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08/22 16:41:11 |
Name |
지노짱!! |
Subject |
친구란... |
저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4명이 있습니다.
그 중 2명이 먼저 군대에 가고 제가 그 다음으로, 마지막 한 명이 제일 마지막으로 갔습니
다. 제가 군대에 갈 때까지만 해도 우리 사이에는 별일이 없었습니다. 마지막 친구가 군대
가기 전까지 우리 4명은 서로 편지도 자주 주고받고 휴가 나와서 꼬박꼬박 만나고 하던 좋
은 친구사이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친구가 군대에 가면서부터 우리들 사이에 조금씩 문
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친구가 훈련소 입소하고 우리는 각자 부대에서 그 친구
에게 올 편지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6주가 다 지나도록 편지는 오지 않았습니
다. 나한테만 안 보낸 건가 하는 생각에 다른 친구들에게 연락해 보았는데 마찬가지로 편
지를 못 받았다고 하는 것입니다.
훈련소에서 바빠서 그랬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지나쳐 버렸습니다. 그러고 한달, 두
달, 세달... 1년이 지나서 그 친구를 제외한 3명이 모두 제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 까지 그 마지막 친구에게 연락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언제 휴가를 나왔
었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복학을 해서 그 친구와 C.C. 였던 후배를 만났습니다.
"잘 지냈어? XX한테는 연락 좀 오니?"
"그럼요. 매일 전화 오고 편지 오고 하는데요."
그 이야기를 듣고서 우리는 실망감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자친구에게는 그렇게 연
락 하면서 친구인 우리들에게는 연락 한번 안 하다니...
나와 다른 한 친구는 뭐 여자친구가 더 소중하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경상도
사나이였던 다른 한 친구는 그걸 용납할 수가 없었나 봅니다.
"XX한테 연락오면 나한테 이야기하지 마라. 이제 안 본다. 그러고도 우리가 친구인가?"
실제로 이제 어느 정도 고참이 된 군대에 있던 친구는 나와 다른 한 친구에게는 전화도
가끔 하고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와서 그 경상도 친구를 바꿔 주려고 하면
경상도 친구는 절대 안 받는다고 거절했습니다. 이제 이야기도 안하고 얼굴도 안 볼꺼라
고 너무 매정할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와 다른 한 친구는 아무리 그래도 좀 심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복학하면 다같
이 볼 사람인데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친구인데...
그러다가 어제 군대있던 친구가 휴가를 나왔습니다. 우리는 서로간의 화해의 장을 마련
해야겠다고 다 같이 모였습니다. 다시는 안 본다고 했던 경상도 친구도 올라오고 오랜만
에 넷이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약간 어색한 시간이 조금 지나가고 술이 조금 들어가자 경상도 친구가 말을 열었습니다.
"니 정말 그러는거 아니다. 우리가 뭐 많은거 바라나? 우린 니가 어떻게 지내는 지도 몰
랐다. 니가 어디서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건강하게 잘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궁금했는
지 아나? 니한테 우리 안부 물어봐 달라는거 아니다. 네가 잘있는지 우리한테 한마디 해주
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나? 군대 있는 놈이 편지 받을 때 그 기쁨 더 잘 알지 않나? 여자친
구 편지만 받아서 기쁜거 아니다. 군대 있을 때는 누구한테라도 편지 받으면 다 기쁘고 힘
되는 기다. 우리도 다 겪어봐서 잘 안다. 근데 니는 왜 우리한테 친구에게 그런 기쁨 줄 기
회마저 주지 않았나? 니 훈련소 가기 전에 우리가 군대 가면 이리해야 된다고 얼마나 알려
주고 편지해주고 했나? 그게 다 니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지 우리 잘났다고 하는 말이었
나? 우리가 그렇게 걱정하는거 알면서도 어떻게 연락한번 안 할 수가 있나?" ......
"우리가 니한테 뭐 큰거 바라고 그러는거 아니다.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힘되는 게
친구 아니가? 우리 한 명 뭐 잘날 놈도 없고 못난 놈도 없다. 서로 크게 도움 줄 사람도 도
움 받을 사람도 없다. 하지만 그냥 곁에 있어주고 바라봐 주고 하는 것만으로도 힘되는 게
친구다. 우리 이제 안 볼 사람들 아니지 않나. 계속 만나서 기뻐할 때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 같이 슬퍼해 주기만 해도 족한기다. 다시는 그러지 마라. 이제 뭐 그럴일도 없겠지만 이
제부터라도 우리 다같이 곁에 있어주고 힘되는 그런 친구가 되어야지 이래선 안 된다.
내가 아무리 니한테 싫은 소리해도 다 니가 그만큼 소중한 친구니까 하는 말이다. 너한
테 안 좋은 일 있을 때, 기쁜일 있을 때 내가 제일먼저 뛰어가서 슬퍼해 주고 같이 기뻐해
줄기다. 니 결혼식 때 '친구분들 나오세요' 하면 내가 제일먼저 나가서 제일 좋은 자리에
서 사진 찍을 기다. 함 들어갈 때 내가 오징어 뒤집어 쓰고 함지기 할기다. 그만큼 니들 모
두 나한테는 소중한기다. 우리 이렇게 같이 있기만 해도 얼마나 좋나! 더 없다. 그냥 이렇
게 같이 있어주기만 해도 정말 좋은기다. 이제 서로 소홀해지는 일 없기다.
우리 그냥 이래 가자!"
"우리 그냥 이래 가자!" 그 말이 왜그리 가슴을 울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친구가 이이야
기 하는 순간 우리는 다른 사람 상관 안하고 박수치며 다같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래! 이래 그냥 가는 기다. 가자!!"
우린 그런 친구들이구나. 그냥 이렇게 같이 가는 옆에 있기만 해도 좋은 그런 친구...
정말 친구들이 제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해준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 말에 수긍할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친구분들 나오세요 하면 그 친구보
다 제가 더 먼저 뛰어나가서 더 좋은 자리에 설 것입니다. 그게 바로 친구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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