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스타소설 유리장갑 - 5 -
* 저의 스타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까닭에 유닛 타이밍, 상성등에 대해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그냥 허구, 가상 이라 생각하시고 그냥 편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들었어? 저자식 apm이 400이 넘는다는군."
"흥, 저런 초보녀석, 4백이 넘든, 4천이 넘든 신경 쓸거 없잖아. 손이 빠른거와 실력은
완전히라고 할 순 없지만 별개야."
"흐음, 그렇다고 해도... 난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뭔가 예감이 이상해. 게이머로서의 감이라고나 할까."
조금전 동탁의 경기를 무시하고 자리로 돌아간 3번과 5번의 대화였다.
시큰둥한 3번과 달리 5번. 즉 서열 5위의 사내는 동탁과 나파의 대결이 이루어지고 있는 장소로 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 등 뒤로 3번이 쓴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흔하디 흔한 하수들 경기야... 볼것도, 배울것도 없어..."
수치400이라는 말에 잔뜩 인상을 구긴 나파는 자신의 주종인 저그를 선택했다.
일반적으로 자기보다 한수 밑의 게이머를 상대할 때는 프로토스로 플래이 하는 그였지만
아무래도 세컨 종족인 프로토스로 상대하기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400... 그것은 보통의 아마추어가 낼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나파가 자주 상대하는 프로게이머 역시 최고 빠를때가 340정도가 고작이었으니까.
"제...젠장! 손빠르기 대결하는 게임이 아니잖아!"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욕설이 나파의 입으로 부터 흘러 나왔고 그와 동시에
5, 4, 3,.. 카운트는 흐르기 시작했다.
카운트 2가 남았을때, 나파의 화면에 무언가 긴 문장이 나타났다.
'GooDLucK To You! GooDLucK GoodLuck GoodluCkGooDLucKgooDLuckGOoDLucKGoODLuCk!!'
"...!!"
소문자와 대문자가 마구 뒤섞여 있다. 이것은 카피해서 붙인것 따위가 아니란 말이었다.
'분명...이자식 카운트가 떨어지기 시작할때까지 나와 gg를 주고 받고 있었는데... 3, 4초만에 이
문장을 다 쓴거란 말인가!'
"어...어디, 잔재주나 부려 보라구! 내가 흔들릴줄 알아!"
무탈 pc방. 스타의 지옥, 준 프로게이머의 요람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59위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나파다. 그 실력만은 당장 프로로 진출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다져진 사내였다.
나파는 이를 앙다물며 온 정신을 게임에 쏟았다.
게임이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전쟁이다. 초반 일꾼 가르기 부터, 처음의 건물을 건설, 소환하는 자잘한
일까지. 그 모든것이 치밀한 계획하에 이루어 져야 하는 것이다. 고수들끼리의 대결에서는 조그마한 실수가
곧 패배로 이어지는 것이니까!
한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외줄타기의 세계. 그것을 명주실로, 혹은 두터운 밧줄로 만드는가 하는것은
게이머 자신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었다.
고독한 싸움이 시작 되었다.
이순간 부터 게이머는 전류가 통하는 컴퓨터의 일부분이다.
로스트 템플 6시의 저그. 앞마당을 차지하기에 나쁘지 않다. 나파는 8시를 향해 오버로드를 날린다.
8시의 왼쪽에 붙어있는 미네랄이 시야에 조금 들어올 무렵, 조심스래 미네랄을 클릭해 보고는 오버로드를 뺀다.
이것은 만약 상대가 8시일 경우 자신의 위치 파악을 조금이나마 늦추어 보겠다는 세밀한 전술이었다.
'1500... 여긴 아니야.'
드론을 보내 확인한 결과, 저 마동탁이란 녀석은 12시에 있다.
'12시, 6시라... 러쉬 거리가 길어. 나쁘진 않아.'
나파는 마음을 다잡으며 12드론 째, 앞마당에 헤쳐리를 폈다. 하지만 이상하다. 늘 이맘때 쯤이면
정찰을 다녀가는 상대의 SCV가 오지를 않는다.
'오호, 드론...그리고 오버로드로 내 위치를 알았다는건가? 내 테크따위는 확인하실 필요도 없다?'
게임 시작 3분여. 날카로운 긴장감이 나파를 덮쳐왔다. 거기에 한몫하듯, 저 버릇 없는 신참녀석이 앉아있는
맞은편으로 부터 오오, 하는 탄성이 들려온다.
'무슨 재주를 부리고 있는거야! 이 타이밍... 혹시 BBS인거야? 젠장, 헤드폰 소리를 올려야겠다...'
나파는 애써 신경쓰지 않으려 음악소리와 디지털 볼륨을 높였지만 방금전의 함성이 자꾸만 거슬린다.
헤드폰의 소리가 너무 큰것이, 오히려 집중이 되지 않는다.
한편 12시의 테란, 동탁은 무탈pc방의 인물들이 놀랄 만한 컨트롤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이...이자식, 저 손놀림을 봐, 인간이 아냐... 이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손놀림이 아냐!"
겔러리의 탄식이 들려왔다.
동탁은 1번 부터 0번까지. 모든 번호에 부대를 지정했다. 에스 씨 브이 한기 한기. 그리고 지금 막 건설 되어진
배럭에 까지. 화면 표시창에는 각자 번호가 지정된 유닛들의 모습이 눈에 보일 틈도 없이 교차되며 스쳐지난다.
- 타타타탁! 타탁!!
마치 기계 모터가 달린 듯 게임방 전체를 울려퍼지는 경이의 키보드 소리, 그리고 마우스 클릭!
처음 에스씨브이에 일일이 번호지정을 한다는 것은 지금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 누구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물론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었거니와 그렇게 할 수도 없었기에.
"어떻게 연습하면 저렇게 까지...될수 있지?"
"저..저거, 제대로 컨트롤은 하고 있는거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 우려와는 상관없이 동탁의 SCV들은 일사분란하고 능숙하게
맡은 임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래도... 히..힘만 들지, 쓸대 없는 짓이야... 어차피 저 페이스로 경기 끝까지 가지도 못해...절대."
그 말도 사실이었지만 동탁의 경악스런 손놀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혼을 쏙 빼 놓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단련되고 단련된 무탈pc방의 멤버들이라고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빌드는 무난한 8서플라이 10배럭 테크.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머린은 생산하지 않는다. 그리고
11번째 에스 씨 브이에서 배럭, 그리고 또다시 12배럭.
"쓰리배럭?! 다소...극단적인 빌드인데? 처음 생산된 머린으로 나파에게 타격을 주지 않으면 아무리 저
손놀림이라도 어려워, 어찌되었건 테크는 늦으니 말야."
그 시점 부터 동탁은 머린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동안 눈으로 따를수 없을 만큼의 부대지정과 마우스 움직임이 화면을 단 1초, 아니 반초도 가만두지
않았다. 1초를 쪼개고 또 그것을 반으로 쪼개어 컨트롤 한다.
미크론의 세계, 나노의 컨트롤. 속기사의 왼손.
- 타탁! 타타탁!!
머린을 1, 2기씩 따로 번호를 지정했지만 그들의 움직임이 한결 같다. 럴커를 대비한 연습인지 각 번호를
지정받은 머린 무리가 일제히 펼쳐졌다 모였다를 반복했다. 일렬 횡대, 2열 종대. 학익진...
마치 동탁의 손끝에 연결된 실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그렇게 머린들은 꿈틀꿈틀 살아있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오오...오오오오!"
게임의 유닛이 아닌 살아숨쉬는, 전류 대신에 피가 흐르는 듯한 경악의 머린 컨트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겔러리들의 입으로 부터 탄성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괜찮은 리듬이다. 테란의 테마. 숨쉬는 머린의 소리. 이것들이 날 몇번이고 되살아나게 한다!'
곧이어 불을 뿜는 동탁의 쓰리배럭에서 생산된 머린들이 한기, 두기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무난히 머린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심리전에 휘둘린 나파의 정찰과 초반 찔러보기가 없었던 덕이기도
했다.
자신이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나파(다시봐도 이상한 이름이다...)는 동탁의 입구에
배치 해둔 오버로드로 부터 전해온 머린 출격 신호를 기점으로 입구에 미리 건설해 두었던 2개의 크립콜로니를
성큰으로, 그리고 2개의 크립콜로니를 더 건설 했다.
'이자식..! 쓰리 배럭스인가. 간땡이가 부었군. 좋아, 이번 러쉬만 막아내면 승리는 나의 것!'
곧이어 나파의 헤드셋으로 럴커변태 업그레이드를 마쳤다는 안내가 들려온다.
- L, L.
럴커 변태가 절반쯤 이루어 질 무렵. 솨아, 하는 스팀팩 이펙트가 들려온다. 그 소리만큼이나 싸늘한 긴장감이
나파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래, 어디 뚫어봐!"
나파는 모든 병력을 입구에 집중시켜 놓고 동탁의 첫 러쉬를 마중했다.
- 6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