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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10/18 09:08:35 |
Name |
귀차니즘 |
Subject |
벌써 1년,, 나의 영웅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
작년 이맘때이던가요,,
수능을 얼마 안남겨둔 저는 그해 여름 한창 치열했던 월드컵을 한창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2002 스카이배,, 더 정확히 Reach를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스타크래프트는 조금 할줄 알았지만, 네이트배까지는 스타리그가 있는줄도 몰랐었습니다-_-.
월드컵기간에 가족들의 욕을 바가지로 먹어가며 게임방송보기에 몰두하고있는 동생옆에서
공부하다가 쉰다는 핑계로 몇 번 같이 보다가 오히려 동생보다 제가 더 스타리그에 빠져들어버렸습니다.
그때 시작했던 리그가 2002 스카이배 스타리그였고,
제가 할줄알던 유일한 종족인 프로토스중에서 Reach의 경기를 재미있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 그의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저그와 테란 판에서 꾸역꾸역 살아남아 8강, 4강 그리고 결승에 진출하여 제 머릿속에
최고라고 항상 각인되어있던 박서를 꺾고, 결승무대 그 가장 높은곳에 우뚝서던 Reach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수줍은 미소가 인상적이던 그만큼 수줍은 팬이기에 비록 티비에서만 그를 응원하고 있었지만,
그가 정상에 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이보다 더 행복했었습니다.
그리고 파나소닉배 스타리그 개막전에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Reach를 직접한번 보고싶어서 용기를 내어 메가웹에 가보았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 때문에 제일 뒤에서 까치발을 들고도 부족해 팔짝팔짝 뛰어가며
겨우겨우 보다 지쳐 집에오는 길에 Reach가 졌다는 문자를 받았고,
그후 내리 3연패와 챌린지리그로의 추락,,
대학에 입학하고, Reach가 없는 한시즌이 지나고 또 서늘한 가을과 함께 Reach가 다시 스타리그에
얼굴을 보일즈음 다시금 그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하며 작년처럼 매주 금요일만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작년과 달라진게 있다면 이제는 동생에게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보지 않아도 될정도로
스타에 대해서 많이 알게되었고, 이제는 Reach의 경기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프로게이머
들의 경기도 즐겨보게되었다는거였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경기를 보며 조마조마해하지
도 않았고, Reach의 패배에도 담담해질만큼 그의 밑바닥까지 함께했던 저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Reach가 주춤한 사이 무섭게 상승한 몽상가와의 4강전,, 담담할줄 알았던
저는 어제 아침부터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시험공부를 하면서도, 밀린
빨래를 하면서도 온종일 그날의 경기 때문에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리고 치열했던 다섯 경기가 모두 끝나고 승리의 여신은 결국 몽상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
다. 경기가 끝나고 아쉬워하던 Reach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티비를 꺼버렸습니다. 4
강에 오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장하다고 스스로 위안을 해보아도 두눈이 붉어지는 것
은 어쩔수없었습니다. 다시한번 결승무대에 서서 1년전에 보여주지 못한 밝게 웃는 모습
을 다시보고 싶었습니다. 아니 다시 한번 그곳에 서서 아직 나의 영웅은 죽지않았다는 것
을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싶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Reach는 그 존재만
으로도 뿌듯하고 자랑하고 싶어지는 그런 존재입니다. 이제 하루가 지나고 어제 경기 때문
에 잠도 못이루고 밤새 뜬눈으로 지샜습니다. 어젯밤엔 옹졸한 마음에 몽상가의 결승진출
을 축하해주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제가 그랬던것처럼 강민선수의 결승진출에
기뻐하고 있는 어느 누군가를 생각하니 속좁은 제가 참 밉더군요,, 강민선수 결승진출하신
거 정말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재수를 하는 제친구가 Reach가 결승에 갈것같으니 같이 결승전보러 가자고 했는
데 그 약속은 자연취소되어버렸네요,, 아쉽지만 다음 시즌이 있으니 그 약속은 취소가 아
니라 보류를 시켜야겠습니다..
p.s 글재주없는 제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복잡한마음에 써내려간 글이라 두서가 안맞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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