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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10/13 16:56:41 |
Name |
T없e맑은i |
Subject |
가입인사 및 펌글 하나(이 만수 코치 미국회계법인 강연회) |
PGR21 회원및 비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드디어 저에게도 글쓰기권한이 부여되었군요
나이 30이 넘어서 이렇게 신규가입하고 가입인사하기가 좀 뻘쭘하기도 하고 쉽지가 않네요 하하하
어디에 가나 규정과 법규 라기엔 좀 뭐하지만 나름대로의 예의 범절과 질서를 위시한 전통이 있으니까 여기 이곳 사이트의 예의와 질서를 존중하며 회원으로서의 명예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래의 글은 지금 미국 프로야구 메이져리그 시카고 화이트 삭스 라는 팀에서 유급으로 불펜코치역을 맡고 있는 이 만수 코치의 홈페이지에서 펌글이며 최근(10월 8일)에 전세계 빅 5 회계법인중의 하나인 KPMG라는 회계법인의 뉴욕본사에서 강연한 강연회 글입니다
읽어 볼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생각되어 소개합니다(비록 강연회 요약글이지만 펌글이라서 어떠한 수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
안녕하세요.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에 있는 이만수코치입니다.
남의 나라인 미국땅에서 이렇게 많은 한국분들을 뵈니 더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남들앞에서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내가 아직 너무 젊다라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아리조나에 있는 유학생이
저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한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극구 사양했지만 내가 벌써 그런 부탁 받을 나이가 되었나? 한참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자리도 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과연 여기 계신분들께 분야도 너무 다른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나? 고민 많이 했습니다.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지도 모른다는 핑계를 대며 못올것 같다고 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팀이 2위를 하는 통에 제가 지금 이자리에 서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왜 제가 이자리에 서 있습니까???
제가 유명해서 였거나 성공해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유명해서 라고 하기에는 저는 참 오래전 선수입니다.
요즈음 저보다 더 유명한 선수 너무 많지요.
그러면 성공해서 입니까? 성공했다고 하기에는 저는 아직 갈 길이 너무
먼 사람입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도착한 이곳 미국에서 아직도 언어와 문화의
이질감 때문에 힘든점이 많고 지도자로서도 초보단계에 있어서 세상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에 도달하기에는 앞이 깜깜할 때도 많은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내가 왜 이자리에 초대받았나? 하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이 나이까지 30년 넘도록 야구밖에 한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 긴시간을 운동장에서 공을 던지고 치고 받으며 세월을 보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3번 바뀔만큼 긴 시간을 야구를
해오면서 느끼고 얻은 것 중에서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저도 여러분도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이기
때문에 공감가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저는 프로선수로 16년간 선수생활을 했고 이곳에서도 프로팀에서 6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82년도 삼성라이온즈 창단 멤버로 입단했을 때 구단주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저를 불러 “ 프로란 무엇이냐? “고 개인적으로
물어보셨습니다.
그때는 우리나라에서 프로팀이 처음으로 생긴 때여서 프로가 되니 돈
많이 준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뛰어넘지 못하던 초창기시절이라 우물쭈물
하며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러나 그 질문은 선수시절 내내 나에게 따라다닌 귀중한 질문이었습니다.
프로란 사전적인 의미로는 교육이나 트레이닝이 요구되는 직업이나
경력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저 사람은 프로다” 할때는그
일을 잘해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자주 씁니다.
저 사람은 노래솜씨가 프로야 , 축구실력이 프로야 , 심지어 고스톱도
프로야 할 때 쓰게되지요.
이와 반대로 그 일에 숙달되지 못하고 잘하지 못할때 “ 저는 아직 아마튜어
수준입니다 “ 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프로와 아마츄어를 돈이 생기냐 안생기냐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프로는 그 일에 익숙하고 그일을 잘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맡은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 재능도 필요하고 , 성실도
필요하고 , 인내도 필요하고 등등 여러가지 조건이 필요할껍니다.
저는 제 프로야구 인생을 돌아보면서 그 여러가지 조건중에 가장 기본으로
꼽고 싶은것이 있다면 < 고집과 섬세함 >이라고 하겠습니다.
고집이라고 하면 독불장군이나 내것만 맞다고 우기는것이 먼저 떠오르시겠지만
내가 말하는 고집은 <기본에 대한 신뢰>를 말하는 겁니다.
요즈음은 팔방미인이 환영받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야구선수는 야구를 열심히 해야하고
정치가는 정치를 열심히 해야하고
음악가는 음악을 열심히 해야하는 그런 < 고집 >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은 이렇게 해야 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하니까 나도 슬그머니
저렇게 해 버리는 경험을 사회생활속에서 하게 됩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하는대로 하지 않으면 왕따가 될까봐 두려운 마음도
생기고 전통을 깬다는 눈총을 받고 싶지 않아서 기본을 져버리고 대세에
휩쓸릴 수 밖에 없을 때가 많습니다.
저는 때로는 주변 사람들한테 “고집쟁이” 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프로선수 생활을 하다보면 야구보다 야구외적인 일때문에 에너지가 낭비될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언제나 기본인 야구에 충실한 것이 우선이라는 < 고집 >을
가지고 16년간 선수생활을 해왔습니다.
프로 초창기에는 프로의식이 없는 선수들이 밤새워 술마시고 다음날 경기에
술냄새 무지하게 풍기며 비몽사몽간에 경기 하는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신문을 보니 프로야구 역사가 20년이 넘어가는 요즈음에도
심심찮게 선수들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걸리는 것을 보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많습니다.
운동선수의 기본은 뭡니까?
건강한 신체 , 건전한 정신이 경기력에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의 경우는 몇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현역선수 시절동안 운동에 방해되는 것은 결코 하지 않으리라 .
예를 들면 술 , 담배 , 잡기 등입니다.
“ 새나라의 어린이 “ 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정해진 시간에 자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에 신경을 썼습니다.
부상의 위험이 있는 어떤 스포츠종목도 취미로 갖지 않기로 했습니다.
시즌이 끝나 겨울이 되어서 가족들과 스키장에 해마다 가도 한번도
발목 부상의 위험이 있는 스키화를 신어보지 않았습니다.
운동선수의 < 기본을 지키고 싶은 고집 >입니다.
그런데 미국 메이저리그에 와보니 이미 선진야구에서는 모터 싸이클이나
스카이 다이빙 등 부상의 위험이 있는 여가 활동은 문서로도 금지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이제는 한국선수들까지도 몸값이 끝간데 없이
올라가서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줄 정도입니다.
그런데 선수들이 금쪽같은 몸을 보호한다고 BMW , 벤츠는 타면서
운동 선수가 지켜야할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면 뭔가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기본에 대한 고집 > 꼭 필요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때는 유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진학한 중학교에는 유도부가 없어서 운동을 좋아하던
나를 아버지께서 야구부에 밀어 넣어셨습니다.
국민학교때 부터 야구를 하던 친구들 틈에 끼어서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물주전자 심부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좋은 체격에 성실한 훈련 태도 덕분에 경기출장의 기회가
주어지게 되자 코피를 흘려가며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따라다니는 많은 별명가운데 “ 연습 벌레 “ “ 독종 “ 도
있었습니다.
저는 중고등학교부터 시작해서 대학교까지 11년간을 거의 4시간 이상 자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연습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도 칭찬들어본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이곳에서 메이저리그 지도자들을 보면서 느낀것 중 하나가 선수들의
단점을 고쳐주기보다는 장점을 개발하고 격려해서 단점을 묻히게 하는
지도 스타일입니다.
나는 현역시절 단점을 고치기 위해 밤을 새우며 연습하던 날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효과적이지 못한 때가 훨씬 많았다는 것이 지금와서의 생각입니다.
우리팀에 카를로스 리 라는 파나마 선수가 있습니다.
야구인인 내가 보기에도 수비솜씨가 너무 엉망이라 저 선수 메이저리거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카를로스 리 선수에게는 뛰어난 방망이 솜씨가 있었기 때문에 엉성한
수비를 탓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 반쪽선수 “ 라는 불명예가 달릴법 한데 이곳에서는 그
선수의 방망이 솜씨를 계속 믿어주고 밀어주니 메이저 5년차인 지금은
가끔이지만 그림같은 수비를 펼치기도하며 약점이었던 수비솜씨가 날로
좋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칭찬받고 자라지 못했던 제 기억을 생각하며 제 아이들에게는 구체적인
칭찬을 자주 해주며 키웠습니다.
대학교 2학년 , 고등학교 2학년인 두 아들들은 아직도 아빠에게 뽀뽀하고 ,
여자친구 이야기까지 자세히 상담하는 착한 아이들로 자랐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가장 자주 해주는 말은 “ 아빠는 너를 믿는다 “
“ 아빠는 너를 사랑한다“ 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힘든 사춘기를 말썽한번 부리지 않고 건강하고 명랑하게
커 주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 기본에 대한 고집 >외에 제가 < 섬세함 >을 중요한
부분으로 들었는데요.
우락부락한 운동선수에게 무슨 < 섬세함 >이 필요한지 뜻밖이라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저는 < 섬세함 >의 반대가 대강대강 , 대충대충 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 기본이 지켜지지 않고 대충대충하면
삼풍백화점이 되고 성수대교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른 분야의 사람은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스포츠로
정상에 선 사람들을 보면 섬세함이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축구의 차범근 감독 , 탁구의 양영자 선수 , 또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박찬호나 김병현 선수도 대단히 섬세한 친구들입니다.
박찬호 선수나 김병현 선수는 개인적으로도 자주 만날 기회가 있는데
화려한것 같아 보이는 박찬호 선수나 괴짜같아 보이는 김병현 선수가
야구에 관해서 만큼은 대충대충이 없는 꼼꼼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어떻겠습니까?
생긴것은 동네아저씨 처럼 털털하게 생겼지만 제 일에 관해서는 보기와는
다르게 무척 섬세한 편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쓰기 시작한 야구일지는 30년이 다된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날의 경기상황 , 느낀점 , 보완해야 할점 기록하고 경기외에 일상적인
생활에서 느낀 감정들도 자세히 적습니다.
인터뷰 시간이나 경기장 도착시간 , 야구 장비나 도구의 준비 , 어웨이
경기시 준비물등 야구에 관련된 것은 작은 것 하나라도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저희가족은 여행을 자주 가는데 아내가 짐을 챙기면 여행지에
가서 잊어버리고 온것이 한두개는 꼭 있지만 제가 챙기는 날은 100% 라고 늘
아내가 탄복을 합니다.
내 직업인 야구를 하면서 얻게된 꼼꼼함이 이럴때 빛을 내기도 합니다.
야구는 다른 어느 종목보다 섬세함이 요구되는 스포츠입니다.
점과 점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도 필요하고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0.03초만에 타자앞에 도달하기 때문에 순발력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관전의 재미가 큰 경기입니다.
세계적으로 축구만큼 널리 퍼져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중국이나 유럽쪽에서
붐을 일으킨다면 지금보다 더 활성화 될것 같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메이저리그를 접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중에 하나가
한국야구와 미국야구의 차이점이 뭐냐는 겁니다.
양쪽 나라의 야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한국은 일본의 영향을 받아
관리야구 체제이며 미국은 자율야구입니다.
한국에서 한동안 자율야구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꽉 짜여진 스케쥴을 느슨하게 풀고 선수들에게 자유를 많이 주는것으로는
자율야구를 정착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늘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관리야구 체제에서는 복종만이
살길이라는 것이 몸에 배어있었고 또 주어진 자유 뒤에 숨어있는 엄청난
책임감을 선수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2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야구는 자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교육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구단에서 선수단 운영을 할 때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
줍니다.
예를 들면 미국은 시즌과 비시즌이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제가 현역선수 시절에는 성적이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가을
마무리 훈련이라는 명목아래 페난트레이스 내내 쌓인 피로를 풀 사이도
없이 운동장에 불려 나옵니다.
몇주 쉬고나면 동계훈련이 기다립니다.
추운 한국에서 동계 훈련이 끝나면 따뜻한 곳으로 전지훈련을 한달에서
두달가량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미국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마치면 바로 그날로 바이 바이
하고 손 흔들고 각자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탑니다.
그런후 4달이 넘는 동안 철저한 자유가 보장됩니다.
그 다음해 2월 중순에 만나게 되면 비시즌 동안 시즌을 위한 체력준비가
완전히 다 된것으로 간주하고 바로 실전에 들어갑니다.
두달 가까운 전지훈련 동안 쉬는 날이 딱 하루밖에 없는 강행군이지만
탈락되는 선수가 없습니다.
4달간의 자유속에서 각자 알아서 체력관리를 한 결과일겁니다.
제가 현역일때는 12월 한달 쉬는 동안에도 헬스크럽에 출석부를 만들어
놓고 매일 도장 찍어가며 감시 아닌 감시를 당했지만 정작 실전에 들어가면
힘들어 하는 선수가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많이 개선 되었을 줄로 알지만 구단에서 선수들을 믿고 자율적인
휴가를 충분히 줄수있도록 선수들이 먼저 프로의식을 가지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우리나라는 비싼 외화를 들여 해외전지훈련에 오면 3일 내지 4일 훈련 하루
휴식의 일정으로 스케쥴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스프링 트레이닝 두달중에 단 하루밖에 휴식이 없고
34게임 시범경기를 치루어내는 강인한 체력을 준비해야 하는것이
메이저리거들의 당연한 책임입니다.
운동장 밖으로 나가면 일체의 개인사생활이 자유스럽게 보장되지만 내가
겪어본 메이저리거들은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해서인지
도에 넘치는 음주나 외박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또 가족들이 언제든지 어웨이 경기를 따라올 수 있도록 구단에서 배려해
주기 때문에 아내나 애인들과 편안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프로 초창기에 어웨이 경기 갔을 때 밤마다 점호를 하고 코치들이
로비에서 12시까지 못 나가도록 보초를 서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메이저리거들은 평생 쓸 부와 엄청난 명예를 쥘 수 있는 기회앞에서 누가
뭐라고 간섭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기 자신을 관리합니다.
구단에서 관리하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 하거던요.
우리나라도 이제 몸값이 많이 올라 갔다고 들었습니다.
이 좋은 기회앞에서 선수들이 스스로 < 자기일에 대한 고집과 꼼꼼함 >으로
자신을 관리 한다면 더이상 구단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선수들의 장점은 뭘까요?
열심히하고 예의 바르다는 소리를 제일 많이 듣습니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팀에 최대한 협조 합니다.
이곳에서는 야구보다 가족들 일이 우선일 때가 허다해서 제가 깜짝놀란
때가 많았습니다.
삭스팀 제리 감독은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식 한다고 중요한 상황에서 3일간
빠지고 어떤선수는 아내가 4번째 아이 출산한다고 2일씩 빠지고외삼촌 돌아
가셨다고 3일 빠지고 외할머니 돌아 가셨다고 3일 빠지는 등등…………
부모 임종도 못보고 검은 리본으로 슬픔을 대신하며 경기에 나서는
한국선수들을 보면서 운동을 한 나에게는 황당한 이유로 밖에 안보일 때가
많았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20년이 넘는 야구의 역사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야구인으로써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활성화되는 길을 생각해봅니다.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야구 경기를 보여주는 것 외에도 야구장 시설로 ,
팬서비스로 , 이벤트로 , 심지어는 먹거리로도 관중들을 열심히 불러
모으고 있는 이곳 메이저 리그의 야구가 국민들의 건전한 여가 선용에
크게 이바지하는 것을 보면 부러움을 느낍니다.
이제는 우리도 구장이 크든 작든 , 구장에 뚜껑이 있든 없든 팬과 선수가
함께 즐거울 수 있고, 그리고 구단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 야구단을
통하여 자신들이 추구하는 기업이미지를 잘 홍보할 수 있는
( 우승만이 기업이미지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마인드가 있어야 겠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야구는 야구단운영만으로 이익을 만드는 진정한
프로스포츠단 운영이 어려웠기때문에 미국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실정에 맞는 좋은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프로야구 1세대들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구단만 노력해서 될 일도 아니고 선수만 잘 해서 되는 일도 아닌것 같습니다.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이루어 나가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는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출발이 지역 연고 출신선수로
시작되다보니 야구의 내용이나 특징보다는 내 지역선수에 대한 애착이
앞섰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앞으로 야구단이 발전하고 팬들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크게는 구단을 응원하고 작게는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떤 구단이 어느 지역선수와 코칭스텝으로 구성하든지 간에 그 구단이
지향하는 목표나 팀 색깔이 팬들의 마음에 든다면 그 구단자체를
응원하고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가 어느 팀에서
뛰든지 그 선수의 팬이 되어서 그 선수가 속한 구단을 응원 할 수도 있는
것이 우리나라 보다 야구 역사가 훨씬 오래된 미국의 분위기입니다.
( 미국과 우리나라 야구는 출발도 다르고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다른
점이 많아서 꼭 어느 쪽이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
저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선수말년에 고생좀 했습니다.
새로 바뀐 감독이 수십년을 해오던 나의 포지션이던 포수자리에서 1루수로
바꾸며 출장 기회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야구를 하면서 팬들에게 , 내자신에게 한 약속이 현역선수 40세까지
였습니다.
무조건 오래하고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로 현상이 판치는 한국
야구계에서 선수 정년을 높이고 선수도 직업인으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선수 수명이 길었으면 하는 마음이 많았습니다.
그러려면 내가 아까 말씀드렸던대로 야구선수로서 야구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열심히 하는 < 기본에 대한 고집 >과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 섬세한
부분 >까지 꼼꼼히 챙겨서 뒤에 야구를 하게될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앞도 뒤도 보지않고 열심히 내 길을 달려왔습니다.
그래도 3관왕 , 홈런왕이 무색할 만큼 한 경기에서 한타석 정도의 차례가
돌아오는 벤치 생활은 여러분이 상상하시는것 이상으로 힘들었습니다.
관중들이 이만수 이만수를 부르면 경기에 승패가 걸려있지도 않는 중요하지
않는 순간에 마지못해 대타로 내보내주면 방망이를 들고 걸어 나갈 때의
심정은 말로 설명하기 곤란합니다.
은퇴 3년전쯤 우리팀의 단장이 나를 불러서 2년동안 미국야구연수를
권했는데 사람들은 너무 좋은 기회라고 했지만 나는 내가 여기서 그만두면
30살만 넘으면 노장소리 듣고 35살 되면 완전히 퇴물취급 당하는 이런 풍토는
계속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야구를 참 좋아했고 내가 하고있는 일이 맞다는 고집으로 나머지
3년을 벤치에서 잘 보냈습니다.
그 덕분에 스타선수가 절대로 알 수없는 후보선수들의 고충도 알았고
경기를 지켜보면서 직접 시합하는것과는 다른 경기의 흐름을 읽는 것도
배웠습니다.
우스운 이야기는 내가 한참 시합 뛸 때 공수 교대 하면서 벤치에 들어와
시원한 음료수를 찾으면 없을 때가 자주 있어서 의아 했는데 내가 벤치에
앉아 있어보니 후보선수들이 할일은 벤치에서 음료수 먹는것 뿐입디다.
나는 40살까지의 현역선수 생활이란 약속을 이루고 미국으로 선진야구를
배우러 왔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곳에 이 나이에 공부하러 오는 것이 맞나?하는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길로 가라는 가족과 팬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현역 선수는 아니지만 지도자로서의 훈련도 역시 < 기본에 대한 고집과
섬세함 >이 필요하더군요,
나에게 주어진 일은 야구이고 야구에서 만큼은 기본을 철저히 지키고
대충하는 일이 없도록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누구보다 제일먼저 야구장에 도착해서 개인체력 훈련과 훈련일기를 쓴것이
벌써 4년째가 되다보니 팀전체가 만수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라고 말해줍니다.
4년간의 홈경기중 작년에 단 하루 박찬호선수와 점심을 같이하고 오던중
길을 잃어버려 찬호도 나도 지각을 했는데 팀에서 무슨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늦게 올 사람이 절대 아니라며 걱정을 하고 이곳 저곳으로
연락을 하고 야단이 났습니다.
메이저 일정 162경기는 미국 전역을 이곳저곳 날아다니며 해야 하기
때문에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바쁘고 빡빡합니다.
짧은 영어로 이 스케쥴을 놓치지 않고 따라 하려면 꼼꼼함은 필수입니다.
미국생활은 정말 멘땅에 헤딩하기 같은것이었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것이 이렇게 힘들줄 상상도 못했지만 그래도 말년의
벤치생활 보다는 낫습디다.
아들뻘인 새파란 선수가 뒤통수를 건드리며 내 이름을 부를때면 피가
꺼꾸로 솟는것 같고 , 팀내에 고약한 코치 한명이 마늘냄새 난다고
노골적으로 놀리면 보따리를 싸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내나라가 아니라서 그러려니 하면서 마음을 다 잡으며 한해 한해
보냈습니다.
이곳에서 보고 배운것들은 훗날 지도자가 되면 쓰이게 될 귀중한 자료기
때문에 열심히 컴퓨터에 저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앞으로 이곳에 더 남아있게 될지 한국에 돌아갈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어느곳에 있던지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것이라는
고집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저와는 무척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계시지만 제가 바라기는
여러분께 주어진 일에 대해 < 기본에 대한 고집과 섬세함 >으로 여러분
분야에서 진정한 프로가 되시기를 바라며, 여러분 때문에 여러분이
속해있는 분야가 한단계 UP – GRADE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이만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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