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08/17 00:48:15 |
Name |
Movingshot |
Subject |
[감상] 도진광 선수에 대한 진심어린 찬사. |
방금 vod로 임요환 선수 대 도진광 선수의 리플을 봤습니다.
세번째로 보는 만큼 선수들의 컨트롤을 세세하게 관찰하기도 했지만,
선수들의 표정 역시 자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임요환 선수가 이기고 난 후에 자신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 표정을 하면서,
환호하는 관객들을 보면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세러모니를 하는 모습이
저 역시 그 경기에 감동을 받은 터인지는 몰라도 또다시 캬아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더군요.
정말 굉장한 모습을 보여준 임요환 선수.
그렇지만 저는 그 상대로서 최고의 경기를 펼쳤던 도진광 선수에 대해서
오히려 더욱 진심어린 찬사를 던지고 싶습니다.
게임 흐름이 자신에게 거의 절망적임을 알 때 선수들이 흔히 하는 표정,
숨을 깊게 내쉬면서 볼을 부풀리는 모습을 도진광 선수 역시 게임이 막바지에
이르게 되자 종종 보여줍니다.
결국 도진광 선수는 다 이긴 경기를 그다지 실수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놓쳐버렸죠.
마지막 남은 캐리어가 골리앗의 공격에 터져버리는 그 순간,
도진광 선수는 아마도 미니맵을 훑어보면서 혹시나 어딘가에
덩그라니 놓여있을지도 모르는 셔틀을 찾아보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셔틀은 보이지 않았고, 도진광 선수는 침착하게 경기의 흐름을 살펴보고 자신이 졌음을 직감합니다.
패자의 아쉬움을 역력히 드러내면서도 고개를 갸우뚱 한 후에 살짝 쓴웃음을 짓는 도진광 선수,
그리고 자신이 졌음을 확신하자, 망설임없는 GG.
뭐랄까,
투니버스 였는지, 99프로게이머 오픈이었는지...
하여간 그 때부터 수많은 스타 경기를 봐온 저이지만,
경기를 진 선수의 모습이 저렇게 멋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패자의 미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화려한 승자에 비해, 패자에게는 그보다 멋진 드라마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 이긴 경기를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면에서는 패자가 승자보다 더 멋질수도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도진광 선수.
전 그에게 정말 진심어린 찬사를 던지고 싶습니다.
임요환 선수와 도진광 선수의 패러독스에서의 경기.
전 그 경기에 대한 감상을 이런 말로 정의내리고 싶습니다.
"도진광, 넌 진짜 멋진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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