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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9/07 23:26:49
Name WoongWoong
Subject [펌]한국 바둑을 왕따에서 구해 낸 조훈현과 이창호
예전 pc통신에 올랐던 글입니다..
이런 글 보면 새삼 제가 동시대에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둑 역사상 매우 특별한 시기를 직접 목격하고 함께 즐길 수 있어 매우 행운이란 생각이 드네요.
조치훈, 조훈현, 이창호, 유창혁.... 바둑 역사상 길이 남을 빛나는 천재들이잖습니까?
낡은 기록에서 그들의 이름과 기보를 찾는 대신, 실제로 그들을 만나고 그들의 대국을 생중계로 감상할
수 있는 현실이 때론 놀랍습니다.
당연한 것 같은 현재가 매우 축복받은 특별한 시기란 걸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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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강국인 우리나라도 이창호가 나오기 전에는 일본과

중국에게 왕따를 당했었다.




근대 바둑을 꽃피운 일본... 그리고 바둑 후진국이던 한국...

일본은 70년대에 처음으로 한국과 교류전을 갖는다.

결과는 8-2, 9-1... 한국의 2년 연속 대참패였다. -_-;;

바둑 선진국으로 자부하던 일본은 한국과 교류전을 해봐야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판단하여 3년째에는 일방적으로 한국에 오지 않는다.

한국은 그렇게 일본에게 가볍게 따 당한 것이다. -_-;;

일본은 80년대 들어 국가 대항전을 만든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을 끼워주지 않는다.

이름하여 중일슈퍼대항전!

이번엔 중국과 합세하여 한국을 왕따 시킨 것이다. -_-;;

한국은 중일슈퍼대항전을 바라보며 피눈물을 삼켜야 했다.

일본과 중국이 우리나라를 따 시키더니 이번엔 대만이 가만 있지 않았다.

88년... 대만의 갑부 응창기 씨가 응창기배라는 우승 상금만

4억인 초 슈퍼 울트라 바둑 대회를 만든다.

응창기 배의 주최국인 대만은 각국에 출전권을 부여했다.

일본과 중국에는 각각 6,7명의 출전권을 준다.

그리고 한국에는... 1명씩이나~ 되는 엄청난 출전권을 준다. -_-;;

바둑 실력이 개뿔도 없는 대만에게

마저 따를 당한 것이다.

응창기 배에는 아마추어 수준인 미국, 유럽, 남미에도

각각 한 장씩의 출전권이 주어 졌다.

결국 한국은 아마추어 취급을 당한 거나 마찬가지 였다.
어쨌든 갖은 설움을 뒤로 하고

한국의 간판스타 조훈현이 응창기배에 홀홀단신으로 참가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서러움...철저한 무관심...
조훈현은 중국과 일본의 고수들 사이에서 그런 왕따를 다해야 했다.

하지만 조훈현은 굴하지 않고 열심히 싸웠다.

왕명완을 가볍게 물리치더니 일본의 최고수 고바야시 마저 이기고 4강에 안착했다.

그리고 준결승에서 벅찬 상대 임해봉을 이겨서

중국의 섭위평과 꿈에도 그리던 결승 5번기를 두게 되었다.

철의 수문장인 초일류의 고수 섭위평...

그는 선천적으로 심장에 천공이 뚫려 있어 바둑 두는 도중에

휴대용 산소 호흡기로 산소를 마셔 가면서 바둑을 둬야 했다.

그리고 섭위평은 문화 대혁명 당시 유한 계급으로 분류되어

하루 아침에 흑룡강 돼지우리 반장으로 신분이 하락되기도 한

특이한 이력의 사나이다.

어찌보면 불쌍하기도 한 섭위평...

하지만 한국이 왕따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꼭 섭위평을 이겨야 했다.

심장에 천공이 뚫렸다해서 조훈현이 져줘야 할 이유는 없다.

허파에 왕따시 만한 구멍이 뚫렸건 뇌에 똥파리가 살건

그건 개인 사정이지 져줘야 할 이유는 못 된다. -_-;;

둘은 치열하게 승부를 주고 받았다.

2-2 타이 스코어에 운명의 마지막 대국...

마지막 5국은 싱가폴에서 열렸다.

사람들은 그걸 두고 싱가폴 대첩이라 표현했다.

조훈현의 어깨는 무거웠다.

응창기배를 우승함으로써 그동안 한국이 당했던 왕따의 수모를

벗겨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그를 짓눌렀다.

하지만 조훈현은 강했다.

한 판에 4억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자기 만의 바둑을 뒀다.

산소 공급이 안 되어서인지 보기에도 딱할 정도로 얼굴이 부은 섭위평은

중간에 돌을 거뒀고, 옆에서 지켜보던

섭위평의 부인 공상명 9단은 얼굴을 감싸 안고 대성 통곡을 했다.

섭위평과 부인 공상명은 그 후 갈등이 심해져 이혼까지 하게 된다.

만일, 섭위평이 응창기배를 우승했으면

부인과 이혼까지 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생일대의 승부에서 진 후유증은 그렇게 큰 것이다.

감격의 응창기배 우승!!

단장으로 간 김수영 7단은 그 자리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TV로 공개 해설하던 노영하 8단은

조훈현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선동하여? 만세 삼창을 했다.

차갑고 이지적인 해설자 노영하 8단. 평소에 별명도 선비다.

난 그가 그렇게 이성을 잃고 배가 튀어 나올 정도로

만세 삼창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선비가 저렇게 망가져도 되나 괜히 나혼자 걱정 했다. -_-;;

조훈현은 공항에서 내리자 마자 바둑 기사로는 처음으로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조훈현은 한국 바둑을 왕따의 수렁에서 구해낸 용사였던 거였다.

응창기배 우승 이후 상황은 급반전 했다.

한국 바둑을 대하는 눈을 달라졌다.

이제 어느 나라가 한국 대신 왕따를 당하느냐만 남은 상황이었다.

키는 한국이 쥐고 있었다.

응창기배 우승에 고무된 한국은 90년대 들어 진로배 국가 대항전을 개최한다.

국가 대항전인 만큼 바둑을 둘 줄 아는 아시아의 네 나라가 모두 붙어야 하건만...

거기엔 대만이빠져 있었다.

그렇게 한국은 가볍게 대만을 따 시켰다. -_-;;

대만측에서 불만을 토로했지만

일본과 중국도 은근히 대만이 빠진 거에 대해 찬성했다.

대만이 참가하면 대회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불쌍한 대만... 그러게 왜 응창기배 출전권을 한국에는 달랑

한 명만 주고 ... 세 명만 줬어도 따 당하지 않았을 것을...

한국의 자랑 이창호, 초슈퍼울트라메가캡숑을 자랑하는 바둑 신 이창호...

이창호는 90년대 중반 국내 도전기 전념을 위해 일본의 후지쯔배에 불참을 선언한다.

후지쯔로선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후지쯔 측에선

그야말로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이미 세계 기류는 이창호의 참가 여부에 따라서

일류와 이류 대회로 분류되는 시대인 것이었다.

골프에서 타이거 우즈가 참여하면 그 대회가

더욱 빛이 나듯이 이창호의 참여 만으로도 그 대회의 격이 상승된다.

후지쯔 측에선 이창호를 참가 시키기 위해 별의별 짓거리를 다했다.
(원본에 충실하다보니... 그냥 틀린글자만 고쳐올렸습니다. ^^;)

빌고 또 빌어도 안 되니 나중엔 협박까지? 했다 한다. -_-;;

갖은 연줄을 다 대고 한국의 고위층에까지? 이창호를 설득해 달라고

연줄을 대 보지만 이창호는 요지부동이었다.

이창호는 개인적으로 가볍게 일본의 거대 기업 후지쯔를 왕따 시킨 것이었다.

아, 우승 상금이 일억 오천인 대회를 불참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모두들 참가하지 못해 안달인 것이다.

그런 대회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왕따 시키는 이창호의 마음 속이 정말 궁금하다.

하지만 이창호도 후지쯔 측이 불쌍했던지 다음해에는 기꺼이 참가를 해준다.

그리고 결승에서 창호는 그의 영원한 밥, 아니 운명적으로

밥일 수밖에 없는 중국의 마효춘을 가볍게 누르고 우승한다.


중일슈퍼대항전... 한국을 왕따시키고 자기들끼리 꿍짝이 맞아서

신나게 대회를 열어 나가더니 90년대 들어 소리 소문 없이 그 대회는 사라진다.

중일슈퍼대항전 주최측은 거기에 대해 이런 이유를 댄다.

' 한국이 참가하지 않는 대회는...의미가 없기 때문에.. 관둬요.. T_T '
그렇다.

이제 한국이 출전하지 않는 대회는 의미가 상실되는 시대다.

그렇게 조롱과 비웃음을 당하던 한국 바둑... 이젠 왕따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선 것이다.


중국의 '중국식 포석'과 일본의 우주류 다께미야의 '3연성 포석'이

80년대를 주름잡을 때 우리나라 기사들은

그들이 창안한 걸 따라하며 기죽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과연 90년대도 그럴까?

정동진에 가면 '고현정 순대'니 '이정재 김밥' 있듯이

요즘 세계 바둑계에는 '이창호 정석' 이란 게 판을 친다.

덩달아 '조훈현 정석'도 난리가 아니다.

이미 다께미야의 '3연성 포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일본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기성전에서 마저

'이창호 정석'이 난무하여 따로 저작료라도 받아야할 지경이었다.

왕따... 한국 바둑은 이창호가 있었기에 완전히 왕따의 굴레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이창호 같은 천재도 노력을 할까?

이창호는 새벽 2,3시까지 바둑돌을 놓지 않는다.

천재도 노력 해야 한다는 걸 이창호는 몸소 보여준다. (부단히 노력합시다... ^^;)

다시 뛰는 한국인... 한국은 다시 뛰어야 한다.

IMF라는 이름의 왕따의 굴레를 벗기 위해선

이창호처럼 쉬지 않고 뛰어야 할 것이다.

한국인은 사실 정말 뛰어난 민족이다.

그걸 이창호가 확인해 줬다.

일본과 중국의 날고 뛰는 기사들이 이창호 앞에 두손두발 다 들었다.

노력하는 한국인의 모습이 그의 모습 속에 투영돼 있다.

자충수와 패착으로 일관하는 부패한 인간들만 없으면

우리의 앞날은 밝을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왕따는 없다...


오목,바둑,알까기중 하나라도 하신다면 공감을 하실듯 하오.ㅡ,.ㅡ


올리는 김에 덧붙여서 하나 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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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PC통신에서 얻은 글입니다.

이창호9단과 마효춘9단의 흥미진진한 대결!

과연 누가 승리를 ?


제 3회 삼성 화재배 세계 바둑 대회 결승...


한국의 이창호 9단과 중국의 일인자 마효춘 9단의

운명의 마지막 판이 열린 99년 2월 8일...

그때까지의 승부는 2-2 타이 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빈번하게 등장하는 흑번 필승이다.


마지막 판에는 다시 돌을 가리게 된다.

연장자인 마효춘이 백돌을 한움큼 쥐고 바둑판 위에 놓을 때

창호는 홀연히 흑돌 2개를 바둑판 위에 올려 놓는다.

짝수가 나오면 흑을 잡겠다는 창호의 의사 표시였다.


이 순간 마효춘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 진다.
그는 이창호가 흑돌을 한 개만 올릴 걸 예상하고

짝수가 나오게 돌을 쥐었던 것이었다.

중국기사들은 평소에 연습을 통해 한움큼 쥔 돌이라도
홀수나 짝수 자유자재로 나올 수 있게 하는 걸로 유명하다.

정말 흑번을 잡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고 봐야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분명히 마효춘은 자기가 쥔 돌이 짝수가 나오게 됨을 알고 있었다.
근데 이창호는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고 있지 않는가.

평소의 창호라면 분명히 돌을 하나만 올려 놓는데

그 날만은 두 개를 올려놓은 것이다.
그러니 어찌 마효춘의 얼굴이 일그러지지 않을 수 있으랴...
창호를 한번 꺽어 보겠다고 온갓 잔머리까지 동원해 보지만

하늘은 늘 이창호 편이었다.

마효춘이 펼친 돌은 정확히 24개 였다.

흑번은 창호의 몫이 되고 말았다.
이창호가 흑을 쥐자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말한다.
" 어, 이창호가 벌써 이겼잖아. "

그렇다. 이창호의 흑번은 동방불패 보다도 강하다.

이미 우승 상금 2억과 부상인 SM자동차는 창호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승부는 알 수 없게 진행된다.

요즘들어 부쩍 기복이 심해진 창호의 기력이 그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창호에게도 슬럼프가 오는 건가?
최근에 창호가 슬럼프에 빠진 이유를 조훈현은 이렇게 해석한다.
" 바둑 팬들은 내가 열 번 진 거에 대해선 아무말 안 하는데

이창호가 한 번 지면 슬럼프라고 걱정을 하더군요. 하지만 그게 정상이에요.

승부란 늘 이기고 지는 법, 창호도 질 때가 있죠 뭐. 좀 자주 져서 그렇지만..."

이창호에게 애인이라도 생긴 걸까?

그의 바둑은 요즘 들어 피가 끓는 듯하다.

그의 뜨거운 피가 바둑에도 그대로 묻어 난다.

예전에그 차가운 수비 바둑은 온데 간데 없어진 듯해

보는 사람은 불안하기까지 하다.
(흐... 영민아 애인이란다. 혹시 너 아녀? ^^;)
(참고로 과거에 이창호가 영민이의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은 적이 있음.)
창호의 차가운 수비 바둑을 보고는 일본의 후지사와 9단이 독설을 가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향기가 나지 않는 바둑이라고 했다.


하지만 향기가 나지 않으면 어떠리... 이기면 장땡 아닌가?
그리고 후지사와 9단은 이창호와 한번 붙어서 보기좋게 나가떨어 졌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다"

라는 다까가와 9단의 말처럼 현대 바둑은 이기는 게 절대 진리인 것이다.
그리고 창호는 천기누설과 같은 그 진리를 알고 있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창호가 일본에서 태어났더라면...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바둑은 미세한 가운데 흑을 쥔 창호가 약간 유리한 가운데 진행된다.
하지만, 모두의 눈을 의심케 하는 전혀 창호답지 않은 한 수가 바둑판
위에 놓이고 그걸로 거의 승부는 끝이었다.

정말로 창호에게 애인이 생긴 걸까?

창호가 둔 수는 꼭 애인 생각하다가 둔 수 같았다. -_-;;

난 처음으로 창호에게 실망을 느껴야 했다.
" 억! 이창호도 저런 수를 두는 구나...역시 그도 인간일 뿐이었어.. T_T"

마치 화장실로 가지 않을 것 같던 여선생님이

화장실에 가는 걸 보고 실망하는 꼴이었다.

물론 해설자의 노영하 8단과 조훈현 9단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IMF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한줄기 승전보를 전해 주겠다던 그들의 의지는

창호가 애인? 생각하다 둔 멍청한 수 때문에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화기애애 하던 분위기도 그걸로 끝이었다.

누구보다도 바둑 흐름을 잘 아는 조훈현 9단은 아예 사형 선고를 내려 버린다.

"흑이...졌어요. 아무리 해도 흑이 안돼요. 창호가 정말...이해가 안 가네요. "
조훈현이 졌다면 그건 진 것이다. -_-;;

변화의 여지도 없이... 조훈현이 누구인가.

당대의 천재 아닌가. 무미건조한 괴물? 이창호에게 밀릴 뿐,

아직 조훈현의 말은 진리에 가까운 것이다. 그가 졌다면 진 것이다.
패배의 시간을 기다리는 게 꼭 사형 집행 시간을 기다리는 것과 같이 괴롭다.

누가봐도 창호의 패배였다.

노영하 8단은 이런 방정 맞은 말까지 한다.

" 혹시, 기적이 일어날 줄 누가 압니까? " -_-;;

아,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길 수 없다는 말은 얼마나 절망적인가.
차라리 그 말은 하지 않는 편이 더 좋았다. 그나마 희망이라도 가지게...
설상가상으로 창호는 마지막 초읽기까지 몰려 있다.
하지만 초읽기 아가씨는 여전히 창호 편이었다. -_-;;

정상적인 초읽기를 한번 들어 보자.

"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

그리고 이날 이창호에게 한 초읽기를 한번 들어 보자.
" 하아~나아 ~~ 두~우우울~~ 세~에에엣~~ 네에에엣~~
다아~서엇 ~ ~ 여어~서엇~~ 이일~고옵~~ 여어~더얼~~~ " -_-;;;

하나 부르는데 거의 3초가걸린다. -_-;;

나름대로 초읽기 아가씨도 창호에게 힘이 돼 주려 애쓰고 있었다.

아,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_-;;
바둑판은 점점 메워져 가고 패배를 확인하는 시간이 다가오는 순간...
그토록 기다리던 일이 벌어졌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효춘이 공배를 두고 만 것이었다.

세상에, 마효춘 같은 초일류가 공배를 다 두다니...

(공배란 흑과 백이 서로 이해 관계가 없는 빈자리.
즉, 서로 집을 지을 때 서로 간에 집이 되지 않을 자리를 말합니다.
대부분 공배는 쓸모가 없으나 간혹 공배가 중요할 때도 있죠)


마효춘도 애인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걸로 역전인 것 같았다.

하지만, 역전된 줄 알았던 바둑은 여전히 마효춘이 앞서고 있었다.
계가를 하던 조훈현의 탄식이 메아리 쳤다.

" 아, 그래도 흑이 안 되군요... 워낙에 백이 유리해서 소용 없었어요."
희망에서 다시 절망의 나락으로 모두들 빠져 들어갔다.

이제 2억원의 상금과 SM자동차의 주인은 마효춘으로 거의 확정된 듯 했다.

마효춘의 우승을 예감한 듯 그 곳에는 중국의 CCTV관계자들이 대거취재차 와 있었다.

초상집 같은 한국측과는 달리 그들은 희희낙락이었다.


인터넷에 접속해 바둑을 관전하던 중국 네티즌들도 기고만장 했다.
한국측은 무거운 침묵 만이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종국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혹시나하고 마지막으로 계가를 해보던 조훈현은 갑자기 이렇게 소리 쳤다.
" 어? 흑이 앞서 있는데요. 가만, 다시 한번 계가를 해봐야 겠어요. "

갑작스런 조훈현의 말에 관전객들은 술렁였다.

이창호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받아 들이고 있던 사람들 모두 흥분하기 시작했다.
목산을 하던 조훈현이 다시 외쳤다.

" 믿을 수가 없군요. 이창호가 두집반 이겨 있어요! "
그 순간, 모두들 전율했다.

소름마저 끼치는순간이었다.

죽은 줄 알았던 시체가 벌떡 일어선 느낌이었다.

노영하 8단이 떨리는 음성으로 조훈현에게 물었다.

" 아니, 그럼 이창호 9단이 마술이라도 부렸단 말입니까? "
" 네, 정말 마술을 부렸네요. 이건... 마술이에요. "
프로기사들이 마술 운운 할 때는 이건 보통 일이 아닌 걸 의미한다.
과연 이창호는 신산(神算)이었던 것이다.

신의 경지에 오른 그의 끝내기에 솜씨에 마효춘이 또다시 넘어 가고 말았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천기누설을 이창호는 정말 알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이창호는 거기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는다.

아무래도 알고 있는 눈치다. -_-;;

바둑이 끝나고 계가를 해보니 조훈현 말대로 이창호의 2집반 승이었다.
패자인 마효춘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냉혹한 승부 세계에서 늘 이창호의 벽에 가로 막히는 중국의 천재
마효춘의 운명이 인간적으로 너무나 딱해 보였지만

반대로 이창호가 그렇게 든든해 보일 수가 없었다.

이창호는 부상으로 SM자동차를 받았다.

여태까지 연간 MVP때 받은 승용차만도 6대였다. 이번이 7대째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고 있다.
이창호는 SM자동차를 몰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아이러니 하게도 그렇게 많은 승용차를 받았어도

이창호는 여전히 전철을 타고 다닌다.

그럼 그 차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팔아 먹었는가?
아니다.

이창호는 승용차 대신 현금으로 수령해 소년가장을 돕고 있다.

연간 10억에 가까운 돈을 벌이는 사람이 전철을 타고 다닌다면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이창호는 전철을 타고 다닌다. 그리고 그 흔한 개나소나폰도 없다.

정말 천재는 어디가 달라도 다른 법이다.
나 같으면 그 돈으로 뭘 할까 욜라 고민했을 텐데...-_-;;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일화를 전하자면,

평소 거만하기로 소문난 마효춘 9단과 이창호 일행 등이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이창호가 마효춘에게 술을 따라주게 되었다.
이창호가 마지못해 마효춘에게 다가가 술을 따라주는 순간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지고 10살이나 많은 마효춘 9단이

갑자기 자세를 고쳐서 무릎을 끓고 정중하게 술을 받는 것이다.

그렇게 거만하던 마효춘이 이창호에게 무릎을 끓다니...

이창호도 놀랐다고 했다.

과연 고수는 고수를 알아 본다고누가 그랬던가...
어쨌든 마효춘은 이창호에게 어떤 경외심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마효춘의 패배는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던 많은 중국인들에게

또다른 공한증을 불러 일으켰을 게 틀림없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것... 그건 실로 괴로운 것이다.

오늘도 다시 증명된 창호불패의 위력. 그가 한국인인게 너무나 자랑스럽다.


즐거운 추석 모두모두 맞이하세요~!

출처: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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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9/07 23:38
수정 아이콘
바둑예기 무척 잼있네요
본호라이즌
03/09/07 23:50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물빛노을
03/09/07 23:57
수정 아이콘
닌자님//예기가 아니라 얘기랍니다^^;;
이창호 9단..........
후루꾸
03/09/07 23:57
수정 아이콘
멋진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스타는 흔히 바둑에 비유되곤 하는데 바둑은 워낙 즐겨두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파이자체가 워낙 커서 일류기사는 저렇게 한해 10억을 뚝딱 번다죠 스타한해 총상금 수준 ㅜㅡ
LordOfSap
03/09/08 00:11
수정 아이콘
스크롤바를 안 보고 읽었는데 참 재미있는 글 이군요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샤이닝토스
03/09/08 00:27
수정 아이콘
저도 바둑은 잘 모르지만 재밌게 읽었습니다...이창호 9단...멋진분이네요^^
03/09/08 00:43
수정 아이콘
제 3회 삼성 화재배 세계 바둑 대회 결승...
이 글을 읽고 나니 문득 임요환 선수와 도진광 선수의 패러독스에서의 경기가 떠오르네요^^;
계란말이
03/09/08 00:46
수정 아이콘
글 잘읽었습니다 멋진글이네요!! 역시 이창호,조훈현..대단한분들이죠~ 그나저나 중국의 섭위평 9단..산소호흡기로 산소를 마셔가면서 바둑을뒀다니 불쌍하네요..
사고뭉치
03/09/08 00:49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
네! 멋진분이네요.
아르푸
03/09/08 01:24
수정 아이콘
r갑자기 바둑을 배우고 싶어지네요^^
어딘데
03/09/08 01:29
수정 아이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얘기지만 프로기사의 단위는 한자로 쓴다는군요
아마추어는 숫자로 쓰구요 그러니까 이창호9단이 아니라 이창호九단이 맞는거죠^^
03/09/08 01:33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의 바둑이 이런 시기를 거쳐서 지금에 왔군요..^^
조훈현, 이창호.. 두분다 엄청나신 분들이군요..^^
TheMarineFan
03/09/08 01:44
수정 아이콘
고스트 바둑왕을 읽은지 얼마 안되서 이 글을 읽으니 무척 재밌네요.
저도 바둑이 배우고 싶어지네요. 지금 TV에서 바둑 중계 하는데 바둑을 전혀 몰라 눈만 멀뚱멀뚱 뜨다가 컴퓨터 앞으로 왔습니다.
음흐흐~
03/09/08 02:05
수정 아이콘
고스트바둑왕 일본에서는 완결이 났다더군요. 고영하대 히카루~고영하 승!!
03/09/08 02:14
수정 아이콘
그 완결 때문에 별별 소리가 다 나왔지요. 출판사 불화설, 한국 네티즌 압박설 등등.. -_-(작가 분이 지한파라던데..) 아직 완결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내용으로만 봐서는 주인공이 이겨야 말이 되는 거 아닌가..-_- 어쨌든 글 잘읽었습니다~ 두번째 글은 처음 보네요. 우리나라 바둑이 강한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따 당하던 시절이라니.. 지금으로썬 상상이 안갑니다. ^^;; 모두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역시 바둑을 배우고 싶은 충동이..
03/09/08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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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너무 재밌네여...바둑얘기는 좀 딱딱한 면이 있어서 페이지다운팍팍 넘기는데..이건 꼭 고스트 바둑왕을 보는것 같네염..
03/09/08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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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인가요? 흠냐, 물론 1부도 완결 후에 곧바로 2부가 나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이야(한국판하고 시 차이가 엄청나지 않는다면 말이죠) 그리고 고영하의 승리는 개인적으로 예측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건 3부로 이어진다는 전제 하의 예측이지만요.

일단 기본 스토리에서 인물 관계의 큰 윤곽을 봤을 때 역시 가장 필요한 것은 주인공과 라이벌의 관계죠. 여기서 라이벌을 다시 세분화해서 나누자면 우호적 라이벌과 적대적 라이벌이 있죠. 우호적 라이벌은 말 그대로 서로 경쟁을 하면서 서로를 발전시키는 형태고 적대적 라이벌은 라이벌이라기 보다는 안티 히어로에 가까운, 즉 강함으로 주인공을 압도하여 주인공에게 목표가 되어주는 라이벌이죠.

1부에서 궁극적으로 전자는 사이가(혹은 와야나 이즈미), 후자는 아키라가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부에서 사이가 사라지면서 전자의 역할을 아키라에게 넘겨버렸습니다.(물론 아직 적대적 라이벌로의 역할도 가지고는 있지만요) 그래서 적대적 라이벌이 사라져버린 것이죠. 그 역할을 누가 하느냐. 일단 1부에 나온 인물 중에는 마땅한 인물이 없죠. 와야나 오치, 이즈미, 더 나아가 홍수영은 막강한 적이라기에는 무게감이 적고 도우야 아키라 같은 경우는 너무 거리감이 있고. 그래서 강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따라붙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캐릭터가 필요했고 제 생각에 2부에서 그 역할을 고영하가 맡을 것 같았습니다.(일본 기자가 고영하와 인터뷰하는 장면이나 고영하가 혼인보에게 악담?을 퍼부은 장면은 이런 적대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미끼라고 볼 수 있죠) 그리고 확실하게 그가 적대적 라이벌로 나타나기 위한 가장 좋은 조건은 역시 주인공의 패배인 것입니다. 고스트 바둑왕이 3부로 이어진다면 히카루는 이제 아키라와 함께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으로 고영하를 지정(?), 더욱 성장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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