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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9/28 00:11:10 |
Name |
ellymylove |
Subject |
肉頭文字 C |
肉頭文字 C
PM 11:00 서울 삼성동 봉은사 옆 주차장
꽤나 늦은 시간. 직장인들이 모두 퇴근을 끝마치고 어두움에 잠긴 주차장에 오늘따라
많은 젊은이들이 우글우글 모여들고 있었다. 제각각 자신의 차를 가지고, 혹은 누군가
의 차를 얻어타고 온 그들은 모두 그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무언가'를 기다리며 수
근거렸다. 싸늘한 밤 공기가 그들의 웅성거림에 잔뜩 부풀어 팽팽하게 긴장되었다.
" 왔다!! "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저 멀리 코엑스 앞의 횡단보도를 넘어 달려오는 자동차의 헤드
라이트가 번득거렸다. 주차장에 모여있던 젊은이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그 곳을 향했다.
" 누구야? 무슨 차지? "
" 은색 터뷸런스다!! 자양동 매직엔스야!! "
은색의 날렵한 바디를 자랑하는 티뷰론 터뷸런스가 그 외침을 듣기라도 한 듯, 무서운
속도로 봉은사 앞에서 급하게 커브를 틀었다. 누군가가 봤다면 드리프트라도 시도하는
줄 알았을 정도의 대단한 기세였다.
" 홍진호다!! "
밤 눈이 밝은 몇몇 이들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자양동 매직엔스의 에이스 홍진호의 은색
터뷸런스는 이미 삼성동 일대의 젊은이들에게 익히 잘 알려진 머신이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는 '홍진호의 은색 터뷸런스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고도 했지만, 저렇게 드리프트에
가깝게 코너를 공략하는 것을 보니 브레이크가 없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 굉장하다!! "
" 빨라!! "
젊은이들의 탄성에 가까운 환호 속에, 은색 터뷸런스가 주차장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단 한군데 밖에 남지 않은 주차 에어리어 바로 앞에 멈춰서며, 곧 문이 열린 운전석에서
짧은 머리에 은테 안경을 치켜올리며 한 청년이 나타났다.
" 뭐야.. 아직 도착하지 않은건가? "
주위에서 눈을 빛내고 있는 관객들은 신경쓰지 않은 채, 청년 - 홍진호는 심드렁하게 중얼
거렸다. 그의 드라이빙 스타일에서도 곧 잘 드러나는 것이었지만, 그는 참을성이 많은 편
은 못 되었다. 아마도 그는 이 곳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로 계획되어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은색 터뷸런스에 기대 몇 분 간 상대를 기다리던 그의 미간이 막 찌푸러 들 때 즈음, 다시
조용한 도시의 밤 공기를 뚫고 육중한 엔진음이 멀리서 들려왔다.
" EF!! EF다!! 흰색 뉴 EF!! "
" 흰색 뉴 EF? 진짜야? "
" 틀림없어!! 신림동의 하얀혜성, 임요환이야!! "
홍진호의 은색 터뷸런스가 등장했을 때 부터 기대감으로 차올랐던 공기가 흰색의 뉴 EF
소나타가 나타나면서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홍진호의 입가에 천천히 웃음이 매달렸다.
" 우와, 멋지다!! "
" 소나타가 저렇게 ABS 시스템이 좋았던가? "
" 바보야, 저건 인간 ABS인거야. 아무리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숙련된 드라이버의 감각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으냐? "
흰색 EF는 홍진호의 터뷸런스 만큼의 속력이나 파워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안정감 있고
매끄러운 드라이빙 테크닉을 선보이고 있었다. 봉은사의 커브를 돌아 주차장의 오르막길로
진입하는 차체는 유연하고 소음없이 은색 터뷸런스 앞에 정확히 멈춰섰다.
" 3분이나 늦었잖아. "
홍진호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EF의 운전석을 두드리며 한 말은 그것이었다. 이윽고 그 말
에 답하듯 운전석의 도어가 열리고, 훤칠한 청년이 느긋한 미소를 그리며 나타났다.
" 미안. 이곳까지 오는데 점멸등으로 바뀌지 않은 곳이 한 군데 있었어. "
그러나 미안하다고 말하는 청년의 얼굴에 그다지 미안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늘
상 있어왔던 일인 듯, 홍진호는 그에 신경쓰지 않고 가만히 턱 끝을 들어 단 하나 남은 주
차공간을 가리켰다.
" 오늘도 하나 뿐인데... 덤벼보겠어? "
흰색 EF의 오너답게 하얀 피부를 자랑하는 신림동의 하얀혜성, 임요환이 한 쪽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피식 웃었다.
" 덤비다니, 뭔가 어폐가 있는 것 같군. 그저 누가 주차공간을 확보할 자격이 있는가를
따져보고 싶을 뿐, 나는 너랑 싸우려는 게 아니야. "
" 어쨌거나, 주차를 할 수 있는 건 한 사람 뿐이니까! "
호기있게 외친 홍진호는 곧장 자신의 터뷸런스로 걸어가 운전석에 탑승했다. 그것을 바라
보던 임요환 역시 다시 운전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함으로써 둘의 배틀은 시작되었다.
" 오! 사! 삼! 이! 일! go!! "
어느새 나란히 스타트 라인에 선 두 차량이, 누가 세었는 지 알 수 없는 카운트가 끝나자
마자 빛의 속도로 스타트를 끊었다. 늘 있어오던 이 배틀은 봉은사 주차장에서 스타트를
해서 탄천 주차장을 끼고 한 바퀴를 돌아오는 코스였다. 그리고 둘 중 먼저 다시 봉은사로
되돌아오는 차량이 단 하나 남은 주차공간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었다.
" 빅 이벤트다!! 임요환 대 홍진호!! "
" 이건 단순히 둘의 싸움이 아냐!! 자양동 매직엔스와 신림동 오리온스의 자존심 대결이다! "
" 누가 이길까? "
" 예측할 수 없다. 분명 터뷸런스는 EF보다 파워가 있고 홍진호의 과감한 드라이빙은 교통
경찰도 한 수 접는다고 하지만, 신림동의 하얀혜성은 괜히 만들어진 별명이 아니다! "
" 그래도 아까 홍진호의 그 스피드를 봤잖아! 분명 임요환은 테크닉이 뛰어나지만, 그 파워와
스피드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야! "
그곳에 모여든 젊은이들은 제각각 자신들의 의견을 목청높여 소리지르며, 각 코너에 배치된
연락조의 무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 무전이다! 한전 횡단보도 앞이야! "
" 역시 빠르다! 벌써 도착했나? 결과는? "
" .......홍진호가 한 발 앞섰다!! 노란불에서 속력을 급히 올려서 통과한 홍진호와 달리
여유있게 진입하려던 임요환이 빨간불에서 흠칫 브레이크를 밟은 모양이야! "
" 저런! 가뜩이나 속력이 떨어지는 EF가 횡단보도에서 브레이크라니, 실수군! "
" 터뷸런스의 가속도가 장난이 아닐텐데, 임요환.. 힘들게 되지 않았어? "
" 아직 모른다. 내리막 코스인 탄천 주차장이 남았으니까. 어차피 탄천 주차장은 요금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도착하더라도 발음상 의사전달이 힘든 홍진호가 불리해질 수
도 있다. "
" 그래도 차이가 너무 크지 않아? "
" 삼성역 2번출구 코너!! 여전히 홍진호 선두! 임요환이 갓길을 파고들며 바짝 뒤를 따라
붙고 있다!! "
" 역시!! 이 둘의 접전은 끝까지 예측할 수가 없겠군!! "
* 대략 두문자D; 를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 그 어떤 것으로도 접하지 않으셨다면
뭐가 뭔지 모를 수; 있습니다;
* 실제 인명, 지명과 대박; 관련 있습니다;;
* 아는 사람은 비웃;고 모르는 사람은 육두문자;를 던지시면 되겠습니다;
* 훗... 누가 이길까요?;
* 오리온 숙소 신림동 맞습니까? 신림인지 봉천인지 몰라서;
* 제목의 노센스는 본문의 내용과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 면허 취득 4년째 장롱면허. 차량 관련 지식에 관한 태클 사양합니다;
(구차한 글 하나에 변명이 십절이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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