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10/25 13:20:53 |
Name |
나라키야 |
Subject |
[잡담] 스타는 못 합니다. 스타중계는 좋아합니다. |
도대체 언제부터지?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신기합니다.
가끔 친구와 피씨방이라도 갈라치면...
열심히 맞고에 열중하는 제 옆에서 온갖 각종 고급(제 기준에서... ㅡㅡ;;) 게임에 심취한 친구를 두고,
도대체 머리 아프게 그런 걸 어떻게 하고 있냐? 라고 한 마디씩 하곤 했지요.
특히 스타크래프트는 정말 보고 있으면 멀미 나는 그런 게임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음악소리도 정신 없는데 한번 싸움이라도 나면 비명 소리에 여기저기 난자한 핏자국들... @_@
친구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이 녀석도 고수는 아니라 말 걸면 대꾸도 못합니다. 정신 없어서... ^^
저는 그 모양이 재미 있어서 일부러 계속 말 걸고 방해도 해보고 그랬죠.
그런 저를 어찌해서든 좀 끌어들여 보려고 꼬시는 친구...
성질을 버럭 내며 마우스를 던지는 저를 그냥 포기하고 말았지요.
(친구는 저그유저인데 저는 그나마 테란이 좋아. 라는 바람에 제대로 가르쳐 주지 못한 이유도 있습니다. ㅡ,.ㅡ)
그래도 친구 하는 것을 보면 재미 있으니까 저렇게 열심히 하겠지? 이런 생각에 가끔씩 해보곤 했습니다. (정말로 아~주 가끔...)
어떻게 되었냐구요? ^^ (어머~ 궁금하지 않으시다구요. 네... ㅠ_ㅠ)
제가 약간의 '모니카 기질'이 있어서는...('프렌즈'를 보신 분은 아십니다. ^^;;)
건물들 나란히나란히 종류별로 각 잡아 예쁘게 지어놓고 마린 메딕 뽑아 또 정성 들여 줄 세워 놓고...
간혹 선을 비껴난 건물 있으면 뽀사뜨리고 새로 다시 짓고 데코레이션 한다고 터렛으로 테두리 도배해서 빙빙 돌리고...
그리고요? 무서워서 공격 못 갑니다. ㅠ_ㅠ 한 번도 공격 가본 적이 없어요.
친구는 "이제 공격 가도 되냐?" 묻고 저글링으로 쳐들어 와서는 저 하는 거 보고 혀를 끌끌 찹니다.
"탱크는 한 대도 안 뽑을 걸 팩토리는 왜 지었냐?", "입구는 무조건 막으랬지.", "벙커를 지으라고!! 벙커를!!"
아무튼 친구의 첫 번 공격에 좌절 먹고 그냥 저는 조용히 종료를 시킵니다. '그래... 역시 이건 내 취향이 아니야.'
뭐 그러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친구도 더 이상 권하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근래에는 거의 둘이서 맞고를... ^^;;
그러던 제가 우연히 게임 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는 아니고...
정말 그 날은 왜 그랬는지 저도 확실히 기억이 나지도 않고 잘 모르겠습니다.
실은 언제쯤인지도 잘 생각이 나질 않네요. '메멘토'가 떠오르는군요. 흠...
어쨌든 ^^;; 올 해 여름의 어느 쉬는 날 평소처럼 리모콘 바쁘게 돌려가며 케이블채널을 점검(??) 하던 중,
온게임넷을 보게 되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하고 있더군요.
평소엔 그냥 바로 돌아가는 채널인데 그나마 좀 아는 거(??) 나왔다고 시선을 집중시키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타중계가 엄청 비중이 큼에도 불구하고 제가 채널을 돌릴 때는 거의 워크래프트나 다른 것을 하고 있었던 듯...
뭐에 홀렸는지 무슨 소리 하는 건지도 도통 모르겠으면서 한참을 봤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신기하게도 재미가 있더군요. 역시 엄.전.김 트리오 세 분의 입담이 한 몫을 한 듯도 합니다.
굉장히 흥이 나서 모르는 사이에 중계에 집중을 하고 있더군요. 거 참...
기껏해야 테란 유닛의 이름이나 좀 알까 다른 종족은 거의 무지한 상태에서 보니 약간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관심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좀 더 알고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녁 시간엔 TV를 끼고 살았습니다. 신경 쓰고 보니 많이도 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정말 관심을 갖고 일부러 챙겨 본 것이 양 방송사 결승전입니다.
사실 선수 이름은 공중파를 탄 이기석선수와 임요환선수 밖에는 몰랐었던 제가 말이죠.
결승전을 앞두고서는 제법 많은 선수들의 이름과 얼굴을 매치 시킬 수 있게 되었고,
온게임넷과 엠비씨게임의 편성표를 뒤져 재미 있다고 소문난 경기를 찾아볼 정도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처음엔 게임을 알고 경기 자체에 재미를 느꼈다기 보다는 관중들의 함성과 중계진들의 흥분에 더 끌렸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감동적인 것에 약한 면이 있거든요. 실제로 강민선수가 우승하고 나서도 약간 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파일런'이 '포톤캐논'이 아니라 밥집이라는 것을 알았을 정도니까요. ㅡ,.ㅡ
강민선수가 캐논을 좋아해서 경기마다 도배를 한다는 말에 제일 많이 보이는게 '파일런'이라 그게 '포톤캐논'인줄로만... ㅡㅡ;;
(어쩐지.. 저런 모양새로 뭐가 나오지도 않는데 상대방 유닛을 공격한다는 게 좀 이상하다고는 느꼈었습니다만.)
긴장감 넘치는 결승전을 다 보고난 후 돌아보니... 저는 스타의 팬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쩌지도 못하게 슬그머니 그렇게 팬이 되어 버렸네요. 정말 어쩌자고... ㅡ,.ㅡ
스타중계와 함께 보낸 여름휴가와 추석연휴를 지나 또 한 번의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저는 너무 기쁩니다.
지난 번 아무 것도 모르고 막무가내로 봤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에헴~ ㅡ,.ㅡ 알고 보는 재미는 더 굉장하지요. ^^
저를 꼬시려고 그리 애쓰던 친구가 더 신기해 합니다.
그리 가르쳐 보려고 해도 성질만 벅벅 내던 애가 이리 푹~ 빠져서는 늘상 스타 얘기만 하니 그럴만도 하죠.
이런 지금도 스타 실력은 형편 없어서 아직 베틀넷엔 들어가지도 못하고 노상 컴퓨터한테 핵만 맞고 있습니다만. ㅡㅡ;;
저는 뭐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하다보면 드디어 언젠가는 저도 컴퓨터한테 핵을 쏠 날이 올 것이고...
다른 스포츠만 봐도 꼭 직접 하는 것도 잘 해야 중계를 재미 있게 보는 것은 아니니까요.
실은... 중계를 하도 많이 봐서 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만 가는데 손은 안 따라 주니까 눈물 납니다. ㅠ_ㅠ
에혀~ 그런 고로 오늘도 프로리그와 프리미어리그를 기대하며 이런 제 형편을 잠깐 글로 남기는 것이라지요.
아무튼... 저의 이런 '스타중계' 중독(??)은 제가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