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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8/13 00:01:46
Name ASsA
Subject 원래모습 찾기
교수님의 명령으로 1박 2일 일정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방학인데 이런 숙제를 내주냐고 온갖 짜증을 내면서.. 가게 되었죠. (아. 참고로 전 XX대 의대생입니다..여러분들이 말하는 수능 대박이란.. 엄청난 뽀록으로..)

저랑 친구 둘 이렇게 해서 셋이서 기차를 타고 꽃동네란 곳으로 갔었죠. 예약하기 힘들더군요.. 중.고등학생들이 워낙 많이 해서..; 어쨌든. .. 솔직히 귀찮았습니다.  그리 좋아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되는데.. 아닌가?

1박 2일동안 나이드신 할머니들 수발 드는 일을 햇습니다. 어서 빨리 끝내고 돌아갔으면.. 이런 생각이 머리속의 한 80%는 차지하고 있던 것 같아요. 그러다 한 의사를 만났습니다. 벌써 8년째 정기적으로 이런 곳들을 찾아오신다더군요.

저녁에 그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러가지 좋은 말씀도 듣고..
그러다 물어보시더군요.... '자네 왜 의사가 되려고 하나?
   정말 틀에 박힌 대답을 했습니다. 대학 면접볼 때 했던 얘기들..
  그러니까'자네 의학도라고 했지?.. 그럼 여태까지 헌혈 몇번이나 했나..?'  ...
  순간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죠.... 약간 얼굴이 굳어지시더군요...
'자네 이런 곳 처음인가..?'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네/....'

  '자네도 의사가 돈으로 보이는가?'  그런 건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약간씩 목소리가 커지고 빨라지셨습니다.. '자넨 여기에 이렇게 아프고 늙으신 할머니들을 수발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이분들도 자네 눈엔 돈으로 보이는가? ........ 정말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자네는 의사의 자격이 없는 것 같구만...   신중히 다시 생각해 보게나..''지금 배우는 책들에 손을 대지 말아 보게나. 의사는 돈이 아니라 사명이라는 걸 가슴 깊이 깨달을 때까지.'
  밤에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의대 붙었다고 자랑하고 다닐떄부터... 6개월동안의 일..
정말 난 의사에 자격이 없는 걸까.. 자괴감..내가 진짜 의사가 되겠다고 한 이유가 뭐였을까?... 이런 봉사활동 조차 귀찮게 여기면서.. 앞으로 나를 찾아올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진정으로 치료할수 있을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그리고 어느새 잊혀졌던 의학도로서의 사명감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젠 진짜 의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꼭 그분이 제게 깨달을을 주러 오신 신선과 같다는 생각을 했죠....)

이제.. 그동안 의대생이라고 오만 했던 마음을 버렸습니다... 가장 낮은 위치에서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인간을 사랑하며 생명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겠습니다..여태껏 특권층으로써 의사들이 쌓아온 불신의 벽을 허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의사 수가 많아져서.. 어쩌고 하는 말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인의' 가 되기 위해..

--------------------------------------

카... 친구들이 이 말을 듣더니.. 철들었다고 하더군요....

여긴 짧게 적었지만.. 그날 밤 된통 혼났습니다. '의사란 건 말이지..~~~~~'

정말 눈물이 쏙 나올 정도로.. 하지만.. 그 분 덕택에 진짜 많이 깨달았습니다~

------ 이젠 수업 빠지지 않기..;; 헌혈.봉사활동 꼬박꼬박하기.... 강의 도중에 자지 않기..;------

----------------------------------------
그리고 너무 의사들을 안좋은 시선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부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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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토 of 낭만
03/08/13 00:15
수정 아이콘
까야~~~
이글 읽고 감동감동~~
저도 순간 의사가 되고싶다는 -_-; 하지만 곧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옴 ~
SummiT[RevivaL]
03/08/13 00:48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해서 현대의 의사들 중에서 저런 의사분들 몇명이나 될까요? 손에 꼽힐거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돈많이 버는 직업, 이라는 공식이 사라지지 않는한은요..
03/08/13 01:03
수정 아이콘
...안타깝습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03/08/13 01:06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전 XX대 약대생입니다.. 요즘 이리저리 의사랑 약사..그리고 한의사 분들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있다는 건 다들 아시겠죠..? Pgr 같은 게임을 사랑 하는 공간에서 제가 조금 다른 내용의 리플을 달면 여러분들 싫어하실수도 있지만..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볼께요.. ^^;; 솔직히 말해서 요즘 의사나 약사나 한의사나 서로 이권 다툼 밖에 안 하는 것 같습니다. Assa님 처럼 좋은 생각을 가지신 의사님들이 많이 계셧으면 하네요~ 저도 훌륭한 약학도가 되었음 합니다.. ^^; (같이 절에 도 딱으로 가실래요.. -_-;;;)
03/08/13 01:06
수정 아이콘
에구..오타입니다 셧=>셨
노란잠수함
03/08/13 01:18
수정 아이콘
Assa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건 환자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마음을 꼭 잊어버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Qoo)뽀록러쉬~
03/08/13 01:24
수정 아이콘
제 주변에 많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큰형님이 의사고 작은 형님도 작은형수님도 형님과 형수님들의 친구분들이나 주변분들...어릴적부터 가장친한 친구 4인방중 3명..그리고 그 친구들로 인해서 알게된 많은 친구들도..모두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의사가 아닌 친구가 더 적은정도일지도...저만 딴 세계에서;;
그 친구들중엔 본과시절 학점때문에 이제야 국시 준비하는 녀석들도 있고...빨리 나온녀석은 이미 개원한 녀석도 있고..페이로 뛰거나..검진만 주로 뛰는 녀석도 있으며 시골 보건소에서 일하고 있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그중 상당수가 의사=돈많이 버는 직업이란 등식때문에 의과지망하기도 했었읍니다.
친구들중 학생 시절에 ASsA님처럼 의학도로서의 사명감에 고민하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다만 졸업하고 그 겨울에 국시준비를 거치고난후 배우는 입장이 아닌 진짜 현장에서 사람들을 대하게 되면서 부터는 그런 고민을 거의 하지 않더군요. 국시를 거쳐서 자격은 충분한 의사선생님 이지만 부족한 경험과..아직 어린 나이에 여러 사람을 거느려야하고...아직 잘 모르는 시절엔 경험많은 직원들에게 조롱받을때도 있고...간혹 뜬금없는 의사가 머 저래 라는 편입견에 사로 잡힌 사람들을 대하기도 하고..집안이 어느정도 넉넉하지 않다면 주변에서 원하는것도 많아져..자신의 개인적인 일만으로도 고민하는 친구들이 넘 많았죠.

의사는 정말로 돈을 많이 벌어야 되는 직업이란걸 옆에서 보고 있는 제가 느끼겠더군요. 어떻게 생각하면 의사 역시 자신이 가진 의술을 환자라는 고객들에게 서비스하는 서비스업 이라고도 할수 있겠지만(비하하는게 아닙니다^^;;) 그 대상과 부담감에 대해선 너무 엄청나서 차라리 돈이라도 많이 벌게되었으면 하는게 제 개인적인 심정입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일을 하는데 충분한 보수는 당연한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네요. -.-;;;
의사는 그 직업을 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많은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으므로 너무 딱딱하게 생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환자들을 대하는것이 좀더 좋을거란 생각을 합니다^^

P.S : 제가 쓰고도 먼 소린지 잘 모르겠네욤. 그냥 "파이팅"입니다.^^
김기홍
03/08/13 01:46
수정 아이콘
아름다운 글들이 오고가는 분위기지만 그냥 현실적인 이야기나 좀 해볼랍니다. "의사=돈 많이 버는 직업" 이게 요즘 맞다고 보시나요?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그렇게 쉽게 말하죠.."너 두 돈 잘버는 성형외과나해라~"라구.. 뭐 그쪽에 관심도 없구 돈에 욕심도 없지만 맘대로 하구 싶은과를 정할 수 있는게 아니랍니다. 성형 피부같은 소위 마이너과들을 하려면 학업성적두 탑중 탑을 먹어야되고 이뿐아니라 직계루 병원 교수님도 있어야하구.. 유달리 많이 내야할 의국비도 감당할 능력이 되야하죠. 울 나라에
성형이나 피부니.. 엄청 많이 보이겠지만 그야말로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들이 하는 거랍니다.-_-;;
김기홍
03/08/13 01:48
수정 아이콘
그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들이 돈잘버는 의사들이구요..절대 의사=돈잘버는 직업은 아닙니다.
03/08/13 01:48
수정 아이콘
줄을 서시오!! (...)
김기홍
03/08/13 01:51
수정 아이콘
어느 직업에 속한 사람들이든 나쁜 놈은 있게 마련입니다. 정치가건 건축가건 공장장이건 농부건 약사건 한의사건 어부건.. 다 마찬가지죠.. 그러나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유독 의사들의 문제 만큼은 일부의 이야기가 전체인양 불려지고.. 소수의 잘못으로 인해 집단이 욕을 먹어야하고.. 이런 것이 너무 자주 있는 듯 합니다.
03/08/13 02:16
수정 아이콘
제 친구도 의대 다니는데 방학이면 늘 의료봉사 다닌다고 바쁘더군요. 그 마음 변치 말고 좋은 의사 되시길 바랍니다.^^
TheMarineFan
03/08/13 04:51
수정 아이콘
그래도 의사들은 다른직업의 사람들보다 더 높다고 생각하고 대우 받고 싶어하는것 같더라구요.. 색안경을 껴서 그런가?
03/08/13 09:06
수정 아이콘
의사 논쟁은 여기서 끝내는게 어떨까요? 위에 원글 쓰신 분과 훈계하신 분은 아주 멋진 분이고 많은 의사분들이 저랬으면 좋겠다 정도에서요~ 다른 동호회에서도 한번 이걸로 큰 싸움이 난 적이 있어서...
Dr.protoss
03/08/13 15:37
수정 아이콘
김기홍님//그건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던 의사들에게 그 책임이 상당 부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억울하지만, 지금 시대의 젊은 의사들이 어느 정도 감수하고 살 수 밖에 없는, 그리고 차츰 변화시켜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03/08/14 03:07
수정 아이콘
네네.... 아.. 제가 의도했던 건 이런 게 아닌데.... 좀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괜한 논쟁을 불러 일으킨 거 같네요... 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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