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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8/15 13:12:38 |
Name |
달려라달려라 |
Subject |
엠겜 예선전 하이라이트를 보며 떠오른 작년 이맘때의 어떤 추억. |
제가 드디어 피쥐알에서 거론하기 가장 민감한 사항 중에 하나인 임요환 선수에 대해
글을 적게 됐는데요.약간은 두려운(?)마음에서 글을 끄적여봅니다.저의 지극히(?)주관적
인 생각에서 비롯된 이야기이니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봐주시길 ^-^;
첫경기인 박용욱 선수의 경기는 엽기로 출발~해서 원사이드하게 플토가 저그를 잡는
경기여서 그런지 저에겐 임팩트가 조금(?)약했었고,(같은 맵에서 강민 선수의 노게이
트 더블넥을 봐서 그런지 ㅡㅡ;;)
정작 저에게 하나의 쇼크로 다가온 경기라고 할 수 있는,
그 다음 경기에 제 관심이 200퍼센트 집중되었었죠.
게시판에서의 이야기처럼 심소명 선수의 신예답지않은,
노련한 운영의 묘가 빛을 발한 경기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사실 딱히 임 선수가 잘못했다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초반 벌쳐 운영 이후 빠른 멀티-골리앗 탱크 물량으로 저그를 제압하는 시나리오는
실제로 임 선수의 의도대로 무난히 진행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초반 본진 러커 패스트-드랍-속업 오버로드,히드라 조합-멀티 후 뮤탈 체제
메카닉 상대로의 또 하나의 모범 답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과감히 엘리전을 선택한 심소명 선수의 마지막 결단도 매우 멋있었구요.
실제로 방송 경기에서 나경보-김현진 선수 전을 제외하고는 저그-테란 엘리전에서,
저그가 이기는 경기를 보기가 정말 힘들었던 만큼 충격(!)도 매우 컸습니다.
정말 보기드문 명승부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게 가장 놀라움을 선사했던 경기는 바로,
그 다음 경기였던...최연성 선수 대 성학승 선수의 경기였습니다.
앞에서 거론했던 임 선수의 경기에 너무 기대를 했었던 만큼
사실 관전의 몰입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는데,
저의 급격히 저하된(?) 관전 몰입도를 급상승시켜준 계기가,
1.앞 경기와 같은 맵에서의 테란-저그 전
2.해설진의 성 선수의 패배 예고
3.임선수와 같은 최연성 선수의 메카닉 빌드
이 세가지를 들수가 있겠는데요.
사실 임요환-심소명 선수의 재경기라고 봐도(?)무방할 만큼
이 경기의 흐름양상은 정말 전 경기와 유사했습니다.
다만...성학승 선수의 대처가 적절하지 못했던 점.
(시종일관 저글링 히드라 체제 고수)
최연성 선수의 거대한 물량의 압박 그리고 시기적절한 대처가 아주 눈에 띄였습니다.
가스 멀티가 없기 때문에 미네랄이 상대적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그렇기 때문에 벌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 많은 히드라가 진을 치고 있는 저그 진영을 향해,
쇄도해 들어가는 벌쳐 군단의 날카로움은 정말 예상을 초월한 것이었습니다.
벌쳐 비율이 높은 메카닉 부대 운용...분명 성 선수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래서 무한 히드라 체제를 고집했었지만)
여하튼 알면서도 당할 수 밖에 없는 벌쳐의 운용.
마치 대 프로토스 전의 최강 이윤열 선수의 경기를,
마치 대 저그전으로 바꾼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결국 거대한 물량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성학승 선수의 거수항복선언 ㅡㅡ;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같은 맵 같은 종족 양상 같은 전략...
마치 임 선수와 최 선수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 듯한 이 구도.
물론 심소명 선수가 성학승 선수보다 경기 운용면에서 빼어난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이 갈려버린 승패의 결정적인 차이로 거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임 선수와 최 선수의 기량 차이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현존하는 프로게이머 중에서 '최고로 전략적이고 최고로 마이크로가 뛰어난'
임요환 선수와,
'임요환의 공식 후계자이면서 최강의 힘 테란을 구사하는'
최연성 선수.
사제간의 관계를 제외하고서는 스타일에서 쉽게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는 양 선수.
(오히려 최 선수는 이윤열 선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주죠.)
물론 지명도나 인지도...성적면에서도 임 선수가 최 선수에 비해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최연성 선수를 보면서...
마치 옛날의 임요환-이윤열 선수의 관계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건 저뿐인가요?
IS 시절...임요환 선수가 한창 최강의 이름으로 명성을 떨쳤을 때,
당시 무명에 불과했던 이윤열 선수가 홍진호 선수와 함께 IS팀에 합류하게 되었죠.
그 이후 임요환 선수의 지도(?)아래 묵묵히 기량 향상을 꾀한 이윤열 선수는,
서서히 그 임요환 선수의 자리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서,
결국엔 그 정상의 자리에 오르고 말았죠.
제 생각엔,
임요환-최연성 선수의 관계과 이와 매우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 합니다.
하지만 온라인의 최강자라는 닉넴과 함께 테란의 신동으로 불리웠던 이윤열 선수지만,
정작 메이져 대회에 참가하는 데에는 무려 1년 남짓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정상의 자리에 등극했구요.
그에 비해 최연성 선수는 동양 팀에 합류 직후 오프라인 경기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이며,
처녀출전한 KTF EVER 프로리그에서 개인전 단독 1위(8승 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습니다.그 제물이 된 선수들은 하나 같이 당대를 대표하는 최고수들이었구요.
시작은 같은 온라인 최강자였고 둘다 당대 최강 임요환 선수의 밑에서 출발했지만,
오프라인을 극복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렸던 이윤열 선수에 비해,
오프라인에 대뷔하자마자 화려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최연성 선수의 발전 속도는
정말 경ㅡ_ㅡ악 그 자체가 아닌 듯 싶습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분명 최 선수는 이윤열 선수를 '훨씬' 능가하고 있습니다.
동양 팀 결성 시...단순히 '숙적' 이윤열 선수 대용으로,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을 구사하는 최연성 선수를 영입했던
임요환 선수였지만.
그 '연습상대'가
불과 몇 개월만에 자신의 위치를 넘볼 만큼 커버린,
아니 이미 뛰어넘어 버렸는지도 모른 사실에...
스승으로서 뿌듯함이 앞서,
나날이 일취월장하는...
제자의 앞날을 보며 과연 어떠한 느낌이 들지는...
오로지 임 선수만이 알 일이지만...
임 선수 밑에서,
임 선수의 장점이란 장점을 모조리 흡수해가는 듯한
최 선수의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모두 얼마후에...
이 사제간의 숙명적 대결을 봐야할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아직 임 선수는 거대한 산입니다.
최 선수가 저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노력과 결실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임 선수의 장점이란 장점을 모조리 흡수해가는 최 선수의 능력의 한계는,
저로써도 알 길이 없군요.
어찌보면...호랑이을 제압하기 위해,
용을 데려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난 해 같은 시기에
'박정석'이라는 거대한 별에,
맞서 싸운 한 사제를 기억합니다.
결국...스승은 그 별에 맞서 싸우다 GG를 쳐야했고,
제자는 그 별을 상대로 스승의 완전한 복수를 해주었습니다.
비록...그 일은 그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서
차츰 잊혀져가는 기억이 되어갔지만,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황제라는 큰 산을 이미 뛰어넘어버린,
또 다른
거대한 존재가 출현한 그 때를.
그리고 1년...
애꿎은 역사의 수레바퀴는 다시 반복되려하는 걸까요.
조심하세요.
임테란.
지금 바로 당신 뒤에,
소리없이 쫒아오고 있는,
새로운 강적의 존재를.
-UnfortunatelY-
p . s>대 저그 전 현역 최강자 임요환 선수와 신예 저그 심소명 선수
대 테란 전 현역 최고수 성학승 선수와 신예 테란 최연성 선수
이름 만 놓고 비교를 했을 때,
전자에서는 임요환 선수가,후자에서는 성학승 선수가,
지명도가 높고 어렵지 않게 승리를 점칠 수 있는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반 시청자들의 순진무구한 예상을 깨버린,
이 대결의 결과는 참 아이러니 한 것 같습니다.
^_^;;;
아참,
그러고보니...이 네 선수 모두...
IS 계열의 선수들이군요.
그렇게 보면...
심 선수도 성 선수의 후배 쯤 되는군요.
청출어람...정말 세월은 무섭군요.
이제는,
SG,동양,KTEC,KTF 네 팀으로 나뉘어버린,
전설의 최강팀...IS.
다시 그 전설이 시작되려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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