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09/26 05:32:36 |
Name |
indiabeggar |
Subject |
인페스티드 테란과 28일후 |
대니 보일의 신작, 28일후를 보았습니다.
개봉 전부터 소재로 인해 많은 관심을 모았는 데요.
독특한 소재에서 오는 함정에도 빠지지 않았고 (볼거리에 의존하고 내용은 부실하달지요)
이야기 진행도 스피디해서
즐겁게 볼 수 있었네요.
이 영화를 본 다른 분들도 느끼셨을 지 모르겠지만
극중 좀비로 나오는 감염된 인간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인페스티드 테란을 연상하게 되네요.
분노바이러스에 감염되어
"I hate you"를 되뇌며 인간을 보면 본능적으로 달려들어 물려고 하는 좀비들...
커맨드센터에서 비틀거리며 나와
누구든 붙잡고 무시무시한 데미지로 자폭해 버리는 인페스티드 테란.
어딘지 닮지 않았나요?
하지만 스타에서 볼 때와는 달리
영화를 보면서는 계속 내가 저 상황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네요.
저게 내 집 창문으로 들어온다면?
으 생각만 해도 싫죠?
여전사 캐리건도 떠오르더군요.
경악하는 짐 레이너에게
"당신은 이 기분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던 그녀의 당당한 외침같은 것.
도대체 그 기분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28일후에 나오는 좀비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죠.
저들은 슬픔도 기쁨도 수치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일까.
그저 분노에 휩싸여 미쳐버린 것인지.
영화 말미에 그렇지 않다는 힌트가 잠깐 나오긴 하죠.
여자아이가 거울뒤에 숨었는데
좀비가 인간의 존재를 느끼고 다가오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방밖으로 달아나 버리거든요.
스스로의 모습이 끔찍해서는 아니었을까요.
28일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아주 냉혹한 시선으로 그려낸
일종의 우화로 여겨집니다.
우리는 분노로 가득 차
나를 물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좀비들로 둘러싸여 있죠.
그 분노의 원인은 다르겠지만...
하지만 이 시니컬한 감독조차도
사랑과 믿음만이 삶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리고 생의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에게
희망적인 헤피엔딩을 선사합니다.
p.s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영화이야기로 첫 발을 내딛게 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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