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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0/06 20:29:46
Name Godvoice
Subject 배가 고프군요.
최근에는 제대로 된 밥을 하루에 한 번 먹을까말까합니다.

오늘은 한번 밥을 먹어볼까 하고 큰맘먹고 슈퍼에 들려 장조림과 닭고기통조림을 샀습니다. 제가 자주 가던 슈퍼보다 가격이 더 싸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고시원 바로 앞에 있는 슈퍼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 올껄 하는 후회가 들더군요. 거리도 가깝고 물건도 더 많고... 아무튼 여기서 저 두 개의 물품을 무려 3750원을 들여 샀습니다.

고시원에 돌아와서 온게임넷 프로리그와 엠겜 마이너리그를 번갈아가며 보는 도중 배가 고파왔습니다. 슬슬 밥을 먹어야지 하며 장조림과 함께 먹을 맛있는 밥을 상상하며 밥솥 뚜껑을 여는 순간... 밥이 있더군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밥솥의 불이 켜져 있었고, 원래 밥이 없으면 전원을 끄거든요. 근데... 밥이 정말 딱 한숟가락 있었습니다;;; 딱 한숟가락... 그정도 남겨놓고 전원 안끈 인간이 누군지 참 궁금하더군요 --;

어제는 마지막 라면이 떨어졌습니다. 하나 남겨놓고 있었는데 그걸 먹어버리니 라면이고 반찬이고 전부 동이 나버렸더군요. 밥이 있으면 뭐합니까 반찬이 있어야지... 결국 라면 하나 먹고 일요일 하루를 보냈습니다. 굶어보는 것도 젊었을 때 하지 늙어서 하면 몸 상한다(?)라는 이상한 마음가짐으로... 그러면서 엠에센으로 채팅을 하면서 다짐했습니다.

'내일은 진짜 맛있게 밥을 먹고 말리라!'

휴우... 점심은 학교 친구가 식당에서 찌개를 사줬습니다.
그 녀석과 저 포함 다섯이 식당으로 가는데 그녀석은 저에게만 밥을 사주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
"니가 하도 안쏜다고 구박해서 이거 쏘고 이제 너 구박하려고 그런다"
...대략 난감합니다; 그럴거면 3천원 이상 사줘야지 찌개 사주고 그러면 어쩌라는 건지;
아무튼 그래서 점심은 제 돈 안들이고 먹었고, 그 기념으로 비싼 돈 들여 장조림과 닭고기통조림(스X류와 마찬가지인데 고기가 닭고기입니다. 간접광고가 될까봐 제품 이름 말하기가 영...)을 샀는데 이렇게 되다니...

배가 고프네요. 수중에 남은 돈은 천삼백원.
이걸로 라면 하나 사고 쿠우 하나 살까 하지만 그러면 내일은 어쩝니까...
통장 잔고는 이만원. 정말 돈 아껴야 할 때가 와버렸습니다.
곧 있으면 제 소중한 모바일 기기 GP32도 처분해야 할 것 같군요.
대략 이렇게 하면서 방학때까지 버티다가 방학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SCV질(공장 알바)에 종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달만 제대로 뛰고 파업만 안한다면 300 이상 벌어올 테니, 그 돈으로 학비 내고 방세 내고 생활비로 쓰면 되겠죠...

제 유일한 낙은 고시원에서 공용으로 쓰는 컴퓨터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입니다.
제일 사양 좋은 컴퓨터를 제가 점유하고 있고, 저 외에도 거상폐인 한명이 컴 두세개를 돌리며 혼을 불태우고 있죠. (그 사람은 수험생인데;) 그나마 게임이 있으니 배가 고파도 나름대로 버틸 만 하지만, 얼마전에 만난 제 친구들이 걱정을 해주더군요. 그대로 가면 말라죽을 거라고...;;;

휴우... 라면이라도 사러 가야겠군요. 누가 밥해주기 기다렸다가는 굶어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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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aboyz
03/10/06 20:42
수정 아이콘
하하하;;재밌군요! 굶고는 다니지마세요^^
피팝현보
03/10/06 20:53
수정 아이콘
피쥐알 분들에게 에쏘에스를 날려보셔요.. 누가 밥 사주실지.. ^^
03/10/06 20:57
수정 아이콘
햇반을 사세요! 반찬이 아깝습니다..ㅠ.ㅠ
설마 2만원으로 남은 학기를 살아야 하는건 아니죠??
아싸가오리
03/10/06 21:12
수정 아이콘
이런... 그래도 젊음이란..이런거겠죠!!
Randomize
03/10/06 21:15
수정 아이콘
음 이럴땐 친구가 부러워지는군요... 걔가 지방사는데.. 거기서 과외자리가 많나봐요.. 한달에.. 400정도 번다고 하네요... 서울은 정말 과외자리 구하기 힘든데..
네버마인
03/10/06 21:22
수정 아이콘
....정녕 남 일같지 않습니다. 밥 먹으려고 밥통 열었는데
한 숟가락 남아있음 정말 피눈물나죠. 기본적으로 밥은 제공하니
김치만이라도 떨어지지 않게 해 놓으세요. 빈곤한 밥상이긴 해도 김치만
있으면 그나마 좀 든든합니다. 밥을 볶아 먹을 수도 있구요.
한끼씩 먹을 수 있는 포장 김을 사 놓으면 꽤 요긴합니다.
어지간하면 라면 대신 밥을 드세요. 오늘 저녁을 과용한 덕에 지갑의
현찰은 바닥을 닥닥 긁고 있지만 그래도 Godvoice 님의 글을 읽으니
제 팔자가 상팔자로 느껴질 지경이네요...ㅠㅠ
구라미남
03/10/06 21:33
수정 아이콘
닭고기통조림은 삼각형모양의 그것 아닌가요?
저도 배고파서 헌혈하고 주는 빵이랑 음료수로 허기를 달랜기억이 나는군요. 그리고 햇반 비쌉니다.한X도시락이 좋더라구요.
03/10/06 21:42
수정 아이콘
햐.... 우육탕 하나에 세상이 날아갈듯한 그 기분...
박병하
03/10/06 21:43
수정 아이콘
우와~~ 저두 고시원 사는데... 저 역시도 장조림캔이 의외로 비싸다는 점에 놀랐던 적이 있었더랬죠...^^;;
03/10/06 21:47
수정 아이콘
앗....히딩크 감독 뉘앙스의 배고픔인 줄 알았더니 글자 그대로의 배고픔이었군요....ㅡㅡ;;
드론찌개
03/10/06 21:55
수정 아이콘
저도 돈이 없어서 거리생활이란걸 한적이 있습니다. 건강이 너무 안좋아져서 일도 못하구요. 전화비를 명목으로 행인들에게 백원씩 꿔서 컵라면사먹고 신문지 덮고 자고 그랬죠. 부랑자 아저씨들한테 소주 얻어먹구요. 한마디로 그지였죠-_-;
새로운시작
03/10/06 23:57
수정 아이콘
고 3 졸업 후 집 떠나 대학을 서울로 오면서 자취생활 6년째.. 얻은 거라고는 위궤양과 과민성 대장염.. 대학교 다닐때는 밥 안챙겨먹어도 그럭저럭 버티며 살만하더니.. 이제는 정말로 탈이 나버려서 병원에 ..한약에 보약에..홍삼에 아뭏든 좋다는 것은 다 먹어보고 있지만, 한번 잃어버린 건강은 되돌아오지 않는군요 ㅠ.ㅠ 식사 제때 챙겨드세요. 밥이 보약입니다. 저도 타지생활하면서 무엇보다 밥 챙겨먹는게 중요하다더니 그거 소홀히한거 지금에서야 약값..병원비로 몇 배로 들어가고 있군요. 술은 끊은지 오래고, 커피도 안마셔본지 오래며, 패스트 푸드도 삼가고, 식사제때 하려고 노력중이지만 한번 몸이 상하니 쉬이 되돌아 오지 않네요. 정말정말 꼬박꼬박 밥 챙겨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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