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모집
모집은 2층 스타크래프트 별관. 당장 뛰어갔다. 아직 시간이 있었지만, 빨리 준비하고 싶었다.
“여어, 성진이 왔냐.”
그를 반겨주는건, 그의 단짝 친구이자 세동고의 부주장, 프로토스 유저 명수다. 중 1때 서울에 전학와서 자신과는 다르게 또박또박한 표준말을 쓸땐 ‘뭐 저리 재수없는 시키가 다있노’ 라면서 싫어했지만, 언젠가 한번 크게 붙은 이후로는 굉장히 친한 녀석이다.
“뭐꼬, 니 먼저 왔었네.”
“훗, 별로 할게 없으니까. 나도 기대되고. 이번엔 나도 출전할수 있겠지?”
“... 실력 좀 길라라! 보니까 전번에 도형이한테 지더만.”
“아, 그 녀석은 플토상대로 극강테란이잖아. 전에 불독도 썼는데 안먹히더라.”
“불독? 아, 그 전술. 솔직히 도박성이 너무 강하잖아. 요즘은 박태진선수 식 토스가 뜨던데, 모르나?”
“... 그건 너무 컨트롤이 많이 들어가. 전에 개인화면 보니까... 장난 아니더라. 테란유저인지 프로토스 유저인지.”
이 녀석들은 항상 얘기는 스타로 시작해 스타로 끝난다. 명수도 프로게이머가 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이녀석들은 분명 스타를 좋아한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가고, 기다리던 신입생들이 왔다. 올해에는 신성진의 이름을 듣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온 것 같다. 무려 32명. 작년 7명에 비해서는 엄청 많은 셈이다. 그러나 이녀석들의 절반 이상은 모를거다. 주장이 얼마나 강하게 훈련시키는지.
“자, 반갑다. 난 세동고 스타부의 주장, 신성진이라고 한다. 저그유저고... 그 이상 할말은 없다. 다음은 너희 선배들의 소개. 이쪽은 이명수, 부주장이고, 프로토스 유저. 이쪽은 박도형, 테란유저, 2학년. 황성한, 테란유저, 3학년, 박종진, 프로토스 유저, 3학년, 김성민, 저그유저, 2학년. 작년에 3학년 형님들이 많이 계셨는데, 10명정도? 근데 지금은 6명밖에 없고, 많은 대기자... 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실력은 허접하고 좀 하고 싶어 하는 놈들까지 합하면 한 20명쯤 된다. 대회에 나갈놈들은 이 6명이 전부고. 그래서 니네들이 더 필요한거다, 알았나?”
어떤녀석들은 몽롱한 눈이고, 어떤녀석들은 다부지다. 네놈들중 박영민이 누구지, 성진은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도대체 누가 박영민이지...
뭐, 일단 테스트를 하면 잘하는 놈들은 나오겠지. 간단히 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말했다.
“자... 일단 알다시피, 너희들 32명중 토너먼트로 8명밖에 뽑지 못한다. 이점 이해해주길 바라며, 1차예선은 단판으로, 2차예선은 3판 2선승제로 할거니까, 모두,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 해주길. 아, 혹시 떨어지더라도 West 채널 hs sedong- 이 우리학교 채널이니까, 게임하고 싶으면 거기서 게임해라. 혹시 눈에 띄거든 재선발도 가능하니까. 맵은, 로스트템플.”
몇 년이 가도, 로템이다. 뭐, 로템도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할까.
어쨌든 경기 시작. 누가 잘하나... 쳐다보기도 전에 어떤 녀석이 벌써 끝난 것 같았다.
‘뭐야? 벌써 끝났나?’
이긴녀석의 얼굴을 보니, 생기는 분명히 있는데... 눈이 쳐지고, 한마디로 얼빵하게 생긴 놈이였다. 뭐, 천재는 얼빵하다더라. 저녀석일지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성진은 그를 주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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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편 또 한명의 사나이.
“KBS 9시뉴스, 첫소식입니다. 지난 시즌 4위, 신성 테란 박진성 선수가 변은종선수를 꺾고 차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진출, 16강에 진출할 16명이 모두 가려졌습니다. 정민철 기자입니다."
... 스타크래프트. TV를 켜면 맨날 나온다.
시작한지... 3주일 됐나?
예전부터 알아왔지만 고작 100MB밖에 안되는데다가, 그래픽도 떡같아서 뭐 재밌겠는가...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할만 하다.
대충 3주일동안 내가 알아본 결과는... 최근에 테란 상승세, 이윤열 - 임요환이 꾸준히 강세를 유지하면서, 신예 박진성의 활약이 뛰어나다... 라고 한다.
지난 세이테크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 ‘집정관 토스’ 성지훈. 가을 시즌을 제외하고 프로토스가 우승한게 이번이 3번째라고 한다. 준우승은 홍진호. 이번으로 준우승만 11번째라고 하니, 정말 꾸준하게 성적을 올리면서도 비운의 게이머라고 불리울만 하다.
가장 많이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참가한 선수는 임요환. 이번이 벌써 48번째라고 하며, 23시즌 연속 진출이라는 엄청난 대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처음에 스타계에 입문할때는 20대 초반이라고 하는데, 어느새 40대의 가장이 되버렸다.
3년전이였나. 아버지가 계실 때 ‘참, 임요환도 저렇게 늙었다니...’ 라면서 웃음을 지으시는 걸 봤다. 아버지는 그의 드랍쉽 플레이를 좋아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가끔씩 보여준다. 스타해설만 20년을 지낸 엄재경씨의 말로는, ‘임요환 선수의 드랍쉽은... 뭐라 할까요, 관록과 노련미가 있는 것 같네요.’ 란다. 초보인 내가봐도 ‘음...’ 싶다.
그런 박서의 모습에 반해서인지, 아니면 얼마전에 본 프로그램에서 scv가 일꾼중 가장 쎄다고 해서인지, 내 주종은 테란이다. 필살기는 센터 bbs. 할줄 아는게 그것밖에 없다.
뭐, 덕분에 오늘 스타부에 가입할때도 그걸로 이겼지만...
그러니까, 내가 스타부에 가입할 때 상대는 모두 저그였고, 모두 센터 BBS로 이겼다. 남들이 결정진출전을 따려고 할때, 나는 이미 센터 BBS로 게임을 장악한 상태였다.
젠장, 그런데 이정도 됐으면 그 기생오래비처럼 생긴 주장이 ‘내가 신동이구나’ 라고 생각을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갑자기 나한테 묻는 말이, ‘니가 박영민이냐’ 란다. 훗, 내 이름은 박영민이 아냐. 난 정강명 이라고. 라고 대답해주니까. 그럼 박영민이 누구냐 란다. 내가 어떻게 아냐. 바보같이.
훗, 그나저나... 진짜 몇 년씩 스타 한다는 유저들을 제치고, 3주만에 ‘명문’... 까지는 아니라도, 꽤나 알아준다는 세동고에서 정식 부원이면, 대단한거 아닌가? 바로 무시하다니, 그 기생오래비가 찾는 박영민이라는 녀석은 나타나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잔뜻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신입생 환영회 같은것도 안해주고 바로 ‘그럼 됐어. 내일부터 방과후에 나와.’ 라고는 고개를 돌려 버린다. 적어도 피자정도는 줘야 하는거 아닌가?
진짜 한마디로 흥, 흥, 흥이다. 내일 두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