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10/19 01:29:07 |
Name |
꿈그리고현실 |
Subject |
여기서 GG 치진 않을거야~~!! |
정말 진다는 게 이렇게 화가 나는 건지....
스타 방송 매니아가 된지 어언 2년...요 3주 전부터 갑자기 스타 하는 맛에
마우스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스킵 만빵이던 S사의 광마우스를 때려치우고
박정석 선수가 쓴다는 마우스를 구해다가 테란을 선택하여 겜을 했습니다.
같은 동아리의 저그 유저와 경기..연전 연패...럴커에 마린들이 죽어나가고 울링에 GG
럴커를 극복하고 드랍쉽을 이용해 멀티 견제하며 진출 타이밍과 병력 조합을 익혀나갔고
어느덧 아시아 공방 승률 55%의 양민 유저가 되었습니다.
임요환 선수 팬까페에서 어찌 어찌 하다가 알게 된 분이 있었습니다. 요새 연습 많이 했다고
그러니까 그 분이 한판 하자고 하더군요. 저보다 더 잘하는 분이라서 제가 머뭇거리자
주종족인 테란 말고 프토로 하신다고 해서 그럼 하자고 했습니다.
투둥~ 국민맵 로템의 최악의 위치 6시..이런...두둥~ 정찰 해보니..두둥 로템 최고의 위치 2시
영 조이러 가는 동선도 껄끄럽고 찝찝한 마음으로 겜을 시작했습니다. SCV 상대방 본진을 휙휙
돌아보니..원 게이트 코어 올리고 로보틱스 좀 많은 듯한 프로브 숫자와 계속 돌아가는 넥서스
불독 토스인가... 두번째 팩토리 올리던 것을 취소하고 커맨드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더블 커맨드..여차 저차 시간은 흘렀고... 불독 토스의 상극 전술인 더블 커맨드의 효과가 슬슬 드러나고
앞마당이 아닌 타 스타팅에 멀티를 한 것을 정찰하고 탱크 다수와 벌쳐로 깨 부수러 가는 그 때..아뿔싸..
다템.. 서둘러 아카데미를 지을려고 하지만 정찰 나간 배럭은 박살난지 오래..그렇게 배럭을 올리고
아카데미를 올리고 스캔을 달고 진출하려고 보니..아뿔싸..막멀티..부랴 부랴 3군데의 멀티중 2곳을 박살내고
12시에 스캔 찍어보니..아뿔사~ 그놈의 캐리어......
이런 8시 멀티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니였는데.....부랴 부랴 4스타포트를 올리고 레이쓰를 모으고 Emp 두방 충전 된 배슬 준비
골리앗 생산...나의 섬멀티가 깨지고...그래.. 저 캐리어를 박살 내면...레이쓰는 대략 한부대 약간 넘는 정도 캐리어는 10마리 정도..
골리앗 1부대 반..그래 스캔 뿌려서 옵져버 를 제거하고 클로킹 레이쓰로 캐리어만 잡아내면 이긴다~!!
스캔을 뿌려보니 옵져버는 없다..이래 지금이다~~!~! 그동안 모인 레이쓰 2부대 약간 안돼는 수가 달려나갔고 C 를 눌렀으나 꺼져있는
클로킹...개발을 안했던 것인가~~ 그리고 저 골리앗 사정거리는 왜 이리 짧은지...으악~! 업글을 안했잖아...
그렇게 레이쓰는 없어져 갔고..멀티는 사라졌고..GG를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채널로 돌아오니 그분이 수고 했자고 하시면서 다템, 캐리어의 테란 상대로 할 때의 유용한 점을 설명해 주셨죠..
글쎄요.. 모든 것에 대해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분의 서브 종족에게 참패 했다는 것.. 다템 3마리에 휘둘려 다닌 나의 대규모 병력..
막멀티를 저지하지 못한 점..여러가지 판단 미스..캐리어를 대비하여 준비한 병력들이 겨우 캐리어 2기 잡고 모두 박살 난 것..
뿌듯해 하며 게임정리를 하던 그분에게도...그런 그분에게 화를 내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나고..
그래도 감정을 키보드로 옮기지 않고 인사를 하고 채널을 나와버렸습니다.
덥고 얼굴은 화끈 거리고 게임중에 과다 분출된 아드레날린으로 인해 손은 차갑고 살짝 떨리고 뭔가 복받치는 감정..
분했습니다. 겜은 즐기는 거지 뭘 그런 걸로 화를 내고 그러냐..내가 평소에 하던 말이 떠올라 더욱 분했습니다.
다템 3마리에 쫒겨온 나의 탱크와 벌쳐..후퇴하다가 다템에 반응한 마인과 함께 폭사한 나의 병력 들..
갑자기 옹겜넷 올림푸스 8강진출이 걸린 한판에서 패배하자 자리를 뛰쳐나간 이윤열 선수의 기분이 이해됐습니다. 이런 나도 열 받아 죽겠는데
이윤열 선수는 오죽이나 화가 났을까...
줄곧 주도권을 잡으며 플레이 하다가 단 10기의 캐리어에게 GG치고 말았을 때 잠시 스타를 때려쳐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래, 나같은 게 무슨
스타를 하냐...맨날 지기만 하고 캐리어 10기에 그냥 무너져 버리고...
하지만 도망치기 싫었습니다. 캐리어 10기에 무너져 버리는 나에게서 난 도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캐리어 10기는 우습게 잡아내는 내가 되고 싶습니다.
다음엔 또다시 다음엔 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다음엔 꼭 이기고 싶습니다.
항상 가슴 속에 담아 두고 살아갈려는 이 한마디를 생각하면서
"임요환 이라면 여기서 GG 를 치진 않을거야.."
p.s :
패배감과 상실감으로 가득차서 의기소침해진 이런 '나'라도
어쩌다 한번쯤 이렇게 Terran으로 훌훌 날려버리는,
기껏해야 고작 하루의 어느 한 두 시간만이라도
Terran은 항상 이겨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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