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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8/20 21:54:08 |
Name |
블랙엔젤 |
Subject |
episode# |
Pgr에 그동안 댓글만 몇개 달아보았지만 이제서야 처음 글을 올리게 되네요
그동안 제가 '스타크래프트'라는 e-sports(^^)를 하면서 느껴온 감정들 , 에피소드
등을 한번 적어 봅니다. 처음 작성글이니 만큼 많은 애정 가져주세요 (__)
episode 1. 마린+메딕+탱크+베슬 조합에 빠지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은 제가 고1때 처음 알았습니다. 피씨방이라는 것도 그때 막
활성화 되었었고, 하지만 전 모든 친구들이 스타를 할때 전 옆에서 조용히 지오피아를
헤매고 있었죠;; 그런 복잡한 게임하면서 전략 연구하는 시간에 차라리 여자 삐삐번호;;나
하나 건지는게 더 효율적이다라고 생각했었던 결과입니다;; 그때 우연찮게 팀플에 한번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프로토스를 선택하고 파일런을 워프하지도 않은채 바로 게이트웨이
지으려다가 지어지지않자 친구들에게 오만 땡깡을 부리며 피씨방비를 내지 않겠다고
신경질을 내던게 기억나는 군요 ;; 그렇듯 모두가 yes라고 할때 전 no를 선택했던 것입
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나서 대학을 다니면서 우연히 새벽에 티비를 켰는데 볼만한 것이
없던차에 온게임넷라는 곳에서 스타를 중계 해주더군요. .
그때 제 머릿속에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확 들어온거 같습니다.
그때의 전투상황은 정확히 묘사 할순 없지만 정말 맹렬히 싸웠던거 같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스팀팩을 써가면서 히드라,럴커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마린들, 그리고
눈물겹게 마린들을 치료해주는 메딕, 그들을 뒤에서 지원해주는 시즈탱크, 그리고
하늘위에서 디텍터 역활과 위험한 유닛들을 보호해주는 싸이언스 베슬의 디펜시브
매트릭스까지... 이 모든 조합들이 저에겐 환상으로 느껴졌었습니다.
사실 처음 중계보면서 저런 상황을 이해 했겠습니까?? 다 엄재경 해설위원의 해설 덕분
이였지요;; 어쨋든 엄재경님의 해설까지 곁들여 전 단박에 집에 깔려있던 스타를 실행했
었고, 와~ 소리를 질렀습니다;; 참 그때 저희 집에 깔려있던 스타는 배틀넷 접속이 안되는
1.04패치(스포닝풀이 150하던;;)의 립버젼이었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목청 높여 스타에 대해 이야기 했었고 친구들
반응은 '-_-;;'와 '-_-?' 였습니다. 유행지난 게임에 목소리 높이는 절 이해 못한다는
거겠지요. 하지만 결국 저의 열의에 한 두명씩 '사실은 나도;;' 라고 고백하면서
저랑 같이 피씨방으로 직행하게 되었었죠. 그때는 빌드고 전략이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상대방 종족이 테란이든 프로토스든 간에 마린+메딕+탱크+베슬 조합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꽤나 승률이 좋아다는 것에 제 주위 친구들의 실력을 밝히는 거 같아 부끄럽지만
그때 당시 콘트롤을 하면서 부대지정을 저 임의대로 마린 1번 마린 2번 메딕 3번 탱크
4번 베슬,그리고 스캔 0번에 지정했다는 것을 밝히면서 저의 뛰어난 게임센스를 수줍게
-_-* 고백합니다
episode 2.'임요환'선수에게 빠지다
그때 새벽에 본 경기가 한빛배 임요환 선수와 장진남 선수의 레가시오브 차에서의 경기
였을겁니다. 그때 엄재경님이 그렇게 감탄을 쏟아내던
컨트롤을 해내던 선수가 바로 임요환 선수 였던 겁니다. 전 '이름 참 특이하네' 라고
생각했었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코카콜라배 스타리그를 우승해버렸죠. 그때 당시 방송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것은 '야 진짜 재미있네;;' 그리고 '임요환 멋지다...'였습니다.
오직 임요환 선수의 경기를 보고 '스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임요환'에게 빠졌다이겠죠...
전 참 특이하게 누구 한사람때문에 그것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농구의 경우도
'허재'선수 하나만으로써 농구를 보게 되었고 플레이 하게되었고, 사랑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때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오로지 '임요환 선수'에 대해서 얘기하고 그의
콘트롤에 대해서만 얘기했던게 기억납니다. '야 어제는 말이지.. 임요환이 마린 하나로..
럴커를 잡았어!!!','야 거짓말 하지마 그게 말이 돼냐??' 그러면 전 연습장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어떻게 마린 하나로 럴커를 잡냐는 것을 설명하게 되고 친구들은 얼굴표정이
황당함에서 우와~로 바뀌는 것을 즐겼던것이 기억나네요~
참 그리고 골리앗이 드랍쉽에서 한기씩 주루룩 내리는 것을 가지고 싸웠던 것도 기억나네
요. 그때 당시 제가 결론 지은 것은 각 드랍쉽에 번호 지정을 해놓고 하나하나씩 우측의
와이어 프레임에 나오는 골리앗을 클릭해서 드랍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를
집에 초대해서 직접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결국 친구는 이건 방법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지었지만;; 그때는 정말 임요환 선수의 플레이를 따라 하고픈 생각만 있었던거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어설프게 드랍쉬만 날리게 되고 경기에 많이도 졌었죠..어쨋든 그때는 오로지
임요환 선수만 이야기했었고 그의 플레이만 얘기 했었습니다. 누구와 경기를 했었는지도
모르고 상대방선수가 누구였는지는 관심도 없었습니다. 부끄럽게도요;;
마침 코카콜라배가 끝나고 2학기가 되면서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생 형들이 늘어 났던것은
저에게 참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군대가기전 즐겼던 스타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_-/ 스타를 같이 즐길 사람이 늘어났다는 거 하나만으로 어찌나 기쁘던지^^
참고로 복학생 형들과 유일하게 스타를 즐기던 저와 친구들의 팀플이 기억납니다.
3:3 이었는데 그 형들은 저희들에게 '야 나 제대하고 첨이니깐 살살해라.. 너희들 맨날
한다면서?? 좀 봐줘~" 그에 으쓱한 우리들은 '아이 형도 참~ scv 두마리 접고 하께요;;
^^(으쓱으쓱)','형 겜방비 내기 하죠??' 이렇게 자신했으나 결과는 저희는 애꿎은 피씨방
마우스와 키보드만 탓하면서 겜방비를 내고 말았죠;; 결국 저희들은 그 형들만 만나게
되면 마린1부대를 만난 럴커 한기마냥 버로우에 스탑럴커까지 시도한후
마린들이 지나가고 나서야 다시 버로우를 풀고 제 갈길을 가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또 그때의 기억이 하나 나는데 제 친구중 하나가 저에게 '야 내 아는 사람중에 스타 진짜
잘하는 사람 있는데, 프로게이머도 한다더라', 전 속으로 뭐 '조그만 피씨방 대회나
나가고 하면서 그러는 거겠지' 했는데 나중에 정말 엄청난 선수가 되어 있더군요;;
진작에 알았으면 좀 친해지는 건데ㅜ.ㅠ 그 선수가 과연 누구 일까요~?
참고로 전 부산사나이입니다 ^^
episode 3.'김동수'선수에게 삐지다
그리고 2001년 가을, 스카이배 스타리그가 시작되었고 전 당연히 임요환 선수의
3연패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전 제가 좋아하는 임요환 선수가 스카이배까지
석권함으로써 그해의 왕중왕전을 무산시켜버림으로써 신화로 남아주길 원했던거죠
하지만 3:2로 김동수 선수가 트로피를 가져감으로써 제 꿈은 무너져 버렸고,
결국 전 김동수 선수에게 삐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전 김동수 선수의 우승을 통해서
스타크래프트란것에 완벽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점차 전략의
중요성, 그리고 제가 직접 경기를 행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전략의 기본적 마인드를
쌓게 되었습니다. 여지껏 임요환 선수 흉내내기에 급급했던 제가 말입니다.
그리고 찬찬히 경기를 분석하게 되었고, 다른 전략의 필요성으로 인해 다른 선수들의
경기들도 다시 한번 찬찬히 되새겨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 과연 김동수 선수에게 삐진 것일까요?? 빠진 것일까요??
전 여지껏 경기중에서 가장 명승부를 꼽으라면 스카이배 결승전 2차전 네오버티고에서의
경기를 뽑습니다. 이유인즉슨 여지껏 잘 방송되던 온게임넷이 마침 결승전을 중계하는
날 갑자기 맛이 가버려서 소리만 나오고 화면은 지지직 거리는 상태로 바껴버리면서
그 2차전의 상황, 김동수선수의 질럿+포토 러쉬에 이어서 극적으로 임요환 선수가 방어
해낸후 scv를 동반한 역러쉬로 승리를 거둬낸 경기를 눈으로 보지 못하고 경기 상황을
머릿속으로만 그려냈기 때문일겁니다. 직접 보지 못하는 그 안타까움, 그리고 해설진들
의 극박한 멘트, 그리고 경기 결과가 제 머릿속 깊이 박혀 버린 것이겠죠;;
그 이후로 전 가끔 경기를 듣습니다. 해설을 들으면서 그런 상황들을 하나하나 그려
나가는 거죠.. 재미가 쏠쏠합니다 ^-^
episode 4.'이윤열'선수에게 빠지다
김동수 선수의 우승이후 차츰 스타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다른 선수들의 면모도 하나 둘
씩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마침내 발견!
이윤열 선수였습니다. 정말 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itv에서 임요환 선수를 잡고
랭킹전을 우승하더니 무한종족 최강전에서 정말 모든 종족 상대로 강력한 모습을
보이더니 kpga 2차, 3차, 4차, 온게임넷 파나소닉배 우승, 겜티비 우승 마침내
그랜드 슬램까지 달성해버렸죠. 마침 그랜드 슬램을 하겠다던 임요환 선수의 목표를
먼저 달성함으로써 또 삐져버릴 수도 있었지만;; 요번엔 다행히 삐지지 않고 빠졌습니다
이윤열 선수덕에 경기를 덤덤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상대방 선수가 어떤 플레이를 하던 간에'에이 저런 거 하면 뭘해 나중에
탱크로 밀린텐데;;' 뭐 이런 식으로 생각이 잡혀 버렸으니;; 이윤열 선수는 임요환 선수
와 달리 정말 저에게 확실한 믿음과 통쾌함을 주는 선수 입니다. 임요환 선수는
애간장을 녹이는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 말이죠;;
episode 5. 월드컵에 빠지다
아마 이때가 네이트배죠;; 이미 16강에서 탈락한 임요환 선수때문에 사실은 벌써
흥미를 많이 잃었었죠; 그리고 결승전 사상 그렇게 듬성듬성한 경기장도 처음이었고요
하지만 그 네이트 배로 인해 변길섭 선수, 한웅렬선수를 제 favorite 항목에 추가 시켰죠;
episode 6.'임요환'선수에게 삐지다
아 정말 제 가슴속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는 2002년 가을, 그 동안 슬럼프다 뭐다 하면서
별별 말이 다 나왔던 임요환 선수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하지만 미완의 대기로 아쉽게
우승의 문턱까지만 갔었던게 너무 아쉬웠죠. 2002 스카이배와 엠비씨 게임의 kpga3차리
그, 그리고 2002wcg까지 이때 처음 그랜드 슬램이라는 말이 나왔던거 같네요
스카이배 리그에서는 정말 상대방 선수들을 원사이드하게 잡아버리는 전략으로써
무패의 행진을 벌이면서 결승까지 진출했었고, kpga에서도 7승 무패의 성적으로
플레이 오프에 진출함으로써 게다가 그 7승에는 김동수 선수, 홍진호 선수가 포함되어
있었기에 그랜드 슬램은 결코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었죠. 하지만 우승의 문턱에서 모두
'박정석'선수에게 발목을 잡힘으로써 꿈은 깨졌었고, 정말 속상했기에 임요환 선수에게
삐져버렸습니다;; 그리고 kpga에서는 이윤열 선수가 결승에서 완벽히 박정석 선수를
제압하면서, 사실은 더 삐졌던거 같습니다 -_-; 그리고 슬럼프니 어쩌니 하는 말이
슬그머니 나올려고 하는 시점에 wcg를 우승함으로써 또 어쩔수 없이 기쁨에 날뛰게
하고 말이죠;; 어쨋든 정말 묘한 선수 입니다. 임요환 선수!! 이젠 정말 '임요환'도
어쩔 수 없구나 싶으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참 어쨋든;; 에이.. 참;; 쩝...
episode 7.'스타크래프트에 빠지다
결국 이래저래 스타를 하게 되었고 여기 이곳 PGR을 알게되고 정말 많은 인연을 쌓게
되고, 이런 말이 있죠 '현세에 옷깃이라도 스치는 사람은 전생에 3천번의 인연이 있어야
가능하다' 라는 말.. 물론 친구들과 정말 현실적으로 3천번을 만날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라면서 수학적으로 계산도 해보고; 말도 안된다고 우기긴 했지만 그만큼 인연의
소중함을 말하는 것이겠죠^^ 정말 제가 스타를 하게 되면서 배틀넷에서 만난 사람들이
몇이며 이곳 pgr및 다음의 각 스타 카페 사람들은 몇입니까? 그들은 전생에 얼마나 저에게
소중한 인연들이었을까요?? 그리고 게임으로나마 만나는 프로게이머들은??
어떻게 표현 할수 없는 사람들이지요.. 어쨋든 전 스타를 사랑하게 되었고 빠져 버리게 되
었습니다.. 어쨋든 이렇게 된 거 정말 제대로 즐겨 보렵니다. 스타크래프트에 빠졌지만
이제는 그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모두에게 빠진거 같습니다. 제가 너무 감상적인것일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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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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