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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8/05 11:17:53
Name 해원
Subject [잡담] 피터팬. 어른이 되다
제가 이 글을 왜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주절주절 제 이야기를 늘어놔서 무얼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유치한 자신의 이야기를 적은 것에 분명히 부끄러워하겠지만

이렇게라도 흔적을 남기고 싶었나 봅니다...

피터팬..,
어른이 되지 않는 자

저는 어렸을 때 부터 한번도 어른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단 한번도! 제 기억에 한해서는 그런 생각을 해본 일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자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감을 느껴서 안절부절하기도 했었고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은 그 거부할 수 없는 흐름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15살이 되던 해 친구와 함께
" 이젠 우린 반올림하면 20이야 20! "
이라며 안타까움에 슬퍼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몸부림쳐봤자 시간의 옥죄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 마음과는 상관없이 저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갔지만
저는 여전히 15살 그곳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동안인 얼굴과 -_-;(아직도 신분증 검사를 받는 -_-;;)
작은 것에 감동하고 자주 웃음을 터뜨리는 저의 모습을 보고서는
사람들도 아직도 순수하고(?) 어리다라고 말을 합니다
가끔 제 속마음을 들여다본 사람은
" 아직도 넌 멀었어... 니가 세상에 쓴 맛을 봐야 .... "
라는 말을 합니다만 ^^;

하지만 제가 제 나이를 잊고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은 없습니다

하나 있었다면
그곳은 바로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곳이었습니다

전 인복이 많은 편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저에겐 과분할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그들에게 땡깡을 부리는 만용을 보이기도 합니다
겁없이 말이죠 ^^;

대학교에 들어와서 한 친구를 사귀었습니다
그때까지 누구를 닮았다라는 말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던 저는 정말 놀랬었습니다
정말 -_- 저와 비슷한 녀석이더군요
물론 성별이 다르긴 했지만
방만한 성격에서부터 시작해서 사고의 흐름까지 놀라울 정도로 흡사했습니다
정말이지 그녀석과 저는 친한 친구사이가 되었습니다
늘 붙어다니느라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사긴 했지만
저와 그녀석은 늘 친구이기에 즐거웠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그에게 소녀와 소년의 우정을 요구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더이상 소녀와 소년이 아닌데 말입니다
게다가 저는 사랑을 몰랐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해야할 나이가 되었고
그는 다른 사람의 연인이었음에도
나는 그에게 그런 순수하기만한 어린 우정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그녀석의 여자친구는 저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사실 그 여자친구는 저와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함께하기 힘든 친구였습니다
그렇다고 우정을 위해서 사랑을 포기하라고 할 수도 없어서
예전엔 생각지도 못할 마음을 먹곤
그를 떠났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그녀석에게 얘기를 하라고 충고를 하더군요
양립할 수 없으니 하나를 택하라고 말하는 것이
무에 나쁘냐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녀석도 모르고 있지도 않을터이고
그런 부담을 지우기가 싫어서
그냥 그곳을 빠져나왔던 것 같습니다

남녀간에 우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명제에
반례로 자기자신을 자신있게 내밀던 저는
어느샌가 풀이 죽은 채 말없이 그 말에 동감하고 있었습니다
당사자간의 문제가 아닐지라도
남녀간의 우정은 어려운 것이란 것을
세상사람들은 알고 있었나 봅니다

군대를 간다고 하던 그 녀석의 이야기를
한쪽 귀로 흘리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1년 동안 충분히 그녀석과 저는 멀어졌습니다
집에 와서 눈물을 흘릴지라도
그녀석과 나는 남남이 되었고
새내기때 그녀석과 함께했던 아름다웠던 기억들은 많이 퇴색되었습니다

어느 날 이메일이 왔습니다
그 녀석이 군대에서 몰래 보낸 편지더군요

평생동안 가까이지내고 싶은 사람을 잃었다는 느낌에 불안했었다고
여전히 우린 친구지?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펑펑 울고 있는 제 자신은 단지 기쁠 따름이었고
예전으로 돌아갈수 있을 거란 믿음에
부풀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도 전 아직 어렸었으니까요....

그 녀석에게 면회를 다녀오는 길
비행기를 타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한구석으로 밀쳐두었던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그 여자친구의 연인이었고
달리진 것은 하나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공유란
힘들지 않으면서도
사실은 가장 힘들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사람의 시간은 나와 다릅니다

나는 언제까지고 15살의 모습이려 하고
그도 그런 내가 원하는 모습이고자 했지만
그는 계속 자라나는 어른이고
우리를 둘러싼 이 공간은 예전부터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눈을 감은 채
어린 시절에 머무르려 애를 썼고
흐름 속에 있는 그 사람을 억지로 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힘들어하는 그녀석이 보였고
그렇다면 나는 내가 말하던 좋은 친구 역시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싶어했던 그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단지 친구이길 바랬던
순수하기만한 소망은
발 딛을 곳이 없습니다

사람의 진심만으로는 살아가기엔
세상은 너무 복잡한 곳입니다

다음 날 아침
학교로 향하는 언덕길을 걸어 넘어가는데 눈물이 흐르더군요

나는 사랑을 한 것도 아니고
사랑에 실패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구를 잃은 것도 아닙니다

좀 더 현명한 친구가 되기 위해
물러서는 한 걸음을 이제사 깨달은 것 뿐입니다
그렇게 뒤로 걸음을 딛는 순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르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나는 더이상 아이일 수 없다는 것인가요
이제 어른임을 인정해야하는 것에 대한
알 수 없는 슬픔인가요

다른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어른이 되어 결혼도 하고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더군요
물론 그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겠지만
왜 나는 그네들이 행복해하고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그 길을
거부하여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 친구는 끝까지 미숙한 저에게 친구로 있어주려고 했습니다
불편한 상황에도 끝까지 친구라는 말을 잊지 않던 그 친구에게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정말 미안하네요

언젠가 아는 오빠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 너 만약 남자친구가 사귀면 xxx보다 친해질 자신있어?"
" ..........."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했던 저에게
인연이란 좋은 친구 더 좋은 친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하고 있는 사랑이 무언가를 잘 몰랐고
친구가 사랑과 우정에 고민할 때도
짐짓 모른 체 하며 그 역시 사랑을 몰라주기를 바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아이와 저 사이에 흘렀던 감정이
몇 년 동안 우리를 친구로 묶어주던 감정이
단순한 우정이었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마음의 시계
그 초침을 놓아야겠습니다

그동안 어줍잖은 저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왔던 많은 인연들을 외면했던 저는
이제는 다른 모습으로
지나간 그들을 그리워하며(?) 살겠지요
  
허물을 벗은 것 같습니다
왠지 마음을 짓누르던 무언가로부터 해방된 기분입니다









이제 저는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s. 유치하기 짝이 없는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감정이란 자기자신도 제대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글자 하나하나로 표현하기엔
       인간의 마음이란 너무 난해한 것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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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
03/08/05 11:22
수정 아이콘
유치하긴요... 글의 곳곳마다 해원님이 표현하려고 했으나 미쳐 드러나지 못한 부분들이 보이네요. 정말 좋은 인연 만나시길 바라겠습니다.
in-extremis
03/08/05 11:25
수정 아이콘
'사람의 진심만으로는 살아가기엔
세상은 너무 복잡한 곳입니다'
이 부분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네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너무나 다양한 생각과 느낌 감정을 지닌 사람들 가운데서 산다는 게
아직은 너무나 지난해보이네요..
03/08/05 12:19
수정 아이콘
언제나...
해원님의 글을 읽으면 미소가 나옵니다.
역시, 언제나, 아이디 클릭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좋은 글을 쓰시는군요.
저도 언젠가, 남녀간에 우정은 참 어렵구나 하는 걸 느낀 적이 있습니다. 왜 안 되는걸까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Cool-Summer
03/08/05 12:35
수정 아이콘
대학시절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를 참 많이 좋아하고
참 많이 불렀었는데....그 노래를 좋아하게 만들었던 녀석이 생각나네요^^ 그때의 제가 아마 해원님과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어 가슴이
아려옵니다*^^*
대들보
03/08/05 13:14
수정 아이콘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떠오르네요.
해원님의 그 풍부한 감성... 그리고 그것을 섬세하게 표현하시는
뛰어난 글솜씨... 부럽네요.
"좋은 사람"에겐 "좋은 인연"이 반드시 올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해원님같은 분에게... ^^
03/08/05 13:19
수정 아이콘
우리는 이미 너무 자라버린 것일까요? 순수한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 커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내 사랑을 예전에 만났었는데, 그걸 모르고 놓쳐버린건 아닐까하는 생각.....가끔 이런 생각에 안타까워하기도 하지요.....그러나 저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그런 사람을 못만난다면...그냥 사랑을 안하면 되지요...
박준태
03/08/05 17:39
수정 아이콘
필자의 논지에서 조금 벗어나는 댓글이지만, 순수한 사랑을 믿는 사람들이 아직 있기에 저도 사랑을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03/08/05 18:11
수정 아이콘
근데 태클은 아닌데요..순수한 사랑을 어떻게 정의내릴수 있지요?
마음이 진실한거? 이것 저것 재지 않는 사랑??? 첫사랑처럼 풋풋하고
여린마음처럼 다가오는 사랑???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만약 저런것들이 순수한 사랑과 관련된것들이라면 어렵네요...ㅜ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또 사랑을 한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찌들어 가는
것이 분명 있기는 있지요..^^;;;; 하지만 항상 사랑하는 마음은 순수하고 진실된것이라고 믿고 있답니다...^^




해원님 비도 오는데 참 감상적인글 좋았습니당...
저도 대학 입학후 처음으로 만났던 녀석을 떠올려보는 계기가됐네요..
저는 우정이 아닌 사랑이였지만...^^;;;
갠적인 바램으로는 그분과의 우정 지켜나가길 바래요...이젠 멀어지지 말구...
님이 남녀간에도 우정이 존재한다는건 보여주시길..^^(믿지 않으려하는자들에게말예요..아주 먼 훗날 저한테도 보고하셔야 되요..저는 믿지 않는 사람중 하나거든요..^^)
Naraboyz
03/08/05 18:14
수정 아이콘
잡담//아직도 민증검사를하신다니!!부럽군요..ㅠ_ㅠ;전 미성년자임에도 민증검사 한지가 어언..--
03/08/05 18:41
수정 아이콘
"여전히 우린 친구지?"
이 말에 모든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소원해 졌지만 다시 '친구'란 이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거... 그렇다고 이기적인 의미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헤어진 연인들에게 "여전히"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아니 존재한다해도 마음에 담긴 추억의 연장선이지 현실에서의 ing는 분명 아닐 테니까요.

그리고 우정도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자 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닌 배려의 문제겠죠.(적어도 제 생각에는 말이에요...^^)

친구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끝까지 마음속 감정을 숨겼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친구의 끈이라도 놓을지언정 그 감정에 몸을 맡기고 싶었을 때는 과감히 떨쳐 버린 적도 있죠. 어느 것이 옳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가 느끼는 사랑에 대한 감정은 '절대'라는 기준이 참 힘든 듯합니다.
그렇게 삶의 여정에서 성숙의 단계를 맞이하는 거겠죠.

너무 뜬금없는 댓글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심정에 동화되는 마음이 있어 어설프게 몇 문장 적어봤습니다.^^
03/08/05 20:52
수정 아이콘
인간관계에 등급을 메겨서 '우정'과 '사랑' 혹은 '오빠', '누나', '동생' 등등으로 나누는 것은 질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것이 오히려 저에게는 좋은 남자친구들을 선사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10년이 넘도록 사귄 좋은 남자 친구들이 서너명있습니다. 네..)
어떤 식으로든 인간관계가 시작되는 순간 우리는 일종의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경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각 개별의 관계별로 수 많은 눈물과 아픔과 한숨을 더하여, 속쓰린 대사와 메슥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끊임없는 이야기를 통해서 탄생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모든 것들을 인정할 때, 연인이 될 수도 있었으나 그렇지 않음을 선택함으로써 남녀간의 소위 '우정'이라는 형식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또 다른 어떤 경우에는 '친구'라는 이름에 연연하는 것이 또 다른 늪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현재에 가진 것에 연연하여 다른 세계를 향한 모험을 포기하고 후퇴하여 얻어지는 '친구'의 형식은 결과적으로는 하다가 멈춘 소위 '사랑'에 다르지 않습니다. 발전하거나 다른 형식으로 이월하지 않는 관계는 고인 물과 같이 썩어가는 관계입니다. 그것은 언젠가는 '정리'를 요구하게 됩니다. 왜냐면 '뒷걸음'을 쳤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관계만큼 어려운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관계든 집중하게 만드는 관계는, 그것에 총력을 기울이게 하는 관계는 모든 대가를 각오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잃는 것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습니다.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는 것이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까요. 저 역시 상념을 몇 자 적어봤습니다.
03/08/05 21:06
수정 아이콘
"진심은 언젠가는 통하는 법" 이라는 얘기를 저는 진리처럼 믿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 믿음이 없는 세상은 생각 하고 싶지도 않구요 ^^
저도 갑자기 사랑 타령을 하고 싶다는......쿨럭....ㅡㅡ;;
felmarion
03/08/05 21:14
수정 아이콘
푸른 산 북녘 성곽을 둘렀는데
강물은 굽이굽이 성을 돌아가는구나.
예서 그대 한 번 보내고 보면
외로이 떠나리 먼 만 리길.
떠도는 구름은 나그네와 닮았고
지는 해는 서글픈 그대의 심정이라.
손을 내저으며 이제 떠나거니
울어 예는 말소리 더욱 섧구나!

이백(李白)의 송우인(送友人)

20대 초반이던 무렵, 그 시절 저와 제 친구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군대였습니다. 이제 막 입시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워진 생활을 누리려 하던 우리들에게 있어서 군대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그러한 존재였습니다.
그렇지만 군대란 곳이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해서, 갈수 없는 그러한 곳이 아니였기에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하더군요.
때로는 춘천에서, 또 때로는 의정부에서 그리고 논산에서 그렇게 친구들을 하나 하나 떠나보냈었습니다.
그럴때 우리들 사이에는 작은 의식이 존재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 그런 일을 했을까 하면서 얼굴이 붉어지는 그런 의식말입니다.
연병장에 집결하기전 한 친구는 그 다음에 입대를 하는 친구에게 자신이 훈련소까지 쓰고왔던 모자를 벗어서 건내줬습니다.
그럼 그 친구는 그 모자를 쓰고서 집까지 돌아간 다음 다시 훈련소에 도착해서는 그 다음 친구에, 또 그 친구는 그 다음 친구에게..
그렇게 친구들 사이를 돌고 돌던 모자가 어느새 저에게 다가왔더군요.
모자의 챙에 검은색의 흔적을 남긴체 그렇게 말입니다, 사실, 저는 그 모습들을 지켜보면서도 그 흔적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러다 제가 마지막으로 군대에 가게 되었고 그 순간 그 흔적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바로 친구들의 땀이 배인 흔적이였던 것이였습니다.
한 겨울부터 시작된 그 의식이 돌고 돌아 그 다음해 여름까지 돌아오면서 배이고 또 배인 친구들의 땀..
그 모자는 지금도 제 방 한구석에 놓여져 있습니다.
때로눈, 저의 어머니께서 더럽다며 빨아야 겠다고 하시지만 도저히 빨아서 그 흔적을 지울수가 없더군요.
단순히 땀의 흔적이 아니라 친구들의 마음이니까요.

마음과 마음 사이의 끌림, 그러한 모습은 때로는 우정으로 다가올수도 또 어떠한 때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올수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의 이름이 아니라 그 마음 자체가 아닐까요?

상관없는 제 이야기를 너무 길게 했내요^^;;
삶의 길위에 다시금 한 발을 내딛은 해원님, 언제고 뒤돌아 보았을때 환한 웃음을 지을수 있는 그런 걸음이기를 바랍니다.
Starry night
03/08/05 22:34
수정 아이콘
제가 느낀 바로는 남녀 사이에 우정이란 마치 '희망사항'과도 같은 거더군요...
저 역시 아직 많이 살아보아야 알겠지만 지금까지는 여자 '친구'는 하나도 없는걸요...그냥 알고 지내는 여성은 많지만...
아주 친한 여자 친구는 지금 제 여자친구 입니다...^^;;
03/08/06 00:09
수정 아이콘
좋은 리플들 감사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_- 상당히 낯을 파는(?) 이야기이도 해서 삭제할까 했는데 그러기엔 좋은 댓글이 너무 많네요.감사합니다 ^^; 이런 미숙아를 -_-; 고운 눈으로 바라봐주시고 좋은 이야기들해주시다니.. 하고싶은 많은 말들을 고맙다라는 말 하나에 담고 싶습니다
물빛노을
03/08/06 00:21
수정 아이콘
이야~ 멋집니다^^ 해원님 글을 볼때마다 입가에 지어지는 따뜻한 웃음...언제나 감사드립니다(_ _)
03/08/06 06:02
수정 아이콘
해원님.. [淚]입니다. ^^

글 읽는내내 해원님의 마음이 너무나 잘 느껴졌습니다..
저역시, 그런고민을 안고 있었으니까요..^^;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을때, 저만은 어른이 되기 싫었습니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틀은 어른이라는 존재를 더욱더 꽉 조이고 있는것처럼 보였으니까요.
22살이 된 지금, 제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거의 확신하고 있습니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고, 학교다니면서 알바에, 하루에 서너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현실이, 하고싶은것을 어쩔수없이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이 저를 답답하게 하네요

아, 이건 잡설이구요^^;;

저역시, 남녀는 친구가 될수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때 만난, 정말로 괜찮은 친구녀석, 저는 그 아이가 내 친구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남녀관계에 친구는 불가능하다는 소리에 우릴봐라, 가능하잖아. 라고 큰소리칠수 있었습니다.
어느날, 그녀석이 저한테 말했습니다. 좋아한다고.. 처음부터 그랬다고.

친구는 어차피 잃을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랑으로라도 옆에 두어야할지, 아예 버려야할지, 저는 의외로 정이 많아서^^; 그 녀석을 잃기는 너무나 싫었습니다.
그녀석은 현재 제 남자친구입니다.. 사귄 이후엔 하루에 수십번도 넘게 고민했습니다. 친구였던쪽이 좋았던것 같다고, 친구였으면 좋았을거라고..
사귄지 2년이 지난 지금, 저는 다시 그애가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군대에 있는 녀석에게 편지한통쓰지 않는 저를 사람들은 이상하게 보네요. 좋아하지 않는것 아니냐고..
하지만 친구라는 이름이든, 애인이라는 이름이든 저는 그애를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남들이 보기에 애인같지 않아보여도 말이죠)
felmarion 님의 말씀처럼, 중요한건 마음의 이름이 아니라 마음 자체.. 란걸, 저도 똑같이 느끼고 있나봅니다.


저의 또다른 친구녀석은 저한테 말하더군요.
남녀사이는 친구가 될수 없지만, 그 이전에 인간 대 인간이라면, 친구가 될수 있다..
그녀석은 저의 좋은 친구입니다^^

-이런 글쓰는건, 처음인것 같네요. 글 실력이 없어서 두서없이 나열하기만 한 글이라 너무 부끄럽습니다..ㅠ_ㅠ 비웃진 말아주세요, 흑..-
03/08/06 11:31
수정 아이콘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페이지에 계신 모든 분들을 위해 열심히 미소짓겠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kid 의 트래이드 마크..
러블리제로스
03/08/06 17:15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왜 하필 오늘 읽었을까요. 어제 읽었다면 괜찮았을텐데요...저는 오늘 친구의 얼굴을 잠깐 보고 왔습니다. 부탁했던 씨디를 받고도 고맙단 말 한마디 없이 몇마디 갈궈주고 몇대 맞고ㅡ.ㅡ; 재빨리 헤어져 집에 왔는데 이 글을 보네요. 마음이 아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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