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09/19 18:14:45 |
Name |
Artemis |
Subject |
함께하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
'벽'의 문제이기보다는 '적응'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 맥락에서 본다면 양자의 차이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벽'의 문제이기보다는 '적응'의 문제라는 생각이 좀더 듭니다.
물론, 이 적응은 기존회원이든 신입회원이든 다 해당이 되는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기 밑의 Zard 님의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었지만, 이제 pgr에 드나들기 시작한 지 5개월정도 된 저로서도 그 5개월 동안의 현격한 차이를 느낍니다.
원래 pgr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들어는 왔었죠.
여기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도 좀 알고 있고, 열혈(?) pgr분들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분도 제 곁에 계셨으니까요.
그 중 한 분은 얼마 전 중국으로 가셔서 현재로서는 연락 불가네요...^^;;;
그렇게 있다가 재오픈 소식을 듣고 한 번 발걸음을 옮겨 봤습니다.
그때 제 메신저 아이디가 'pgr 정말 마음에 드는군'일 정도로 굉장한 만남이었습니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어느 커뮤니티(정확히는 홈페이지입니다만)만큼이나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무엇보다 논쟁을 하면서도 서로를 배려하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놓는 걸 보면서 참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러다 어느 글에 코멘트 한 번 달고 싶어서 가입을 하고...
가입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은 나도 한 번 글을 남겨봐야지 하고 마음먹었는데, 결국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전보다 글 남기기가 더욱 조심스러운 분위기 때문이었죠.
그러다 이번 일을 겪게 되었죠.
그 글에 꼬릿말을 달고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적응의 문제였습니다.
새로 오신 분들은 기존의 pgr 방식의 적응하기가 힘들어 보였고, pgr 분들은 새로 오신 분들의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어느 곳이든 겪게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어느 커뮤니티든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고 넘어가 본 적이 없는 걸 전 얼마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문제는 기존이든 신입이든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지 어느 한쪽이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어디든 기존 회원들에게는 자신들의 자부심이라는 게 있습니다.
내가 몸담아 여기까지 이끌어 왔다는 자부심이죠.
따라서 신입들은 그러한 면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것도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어느 모임이든 말 꺼내기가 조심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가꾸어 온 문화를 내가 망쳐 놓는 건 아닌지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그건 제가 그와 비슷한 일을 몇 번 당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사회이든 모임이든 그 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그 조직의 룰을 먼저 습득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변화는 그 다음이죠.
자연스럽게 동화되어가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덧붙이는 것입니다.
반대로 기존의 사람들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처음은 어렵습니다.
특히 모임의 문제는 더욱 그렇죠.
그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끌어 가느냐는 기존의 터줏대감들의 몫입니다.
선 그어 놓고 '넌 거기서만 놀고 이리로 들어오지 마!' 할 것이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유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pgr 분위기를 보면(5개월밖에 안 된 주제에 이런 표현은 우습지만...) 그 양자가 합치되지 못하고 겉돌고 있거나 정면으로 마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正)과 반(反)은 있는데 합(合)이 없다고나 할까요?
정과 반이 대립만 할 뿐 정작 나와야 할 합이 없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피지알은 폐쇄적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결국 이 묘한(좋은 의미의 묘한입니다^^) 분위기를 계속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지키고 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감히 듭니다.
적응의 문제라고 서두를 꺼냈지만, 결과적으로는 누구나가 말하는 '이해와 배려'의 문제가 되어버렸군요.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다 연관성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편안하게, 조금 더 깊이 발을 디딜 수 있는 pgr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p.s.
1. 원래 처음 남기려 했던 글은 이게 아니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어제 이후로 내내 이러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물빛노을 님의 글을 보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분이 계시구나 싶은 마음에 과감히 write 눌러봤습니다.^^
2. 동일 주제에 글은 꼬릿말을 다는 것이 원칙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관점도 조금 다르고 꼬릿말로 남기기에는 너무 긴 글이 될 것 같아서 일단 독립적인 글로 올렸습니다.
꼬릿말로 옮겨야 할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운영자님들께서 조처해 주시던지, 의견 주시면 제가 직접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3. 원래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글이 되어버린 것 같군요.
역시나 머리에 퍼뜩 떠올랐을 때 그 느낌을 살려야 하는데, 담아두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곁다리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머릿속 메모리가 좀더 정확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기네요.^^;;;
-Arte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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