이 몰려오더니 제 다리를 마구 밀며 바닥에 철푸덕 앉아버리더군요 ㅠ.ㅠ 다리 저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 어제서야 스타엔 전혀 관심없고 선수 외모에만 관심이 많다는 일부팬들의 진상도 직접 보았구요. 정말 경기 내내 경기는 전혀 보지 않더군요. 선수석 앞에 앉아 선수만 바라보고 있는데..'쟤네들은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_-; 뭐 사고 방식의 차이겠죠. (사실은 제 다리 밀치고 자꾸 꿈틀꿈틀거려서 그 학생들에게 감정이 있던 걸지도..-_-;) 한마디 혼내주려다가 저보다 10살쯤은 어려보이는 학생들 구박하기 너무 매몰차보이고..(사실은 쪽수에 밀려서 무서워서 가만 있었던 걸지도 -_-;) 그냥 그 학생들도 쭈그려 있기 괴로워보이던데..함께 고통을 분담했더랬죠 ㅠ.ㅠ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디카로 선수석에 앉아있는 선수들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어제는 '강도경+박정석 스페샬' '박경락+이재균 스페샬' '서지훈+박태민 스페샬' '서지훈+김환중 스페샬' (나란히 앉아있는 분들끼리 많이 찍히다보니) 을 많이 찍었죠. 경기 중간중간 계속 뒤돌아서 사진을 마구마구 찍다보니 갑자기 내 자신이 이 앞에 철푸덕 앉아있는 팬들과 다를바 없는 스토커가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_-; 허락을 맡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건가 잠시 도덕적 회의에 빠져있다가..연예인의 사진은 초상권 침해 범위 밖이라는 최근의 기사를 본게 생각이 나서..;; 다시 사진을 찍었더랬죠 -_-;
사진은 그냥 하드에 저장해놓고 가끔 보면서 그 날 경기를 회상하곤 합니다. 어제의 사진을 보면 '깡민쑈에 가려진 박태민선수의 오버로드의 활약상'이 떠오를 것 같네요 ^^ 어제의 에피소드 하나 말씀드리자면, 온게임넷이 보이스채팅이 되는 헤드셋을 구비해서 새로 장착을 했던지라 선수들에게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말라더군요. 한빛 선수들은 안 하던데, 강민선수와 박태민선수는 신기해하며 얼마나 좋아하던지 경기 시작하기전 둘이 계속 장난하시더군요 ^^ 그러더니 경기 시작하니 강민 선수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인지 계속 큰 목소리로 박태민 선수에게 말을하는데.."야 너한테 가는 것 같다" "야 오버로드로 정찰. 빨리 봐봐" -_-;; 친구랑 둘이 웃겨서 큭큭거리고.. 상대 선수들이 다 듣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 -_-;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는 서지훈, 이윤열, 이재훈 선수입니다. (네 여전히 저그 미워합니다 -_-; 하지만 슬슬 풀려가는 듯도..요즘 박태민 선수와 박경락 선수가 참 귀엽습니다...;;) 엥? 아까의 화려한 임요환 선수는?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네. 저도 한 때는 임요환 선수가 항상 이기기만을 바라던 적이 있었습니다. 팬은 아니지만 그는 테란의 상징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이제는 제가 응원하는 선수가 항상 이기기만을 바라지 않습니다. 프로게이머가 얼마나 힘든지 이제는 이해가 되거든요. 물론 지면 가슴 아프죠. 하지만 선수를 질타하진 않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인생에선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선수들도 선수생활 오래 하면서 그런 아픔들 잘 견뎌낼 것이라 믿어지구요. 선수들이 노력하는 모습 그 자체로 전 기쁘고 대견합니다. (이젠 선수들이 대견해보이기까지 하는 나이가 되버렸나봅니다 -_-;;) 아래에 '프로게이머는 비현실적인 직업이다.'라는 논쟁이 약간 있었던 것 같은데.. 세상엔 모두다 돈 많이 벌고 모두가 알아주는 직업만을 갖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돈 많이 벌고 싶고, 알아주는 직업을 얻고 싶으면 다들 잘 알지 않습니까. 그걸 원하면 그걸 하면 되는거구요. 절대 다른 직업이나 다른 이들의 취향을 비하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에 만족하는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니까요. 저도 게임을 좋아한다고 프로게이머가 되진 않았습니다. 전 그렇게 열심히, 잘 할 자신도 없고, 저도 현실적인 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알아주는 직업을 가지는 쪽으로 미래를 계획했거든요.
어차피 그런건 상관 없고 게임이 좋아서, 그만큼 게임을 열심히 할 수 있는 분들이 프로게이머를 하는거 아닌가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기에 전 어리지만 항상 야무진 표정의 프로게이머들이 좋습니다. 중요한 10대, 20대입니다. 그들이 비록 영원히 게임은 못하겠지만, 그 힘든 바닥에서 배운 중요한 많은 것들이 그들의 인생에서 빛을 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쩌면..그들이 그 시절 학교라는 울타리에서만 살던 저도 모르는 중요한 것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들이 항상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 써놓고 보니 정말 두서없네요. 별로 논지 없는 글입니다 -_-; 제목이 주제인듯..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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