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7/29 15:01:01
Name 이동희
Subject [잡담] 영화를 듣는다.
영화를 듣는다.



약간은 모순되게 들릴수도 있겠지만, 말 그대로다.

테잎에 녹음 해서 소리만 듣는거다.

영상을 안보면 그게 무슨 내용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많이 봐서 내용을 다 외우면 듣는 것 만으로 화면이 눈앞에 다 지나간다.

한국영화여야 하는건 아니다, 한국어 대사를 들으면 더 좋겠지만, 정말로 영화를 많이 보면 외국어 대사를 들으면서 영상 뿐만 아니라 밑으로 지나가는 자막까지도 다 보이게 된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러면 음악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대사 효과음 하나하나 에서 영화의 느낌 자체가 온 몸으로 전달된다.



첫번째로 들은 영화.



중경삼림



비디오를 한... 5번정도 빌려보고 마지막에는 아예 120분짜리 테잎에 처음 부터 끝까지 녹음을했다.

밤에 불을 꺼두고, 오디오에서 영화를 틀어두면, 금성무와, 양조위가 내 바로 옆에 앉아 나에게 말을 거는것만 같았다.

금성무는 해어진 여자를 그리워 하며 나에게 신세 한탄을 했고 (브루스 윌리스를 무척이나 미워했다), 양조위는 좋아하면서도 좋아한단 말도 못하고 오직 나에게만 자신의 속마음을 조금씩 얘기했다.

나중에서야 양조위와 왕정문이 만나는 곳에서는 난 컴퓨터 앞에 앉아 딴일을 하면서도 박수로 그들의 만남을 축하해 주곤 했었다.





두번째로 들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



친구들과 (여자도 있었다) 극장엘 갔는대, 영화가 너무 재미있었다.

난 멍한 눈빛으로 화면을 응시했고, 주인공이 튕겨저 나가는 장면에서는 내몸도 의자속으로 튕겨나가곤 했었다.

옆에있던 여자가 팝콘을 먹으라고 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도 매정하게 않먹는다고 했던것 같다.

그 뒤로 비디오가 나올때 까지 도저히 기다릴수가 없었다.

난 다시 거금 6000원을 들여서 극장으로 갔다.

워크맨과 워크맨에 딸려나오는 소형 마이크를 들고.

그 뒤 약 한달간을 매일 탐 크루즈와 함께 살았다.

한가지 안좋은 점은 극장에서 녹음했기 때문에 들어간 사람들의 웃음소리... (난 내 방 안에 탐 과 단둘이 있길 원했는데... 관객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영화를 들으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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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준비
03/07/29 15:48
수정 아이콘
음 재미있군요 저도 해봐야겠어요
03/07/29 15:52
수정 아이콘
저도 AVI를 MP3로 추출해서 가끔(!) 듣고 있어요 ^^; 자주보는 영화는.. 소리만 들어도 장면이 머리에 그려지죠.. 이동희님 말씀처럼.. 또 다른 느낌이 나는 듯 해요.. 중경삼림.. 도 들으면 정말 멋질것 같은데 중국어라서... --;;; 참! 저도 MI 굉장히 좋아합니다 >_<
TheAlska
03/07/29 18:54
수정 아이콘
음........영화의 OST를 들어도 그런 효과가 납니다.
전 레옹을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극장, 비디오,완전판DVD등등
한 20번은 넘게 본듯 하군요...한때는 shape of my heart만을 CD에 구워서 그것만 듣고 다닌적도 있군요. 자기전에 윈엠프에 shape of my heart
틀어놓고 불을끄고 누워서 눈을 감으면.....마틸다와 레옹의 짧은....행복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면서 레옹이 아끼는 화분을 묻으며 울던 마틸다가 생각나더군요.그렇게 계속 반복재생을 하며 잠들던 1전이 기억나는군요, 생각난김에 한번 더 봐야겠습니다.
03/07/29 20:00
수정 아이콘
저는 터미네이터2를 그렇게 들었다죠(?)...

극장서 보고 비됴로 40번정도 보고

[정확하게는 모름... 37번까지는 세면서 봤는데...]

그리고서는... 집에 하나밖에 없는 이따만한 카셋트 라디오를

티비의 스피커에다 대고 레코딩을 했다죠...

[지금 생각해도 넘나 구석기적인 발상...--+]

그렇게 해서 만든 테잎 2개를 늘어질때까지 들었답니다...

참 향수에 젖게 만드는 글이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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