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0/23 03:35:20
Name cyanstar
Subject [잡담]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저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다른 사람들이 쓰는 표현을 유심히 관찰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아주 오래 전부터 아주 신기하게 생각한 것이,
제가 관찰한 사람들 열 중 아홉은
'다르다'를 써야 할 상황에 '틀리다'를 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다르다'는 different이고 '틀리다'는 wrong인데 말이죠.

심지어는 제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틀리다'가 원래 '다르다'라는 뜻으로도 쓰이는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단계 더 발전해서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그런 뜻으로 쓰고 있으면
'틀리다'가 '다르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고 국어사전을 바꾸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죠.)

방송 진행자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게임중계의 경우에는 "이러면 상황이 틀려지죠."라는 말을 숱하게 들었고,
토크쇼의 경우에는 "에이~ 그건 이야기가 틀리죠."라는 말을 숱하게 들었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표현은 많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금새'가 아니라 '금세'가 맞다는 걸,
'...지'는 시간의 경과를 의미할 때 띄어쓴다는 걸
(예: '그거 네가 먹지 않았니?' '밥을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안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르다'와 '틀리다'의 혼용에 집착하는 이유는
왜 '다르다'를 써야 할 상황에 모두들 '틀리다'를 쓸까,
혹시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집단 무의식의 작용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인간에 의해 탄생되었지만
오히려 인간이 언어의 영향을 받기도 하니까요.

예전에 Pgr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짚고 넘어가는 것은
요즘 Pgr에서 불고 있는 우리말 바로쓰기 운동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말 바로쓰기에 관심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시지 않을까 싶어서요.

지하철 광고 문구를 볼 때마저
오탈자와 띄어쓰기부터 확인하는
직업병의 발로이기는 하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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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0/23 03:57
수정 아이콘
저도 요즈음 님과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직업병이라기 보다 취업준비에 따른 잉여물이라고나 할까요.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사용하는 것은 분명 '틀린' 것이지요.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가도 친구가 다르다고 해야 할 것을 틀리다고 하면, 그 뒷말은 잘 들리지도 않고 이걸 얘기해 말어... 이렇게 고민하곤 한답니다.
항즐이
03/10/23 04:09
수정 아이콘
맞추다와 맞히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지요. 정일훈 캐스터님도 많은 방송인들이 그 부분을 놓친다고 지적하셨던 적 있습니다.
엘케인
03/10/23 04:16
수정 아이콘
아~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물빛노을
03/10/23 04:31
수정 아이콘
말씀 잘들었습니다^^
03/10/23 04:45
수정 아이콘
제가 언젠가 댓글로 붙였던 이야기네요. 다르다와 틀리다...다른 건 맞춤법 지적당했을때 아차! 하지만 이건 틀렸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저부터도 그랬거든요 정말 '다른 것은'틀린' 것이라는 관념이 깔려 있는 건가...그렇게 생각하니 좀 무섭기도 하네요..많이 무섭군요
하늘호수
03/10/23 07:38
수정 아이콘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언어는 의식의 표현...
꿈꾸는청년
03/10/23 07:57
수정 아이콘
유용한 글에 감사드립니다.
03/10/23 09:23
수정 아이콘
이러면 상황이 틀려지죠.... 에서 틀려지다는
일이 틀어지다 의 오표현이 아닐까요?? 단순히 상황이 달라졌다거나 변화했다는 의미는 아닌 듯 합니다
이길 수 있겠는데(확정적 심리) 어떤 계기로 이기는 것이 불분명하게 될 때(모호한 상태) 일이 틀어지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은데....
오표현으로 상황이 틀려지죠 라고 표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저만의 생각입니다..... 제 생각이 맞길 바라며.........아니면.... 제발 맞길......
03/10/23 11:13
수정 아이콘
저도 님과 같은 생각을 많이 한답니다. 특히 방송에서 자막까지 친절하게 틀리다로 내보낼때는 참 답답하더군요.
As Jonathan
03/10/23 11:38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댓글을 남기는 군요.
모든 토론이 논쟁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유는 '상대방이 나와는 다르다'라는 말을 '상대방이 나와 다르기 때문에 틀렸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으로 오묘한 듯 싶습니다. 남이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할때 상대방이 나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함에도 불구하고 내 의견이 무시당하는 것 처럼 느껴지고, 자존심이 상하여지니 말입니다. 결국 논쟁으로 번지고 사건은 종잡을 수가 없어지죠.

'다르다'와 '틀리다'라는 정확한 개념을 머리속에 항상 가지고 다니신다면, 어느 사회생활이나 혹 인터넷의 익명성의 토론에서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텐데 라고 생각해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yanstar
03/10/23 12:22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의 댓글 고맙습니다. 자기 글에 달린 댓글을 볼 때 기분이 이런 것이었군요! +_+ (이런 이모티콘의 기분 말이죠.)

그런데 우리말 바로쓰기 운동과 관련해서 생각나는 게 한 가지 더 있어서 여기에 댓글로 달려고 합니다.

제가 게임중계방송을 들으면서 제일 놀랐던 멘트 두 개를 꼽으라면, "이것은 캐논을 강제하는 플레이죠."와 "...한 것으로 생각되어집니다." 혹은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였습니다.

우선 "캐논을 강제하는 플레이죠."에 놀랐던 이유를 말씀드리면,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 번역서에 나옴직한 '...을 강제하다'라는 표현이 등장한 때문이었죠. 그리고 그 표현의 낯설음 때문이기도 했고요. 그 표현을 듣는 순간 "캐논을 지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플레이죠."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과연 두 개가 동일한 뜻이기는 한가 잠깐 고민을 했더랍니다.

그리고 두 번째, "...으로 생각되어집니다."와 "...으로 보여집니다."는 '생각되다', '보이다' 자체가 피동사인데, 여기에 왜 다시 '...지다'가 붙을까요?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멘트를 들은 뒤 이런저런 인터넷 게시판을 보니 그런 식의 표현을 쓰는 분들이 상당히 많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퀴이~즈! "캐논을 강제하는 플레이입니다."와 "...으로 생각되어집니다" 또는 "...으로 보여집니다"로 저를 놀라게 한 두 분의 해설위원은 누구일까요?

퀴즈치고는 너무 뻔하고 쉽죠? 흑흑흑. 이름하야 돈강법. 어떻게 끝맺음을 해야 좋을지 난감할 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뭉개버리는 수법이죠.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때 피천득의 <인연> 마무리를 가리켜 돈강법이라고 한다는 소리를 듣고 '뭐얏! 수습하기 곤란하니까 뜬금없이 끝내버린 것 같은데 잘도 갖다 붙이는군!' 하며 투덜거렸던 기억이 나는데, 이럴 때 제가 써먹는군요. ^^;
매직핸드
03/10/23 13:06
수정 아이콘
네. 좋은 글입니다.
오탈자 하나 둘 지적하는 것보다는 완전히 잘못된 표현이나
일본식 번역투 문장을 바로잡는 '운동'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합니다.
글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 아닙니까 ^^

PS : 이런이런... 열심히 일하는 줄 알았더니 또 PGR에 있었군요 -.-;;;
그리고
03/10/23 14:26
수정 아이콘
캐논을 강제하는 플레이입니다. 는 왠지 이승원 해설위원 같은 느낌이 드네요. 자주 들어 본 것 같습니다
초보유저
03/10/23 14:40
수정 아이콘
저도 그 부분을 들을 때마다 느꼈던 것이지만, 이곳 pgr 등의 사이트에서 그 해설분(누구?)이 국어 실력이 상당하다는 말이 많아 좀 의외였습니다. 그 부분 말고도 상당히 어색한 부분이 많았는데 말입니다. 특히 그 "~집니다." 부분은 꽤 오래전부터 지적되었던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용하시더군요..
03/10/23 17:46
수정 아이콘
글쓰신분 틀렸습니다

different는 다른 wrong은 틀린 입니다. 형용사와 동사는 다르죠

다른글이면 지적안하겠지만 글쓴 목적자체가 표현상의 오류니 정확하게 집고 가는게 좋겠죠..^^;
03/10/23 19:36
수정 아이콘
^__^ 와.. 대단하십니다.
제 생각에는 '다르다'와 '틀리다' 라는 말 둘 다 같지 않음을 나타내는 말이라서,
상황이 반전되는 곳에서 쓰이는 것 같습니다.
빠르게 진행과정을 알려야 하는 "생방송 중계" 이기 때문에 그런 표현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
물론, 정확한 표현으로 상황을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의가 없습니다만,
문법에 정확한 표현들만으로 중계를 해 나간다면, 별로 박진감 없어질 것도 같습니다.
"시"가 문법적 오류를 자연스레 표현을 하듯이, 중계에서도 상황 전달이 잘 된다면,
어느 정도의 오류를 범해서라도 재미있게 전해 주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__) ;;
sunnyway
03/10/24 08:49
수정 아이콘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방송(언론)의 영향은 정말 크지요 ^^ 오락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요즈음은 '다르다'와 '틀리다'의 혼용과 같은 표현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맞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정말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기합리화가 발동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리고, 가끔씩 쓰여지는 번역문에서나 보는 문장(수동 구문)들에도 익숙해져 버린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방송에서 말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
하늘님, wrong은 형용사, 부사, 동사, 명사 모두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V-GundresS
03/10/24 19:51
수정 아이콘
형용사는 ~ㄴ 이고 동사는 ~이다. 라고 하는 것이 틀리지는 않습니다만. 특히 영어에서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희나라 언어에서는 동사와 형용사는 둘 모두 ~ 이다.의 형태를 취할 수 있습니다. 예로 아름답다.는 형용사입니다. 가난하다. 도 형용사 이지요. 우리나라말로 영어를 해석할때, 동사 형용사 형태를 구분하긴 하지만 저희나라 말에 있어서는 형용사 역시도 동사의 형태를 취합니다. 그러므로 굳이 ~이다. 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서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aliceinchains
03/10/25 00:32
수정 아이콘
...저희나라라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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