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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8/05 13:55:02
Name 공룡
Subject 가수들의 연인
  최근 ‘윤도현의 러브레터’라는 프로그램에서 빅마마의 앨범 중 솔로곡인 ‘체념’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이영현씨를 보았습니다. 당일 퍼스님께서 이곳에 글을 남기시기도 하셨죠. 저 역시 그때 퍼스님 말씀 듣고 방송국에 접속해서 그 모습을 보고 들었지요. 참 감동적으로 잘 부르더군요. 예전 가수 이소라씨의 노래도 기억이 납니다. 연인이었던 이를 생각하며 지었다는 노래들...... 네, ‘들’이지요. 이소라씨는 당시 연인과 헤어지면 앨범작업을 하곤 한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까요.

  눈물을 흘리며 부르는 가수들의 모습을 보며 연민을 느끼고, 한편으로는 그 연인이었던 상대를 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참 불공평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합니다. 예전 원태연씨의 시가 한창 유행일 때, 떠나간 그 여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 하고요. 원태연씨 같은 사랑이야기를 쓴 작가분들은 책을 통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사랑에 대해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상대분은 오히려 자신을 감추기에 급급해야 했었겠지요. 어차피 자신을 밝히고 내용이 다르다! 라고 말을 해봐야 들어줄 사람도 없을 테고, 말을 할 곳도 없겠지만요.

  동의 없이 쓰여져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져버린 그 사람들은 그런 글이나 노래를 들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우리는 작가나 가수 한 사람의 이야기만을 들으며 그들을 동정하고 그 사랑에 대해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인간일 뿐이지요. 연인이었던 상대편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정말 귀찮고 부담스러운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는 그 작가나 가수가 이야기했던 내용과 정 반대의 내용이 펼쳐졌을지도...... 모든 헤어짐이 아름다울 수는 없는 법이고, 시련의 아픔을 겪는 경우 어느 한 쪽만의 잘못으로 결론이 나는 일은 거의 드무니까요. 분명 작가나 가수도 잘못을 했던 것이지만 그걸 깨닫지 못했거나, 혹은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면만을 보여줬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오히려 대중에게 노출된 그 상대들의 기분도 헤아려야 할 듯 합니다. 일방적으로 걷어차고 가버린 사람이 아니라면 오히려 그런 글이나 노래를 통해 정말 억울해하고 분노할 지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책이나 노래는 일방통행이지요. 한 번 만들어지면 그걸 고칠 방법은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쪽으로만 통행하며 읽습니다. 통행로 앞에서 상대자가 막아선다고 해도 순식간에 짓밟히겠지요. 막을 생각도 못하겠지만요. 아, 물론 그런 생각을 해보자는 것일 뿐이지, 작가나 가수들이 모두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럴 수도 있다는 상상이지요^^

  가끔 인터넷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애절한 사연들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네티즌은 분노해서 그 가해자에게 욕을 해대지요. 하지만 알고 보니 일부러 네티즌을 이용해 상대를 골탕 먹이려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때로는, 서로 잘못을 해서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사람들을 허탈하게 하는 경우도 많았지요.

  인터넷의 글들은 쌍방통행입니다. 만들어진다고 해도 얼마든지 반대 의견이 있기에, 어느 한 쪽으로 만의 통행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쓴 글은 곧 상대에게 반박을 당하고, 상대 쪽의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대립도 하게 됩니다. 결국 어느 한 쪽이 잘못했다는 결론이 나면 글을 수정하거나 지우고 사과를 하면 됩니다.

  그런데 가끔은 자신의 글이 가수나 작가처럼 한 번 쓰면 절대 수정하거나 지울 수 없는 절대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분명 자신이 잘못한 것임이 판명난 뒤에도 사과를 하지 않고, 자신의 글을 지울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사회에서야 내뱉고 나면 주워 담을 수 없지만, 인터넷에서는 얼마든지 수정하고 지워서 주워 담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물론 그게 쉽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자신의 인격을 나타내는 글에 대해 조금은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든지 자신이 반대편의 입장에 처해질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하하, 답은 있지만 실행은 힘든 법이겠지요. 그런 것을 잘 지키고, 법과 질서도 잘 지키고, 항상 싸우지 않고 웃고...... 이런 사람이 바로 성자이고, 지구는 그 긴 역사상 이런 성자들을 몇 내보내지 못했습니다. 솔직하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겠지요.

  인간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솔직할 수가 없나 봅니다. 멀더의 말대로 그래서 진실은 항상 저 너머에만 있는 것인지도...... ^^

======================
오랜만에 글을 쓰는군요^^
모두들 더위에 잘 지내시는지^^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ps : 이 잡담의 무단 퍼감을 금합니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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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8/05 14:00
수정 아이콘
진실은 항상 저너머에~~;;;
공룡님의 글은 항상 도장을~~
언제나 좋은 글을써주시는 공룡님에게~ 박수를 ^^
03/08/05 14:07
수정 아이콘
하하, 김헌영씨가 아니라 이영현씨였군요^^; 퍼스님 지적 감사드립니다^^
03/08/05 14:16
수정 아이콘
^^;;;
공룡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03/08/05 17:16
수정 아이콘
잘 지내셨는지요? ^_^?
케이군
03/08/05 17:26
수정 아이콘
The truth is out there...
공룡님의 꼬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ㅡㅡ;
벌쳐의 제왕
03/08/05 19:26
수정 아이콘
정말 간만에 로그인을 했습니다. 안할수가 없게 만드는군요^^
공룡님 글을 보고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악인이 정석원씨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희열, 윤종신...등등 그 패거리들의 가사들이 대부분 애절하지만...
그 중 특히 015B는 심하죠...
1,2,3집까지 그 애절한 남이 들어도 눈물 흘리거나 회상에 잠기게 만드는 곡들을 만들어 놓고... 4집에 가선 결정타를 날리죠...
"어디선가 나의 노랠 듣고 있을 너에게" - 어디선가 듣고는 있니 너만을 위해 불러왔던 너의 그 노래들을...^^;;
이 앨범을 어린시절 들으며 아~ 그 여자 심정 정말 ... 흠... 쫌 그렇겠네... 생각하면서 혼자 상상에 빠지곤 했었는데...^^
그래도 발라드는 좀 덜한편이지요... 힙합을 들으면 더 가관이랍니다.^^
felmarion
03/08/05 21:19
수정 아이콘
자신으과 다른 사람에게 열려진 길, 그 길 가운데에 톨게이트 하나를 세워놓는다면 자신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가는 길은 아주 한산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에게로 들어오는 길은 붐비고 또 붐벼 때로는 몇중 추돌사고로 나타날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03/08/05 21:23
수정 아이콘
예전에 라디오를 켜놓고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라디오에서 어떤 노래가 나오더군요....새벽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깜깜함 속에 흘러나오던 그 노래를 들으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노래는 이문세, 이소라가 부른 "슬픈 사랑의 노래" 라는 곡 이었는데....지금도 왠만하면 잘 들으려 하지 않죠....전주만 나와도 울어버리곤 해서....^^;;

공룡님의 말씀에 많은 부분 동감하게 되네요....열려진 공간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 가져야할 "책임감"은 정말 여러번 강조되어도 아깝지 않을듯 합니다. 저 또한 늘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데, 머 그다지 행동에 반영 되는것 같지는 않아 날마다 반성의 연속 이랍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날이 많이 더운데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물빛노을
03/08/06 00:26
수정 아이콘
글과는 상관없는 상념입니다. 015b...정말 그리운 이름이네요. 무한궤도를 무=0, 한=1, 궤도=obiter?(아악 스펠링 기억 안남ㅠ_ㅠ 이제 고등학교 졸업한지 1년도 채 안됐건만>_<)...암튼 그래서 015B라죠^^ 개인적으로는 난생 처음 여자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그리고 거절당했던 다음날, 아침에 눈뜨고 라디오를 켰을 때 흘러나오던 '텅빈 거리에서'를 가장 좋아합니다(이떄 가슴 찢어지는 줄 알았다죠ㅠ_ㅠ 우연의 일치도 유분수지...). 21세기모노리스도 참 감동적으로 들었구요...
정말 공룡님 글을 읽을 때면 저도 015B를 떠올렸는데:) 벌쳐의 제왕님 저와 같은 생각을!+_+
안전제일
03/08/06 00:41
수정 아이콘
좋아했던 모 만화에서 가수에게 사랑받는 사람의 결말에 대해서 나온적이 있습니다.^^갑자기 생각이 나는군요.^^;;;
기억은 내것이지만 기억의 다른 면은 상대의 것이기도 합니다.
사고뭉치
03/08/06 01:46
수정 아이콘
기억은 내 것이지만 기억의 다른 면은 상대의 것이기도 한다라...
서로의 기억속에서 좋은 것만 가득하길 바라는것은 제 욕심일 뿐일까요? ^^;
03/08/06 08:31
수정 아이콘
말 나온 김에, 슈퍼 멜랑꼴리 센티멘탈 러브 송.의 리스트.라도 하나 작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슬쩍 제안.
03/08/06 09:48
수정 아이콘
015B 는 空一烏飛 입니다. 물빛노을님이 말씀하신 그 해석은 정석원이 전면적으로 부인했었죠.-_-;
물빛노을
03/08/06 15:20
수정 아이콘
아 그렇습니까?^^ 저도 어디서 주워들은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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