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te |
2003/09/24 18:27:05 |
Name |
신문종 |
Subject |
[스타소설] 유리장갑 - 4 - |
안녕하세요!
코믹 스타소설 유리장갑 4편입니다.
- 유리장갑 (4) -
동탁이 의자에 앉자 나른한 피로가 몰려든다.
마음같아서는 이대로 한숨 자고 싶었지만 그것을 등뒤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최각희가
쉽사리 용납할 것 같지만은 않다.
"전, 이제 뭘하면 되죠?"
"별거 없어. 너의 실력을 보여봐."
"스...타 실력 말인가요?"
"그래, 보여줘. 네가 그렇게도 하고 싶던 스타크래프트의 실력을 말이야. 어줍잖은 수준이면
넌 당장 이곳에서 나가 줘야 겠어."
"...!!"
대단한 으름장이다.
동탁은 그녀의 말이 농담이 아님을 그 눈빛에서 잘 읽을수가 있었다.
"좋...좋아요, 보여드리죠. 그동안 짱깨 배달 땡땡이 치며 갈고 닦은 내 실력을! 놀라지나
마시라구요."
동탁의 목소리가 유난히 컷던 탓인지 '무탈 pc방' 내부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녀석이 건방진 주둥이를 함부로 나불대지?"
86번 피씨의 건너편에서 걸쭉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 커다란 그림자가 동탁과 최각희를 덮쳤다.
"오..오옷."
동탁의 입이 놀라 벌어진다. 족히 100킬로그램은 넘어 보이는 산더미만한 체구의 남자. 바로 그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커다란 덩치만큼이나 흉악한 용모. 온몸에는 다떨어진 넝마를 걸친 채 두 눈만은 형형한 광휘를 내뿜고
있다.
'엄청 강해보인다!'
물론 덩치와 스타실력은 하등의 관계가 없다.
오돌오돌 떨고 있는 동탁을 향해 덩치는 윽박지르는 목소리로 위협한다.
"그래, 네 스타 실력이 놀랄 만큼이다 이거지? 푸하하핫! 어디서 짱깨 배달이나 하다 온것 같이 생긴
녀석이 주둥이는 살아가지구 말야."
"배달업을 우습게 보지마!"
동탁은 그만 발끈해서 덩치의 성질을 건드릴 법한 투로 대꾸하고 만다.
"이...콩알만 한게 건방지게!"
"내가 콩알이면 넌 호두냐? 이 찌그러진 자식!"
어디서 그런 강단이 나왔는지는 모른다. 짱깨와 배달이 무시당하자 이 순간에도 힘들게 일하고
계실 어머니의 얼굴이 덩치와 겹쳐져 동탁은 잠시 이성을 잃었던 것이다.
"너..너어, 없에버리겠어! 이 건방진 꼬마녀석!"
덩치가 쿵쿵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그를 향해 동탁이 용기를 내어 소리친다.
"이봐! 저질스럽고 야만스런 폭력은 그만둬. 남자답게 스타로 결판내자!"
"크윽...오...옳은 말이야.!"
보통 이런식으로 모든 결투는 이루어진다. 피구왕 통키를 보라...
주변이 한차례 더 술렁 거렸고 그중 몇몇은 더 볼것 없다는 얼굴로 각자 자기들의 자리로 돌아가
버린다. 마치 수준 낮은 경기는 볼 가치도 없다는 듯 한 얼굴들이었다.
어쩐지 자존심이 상한다. 동탁은 그들이 돌아가는 자리를 눈여겨 봐두었다.
'흐음, 2...3, 5번이라.. 이놈들 날 무시했다 이거지...잊지 않겠다.'
덩치는 59번이라 쓰여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며 한마디 더했다.
"겨우 서열 86번 주제에 감히 나한테 덤비겠다 이거지...두고보자!"
"..!!"
'그랬던가, 이 컴퓨터 앞에 세겨진 번호는 역시 그냥 일련 번호가 아니었어. 이 게임방의 스타 실력
서열이었던거야! 그..럴수가!'
동탁이 놀란 얼굴로 각희를 돌아보자 각희의 얼굴이 이제 알았냐는 듯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곳의 서열은 90번 까지 매겨져 있다. 그 이상으로 밀려나면 이곳에서 쫓겨나는거지, 곧 탈락이란
말이야, 오호호호호홋!"
"그... 그렇다면 도대체 서열은 어떻게 정해지는 거지요? 웃지만 말고 대답해봐요."
"오호호... 흠흠, 이곳의 서열은 그야말로 서바이벌! 매월 1일과 보름. 랭킹 쟁탈전이 시작되지.
낮은 랭커의 도전자가 자신보다 높은 랭커에게 도전을 해서 서열을 쟁취한다! 이것이 이곳의
방식이야! 자세한건 나중에 설명해주지. 지금은 게임에나 신경써라."
"흐음, 그럼 지금 내가 저녀석에게 이기면?"
동탁이 되묻자 또한번 장내가 술렁인다.
아니 저녀석, 지금 이길 생각이란 말이야? 하는듯, 모두가 코웃음을 쳤다.
그것은 최각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봐, 네 기상은 좋지만 저 덩치, 나파(이름) 녀석 역시 스타의 지옥이라 불리우는 이곳에서 당당히
59위에 랭커 되어있는 녀석이야. 네가 아무리 소질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 너의 실력은 나파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해. 어차피 넌 아마추어라는 말이지."
"흥!"
동탁은 코웃음 쳤다.
"어쨌든 좋아요, 내가 저 덩치 녀석을 이기면 어떻게 되는거냐구요. 그것만 가르쳐줘요."
"거..건방진..."
각희, 그리고 나파의 표정이 굳어졌다.
"조... 좋아, 아직 랭킹전까지는 좀 남았지만 만에 하나, 네가 이긴다면 이번만은 예외로 너에게 59위의
서열에 올려주겠다.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야."
"훗, 좋아요. 그럼 내가 지게 되면?"
"오호호호호호! 그건 당연한 얘기니 지게 되면 넌 그자리에서 연습이나 더하라구!"
어느쪽이건 동탁에게 불리할 것이 없는 경기다. 하지만 동탁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나도 남자예요. 비겁하게 아무 대가도 없는 승부는 하지 않아. 내가 이기면 난 그대로 86. 저 덩치는
87로. 내가 진다면 이곳에서 나가겠어요."
"오오, 오오오오오..."
각희의 입에서 뜻모를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이아이! 승부사야, 그것도 엄청난...! 내가 제대로 봤어...제대로!'
동탁에게 있어 그것은 목숨을 건 내기와도 마찬가지였다. 동탁이 이곳을 나가게 되면 당장 먹고 잘 곳 마저
없어지는 것이었으니까.
'59위야... 이정도도 이기지 못한다면 애시당초 프로게이머는 글러먹은 얘기...'
모 아니면 도 였다.
동탁은 그렇게 자신을 벼랑끝으로 몰고 갔던 것이었다.
"알았다, 그렇게 하지. 물론 후회는 없겠지? 동탁? 나파?"
각희의 질문에 동탁과 나파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그렇다면 바로 경기를 시작하겠다. 동탁은 아직 아마추어니 맵은 로스트 템플, 얼라이 마인은 금지,
스탑 럴커는 허용이다. 그 외, 각종 버그는 모두 사용금지. 속도는 fastest. 그리고 물론 IPX다. 질문 있나?"
"시작하죠."
동탁이 자리에 앉으며 로그인 한다.
'아이디는... 86에서 새로시작한다는 의미로 Neo[86] 정도로 할까..'
옵저버 기능이 있는 유즈맵. 방이 개설 되어 있다.
덩치의 아이디는 [DB]naPPa 였다.
'DB...저녀석, 드래곤 볼 길드였나...'
어디선가 들어본적이 있었다. 드래곤볼 길드의 나파와 배지타. 팀플과 물량전에 일가견이 있기로 명성이 자자한
그들이었다.
'물량전이 되겠군.'
동탁은 조용히 의자를 끌어당겼다.
잔뜩 긴장한 손을 움직여 마우스를 움직여 본다. 마치 동탁의 손에 맞춘듯 그립감이 괜찮다.
만족해 하는 동탁의 옆으로 누군가 다가와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이봐 신참, 너 주종은? 그리고 apm(Act/Min 일반적으로, 손빠르기) 수치는 몇이나 나오지?"
곧이어 동탁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대답에 장내는 크게 술렁거린다.
"테란.. 400 조금 넘어."
- 5편에서 계속 -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