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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9/24 16:22:05 |
Name |
신문종 |
Subject |
[스타소설] 유리장갑 - 3 - |
안녕하세요 ^^
유머 스타소설 유리장갑 3편 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유리장갑 제 3화 - 염창동의 86.
임요한, 홍지노(부득이 가명처리합니다.) 의 인게임컴 결승전을 보고온 마동탁은 그 후로 몇일간 도저히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 쨍그랑!
짱깨집 주방에서 설겆이를 하고 있던 동탁. 이미 넋은 다른곳으로 나가버린지 오래인데 접시라고 멀쩡하랴.
아니나 다를까, 동탁이 닦던 접시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바닥에 떨어져 깨진다.
"뭘하고 있는거야 이애는! 멍~해가지고!"
"안에 들어가서 방학숙제나 해! 평생 도움이 안돼, 정말!"
주인아주머니를 필두로 다른 종업원들도 한마디씩 거든다.
"무슨 게임인가 하는것 결승전을 보러 갔다오더니 항상 붕~ 떠서는..."
"맞아, 늘 혼자서 중얼 중얼 하길래 들어보니까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떠들고 있더라구."
터벅터벅 숙소가 있는 2층 계단으로 오르던 동탁은 뒤에서 들려오는 쓴소리들을 귓가로 흘리며
또다시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어갔다.
'아아, 스타..스타, 마린, 메딕, 저글링, 울트라!'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마우스 휘젓듯 움직이던 동탁은 두눈을 번쩍 떴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야! 드넓은 개마고원! 황량한 우주의 섬 패러독스! 바로 거기야!"
동탁은 두눈을 번뜩이며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가냐며 붙잡는 사람들. 그중에는 어머니도 있었던 것 같았고, 주인집 아주머니, 승자, 그리고
늘 동탁을 괴롭히던 혜성이도 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이미 동탁의 눈에는 그런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켁켁거리는 저글링, 쓰리쿠션공격을 날리는 무탈만이 가득하다.
이른바 가출이었던 것이다.
"나, 나는 할거야! 스타를 해서 프로게이머가 되고 말테야!!"
그렇게 다짐을 하며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더이상 팔다리가 움직여 주지 않게 되었다. 아직 한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흐른다. 동탁은 이마를 스윽 훑으며 고개를 들어 본다.
"아아!"
지금껏 보지 못했던 풍경이 동탁의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물론 늘 보아오던 거리였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감상이 오늘은 남달랐다.
자유, 자유다. 이제 지긋지긋한 짱깨냄새를 더이상 맡지 않아도 되고 주인집 아줌마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가난에 찌든 더부살이 신세를 한탄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하고 싶던 스타를 하고싶은
만큼 할 수 있다. 공부는 하지 않고 그놈의 게임만 들여다 본다며 늘 혈압을 올리시던 엄마의 꾸중도
듣지 않아도...
'아아, 엄마...엄마!'
갑작스래 가출을 결심한 동탁의 눈앞에 나이보다 늙어보이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고운 모습이셨는데... 동탁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일년, 아니. 2년만 기다리세요! 제가 반드시 프로게이머가 되어서..."
그 다음 대사는 차마 목이메어 이어가지 못했다.
"...꼭 되고야 말거야. 세계 제일의 스타왕! 동탁, 파이팅. 스. 타. 왕!"
각오를 새롭게 다진 동탁은 근처의 가까운 게임방을 찾았다.
터벅터벅, 얼마를 더 걸었을까. 배달할때는 그렇게 많은곳에서 유혹해오던 게임방이 어찌된 일인지
눈에 보이질 않는다.
"배도 슬슬 고픈데... 헉!"
주머니를 뒤지던 동탁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주머니를 탈탈 털어봐도 십원짜리 하나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돈이 없으면 끼니를 때우는 것은 물론 게임방에서 게임조차 할 수 없다.
"낭패다. 아아, 마동탁...불쌍한 아이..."
그런 동탁을 멀찌감치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쌍꺼플 수술의 미지의 여인,
최각희 였다.
그녀가 동탁에게로 다가온다.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동탁이 대답했다.
"설마... 4시간동안 쫒아다닌거예요? 그냥 말 걸지...왜..."
"그냥 말걸면 재미없잖아."
동탁은 할 말이 없었다.
"따라와."
단호한 최각희의 말에 동탁은 홀린듯 뒤를 따른다.
한참을 걸어 다리가 뻐근해질 무렵 동탁은 정신을 차리며 각희에게 물었다.
"어디를 가는거죠? 전 돈도 하나도 없이 가출을 했어요. 배도 고프고..."
"잔말 말고 따라와. 밥을 먹여주느냐, 잠을 재워 주느냐... 모든 것은 잠시 후 결정 된다."
영문 모를 각희의 발언.
동탁은 너무 춥고 배고파 판단력을 잃은것인지, 미지의 기대감 때문인지 말없이 각희의 뒤를 따른다.
적어도 추위와 배고픔은 면하게 해주겠지. 동탁의 생각이었다.
- 턱.
총총걸음으로 앞서가던 각희가 걸음을 멈추었고 뒤를 따르던 동탁은 땅을 보며 걷던 까닭에 각희의
등에 부딛힌다.
"다왔다. 손이라도 녹여둬."
각희의 말에 동탁이 고개를 들어보니 그곳엔 허름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 무탈 pc방 -
"컥! 무슨 피씨방 이름이..."
각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성큼성큼 계단을 올랐고 더이상 추위에 시달리기 싫었던 동탁역시
빠른걸음으로 pc방 문을 열었다.
- 뿅뿅 크아악.
'아아, 이 얼마나 그립던 소리, 꿈에도 사무치게 듣고팠던 아름다운 디지털 음인가..!!'
그것은 예상외로 큰 규모의 pc방이었다. 100여대 남짓의 피씨와 최고급 사양인듯, 깔끔해 보이는
디자인. 밖에서 보던 허름한 인상과는 사뭇 달랐다.
따뜻한 실내 온도에 몸이 녹은 동탁의 머릿속에 다시금 의문이 떠올랐다.
"저, 저는 여기서 뭘 하면 되는거죠."
각희는 말없이 동탁을 이끌었고 자신의 운명을 쥐고 있는것은 다름아닌 각희였기에 동탁은 말없이
그 뒤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81, 82... 고유 번호가 적혀있는 컴퓨터들이 휙휙 스쳐 지나가고 각희가 멈춰 선 곳은 모니터 위에
86이라고 쓰여진, 고유번호 86번의 pc 앞이었다.
"이제부터 여기가 너의 자리다."
"팔십 육번 자리..."
"그래, 거기에서 스타를 하는거야. 이기느냐, 지느냐. 죽느냐 사느냐 하는것은 모두 너 자신이
결정하는거야. 오호호호호호!"
최각희는 한쪽 손등으로 입술을 가리며 웃어제쳤다.
"86번... 여기가 내 자리..."
동탁은 번들거리는 lcd모니터를 쭈뼛거리는 손으로 쓰다듬어본다.
오버클록킹 되어있는 2기가헤르츠 펜4, 케이텍 프로게이머 마우스, 듀오백의 의자...
파직. 새 주인을 맞이하는 컴퓨터가 마치 동탁을 환영하듯, 엷은 소리를 내었다.
염창동의 86. 무패의 전설이 지금 막 시작되고 있었다.
p.s. 저는 글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있는 25살의 청년입니다. 고루한 탈고의 과정을
견디지 못해 자유분방한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다소 눈에 거슬리는 표현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하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보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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