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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8/16 17:48:24
Name 시인
Subject 스타에 2부 리그 제도는 적합한가?
최근 겜비씨가 메이져와 마이너로 구분되는 2부리그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히면서 과연 스타에 2부 리그 제도가 적합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스포츠경제학의 대부 격인 로텐버그(Rottenberg)교수는 경기 결과가 불확실할 수록 경기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이론을 주장하며 경기하는 대상들간의 전력이 비등해야만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고 그 경기는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하였습니다(즉, 경기의 승패에 대한 예측을 정보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예상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 보다 큰 정보를 가진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결국 리그를 치르는 선수들간의 전력의 평균화가 리그 전체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1위부터 16위가 거의 결정되어 있는 경기에, 승자와 패자가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경기에 우리는 열광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전력 평준화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물론 힘든 문제이지만 말입니다). 만약 스타가 팀 경기라면 선수들의 드래프트 제도라든지 연봉 상한선을 제한한다든지 등과 같은 방법으로 우수한 선수들을 균형있게 잘 분배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입니다. 불행히도 스타는 개인 경기입니다(팀 리그는 일단 글 주제의 집중을 위하여 제외하겠습니다). 우리는 선수들의 실력을 강제로 제한하거나 억지로 향상시킬 수 없습니다.

전력 평준화와는 무관하게 리그를 계속 흥미진진하게 운영하는 방법 중의 대표적인 하나가 바로 2부 리그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전력 평준화를 도모하기보다는 다소 전력의 불균형이 있어도 팬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마 8강 진출이 좌절된 선수들의 팬이라도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2부 리그로 탈락하지 않고 1부 리그에 잔류하기를 희망하며 끊임없이 성원을 계속 보낼 것입니다. 1부 리그 잔류는 분명 리그 막판의 가장 큰 흥미거리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2부 리그 제도가 스타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다고 의견을 밝히고 싶습니다. 우선 스타라는 게임은 선수들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1부 리그와 2부 리그로 차이가 크게 벌어질 만큼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뚜렷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2부 리그 제도를 가장 많이 도입하고 있는 축구와 비교하여 본다면 그 차이를 잘 느끼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축구 리그에서 2부 리그 팀들과 1부 리그 팀들 사이의 무게감을 과연 스타 리그에서 느낄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과 같은 2부 리그 제도는 1부 리그 선점자에게 너무나 많은 혜택을 베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런 식의 대회 운영이 네임 밸류가 유명한 선수들이 항상 일정 수 이상 확보되고, 마지막까지 리그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여러가지 장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라는 게임이 과연 그렇게 선수들간의 실력차가 벌어져 있는 게임인지 다시 한번 재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로 스타는 종족간의 상성이 존재하는 게임입니다. 저는 그 동안의 몇 차례의 온게임넷 듀얼 토너먼트와 챌린지 리그를 보며 재미있는 현상을 경험하곤 했는데, 그것은 첼린지 리그 상위에 프로토스가 다수 진출하더라도, 듀얼 토너먼트에 다수의 저그가 내려온다면 프로토스의 입장에서 정말 암울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첼린지 리그에서 프로토스가 아무리 선전하더라도 듀얼로 내려온 저그들을 제압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혹시 지금과 같이 제도가 바뀐 이후로 프로토스의 스타 리그 진입이 더욱 더 어려워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이전과 같은 풀 예선이었더라면 프로토스가 더 많은 테란과 격돌하고, 더 많은 기회가 개방되어 있지는 않았을까 잠시 생각해봅니다.

가령 이런 무서운(?) 상상을 하여 봅시다.

1부리그 -      테란 : 7,    저그 : 7,    프로토스 : 2
2부리그 -      테란 : 3,    저그 : 11,    프로토스 : 10

1부리그에서 저그가 모두 4 떨어집니다. 2부리그에서는 저그의 득세로 저그가 다시 4 올라갑니다. 2부리그 프로토스는 항상 종족 간의 상성 문제로 저그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진출한 저그는 1부 리그의 테란 때문에 다시 눈물을 흘립니다. 1부 리그에서는 항상 저그가 밀려나고, 2부 리그에서는 항상 저그가 승격합니다. 물론 이런 식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잘 발생하지 않겠지만, 이런 경우에 저그가 많은 2부 리그보다 오히려 다수의 테란 유저가 포진하여 있는 1부 리그가 프로토스의 그 어느 선수들에게도 보다 할만한 리그가 될지 모르는 것입니다. 2부 리그 제도는 종족 간의 상성 문제 때문에, 리그 간의 종족 불균형을 보다 심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선수들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항상 1부 리그에 잔류하는 선수와 2부 리그 통과조차 쉽지 않은 선수들 간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입니다. 수입이나 유명세의 격차는 실력의 차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중에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됩니다.

게다가 동일한 선수들간의 경기가 자주 반복되기 때문에 경기 내용이 오히려 식상할 수 있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1부 리그에 있는 선수들과 2부 리그의 선수들의 변동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리그가 반복될 수록 같은 선수들간의 게임은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스타 리그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물론 가끔 2부 리그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새로운 활력소가 되겠지만, 아무래도 같은 선수들 간의 게임은 동일한 전략과 패턴이 반복될 경향이 큽니다. 초기에는 선수들의 네임 밸류에 열광할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물론 저의 이러한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현재까지의 스타는 적어도 2부 리그 제도가 (적어도 선수들간의 형평성에 있어서는) 적합한 경기 종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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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플토할래~
03/08/16 18:06
수정 아이콘
그러나 1부리그만 운영된다면.. 지금 나오는 선수들만 나오게 되고..
그만큼.. 많은 선수들이 뛰지를 못해서..선수들의 연봉 문제도 크게 포함된다고 생각 되거든요.. 그러므로 프로게임계가 위축된다고 생각합니다.
코코둘라
03/08/16 20:35
수정 아이콘
2부 리그는 비네임벨류 프로게이머에게 있어 디딤돌 같은 곳입니다. 사실 1부리그와 2부리그가 실력차가 거의 없다고는 하나, 분명 있습니다. 방송 경기에 대한 경험이라던가, 연습이라던가에 대한 영향으로요. 특히나 자꾸 2부리그에서 떨어지더라도 방송경험을 쌓는 것이 비네임벨류 게이머에게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팀리그도 그런 역할을 하구요. 최연성 선수와 변은종 선수 등등의 선전이 전 팀리그에서의 방송경험 축적이 많은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2부리그도 마찬가지구요.
사고뭉치
03/08/16 21:38
수정 아이콘
저도 2부리그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메이저대회에 올라오는 신인급의 선수들을 보면
방송경기에 대한 부담으로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좀더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2부리그는 필요합니다.
사고뭉치
03/08/16 21:49
수정 아이콘
그리고 종족간의 상성관계를 말씀하셨는데...
솔직히 요새 저그유저들이 1부리그 뿐만아니라 모든곳에서 점점 설곳이 없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패치이후에 누구나 알고 있을 테란의 강세와 플토의 약진 사이에서 말이죠. 그런상황에서 오히려 2부리그가 있어서 많은 훌륭한 저그 유저들이 더 많이 나온다면 더욱 좋겠지요. ^^ 제 바람입니다.

코코둘라님의 말씀처럼 2부리그는 디딤돌이며, 곧 스타리그의 잠재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멋진경기를 보여주는 프로게이머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그것이 1부리그만이 아닌 2부리그에서도 그렇다면 더 많은 선수들의 네임벨류도 올라가겠지요. 네임벨류가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스타가 되어간다는 것이 아닐까요? 스타급 선수가 많아 진다는 것은 그만큼 스타리그의 상품성이 올라가고 더불어 스타의 활성화가 되어간다는것이겠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용살해자
03/08/17 00:21
수정 아이콘
독일 프로축구는 지역리그까지 합하면 9부...정도나 되는 리그가 존재하죠 -_-;
03/08/17 01:01
수정 아이콘
음...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현재의 제도가 1부 리그 잔존율을 선수들의 실력에 비하여 지나치게 높인다는 점입니다.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리그 자체를 32명으로 늘린다든지 지금의 제도가 아닌 양대 리그 제도를 운영한다든가 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16명 중 12명의 선수들이 유지되는 것은 1부 리그 진출자에 대한 지나친 메리트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선수들의 실력을 봤을 때, 4명 정도가 적당한 선이라고 여겨집니다.
2000HP마린
03/08/17 09:05
수정 아이콘
저도 2부리그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잔존율 생각해볼 문제군요
2000HP마린
03/08/17 09:06
수정 아이콘
토론 게시판으로 옮기면 더욱 괞찬을 글 같네요
03/08/17 13:48
수정 아이콘
12 명의 잔류, 그나마 하위 4 명도 시합을 거쳐 다시 올라올 수 있다죠 ?
그렇다면 확률상 16 명 선수중 3 명만 바뀌는 셈입니다...
어떻게 생각해도 지나친 어드벤티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4 명 잔류라면 온겜넷과 거의 상동한 형태가 되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심사숙고 끝에 결정된 거겠지만 차기, 차차기를 내다보고 만드는 제도인만큼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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