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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8/16 17:49:59 |
Name |
함군 |
Subject |
[잡담] 잠시 프로축구 얘기를...올스타전 다녀온 후기^^ |
1. 발단
많은 분들이 생방으로 손에 땀을 쥐며 스타리그를 보시던 그 시각,
저는 여자친구의 동생의 압박(?)으로 상암 경기장에 갔더랬습니다. ㅠ.ㅠ
(결과를 알고 재방을 봤다는 사실이 한스럽네요. 친구놈이 친절하게도 '임요환 역전'이라는 문자를 보내줬지요 -_-;;;)
5시에 OB 올스타 경기가 있다고 해서 3시쯤 사당동에서 출발.
삼각지에서 6호선을 타려는데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서포터즈간의 신경전 ^^;;
(6호선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타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외국인들도 많더군여.)
처음으로 상암 경기장에 가봤는데 지하철 내리는 곳부터 장난이 아니더군요.
계단에 분수대가 있고 양방향으로 에스컬레이터 4개씩 설치된 웅장한(?) 모습.
돌아올 때 안 거지만 그 에스컬레이터들 상향 하향이 조절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경기장 갈 때는 양쪽이 3개 상향 1개 하향이던 것이 돌아올 때는 3개 하향 1개 상향 -_-;;;
에스컬레이터 각도며 길이가 7호선 숭대입구역 -_-;;;, 2호선 이대역 -_-;;; 보다 더한 것 같더군여 ^^;;;
글고 경기장에 영화관도 있고 식당도 있고 공원도 있고, 남편에 호수까지...
2. 전개
아...딱 도착했을 때까지만 기분 좋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티켓링크 예매로 갔었는데, 도대체 어디서 입장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지
아무런 표시도 안 되어 있을 뿐더러 안내 데스크나 안내 요원도 없더군요.
지하철 출구 반대편 쪽으로 가면 경기장 전체 위치도가 있지만
출구 앞쪽에 안내 데스크라도 하나 있었으면 참 좋았겠는데 말이죠. -_-;;;
드디어 북문 매표소 발견!! 예매권 교환처가 있길래 줄을 따라서 가는데
줄이 매표소부터 공원 끝까지 이어져서 다시 한바퀴 돌아서 매표소 앞까지 와 있는 상황에
날씨도 어찌나 더운 것이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예매표 교환 창구가 무려(?) 7개더군요...기다리던 사람들은 족히 수천명은 되는 것 같았습니다. -_-;;;
저도 적당히 줄 서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자봉단으로 보이는 한 분이 와서 말씀하시길
줄을 뭐 다른 쪽으로 서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네요.
물론 사람들이 그 말 듣자마자 뛰기 시작해서 일대 대혼란 발생 -_-;;;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여친과 여친 동생 잃어버리고 줄도 잃어버리고 -_-;;;
잃어버린 사람들이야 금방 찾았지만 줄은 다시 50미터쯤 더 늘어난 상태.
자봉단으로부터 남문 쪽 매표소에는 사람이 적다기에 일단 혼자 냅다 그 쪽으로 뛰었답니다.
원래 날도 덥고 지치고 해서 걸어가려고 했는데 여러 사람들이 남문으로 뛰니까
저도 뛰게 되더라구여 -_-;;; 그 무슨 마라톤입니까 -_-;;;
남문 쪽에는 줄이 북문보다 반 정도더군여. 그 때가 4시 30분. 줄은 200미터 정도?? -_-;;;
아...그런데 줄이 도무지 줄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창구가 4개더군여 ㅠ.ㅠ
네, 그렇습니다. 예매권 가져온 팀이 절반 이상, 과장 좀 보태면 2만 팀쯤 될텐데
예매권 교환 창구가 모두 11개였던 것이었습니다. -_-;;;
거참...줄 서 있는데 안에서는 OB 올스타 경기가 시작하고 환호 들리는데 눈물 나더군여 ㅠ.ㅠ
여기저기 암표 파는 사람 득시글하고, 자봉단은 허둥지둥,
매표소에서는 줄 잘못 선 사람들이 매표소 직원들과 싸우고 있고,
사람 많이 몰리는 곳이야 늘 그렇다고는 하지만 좀 심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5시 반 정도가 되어서야 경기장 입장. -_-;;;
3. 위기
개인적으로 올스타전 경기보다 더 재미있었던 OB 올스타 경기 -_-;;; (후반부터 봐슴돠^^)
아무리 옛날에 날렸던 선수들이라고는 하지만 달릴 때는 조기축구회 같았어요^^
그래도 확실히 한번씩 놀라운 모습이 나오는 거 보고 국대는 세월 지나도 장난 아니구나 했죠.
두 골 들어간 것도 황보관 선수(?)의 발리슛, 황선홍 선수(?)의 폴라드전 비슷한 슛.
마지막쯤 되니까 90년대 선수들이 봐주기 시작하는데,
후배들이 1대 1 상황에서 비켜주는데도 80년대 선수들이 찬 공은 옆으로 새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황선홍 선수의 골 세레머니, 현역 시절을 기억케 하는...
황선홍 선수가 박항서 선수를 뒤에서 끌어안고 반칙(?)하던 모습...
조윤환 감독(^^)이 뒤뚱뒤뚱 달리다 공 트래핑이 벅차니까 손으로 공을 툭 치던 장면 -_-;;;
경기장 한 쪽에 걸려 있던 플랫카드 '최순호,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
이벤트 경기 끝난 후에는 20주년 축하하는 인사들과 전야제 하이라이트 같은 게 이어졌죠.
히딩크 감독의 말, '좋은 리그는 오랜 역사를 필요로 한다...'는 말이 기억나네요.
온겜넷 스타리그도 99PKO부터 정규시즌으로 이제 11회째에 불과하지만
20회, 30회 넘어가면 훌륭한 역사가 되겠군요. 뭐 이미 역사의 몇 페이지는 되는 것 같습니다만^^
전광판에는 오디오의 볼륨 표시같이 사람들 소리가 크면 막대그래프가 쫙 올라가곤 했는데요,
선수 소개할 때 김남일, 이관우, 최태욱, 이동국 등 스타들이 나올 때마다
그래프가 터지려고 하는 것 같더군여 -_-;;; 외국인 선수들 나오면 조용...
경기 전 인터뷰를 할 때도 위의 네 선수만 하는 것이...
서정원, 김현석 등 노장들을 너무 무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경기 시작. 아까의 조기 축구회 아저씨(^^)들과는 다르게
선수들 몸놀림이 장난이 아니군요.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입니다.
그러다가 이동국 선수의 다이빙 슛. 한 골 먹은 골키퍼 이운재 선수 쑥쓰러워 합니다.
동국 선수 골 세레머니로 현기증 일으키며 그라운드에 쓰러지네요.
그걸 다른 선수들이 잡아서 헹가래 칩니다. 보기 좋았던 장면^^
경기는 이 때부터 소강 상태. 선수들은 몸 생각해서 그런지 정말 슬슬 뛰는 것 같던데
양쪽 골키퍼인 이운재, 김병지 선수 자존심 대결하듯 엄청난 선방을 보여줍니다.
4. 절정
이 때 제 일행이 앉은 옆자리와 뒷자리에서 시비 동시 발생. -_-;;;
round 1 뒷자리
표를 사 오신 분이 정상적으로 입장하고 나서(표의 일부를 입구에서 떼어주는 거 말이죠^^)
본인이 챙겨야 할 티켓의 나머지 부분을 분실한 모양입니다.
그걸 주운 누군가가 경기장 밖으로 가서 표 구하던 분들에게 팔았고
표를 산 분은 입구에서 잠깐 밖에 뭐 사러 나왔다고 거짓말하고는 들어온 모양.
표를 잃어버린 책임이 있으면서도 '당신 나이 몇 살이야?' 하며 덤비는 뒷자리 아저씨나
그 표를 주워 팔아버린 암표상(혹은 일반인)이나 암표 사서 들어온 분이나
모두 한심해 보이던 순간이었습니다.
round 2 옆자리
그 아저씨 처음에 들어올 때부터 이상했습니다.
보통 가족 네 명이 오면 한줄로 앉는게 정상이잖습니까?
그 분은 가족들 끌고 오시더니 '여기 자리에 그냥 앉으면 되겠다' 하시면서
부부가 저희 옆에 앉고 딸 둘을 그 아랫줄에 앉게 하시더군요.
근데 전반전 도중 갑자기 들어온 아가씨 두 분. 딸 둘이 앉은 자리의 표를 가지고 왔네요.
아가씨들은 여기가 우리 자리이니 아이들을 비키게 하라며 티켓을 들이대고,
아저씨는 아저씨대로 직원들이 빈 자리에 아무데나 앉으라고 했다며 우기시고.
사정인즉슨, 아가씨들은 5시에 와서 2시간 넘게 줄 서서 예매권을 표로 바꾸고 들어온 반면
그 아저씨는 6시 반 정도에 와서 예매권 교환 줄이 너무 길다며 경기장 입구에서 항의하고 싸운 끝에
입구 검표원이 예매권 들고 그냥 들어가서 빈자리에 앉으시라고 한 것 같더군요.
우리 나라는 참 이상한 것이 이런 상황에서 그 아저씨가 이긴다는 겁니다. -_-;;;
경기장 직원(팀장이라는 듯)이 와서 아저씨에게 상황 설명을 해도 그 아저씨 딱 버티고 앉아서
'나한테 그냥 들어가라고 한 놈 잡아와라. 그리고 다른 자리 하나 만들어주기 전에는 절대 못 비킨다'
하시면서 아주 당당하게 팀장과 맞짱을 뜨시더군요. 우리 나라 좋은 나랍니다. -_-;;;
아저씨가 그렇게 우겨서 딸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었을까요...? 부끄러움을 아셨으면...
또한번 경기장 관리와 운영 미숙이라는 오점을 발견하고 계속 경기는 진행.
전반이 끝나고 TV에서는 한참 광고할 시간에 경기장은 참 재밌더군요.
캐논 슛 대회, 그리고 구단별 이어달리기.^^
국민학교(전 마지막 국민학교 졸업생입니다. 졸업하고 초등으로 바뀌더군요)에서
모두들 한번쯤 해보셨을 반별 이어달리기 대회(^^) 가 생각나는...
선수 두명, 구단 직원, 서포터즈, 남자 유소년 및 청소년 선수 3명, 여자 선수 1명.
8인 릴레이 게임인데 엄청 박진감 넘쳤습니다.
젤 웃겼던 게 서포터즈 순서에서 2위에서 1위로 역전한 분이 엄청 빨랐는데
그 분이 글쎄 가방을 메고 달렸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두둥~
퓨마 가방 메고 달린 것으로 보아 어제 경기 스폰서인 퓨마의 직원이 아닌가 하는...-_-;;;
후반은 상당히 지루했지만 막판에 가니까 골이 쏟아지더군요.
연달아 세 골을 외국인 선수가 넣더니 마지막 골은 결국 노장 김현석 선수가 넣구요.
경기 마치고 은퇴식 한다는데 김현석 선수에게는 현역 마지막 골이겠네요.
mvp는 이동국 선수가 차지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김현석 선수가 더 잘했습니다. -_-;;;
젊은 선수들 너무 자기 골 욕심만 챙기려는지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려는지
개인기만 잔뜩 부리고 힐 패스 이런 거 하다가 실수만 연발하더군요 -_-;;;
물론 올스타전이니까 다 용서되는 거겠죠^^
5. 결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김현석 선수의 은퇴식. (가림토의 은퇴가 생각나더이다.)
경기장 불이 모두 꺼진 가운에 그라운드에 선 김현석 선수에게만 조명이 들어오고
마이 웨이 음악과 함께 전광판에는 김현석 선수의 지난 모습들이 나오네요.
선수들이 한 명씩 가서 김현석 선수를 끌어안는 모습에서
영화 '뷰티플 마인드'에서 교수들이 러셀 크로우에게 펜을 주는 모습이 떠오르며 눈물이 찡~
임요환 선수가 은퇴할 때는(내년에 군 문제로 잠정적 은퇴하신다죠) 어떤 모습일까 상상을 해봤는데
지금은 임요환 선수가 좋으니 싫으니, 잘 하니 못 하니 말들이 많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그래도 그 선수가 있었기에 스타리그가 이렇게 발전한 것이 아닌가' 하며
지금의 논쟁들도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물론 임요환 선수의 은퇴라는 사실은 생각하기 싫은 일이지만 말이죠 ㅠ.ㅠ)
오늘의 결론
프로축구연맹과 상암경기장은 그 날의 운영미숙을 국민들에게 사과하라!!
피쥐알 여러분, 절대 저 아저씨같은 사람이 되지 맙시다!!
김현석 선수, 멋진 지도자 내지는 멋진 해설가로 다시 돌아오실 것을 믿습니다!!
가림토는 어서 선수로 돌아오셨으면...^^;;;
이상 허접 후기였습니다. 스크롤의 압박...너무 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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