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0/25 17:54:18
Name 끄로
Subject [잡담] 동생의 역습.
  제가 게임을 좋아하는 것 만큼이나 게임을 좋아하는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사실 요즘 게임 좋아하지 않는 애들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그런데 이녀석은 편식(?)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특히나 제가 제일 즐겨하는 스타크래프트를 가리켜 20세기의 구닥다리 게임이라며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녀석은 비어있는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를 스타 대신에 워크래프트3로 채우고 있지요.
  그러나 이녀석이 처음부터 스타를 싫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싱글미션도 깨고 배틀넷도가끔 하곤 했었는데.....

  오늘 컴퓨터의 폴더들을 뒤적거리다가 스타크래프트 리플레이 폴더에 1.rep 2.rep 이라는 간단한 숫자로 된 두 개의 파일을 발견했습니다. 오래전에 리플레이 폴더를 싹 다 정리하고 난 후라 저 두 파일은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이게 뭐지? 예전에 내 건 아닐테고.... 어디서 다운 받은건가?'

단순한 숫자로 된 파일이름을 짖는 것은 제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요 두 개의 리플 파일이 상당히 궁금해졌습니다. 간만에 스타시디를 넣고 스타를 켰습니다. 째려보는 그 캐리건의 얼굴이 생소해 보였습니다.

..
..

  '고수'! 였습니다.

  이 두 개의 리플레이 파일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제 동생. 스타를 거의 안한 초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테테전'과 '테프전'의 메카닉 플레이를 보면서 정말 놀랬습니다. (초보시절의 저는 메카닉테란을 익히는 과정이 정말 어렵고 오래걸렸거든요.)

'얘가 도대체 스타를 언제 했다고 이렇게 ....'

문득 동생이 스타를 재미없다고, 구닥다리게임이라고 멀리하게 된 시절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녀석이 스타를 조금 깔짝대던 시기에(이 시기의 저는 스타인생 최고의 절정기였습니다.) 감히(?) 제게 도전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녀석의 발상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는 제가 보기에는 '개념없는 짓' 이었습니다. 그때 아마 10여게임을 정도를 했었을 겁니다. 유독 지기 싫어하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라......-_-

그 후로 동생은 스타계를 떠났습니다.
저는 게임으로서의 재미가 피어나기도 전의 자그마한 싹을 사소한 우월감 하나로 짓밟아 버린 잔혹한 형이었습니다.

  제가 알던 동생이라면 .....조만간에 도전장이 날라올 것입니다.-_-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도 않고 스타 안한지도 꽤 되어서 자칫 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약간의 긴장상태로 있습니다.

"한 판 뜨자!"

라는 말이 금방이라도 귓가를 울릴 것 같습니다.

왜 이리 설레이는지......


(두개의 리플레이 파일이 조작극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워낙에 사악한 녀석이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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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03/10/25 18:01
수정 아이콘
저도 설마 내가 지겠어? 하고 게임하다가 진적이 있는데.. 그때 그기분이란.. 정말 뜨고싶죠 ㅠ_ㅠ
aliceinchains
03/10/25 18:05
수정 아이콘
오늘 송병석 선수 마음이 그랬을겁니다.

'내가 설마 전태규한테 지겠어?'
아카징키
03/10/25 21:06
수정 아이콘
남동생들은 본능적으로 형을 이기려고 하는 마음이나 ,동경하며 따라하려는 욕구가 있는듯 합니다.겉으론 표현을 안하지만요...(저 역시도 -_-)
03/10/26 00:06
수정 아이콘
송병석 선수, 김정민 선수와의 경기에서 '설마 내가 지겠어?' 라는 생각을 하셨을 것 같은데...힘내셔서 다음주 멋진 경기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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