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10/28 15:39:46 |
Name |
김동수 |
Subject |
스타리그 4강 B조 박경락 대 박용욱 |
안녕하세요
가림토입니다
피지알에 글을 올려본지도 꽤 오래된 일인듯 싶네요.
상당히 제멋대로 해석해버린 4강전이니 그냥 읽고 흘려버리시는게 좋을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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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리그 4강 B조 1경기 - 침묵의 눈
강민은 서둘러 달려가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 일이 저 멀리서 벌어지고 있다는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 느낌은 악함이라하기에는 애처로웠고, 간절하다고 보기에는 처절했다.
그러나 자신도 지금 절박한 입장이었다.
'미안하네, 내게 주어진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네.'
강민은 말에 박차를 가해 속도를 더하기 시작했다.
박용욱이 먼 발치에서 박경락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비키는 것이 좋을것이네 아직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옛 전우여"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박경락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
닌것처럼 느껴졌고 그리고 너무나 차갑고 냉혹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것이 이땅에서 그가 가진 마지막 사명이었다.
"문답무용!"
박경락은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박경락의 집중하는 시간에 맞추어서 박용욱도 눈을
감았다.
평소때와 같으면 프로토스를 상대로 여유있고 편한 마음으로 상대했겠지만 오늘은 이상했
다. 이상하리만치 강력한 압박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다 상대의 몸에서 뿜어져 나
오는 거무스름한 이상한 안개와 같은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맵이 기요틴이다. 저그를 상대로 한 프로토스의 전략은 더블넥서스이외에는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드론으로 정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위치가 나오질 않는다.
석연찮다. 마치 나의 오버로드와 드론에게 최면을 걸어 다른곳을 향하게 하고 있는 느낌이
다.
더블넥서스다. 더블넥서스여야 한다.
아직 상대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했고 상대의 체제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나의 체제를 결정
해야만 했다. 9드론은 기요틴 더블넥에게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게다가 9드론은
지금까지의 내 스타일과 많이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면 입구 2해쳐리냐 확장 2해쳐리냐가
결국 내 고민의 해결책이 된다.
입구쪽 해쳐리를 가게 되면 필연적으로 3해쳐리를 가야한다. 상대가 더블넥서스를 시도했
을 때에는 어쩔수 없이 다른 확장기지에 해쳐리를 펼치면서 4해쳐리 체제로 가야한다. 나쁘
지는 않은 방법이다. 그러나 그 방법을 생각한 순간 머릿속에서는 어두운 그림자가 지나간
느낌이었다. 기분이 나쁘다. 그리고 아직도 상대의 본진을 확인하지 못했다. 확인하고 난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적은 5시에 위치해 있었다. 입구에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그럼 본진 2게이트인
가? 하지만 본진에 도착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더블넥서스가 아니라면 전진게이트였다.
이때 질롯이 드론의 시선에 잡혔다.
전진 게이트!
황급히 방어진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질롯이 난입했다.
이 한기정도는 막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또 질롯이 난입했다. 이번에는 두기가 한꺼번에 난입했다
문제는 확장기지에 해쳐리를 지어놓은 바람에 저글링의 추가가 한참 걸린다는 사실이었다.
재차 난입하는 질롯들...
너무 급히 성큰 콜로니를 지어버린 바람에 질롯이 공격하기 너무 좋은 위치에 성큰 콜로니
를 건설해 버렸다.
성큰 콜로니가 하염없이 파괴되었다
등골을 타고 척추를 지나 머릿속을 어지러울 정도로 꽉 채우는 이 느낌
낭패감, 절대적인 낭패감...
박경락은 땀을 비오듯이 흘리면서 패배감에 눈을 떴다. 그때 눈앞에 마치 송곳과 같은 것과
함께 박용욱의 모습이 보였다.
위험했다.
위험하다는 느낌과 함께 박경락은 고개를 아래로 급히 숙였고 이전까지만 해도 박경락의 머
리가 있었던 자리에 박용욱의 새파랗게 날이 선 검이 지나갔다.
박경락은 몸을 한바퀴 굴러 그 자리를 피했고 박용욱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자세를 잡고
뒤를 돌아보았다.
박경락은 박용욱의 모습을 본 순간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용욱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 기운이 이제는 마치 날개인양 양쪽 어깨에서 밖을 향해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용욱의 눈자위가 완전히 검게 변해있었다
전이를 시작한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네. 시간이 우리를 기억하는 동안 나에게 마지막 아량을 배풀어주게. 나의
옛 전우여."
적이 전이를 시작한 마당에 자신도 전이를 하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온다는것
은 불을 보듯 뻔했다.
"시간이 기억하는건 아무도 없다는걸 오래전에 깨닫지 못했는가.나의 기억속에도 남아있는
옛 전우여. 이제 우리가 찍지 못했던 마침표를 드디어 새겨둘 날이 온것 같군. "
눈을 감았다. 아릿한 기억과 함께 봉인해 두었던 비술을 깨기 시작했다.
이는 박경락 자신을 파멸로 이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찢어질 듯한 아픔이 박경락의 두개골을 침투했다.
마치 머릿속의 두개골 뼈를 갈고리로 잡아 당겨서 억지로 구멍을 만드는 느낌이었다
박경락의 이마에 그어지기 시작한 한줄기의 금과
금이 벌어지며 그속으로 보이는 사이의 눈동자
전이가 시작하고 있었다
금지된 전이로 불리우는 침묵의 눈이 드디어 각성을 시작한 것이다
스타리그 4강 B조 2경기 - 파멸하는 그림자
"이젠 기억속에서조차 인정되지 않는 잊혀진 눈을 뜨려는 것인가. 자네의 선택을 존중하겠
네. 그림자까지도 깨끗하게 파멸시켜주지."
박용욱의 머릿속에서도 지금 혼란과 고통과 복잡함이 교차하고 있는것은 마찬가지였다.
지난날 함께 했었던 친구를 파괴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니. 이런 일이 일어나리란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분명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자신의 의지였다. 그것은 박용욱 자신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
다.
박경락은 고통속에서 소리쳤다.
"이 전이는 그 옛날 우리가 아직 죽음의 장송곡을 듣기 전에 자네와 내가 발견한 것일세.
침묵의 눈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박용욱은 비웃었다. 쓸쓸한 웃음이었다.
"물론 잘 알고 있다네. 상대에게 영원한 침묵을 선사해준다는 의미아닌가. 자신의 생명과
함께. 그러나 자네도 알고 있지 않았나?"
박용욱이 눈을 감았다 잠시뒤에 떴다. 세개의 눈이 박경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미 영원한 침묵을 뒤로하고 있다네. 이젠 잊혀질 나날만을 바라보는 나의 옛 전우
여"
이번 맵은 신 개마고원이다. 이곳을 놓칠 수는 없었다. 침묵의 눈과 함께 집중하는 일은 그
어떤 고통도 비할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상대 박용욱도 침묵의 눈을 갖고 있었다. 분명히
침묵의 눈이 바라는 대가는 전이한 인간의 생명 그 자체였다. 그렇기 때문에 금지된 전이중
하나인 것이다.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저리 쉽게 침묵의 눈을 가질 수가 있는 것인가.
지금 이상황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다.
본진 2해쳐리를 선택해야만 했다.
앞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이 이어질것으로보이는 와중에 가장 안전한 노선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입구 해쳐리조차 지금은 불안하다.
그 무엇보다 박용욱의 저 침묵의 눈은 나의 모든것을 꿰뚫어보고 있다. 그게 제일 견딜수
없다.
드론의 정찰은 상대가 11시라는것과 하드코어 질롯 러쉬를 준비중이라는것을 알려주었다.
러쉬를 늦춰야 한다. 드론을 입구쪽 가운데에 두어 질롯이 한동안 방황하게 하는데 성공했
다.
좋다.
출발이 좋다.
이정도 타이밍이라면 질롯이 입구까지 도착하기 전에 저글링이 생산되어 나올 수 있다. 그
후에는? 그 후에는 어떻게 하는가. 상대는 하드코어 질롯 러쉬를 계속 감행할 것인가? 아니
면 테크트리를 올릴 것인가.
복잡하다. 복잡한 순간들이다. 복잡한 순간들을 단순 명료하게 만드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흐름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흐름을 내 것으로...
질롯을 꾀어내자. 질롯들을 꾀어내 모두 잡아내고 수비만에 치중하게끔 하자. 그렇게 하면
흐름은 내 것이 되고 이 복잡함들은 단순 그 자체만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박경락은 저글링 6기로 질롯을 쫓아낸 후 저글링들을 두번째 확장기지 언덕으로 올렸다. 그
리고 계속해서 추가되는 저글링들을 자신의 입구 위쪽에 적당하게 배치시켰다.
박용욱은 잠시 저글링의 교전으로 인해 멈칫거리다가 질롯을 5시 확보하자 박경락의 입구
쪽을 향해 러쉬를 감행한다.
좋아 예상대로 질롯들이 배치되었다. 그러면 추가되는 질롯을 저글링으로 쫓아낸 후에 입구
쪽에 있는 질롯들을...어..어?
상황은 박경락이 예상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입구 바깥에서 대기중이던 저글링들이 추가 질롯들을 쫓아낼 때 박용욱이 아예 선공을 퍼부
은 것이다.
불시에 공격을 당한 저글링들은 당황하면서 입구쪽으로 모이긴 하지만 박용욱의 질롯들이
침착하게 입구쪽을 사수하면서 결국 입구를 막는데 성공한 것이다.
박경락은 이해할 수 없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 순간에 동시에 두군데의 컨트롤을 한 것이다.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 한가지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전이였다. 그 이외에는 있을수 없는 일이다
그 전이가 이런것들을 가능하게 했으리라
어쨌든 입구는 뚫어내야 했다. 흙빛의 얼굴이었지만 아직 좌절하기엔 일렀다. 지금이라도
드론 밀치기로 입구를 밀어내고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곳을 지켜야만 했다.
이곳을 지키는 일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였고,
그들을 위한 유일한 진혼곡이었다.
박경락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한 호흡이면 끝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내 존재 가치는 증명될 것이다.
드론을 미네랄에 뭉쳤다. 그리고 입구쪽을 향해 돌진시켰다.
저글링들은 입구쪽에서 학익진의 모양을 갖추었다. 좁은곳을 뚫어낼 때에 가장 좋은 진형이
다.
드론들이 도착했다. 드론들을 멈추게 하고 몸을 비틀게 명령을 내렸다. 드론이 박살나는 일
까지야 피해야겠지만 몽마처럼 질롯들과 섞여서 서로가 서로를 잃어버리게끔 하는일이 중요
했다.
저글링들을 공격시켰다. 지금까지 준비해온대로, 생각대로만 움직여주면 된다
생각대로만!
두번째 일이다.
승리의 여신이 매몰차게 등을 돌린것은 두번째 일이다.
박용욱은 입구에서 너무나도 너무나도 여유있게 적의 혼신의 일격을 막아냈다.
그것은 너무나도 여유로운 일이었다.
박용욱은 여유있는 그러나 슬픔이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박경락의 얼굴은 점점 잿빛으로 변해갔다
질롯의 속도 업그레이드와 아칸의 추가는 박경락의 침묵의 눈이 더이상 그 가치를 잃어버렸
다는 것을 뜻했다.
침묵의 눈이 원하는 대가.
그것은 박경락의 생명이었다.
얼마후 비명이 천지를 흔들었다.
찢어지는 비명이었다. 침묵의 눈이 그 대가로 박경락의 영혼을 찢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고통과 절망의 비명과 함께 스러져가는 영혼을 부여잡고 박경락은 마지막 절규를 외쳤다
"내가 아니어도 좋다. 저그가 아니어도 좋다. 이곳을 지키게만 해 다오!"
순간 박용욱의 눈빛이 날카로움을 더하면서 바로 이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절규를 가로채고
대답했다.
"옛 전우여 마지막 선물이다. 너의 파멸해가는 그림자를 소생시켜주마. 너는 너를 잃어버리
겠지만 너의 전의는 그 자리에 남아 나와 상대할 것이다. 그것은 네가 아니며 그것은 그 무
엇도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이 험난한 여로에 대한 마지막 계시를 내려줄 것이다
자, 소생하라 파멸하는 그림자여!"
스타리그 4강 B조 3경기 - 꿈을 꾸는 예언자
말을 타고 달려가던 강민은 뒤언저리에서 느껴지는 섬뜩함에 몸을 움츠렸다.
"의미를 잃어버린 그림자가 눈을 뜨기 시작했군"
조용히 혼잣말로 되뇌이며 가슴속에서 흔들리는 목걸이를 꼭 쥐었다.
희미하지만 확고한 연보라 빛을 내뿜는 우주 유일의 보석
영웅석이었다.
얼마전 영웅왕 박정석과 처절한 사투끝에 그를 영웅석에 봉인하는데 결국 성공했다.
하지만 대가도 만만찮았다.
그 일로 자신의 오른팔과 왼쪽 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빛바랜 오른쪽 눈도 그 대가중 하
나였다.
초점없는 오른쪽 눈으로 그림자가 일어서고 있는 먼곳의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억만이 의미의 전부라고 믿고 있는 마검사 박용욱이여. 이제 끝이 보이고 있네. 지난날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찬란했던 순간들의 끝이 말일세"
박경락은 온몸을 늘어뜨린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혼이 찢겨져 나간채 죽은 것이다. 먼
발치에서 박용욱은 두 손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며 주문을 계속 외우고 있었다.
박용욱의 온몸에서 땀이 비오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만큼 그림자 소생술은 많은 힘을 필
요로 한다. 자칫 잘못하면 생명에도 위험이 있을만큼 큰 기술이었다. 그러나 그것 자신에게
는 하등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박경락의 몸에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몸이 잿빛으로 변하면서
꿈틀대기 시작한것이다.
마침내 박경락이 일어섰다. 그러나 그것은 박경락이 아니었다. 얼굴은 죽었을 때보다 훨씬
흑빛을 띄고 있었고 눈이 있어야 할 부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것이
아니라 아예 눈 자체가 그자리에 있지 않았다. 단지 두개의 구멍만이 퀭하게 뚫려 있을 뿐
이었다.
그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대신 있던 구멍이 닫혔다. 원래대로라면 눈을 감았다라는 표현을
해야했을 것이다.
박용욱은 지칠대로 지쳐있었지만 자신도 눈을 감았다. 이는 자신이 원한 일이었고 예언이
이루어지고 있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맵은 파라독스였다.박용욱 자신은 1시
상대는 7시에 위치해 있다는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리고 예언대로라면 그림자는 프로토스
가 되어서 자신의 마지막 행로에 대한 계시를 내려줄 것이었다.
이 승부는 어찌되어도 상관없었다. 뭘해도 상관없었다. 중요한건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기
억의 저편에 남아있는 내일에 대한 것이었다.
커세어를 보냈다. 커세어로 상대 진영의 체제를 파악한후 흐름을 따라가는 순으로 경기를
운용하려고 했다. 빠른 로보틱스 체제라면 드래군에 대한 생산을 집중하고, 패스트 캐리어
체제라면 온리 커세어쪽으로 가닥을 잡아도 충분했다. 보면서 따라가자 그래도 이 상황은
충분히 유리하다.
얼마뒤 커세어의 정찰에 의한 상대 탐색에서 박용욱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상대는 테란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박경락을 의미없는 것으로 만든것만큼이나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그는 예언대로 일을 진행해왔고 이번 박경락에 대한것도 예언된 일이었다. 예언은 기억속에
남아있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기억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일에 대한 것이다. 예언에 대
해서는 의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그 예언이 제대로 기억속에서 의미하고 있지
않았다. 아니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예언을 잘 못 알아들은 것이다. 그것이 정답이어야만했
다. 어쨌든 당장 벌어진 일의 불을 끄는것이 중요했다.
박용욱은 황제와의 두번의 대결에서 이미 파라독스에서의 대 테란전에 대해서는 훤히 꿰고
있었다. 게다가 그림자는 결투라는 경험을 갖고 있을 수가 없었다. 단지 단순논리적인 효율
의 움직임만을 보일 것이다.
파라독스에서 테란의 프로토스를 상대한 가장 단순하고 효율적인 움직임.
그것은 더블 커맨드였다. 물론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더블커맨드를 할 확률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이 그림자는 너무도 충실하게 더블커맨드를 이행하고 있었다.
온몸에 힘이 빠졌다. 김이 새는 느낌이었다. 왜 예언이 틀린 것일까, 아니 예언이 왜 기억
되어야 할 부분과 다른것일까라는 질문이 박용욱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박용욱은 바로 다크 템플러를 준비했다. 이미 더블커맨드를 확인하기 전에 이미 테크트리를
올리고 있었다.
박경락의 그림자가 확장기지에 대한 방어진을 미사일 터렛으로 구축하고 있을 무렵 이미 다
크템플러가 도착해서 휘젓고 있었다.
그림자의 드랍쉽은 미사일 터렛으로 프로토스의 공중 동선을 막아두기 위해 SCV들을 맵 전
체에 두고 있던 차였다.
그림자는 베슬을 준비했다. 물론 디텍터기능에 대해서는 가장 효율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유
닛이긴 하지만 너무 단순한 생각이었다. 지금같은 경우는 직감적으로 컴셋스테이션의 스캐
닝과 터렛으로 막아야 했다. 이후 자원전으로 치달아갈 경우에 대비해서도 무리한 테크트리
는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없었다. 생각하지 않고 단순 논리적인 결과만을 생각하는
그림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박용욱은 그림자의 확장기지에 계속해서 다크 템플러를 공수해 피해를 주다가 셔틀이 두대
가 되었을 무렵 하이템플러 2기와 다크 템플러 2기 드래군 2기로 그림자의 본진에 드랍해서
보급로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그림자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병법에 대해서는 지식이 있는 모양이다. 드랍쉽 3대에 어
쨌든 피투성이의 골리앗들을 데리고 박용욱의 본진에 드랍을 준비하고 있었다. 베슬의 정찰
과 함께 드랍한 그림자의 골리앗들은 다크 템플러의 배웅을 받으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
다.
그림자는 마지막 일격을 가하고는 스러졌다. 눈을 감고 집중하는 모습 그대로 재가 되어 바
람결에 스러져가버린 것이다. 박용욱은 사라져가는 박경락의 그림자를 붙잡기 위해 손을 뻗
어보았지만 곧 어리석은 일이라는걸 깨달았다. 그림자를 만들어낸 것은 자신이며 그림자는
이미 의미하지 않는 다는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박용욱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질 못했다. 예언에 대한 나의 해석이 잘못된 것인
가? 아니면 예언이 잘못될 수도 있는것인가? 기억을 말하지 않는 예언이 잘못된다면 기억은
존재할 수 없는 일이다. 기억은 과거의 유물이고 예언은 미래의 창조자이기 때문이다. 미래
가 없는 과거란 있을수 없었다.
박용욱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섬기던 황제에게 정면으로 대항해 결투를 벌인 일과 수많은 무인들과 현자들을 영원
의 침묵속에 빠뜨렸던 일. 영원히 변치 말자던 우정을 약속했던 자신을 포함한 영웅 5인방
중 한명인 박경락의 영혼을 파괴해버린 일과 마지막으로 영웅 5인방과 함께 봉인했었던 악
마에게 스스로 영혼을 팔아 파멸의 힘을 얻은 일, 이 모든것이 예언이 있었기 때문이고 예
언대로라면 궁극의 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와서 예언은 다른 기억을 보여주었다. 예언대로라면 박경락의 그림자는 프
로토스가 되어야 했고 이는 마지막 결투의 상대인 프로토스에 대해서 잠재적인 미래상을 보
여줌으로서 최후의 승자가 될수 있는 포석을 마련해 주었어야만 했다.
현실은 그림자는 테란이라는 것을 말해주었고,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림자는 약해도 너무 약
했다.
단 한사람뿐이었다.
그사람은 이 복잡한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대답해줄 수 있으리라
자신에게 예언의 말을 건네준 사람. 꿈을 꾸는 예언자라 불리우는 그 현자
박용욱은 자신의 말에 올라타면서 외쳤다.
"예언은 기억의 진실만을 말해준다던, 그리하여 내게 수많은 예언을 보여주었던 그대여. 이
예언은 어떻게 된 일인가 대답해 다오. 빨리 대답해다오
꿈을 꾸는 예언자
강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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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요즘 SF 소설에 푹 빠져있다보니 이런 3류급도 안되는 같잖은 소설을 만들어 내내요.
^__^
그래도 글을 쓴다는건 참 기분좋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피지알 여러분들 일교차 심한데 감기 조심하시고
제가 복귀할때까지 ,
즐거운 하루되세요
-가림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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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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