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09/30 14:14:35 |
Name |
연*^^* |
Subject |
[생각] 선수에 대한 애정이란...(부제; 팬이란?) |
* 제 생각을 주저리 쓰는 것이라서 평어체가 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pgr의 게시판, 혹은 여타 까페의 게시판을 보면서 항상 재미있게 생각하는 것이 각각의 전혀 다른 가치관의 체계를 가진 사람들이 소통될 수 없는 언어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을 즐겨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어느 특정한 게이머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애정을 보내는 사람으로써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몹시 흥미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사실은 이런 경험을 생전 처음으로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모두가 열광하던 듀란듀란에서부터 서태지, 듀스에도 (여기서 나이가 뽀록난다-_-;;), 혹은 두산이나 LG에게서도, 때로는 중대와 기아, 삼성과 현대의 대결에서부터도 한발자국 떨어진 시큰둥한 태도로 어줍잖은 관객이었던 내가 게이머에게 열중하게 된 것은 상당히 색다른 일이기는 하다.
늦은 시간에 귀가해서 Ally McBeal을 방영하는 새벽 2시반까지 Tooniverse에서 보여주는 방송을 아무생각없이 틀어놓고 있다가 집중하게 된 것, 그것이 나의 첫 발걸음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꽤 많은 시간동안을 집안의 각종 원성을 뒤로하고 TV에 쏟아붓다가 어느새 골수팬, 소위 Mania에 가까운 나를 발견했다.
그러나 그러한 애정을 표시하거나 발현하는 것, 혹은 경험하는 데에는 분명히 몇가지의 다른 카테고리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메가웹이나 세중에서의 관람은 그러한 다른 카테고리 들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즉, 나와 같이 어느 특정한 순간에 특정한 감정을 경험하는 일부의 사람들과 순시간에 하나의 동질감으로 엮여져 존재하는 순간. 그 순간에 찾아오는 카타르시스는 단순히 극장안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스펙타클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이는 분명 외롭고 지친 골방에 갖힌 사람들이 다시금 광장에 나서는 상쾌함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거기에 공감한다.
그러나 그러한 상호간의 동질감을 느끼는 그런 순간 외에 어느 특정한 프로게이머를 좋아한다는 것, 혹은 특정한 종족을 선호한다는 것에는 그와 다른 차별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광장에서 또다시 새로운 공간을, 남들과 차별화 되는 그런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런 팬이 되는 것에는 우선 '나 자신의 자아와 대상과의 합일' 이라는 지점과 '(나름의)객관적 지표에 의거해 선별된 대상을 취함'이라는 상호 반대되는 태도가 내재해 있는 것 같다. 즉 내가 좋아하는 어느 선수가 승리를 취하는 과정에 나 자신의 감정을 동일화 시켜 그 선수와 나자신을 동일화 시키는 것과 어떤 기준에 의해 이러이러한 선수가 내가 좋아할 만한 선수다...라고 생각을 정립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굳이 구분해서 그렇지 이 두가지 태도의 발현은 크게 구분될 만한 특징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pgr의 게시판에서 어떤 특정한 논쟁이 발생했을 때, 주로 이러한 논지에서의 다툼이 발생했을 경우 전자에 비해 후자가 논리적 우세를 점하는 빈도가 매우 높고 그런 결과 삐져버리는 전자들은 볼멘 소리로 '그래도 좋은 걸 어떻게 하느냐'고 항변하는 것 말고는 마땅한 결론이 나올리가 만무하다.
그러나 팬으로써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가장 순수한 것은 사실은 그 대상에 완전히 무릎꿇고 나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바치는 전자의 단계가 사실은 더 행복할 것 같다. 사실 "나름대로의 객관적 기준"이라는 것도 그것이 얼만큼 객관적인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도 그다지 많지 않은 데다가, 사실은 그런 객관적인 기준이라는 것도 내맘대로 선정한 객관의 가면을 쓴 주관인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나는 ***선수가 좋으며, 그가 이기기를 염원한다. 누가 뭐라한다고하더라도 그는 나에게 있어서 최고다" 라고 말하는 팬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주관을 남들이 존중해 주는 상태일 것이다. 남의 주관에 함부로 상처입히거나 흠집을 내서는 곤란하다. 나와 다른 대상에게 애정을 약속한 것일 뿐....그것 뿐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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