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09/24 17:56:32 |
Name |
미남불패 |
Subject |
[레슨]대화 |
나 : 내 사견이네만.. 스타가 어느정도 경지에 이르면 '대화'가 가능해 진다고 보네.
친구 : 대화? 겜하면서도 채팅을 할만큼 손이 빨라야 된다는 말인가?
나 : 아닐세. 내가 말하는건 '무언의 대화'일세. 거 뭐 가섭존자랑 부처님이랑 눈빛만 보고 서로의 심중을 파악했다는 염화미소 같은거 있잖나.
친구 : 가섭존자가 여잔가?
나 : 남잔데...?
친구 : 부처님도 남자 아닌가.
나 : 그렇지...
친구 : 으... 그렇다면 그리 기분좋은 비유도 아니구만.
나 : 비유가 잘못된건 없네. 자네의 사상이 불순할 따름이야.
친구 : 흠... 근데 무언의 대화가 어쨌다는 건가...?
나 : 스타를 하면서 그게 가능하다는 거지. 리플레이 보면서 설명함세.
다른 저그유저친구를 실습조교로 영입해서 치룬게임을 저장해서 보다..
나 : 여기서 스톱. 여기 지금 얼마 되지도 않은 저글링 히드라가 자네 문짝을 두드리고 있네. 이때 이 친구는 대화를 시도했네. 이 친구가 건넨 말이 뭐였을가?
친구 : 널 엘리시켜 버리겠어.. 아니면 문짝을 열거라.. 이런거 아니겠어?
나 : 이 친구가 자네한테 건넨 말은 '여기에 신경써~!!' 이거였네. 자넨 순진하게 그 말을 들었지. 그동안 일터에선 이렇게 프로브들이 유린 당하고 있네.
친구 : 아주 씨바스러운 상황이었지.
나 : 그 역시 그 친구가 의도한 바였네. 성동격서를 통한 격장지계. 그 친구의 성명절기지..
친구 : 성동격서? 격장지계?
나 : 에.. 동쪽을 치는 척 액션을 취하면서, 진짜로는 서쪽으로 뒷다마 까는게 성동격서일세. 그걸 통해서 상대방 염장 지르는게 격장지계.(삼국지 좋아하는 나를 이해하시게나)
친구 : 그렇군... 그렇다면 그 상황에 올바른 대화법은 뭔가?
나 : 처음에 그 친구가 '여기에 신경써'라고 병력 들이 미는건 무협지로 말하면 '허초'지. 상황으로 미루어서 이게 뼈를 깍기위해 내주는 살인지, 아니면 실초인지 파악하고 완벽하게 대처하는... '재롱을 귀엽게 떠는구나'하고 읊조려 주는게 금메달일세. 동쪽의 액션에 취해서 서쪽에 잠시 시선을 돌렸더라도 잽싸게 반응해서 최소한의 피해로 허초와 실초를 잡아내는... '고작 이정도였더냐?'하고 뇌까리는게 은메달일세. 서쪽의 실초공격에 일꾼피해가 막심했지만, 적또한 그 계책을 쓰는데 많은 투자가 있었음에 위안받으며 전의를 불태우는... '나에게 더이상의 인내를 기대하지 말라..'하고 포효하는게 동메달일세... 허초에 정신이 팔려 일터가 쑥밭이 되자 흥분해서 '씨바 씨바'만 연발하는건 목메달이지.
친구 : 난 목메달인건가?
나 : 가슴아프지만 아직은 그렇군...
친구 : 자넨 어느정도의 경지인가?
나 : 동메달은 된다고 감히 자부해 보네. 그런데 말이야... 지금 자네로선 대화가 불가능 하네.
친구 : 그건 어째선가?
나 : 리버에 달려드는 저글링한마리가 대화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친구 : 대화가 안되지...
나 : 대화가 성립되려면 당사자간의 역량차이가 크지 않아야 하네.
친구 : 그 역량을 결정하는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요즘 일꾼도 많이 뽑아서 역량이 많이 강화되지 않았나 싶은데 말야.
나 : 자원의 효율적인 수급을 통한 꾸준한 유닛생산, 신속 정확한 손놀림을 통한 컨트롤, 상대방이 생각못한 전략.. 게임의 흐름을 읽어내는 혜안같은게 있겠지. 근데 무엇보다 중요한건 상대방의 격장지계에 휘말리지 않는 '부동심'이 아닌가 하네.
친구 : 그 부동심을 기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 : 모르겠네. 나도 막연하네. 일단 승리의 기쁨보다는 패배의 아픔을 더 오래 간직해 보시게나. 부동심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이 될걸세. 아.. 물론 지금의 자네한테는 부동심 보다는 대화가 가능할만한 역량을 갖추는게 먼저겠군. 멀리 바라보는 것은 좋으나 가까이 실천 하시게나.
친구 : 그리함세. 내 언젠간 자네의 부동심을 깨뜨릴 날을 기약해 보지.
나 : 각오함세. 그리고 대화의 창은 언제나 열어 두시게나. 문 꼭꼭 걸어 잠그고 상대방이 뭐라고 하든 신경안쓰고 마이웨이만 걷는건 올바른 대화법이 아닐세.
친구 : 알겠네. 근데 자넨 상대방한테 주로 어떤 말을 건네나?
나 : 삼국지로 치면 장비 스타일일세. '비겁하게 뒷다마 까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겨루자' 이쯤이 적당하겠군.
친구 : 그렇군. 자네 약점은 알듯하군.
나 : 아는거하고 하는거하곤 다르지. 암튼 역량이나 빨리 강화하시게나.
친구 : 알겠네...
짜투리. 학교 축제기간입니다. 앞선 글에서도 밝혔지만 전 햇살가득 좋은날에 손잡고 데이트할 여자친구도 없습니다. 비라도 내리면 분위기 참 좋을듯한 해질녘입니다. 누가 압니까. 내 우산속으로 인연닿은 여인이 뛰어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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