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10/15 11:10:43 |
Name |
매직핸드 |
Subject |
사랑하는 그녀와 게임... |
그녀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저도 게임을 무지 좋아합니다.
처음 접했던 게임은 블록깨기... 한 판에 10원 하던 시절이었죠. 변변한 오락실이 없던 그 때는 동네 문방구에 작은 게임기를 이용했더랬습니다. 정말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어머니한테 용돈을 받으면 곧바로 달려갈 정도로 저에겐 매력적인 게임이었습니다. 한창 열을 내며 하던 도중 뒤통수를 얻어맞고 끌려간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죠...
그러다 국민학교에 들어갈 무렵 오락실이란 곳이 생겨났습니다. 처음 보는 화려한 화면, 단순히 좌우로만 움직이던 벽돌깨기의 바가 아닌, 총알까지 나가는 게임... 다시금 미친듯이 빠져 들었죠. 슈팅게임의 명가 타이토(Taito)가 1978년부터 열풍을 일으킨 <스페이스 인베이더>!!!
상당히 빨라진 에이리언을 각도조정 샷으로 잡을 때의 희열, 마지막으로 남은 녀석이 맨 아래까지 내려와 자폭을 하려는 순간, 코앞에서 잡을 때의 쾌감.
단순히 주어진 공으로 블록을 깨는 수동적인 게임에서 자신의 의지로 총알을 쏘며 적군을 물리치는 능동적인 게임의 탄생이었죠.
그러나 이 게임도 어머님의 헌신적인 뒷조사로 자주 할 수는 없었습니다...
시간은 다시 흘러... 80년대.
그야말로 슈팅 게임의 전성기였죠.
갤러그, 엑스리온 등 과거에 총알 좀 날려 봤다는 슈팅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게임들이 속속 나왔습니다.
화려한 컬러 그래픽, 시공을 넘나드는 멋진 공중전!!
게임기를 잡으면 한 두시간은 훌쩍 지나갈 정도로 중독성이 지나친 게임이었죠. 방과 후에는 언제나 오락실로 직행하는 생활이었습니다. 이때는 잔머리가 늘어 어머니의 생활 사이클을 파악, 최적화된 동선의 오락실을 이용했더랬습니다. 그런데 가끔씩은 어머니가 아닌 타인에 의해 게임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너무 오래 하다보니 아저씨가 돈을 주며 나가라고 하더군요...
그후로도 제비우스, 1942 등 화려한 슈팅 게임은 끊임없이 출시되어 제 손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제비우스는 게임 그래픽의 기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명작이죠. 기존의 슈팅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2차원적인 구조(공중 공격+지상 공격), 대장 비행체의 등장도 제비우스를 슈팅 게임의 명작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도록 만드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또한 곳곳에 숨어 있는 보너스 비밀 기지를 찾는 것도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켜주었죠.
1942는 또 다른 면에서의 슈팅 게임 지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총알의 파워업 개념과 멋진 공중제비 회피 시스템. 당시에는 정말 획기적인 구성이었죠.
마지막 항공모함을 깼을 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아~~ 가슴 속으로 저며드는 감동과 환희...
그러나 오락실 좀 그만 다니거라는 어머니의 슬픈 표정을 보고 저의 짧았던... 오락실 생활은 끝이나고 말았습니다.
고교시절 친구와 약속이 있거나 시험이 끝났을 때 가끔씩 이용할뿐 가급적이면 오락실을 가지 않는 모범생...이 되었지요.
그러다 대학생이 되고 "하도켄~~(파동권, 波動拳)", "쇼류켄~~(승룡권, 昇龍拳)"을 외치는 멋진 류의 모습에 반해 다시 조이스틱을 잡고 말았습니다... ㅠㅠ
정말 획기적인 6개의 버튼~! 과연 저 게임을 내가 섭렵할 수 있을까, 불안감과 초조함으로 날마다 오락실을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기우였죠.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기술. 어느새 주위에는 상대가 없었습니다.
당시 스트리트파이터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한때는 스트리트파이터 과대항전까지 있었죠.
이쁜 여학생들이 우승하라며 손가락 마사지까지 해주고... *^^*
그때 오른손 APM을 재보았다면 아마도 400대까지 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그때 오른손에만 너무 집중을 해서 왼손의 능력이 떨어졌을런지도 모릅니다. 스타 실력이 항상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도 거기에서 찾아야되지 않을런지... 홀홀 ^^;;;
헉... 서론이 본론처럼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사랑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흑흑흑.
어쨌든 저처럼 게임을 사랑하는 여인을 만났습니다. 사랑하는 그녀와의 공통분모가 게임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즐겁습니다. 저희 집 채널은 주요 드라마가 하는 날이 아니면 언제나 온게임넷이나 엠비씨게임이랍니다. 아이가 커서 채널권을 주장하기 전까지 아마도 그 채널은 고정되어 있겠죠.
한때는 깊이 빠져들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게임은 삶의 활력소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에 대한 집중도의 30%만 일에 쏟아도 일은 잘 진행됩니다.
자제력과 여유를 가지고 게임을 지배한다면 게임은 언제까지나 우리의 삶을 활기차고 즐겁게 만들어 주겠죠?
게임 마니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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