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10/31 01:51:36 |
Name |
킁킁 |
Subject |
두명의 게이머.. |
내가 그를 처음본것은 kpga 1차리그 임성춘 선수와의 경기로
이미 gg 를 쳤어도 다섯번은 쳤을 마당에 끝까지 버티며 건물 다띄워
시위하듯 상대에게 날려댈때..
"독한 놈"
kpga 2차리그에서 옐로우를 상대로 극적인 3:2 역전승을 거두며 첫 우승을
차지했을때..
"뜬금없이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야 저거"
kpga 3차리그 임요환 선수와의 준결승과 온게임넷에서의 선전으로 내 이목을
집중시킨 박정석 선수를 3:0 으로 눌렀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지겨워 또 이겼어?"
kpga 4차리그 소떼몰이로 내 사랑을 한몸에 받던 조용호 선수를 3:2 로 누르고
전무후무한 메이저 3연패를 이뤘을때..
"혼자 다 해먹어라"
파나소닉 스타리그에서 조용호 선수를..겜티비 스타리그에서 강도경 선수를..
3:0으로 누르고 그랜드슬램을 이뤘을때..
"짜증의 극치군 정말..넌 언제 지냐?"
이무렵 내가 좋아하던 게이머든 아니든 그와 게임을 치루게 되면 내 염원 가득담아 상대게
이머를 응원하면서도 아마 못이길꺼야..라며 은근히 자포자기 하던 시절..
이미 그의 압도적인 모습에 나도 모르는새 조금쯤 매료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올림푸스 스타리그 16강에서 1승2패로 물러나는 그를 보며
"하하 너도 사람은 사람이구나~" 라며 껄껄 웃어제끼면서도
그가 없는 8강을 보며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고
엠겜 패자조 결승에서 전태규선수에게 무기력하게 두게임을 내주고도
뚝심으로 동점을 만들고 첫경기와 같은맵에서 치뤄지는 마지막경기..
첫경기와 똑같은 전략을 내밀고도 좀 더 세밀하고 정교하게 다듬어 이겨내는 모습..
듀얼에서 보여준 두줄 탱크를 보며 느낀 희열과 안타까움의 교차..
이때 이미 난 그의 팬이 되어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그 이후 접한 수많은 리플레이 속에서 느껴지는 재기발랄함
그것을 통해 나의 바이오닉 스승이 되어버렸을때..
그를 이겨줬으면 하고 바랬던 게이머들이 어느새 하나둘 그의 압도적인 힘앞에
희생양이 되어줬으면 하는 변덕을 보일때..
pgr 랭킹 1위를 탈환했을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뜻모를 미소짓고 있는 나를 느낄때..
"그래 내가 졌다 나 니 좋아할란다"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요즘들어 보이는 잦은 실수와 집중력 부족을 탓하고픈 마음은 없습니다
팬이란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압도적인 모습으로 정상에 섰으면 하는 바램 한켠에
위기에 처했으면서도 끝내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극복해 내는 모습을 봤으면 하는 겁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어느때보다 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을때 툭툭 털고 일어나 일주일만에 봐라 나 아
직 건재하다! 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여줄때..
그때를 기다립니다 ^_^
그러나..이러한 그도 이기지 못하는 내맘속의 자기가 한명 더 있으니..
어느새 팬이 되어버린 그 조차도 이 남자와 만날때는 마음 한켠으로 물러납니다..
몰래배럭이 걸렸어도 어느샌가 잔뜩 모인 마린메딕으로 성큰밭을 뚫어버릴때
몰래팩토리가 걸렸어도 발키리+마메 라는 독특한 조합으로 단숨에 밀어붙일때
본진 자원으로 잔뜩 모은 병력으로 멀티 두개를 차례로 밀어버릴때
테란유저로써 느끼는 성취감마저 무색케 할정도로 가슴졸이며 안돼! 라고 외치게
만드는것은 상대가 바로 그 이기 때문입니다
황제를..토네이도를..자신의 앞을 가로막기만 했던 이들을 조금씩 변모해가며
상대에게 맞춰가는 스타일로 극복해낼때..
점점 더 그에게 깊이 빠져듭니다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또 모든사람들이 최고라고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뜻하지 않은 불운
함으로 그늘에 머물렀던 그가 부디 이번에야말로 양지바른곳으로 뛰쳐나오길
간절히 바랍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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